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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액션 합시다.” 한대수의 한 마디로 인터뷰가 시작됐다. 시종일관 “양호합니까? 양호하죠.”, “하하하, 껄껄껄.”로 이어진 대화. 그는 여전히 노래도 부르고 사진도 찍고 글도 쓰는 ‘히피 아빠’ 한대수였다. 새롭게 펴낸 산문집 『바람아, 불어라』는 과연 한대수답다. 경제, 사회, 예술을 넘나들며 우리 사회의 민낯을 유머와 깊이로 담아냈다. 읽는 재미와 함께 보는 맛도 있다. 뉴욕에서 사진가로 일했던 그는 지금도 사진을 찍고 시를 쓰는 보헤미안이다. 동시에 22살 연하 아내와 사는 남자, 9살 딸을 키우는 걱정거리 많은 아빠다.
“어떻게 역사상 가장 교육 수준이 높은 이때에 인류는 가장 원시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가? 왜 서로 강탈하고 죽이고 멸망의 밤으로 향해 가고 있는가? 이는 우리가 착하지 않아서다. 배운 것은 많은데, 느낀 것이 없어서다.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마음은 유치원생이란 말이다. 착해져야 한다. 그러려면 상대방의 차이를 인정하고 공부를 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어 타협의 선을 더욱 넓게 그리게 된다. 관념의 문을 열어야 한다. 당신의 가족도 내 가족만큼 중요하고, 당신의 나라도 내 나라만큼 중요하고, 당신의 생명도 내 생명만큼 중요하다.” (『바람아, 불어라』 머리말에서)
군대는 지원제, 직장은 6시간 근무
책 제목이 딱 한대수스럽다고 할까요?
하하하. 저도 무척 마음에 듭니다. 제 노래 「고무신」 가사에서 따온 말이에요. 책을 편집해주신 국장님이 제 노래 가사를 다 찾아보다가 발견했어요. 제목은 항상 어려워요. 제목만으로 어느 정도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니까요. 곧 앨범도 나올 예정인데, 제목을 아직 못 정했어요. 9집 앨범을 만들 때도 제목 때문에 한참 고생했죠. 결국 고민이 너무 많아서 ‘고민’으로 했어요. 하하하. 인생은 고민의 연속이잖아요. 고민거리를 영어로 말하면 ‘source of trouble’이에요. 아, 고민이 모든 문제점의 근원이구나 싶었죠.
애초에 ‘봉사활동’이라는 제목도 염두에 뒀다고 들었어요.
그랬죠. 제 나이가 되면, 결혼생활을 비롯해 모든 게 봉사활동으로 여겨질 때가 있어요. 여자들도 그렇겠지만 남자도 서로 봉사하면서 사는 거예요. 무엇보다 육체적으로 너무 힘드니까요. 창작도 힘들지만 제목을 정하는 일조차 쉽지 않아요. 몸의 기능 하나하나가 위축되고 뇌세포도 줄고 있으니까 말이죠.
그런데 책의 감각은 상당히 젊게 느껴졌습니다. 직접 찍으신 사진도 그렇고요. 한대수의 노래를 전혀 모르는 젊은 독자도 재밌게 읽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좋겠지요. 세상이 너무 어지럽잖아요. 크고 작은 전쟁이 계속 일어나고요. 교육 수준은 계속 높아지고 있는데 인류는 가장 원시적인 행동을 하고 있어요. 박사학위를 받는 사람은 많은데 마음은 아직 유치원생이에요. 상대의 차이를 인정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관념의 문을 열고 공부를 해야죠.
그래도 음악 이야기가 중심이 될 줄 알았는데, 돈 이야기부터 책이 시작됩니다. 분량도 꽤 많아요.
돈, 세금, 재벌과 정치 이야기를 가장 앞에 놓았어요. 왜냐, 요즘 우리 사회는 너무 전문화됐어요. 음식 관련 TV 프로그램이 굉장히 유행이잖아요? 칼럼을 읽어도 TV를 봐도, 꼭 전문학교 코스를 밟은 사람이 등장해요. 그런데 그 분들의 요리가 우리 할머니보다 뛰어나나요? 아닙니다. 경제도 그래요. 하버드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해야 전문성이 생긴다고 하지만, 캠퍼스에서 한 평생을 산 사람이라면 얼마나 경제를 잘 알까요? 시장에서 식당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이 통계 자료만 잘 해석하면 전문가인가요?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실제 현실에 부딪혀 끼니를 굶어보고 스스로 학비도 벌어봐야 진짜 경제를 안다고요. 제가 험악한 도시 뉴욕에서 살 때, 고생을 참 많이 했습니다. 서울에 와서 음악을 할 때도 쉽지 않았고요. 큰 공연장에서 콘서트를 열어도 수익이 크게 없어요. 손해보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죠. 제가 오랫동안 신촌 원룸에서 살고 있지 않습니까? 초등학생 딸을 키우면서 말이죠. 그래서 피부로 느끼는 걸 그냥 말로 풀어 썼어요. 굉장히 솔직하게 직설적으로요. 나는 각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 여러 목소리를 냈으면 합니다. 가정주부가 쓰는 경제 이야기도 얼마나 좋습니까? 훨씬 이로울 거라 생각해요.
청년들의 가장 큰 문제로 ‘군대’를 지적하였어요. 없애야 한다고요.
사람이 창의성이 가장 많이 나오는 시기가 언제인지 아세요? 18세에서 25세입니다. 저 역시 136곡 중 반 이상을 이 시기에 만들었어요. 히트곡은 물론이고요. 가장 에너지가 많고 창작의 불꽃이 튈 때, 군대에서 총을 쏘고 구보하고 냄새 나는 집단 생활을 하라니요. 말도 안 되는 정신적, 육체적인 고문은 또 말도 못하지 않습니까. 군대는 지원제가 답이라고 생각해요. 양보다 질이 중요해요. 즉, 미사일 엔지니어나 스텔스 정비공이 기관총을 멘 사병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이에요. 2년 동안 하기 싫은 복무를 억지로 하는 사병보단, 군 생활을 즐기고 전문 지식을 가진 군인이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해군으로 복무하셨죠?
DD-91, 해군 기함인 ‘충무함’을 1년 동안 탔어요. 해군 본부에 있었는데 마지막 2년을 참모총장실에서 근무하지 않았다면 전 아마 탈영, 아니면 죽었지 않나 싶어요. 군대 시절에 무척 맞았습니다. 그래서 인간에 대한 믿음이 없어요. 그래도 인간은 선하게 태어났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아니다는 걸 군에서 깨달았어요. 악하게 태어났는데 착해지려고 노력하는 게, 인간이더라고요.
직업 군대가 현실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나요?
충분히 가능성 있습니다. 20년 전까지는 미친 소리였지만 지금은 달라졌어요. 군대는 더 이상 숫자가 아닙니다. 미국을 보세요. 델타포스, 네이비실 등 다 전문 지식을 가진 특수부대가 전쟁을 합니다. 젊은 남자들이 다 군대에 가야 하니 비용이 얼마나 많이 듭니까? 군복 값만 해도 그래요. 그런 비용을 전문군인을 훈련시키는 데 써야 효율적이죠. 충분하다고 봅니다. 시대가 달라졌으니까요.
한국이 OECD 주요국 기준으로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이 멕시코 다음으로 깁니다. 하지만 구매력평가(PPP) 기준 시간당 평균소득은 최하위권입니다. 노동 시간은 길지만 생산성은 낮다는 분석이죠. 우리나라도 스웨덴처럼 노동 시간을 하루 6시간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셨는데요.
줄여야죠. 책에도 썼지만 노동자의 집중력은 6시간이 한계예요. 시간이 길면 창의성은 나오지 않아요. 노동자에게 개인 시간을 많이 주면 여유 있게 가정생활과 취미활동을 할 수 있어요. 국민들이 행복해지면 자연히 범죄가 줄죠. 쓸데없는 회의를 줄이면, 직원들이 더욱 집중하면서 일합니다. 당연히 회사의 이익은 높아지고요.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으니 교통체증도 사라지고요. 제가 뉴욕에서 사진가로 일할 때는 점심도 여유롭게 먹지 못했어요. 우리나라에 오니까 사람들이 점심시간에는 전화도 안 받아요. 뉴욕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죠. 또 점심시간이 끝나면 담배도 피고 커피도 마신다고 자리를 비워요. 어차피 긴 시간 동안 사무실에 있어야 하니 굳이 압축적으로 일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거죠. 6시간으로 업무 시간을 줄이면, 시간이 빠듯하니까 일을 훨씬 효율성 있게 해요. 주어진 시간에 끝내야 하니까 다른 생각도 안 하죠. 유럽 국가와 미국도 상당히 호의적으로 6시간 노동을 바라보고 있어요. 세상은 변합니다. 우리도 같이 변하지 않으면 무지의 절벽에서 떨어져요. 6시간 노동을 시행하면, 저출산 문제, 청년 실업 문제가 다소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요?
생계를 위한 일, 어쩌면 축복
‘성공의 길’ 4가지로는 “약속을 지켜라, 고맙다는 표현을 자주 해라, 바로 사과하라, 유머감각을 가져라”라고 하셨어요. 어떻게 보면 많이 어려운 일은 아니거든요?
그렇죠.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인사에 참 인색해요. 굉장히 기본적인 매너를 안 지킵니다. 약속도 그래요. 항상 늦어요. 차가 막혔다면서요. 언제 차가 안 막힌 적이 있었습니까? 그리고 고맙다는 말을 너무 안 해요. 외국 사람들은 인사가 몸에 배어 있어요. 물 한 잔 갖다 줘도 그렇게 “땡큐, 땡큐”라며 고마워 합니다. 상대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표현하면 이 사람에게는 다음 번에 더 큰 걸 주고 싶어요. 물이 커피로 변하는 거죠. 그렇게 관계가 좋아지고 서로가 덕을 봅니다. 이번 제 책도 그래요. 작년 4월에 제 가사집 『사랑은 사랑, 인생은 인생』도 북하우스에서 출간했는데, 출판사 분들이 그렇게 인사를 잘해주셨어요. 당신 같은 작가를 만나서 고맙다면서요. 그러니 제가 얼마나 기분이 좋고 감사합니까? 그래서 또 함께 작업을 한 거죠.
사과도 참 인색해요. “미안하다”는 말을 하면 진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무겁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서양 사람들은 그냥 “I’m sorry”정도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제가 잘못했습니다”하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걸로 생각해요. 또 지하철 출근 시간에도 ‘툭’ 치고 지나가면서도 말 한 마디 하지 않아요. 아무래도 열등감이 아닐까 생각해요. 사과를 하면 자기가 항복했다는 느낌을 가지는 것 같아요. 오랜 외부의 침략 때문에 무릎을 꿇는다는 것과 사과하는 걸 심리적으로 연결하는 거죠. 하지만 사과는 그냥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거예요. 자존심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요. 유머도 그래요. 유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몰라요. 유머는 인생의 꽃이에요. 매일 재미없게 사는데 웃으면 얼마나 좋아요. 문화예술 발전이 있으려면 유머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 ‘로커’를 꿈꾸는 학생에게 “음악은 민주주의가 아니니, 먹고 살 수 있는 기술도 연마해야 한다”고 하셨다고요.
서태지, 조용필은 천만 명 중의 한 사람 아닙니까? 백만 명도 아니고, 만 명의 한 명도 아니란 말이죠. 꿈과 현실이 너무 안 맞는다고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현실을 제대로 알 필요도 있어요. 저 역시 가수이지만, 공연을 하는 데서 얻는 수익보다 다른 수익이 더 많습니다. 책도 쓰고 사진도 찍고 저작권도 있죠. 퍼포머로서 들어오는 수입은 얼마 안 됩니다. 화가나 소설가도 마찬가지예요. 물론 한 가지만 하면 좋겠지만, 그것이 안 된다고 좌절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난 아티스트니까 다른 일은 할 수 없어”라는 건, 정말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래도 음악인으로서, 음악만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을 것 같은데요.
아주 없다면 거짓이겠지요. 하지만 모든 게 음악의 영양분이 돼요. 비료 역할을 하죠. 뉴욕 식당에서 일할 때, 엄청나게 많은 사람을 매일 같이 만났어요. 사람과 부딪히는 고통 속에서 작곡이 나왔죠. 만약 제가 성공한 작곡가라면 큰 저택에 앉아 하루 종일 커피를 마시면서, 식모에게 밥을 얻어먹고 있지 않겠어요? 그러면 오히려 비료가 없을 것 같아요.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생계를 위해 일해야 하는 인생이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엘튼 존, 폴 매카트니를 봐봐요. 엄청 일찍 성공했잖아요. 그런데 최고의 명곡을 꼽으면 다 20살 초반에 쓴 작품이에요. 재벌이 되고 나서도 곡을 썼지만 대곡은 아니죠.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는 걸로 압니다.
버스도 타고 지하철도 타요. 차 안에서 사람들의 표정을 읽죠. 전화 통화하는 내용을 듣기도 합니다. ‘돈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남편과 오늘 싸웠구나’를 알 수 있죠. 세상이 돌아가는 이야기도 듣고요.
산문집의 상당 부분이 일간지에 연재했던 글인데요. 칼럼의 제목이 ‘사는 게 제기랄’이에요.
제가 지은 제목은 아니에요. 신문사에서 정해준 제목인데, 2000년에 출간된 제 책 『한대수 사는 것도 제기랄 죽는 것도 제기랄』에서 따왔어요. 제목을 정하거나 이런 일은 주로 전문가에게 맡겨요. 대중들의 커넥션은 그 분들이 더 잘 아니까요. 저는 자아에 빠진 사람이고요.
(웃음) 따님 이름이 ‘양호’예요. 평소에도 ‘양호하지, 양호하다’라는 말을 자주 하시잖아요.
좋아합니다. 오늘은 꽤 양호하지 않아요? 하하하.
갑자기 궁금한데요. 지금 가수 한대수의 인생을 바라봤을 때, 양호하다고 생각하세요?
하하하. 한 평생 동안 양호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부산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지금도 가끔 부산에 가는데, 바닷가 앞에 앉아 있는 걸 좋아해요. 파도가 계속 밀려오는데, 반복적이지만 항상 새롭잖아요. 인생도 그래요. 항상 양호하지 않은 파도가 생겨요. 이제 곧 우리 딸이 초등학교를 졸업합니다. 그러면 중학교를 입학해야 하고 또 고등학교에 들어가야죠. 학교 졸업했다고 인생이 끝나나요? 취직도 하고 결혼도 해야 하고, 또 아이를 낳겠죠. 언젠가 할머니가 될 거고요. 인생은 기대한 만큼의 양호함, 절대 만족은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69년 인생을 되돌아봤을 때, 지금은 상당히 양호한 편이에요. 하하하.
사랑만큼 좋은 게 없다
다시 뉴욕으로 이사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이고. 이 이야기가 어떻게 나왔는지를 살펴보면요. 작년 크리스마스 때 경주에서 공연을 하다가 같이 무대에 오른 후배에게 “뉴욕을 다시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했어요. 딸 양호를 한국 교육 시스템에 맡기는 게 불안해서요. 그런데 그 이야기가 언론에 퍼져서 ‘한대수가 다시 뉴욕 간다’로 됐더라고요. 아, 정말 인터넷이 무섭긴 무섭구나 싶었어요. 그나저나 뉴욕 생활이 어디 쉽습니까? 집값도 너무 비싸고요. 떠나긴 떠나야 할 것 같지만 때가 언제가 될지는 저도 몰라요.
가장 심각한 교육 문제는 무엇으로 보고 계신가요?
속도가 너무 빨라요. 아이들의 발달에 맞춰 교육해야 하는데, 너무 빨리 몰입을 시키니까 정작 대학교에서는 뛰어난 연구생이 모자라요. 유럽이나 미국은 천천히 갔어요. 어릴 때는 충분히 놀게 하고 공부에 특별한 재능이 보이면 그 때부터 교육을 시켜요. 한국은 지나치게 필요 이상으로 고학력자가 많아요. 전 세계에서 제곱미터당, 대학졸업자, 석사, 박사가 많죠. 외국에서 학위를 받고 오는 사람까지 합치면 박사들이 너무 많아요. 우리에게 일자리가 없진 않아요. 그들의 학력에 맞는, 그들이 원하는 직업이 없는 거죠.
교육부에 한 가지 제언을 한다면요?
초등학교 교육을 천천히 하라고 주장하고 싶어요.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요. 자동차 정비, 셰프, 출판 일도 충분히 고등학교 졸업장만으로도 가능해요. 미국은 대학교 진학률이 40% 정도예요. 우리나라는 너무 과잉 교육을 합니다. 그래서 산업이 안 돌아가요. 정부의 정책도 중요하지만 학부모들의 관념도 바뀌어야 해요. “너는 꼭 어떤 직업을 가져라”가 아니라, “네가 원하는 일을 하라, 그리고 즐겁게 살아라”라고 말해줬으면 합니다.
과잉 교육, 과잉 보호에 시달리다가 청년이 되면 다들 ‘포기자’가 됩니다. 연애, 결혼, 출산에 이어 이제 인간관계까지 포기한다는 ‘사포세대’입니다.
이유를 살펴보면 다들 돈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결혼을 왜 하지 않느냐의 문제는 나쁜 예를 많이 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다들 억지로 산다, 황혼 이혼을 꿈꾸고 있으니 결혼에 대한 절망이 들 수밖에 없어요. 결혼에 관한 희망을 보지 못하는 거죠. 요즘 이혼율이 30%라고 하는데, 옛날 같으면 정말 상상할 수 없죠. 또 출산을 생각했을 때는 경제적인 문제뿐만이 아닙니다. 뉴스를 한 번 보세요. 너무 끔찍한 뉴스가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무서울 수밖에 없어요. 국제적인 테러, 아동학대, 교통사고를 보고 있으면 정말 자식을 낳기가 무섭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제게 문제를 극복하는 가치관이 뭐냐고 묻는다면, 사랑이에요. 사랑같이 좋은 게 없어요. 특히 남녀 사랑은 강아지, 고양이 사랑과 비교할 수 없어요. 또 하나는 바로 자녀를 낳는 일이에요. 하늘의 선물이에요.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어요. 생명체가 탄생하는 데서 오는 기쁨은 상상할 수 없어요. 나누고 돌보는 데서 행복감을 느끼는 게 바로 사람이에요.
곧 세월호 2주기입니다. ‘세월호 추모공원’ 설립을 제안하셨어요.
오드리햅번 재단 이사장인 아들 숀 햅번이 세월호 추모숲을 제안했다고 들었어요. 좋을 것 같아요. 세월호가 왜 일어났습니까? 인간의 탐욕 때문이죠. 돈을 아끼려고 아마추어 선장을 고용했고 돈을 더 벌기 위해 과도한 짐을 배에 실었어요. 누가 자식을 잃은 부모의 고통을 다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인양도 꽤 오래 걸릴 거라 봐요. 법적 소송도 길겠지요. 이 모든 게 마무리되고 비극의 장이 내려오면, 추모공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5월 초에 14집 앨범이 발매될 예정인데요. 10년 만의 정규 앨범입니다.
녹음은 이미 끝났어요. 국내 정상급 연주자 여덟 분과 콜라보레이션을 했는데, LP로도 같이 제작될 예정이에요. ‘오디오가이’라는 상당히 좋은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했기 때문에 기대가 무척 큽니다. 아마 타이틀곡은 젊은 아티스트인 최고은 씨와 함께 부른 노래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뮤직비디오까지 찍었습니다. 하하하.
『바람아, 불어라』는 어떤 독자들이 읽으면 좋을까요?
남녀노소, 특히 젊은 사람이 많이 읽으면 좋겠어요. 요즘 배낭 여행을 참 많이 하잖아요.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기쁨이 참 커요. 그때 우리가 나누는 대화가 있는데 그건 철학도 진실도 아니에요. 나름의 관념이죠. 이 책으로 하고 싶은 말은 “내가 옳다”가 아닙니다. “내 생각은 이런데 당신 생각은 어떻습니까?”하고 묻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