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잼버리대회와 관련해 이런 저런 말이 많다. 준비가 부족했고 대처가 부실했고 등등 한국이 가진 모든 폐단 다시말해 어렵게 유치하고 나면 그것으로 끝이라는 아주 요상한 처사가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하면 잼버리는 무엇인가.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힘든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청소년을 키우는 자리 아닌가. 잼버리는 민족과 문화 그리고 정치적인 이념을 초월하여 국제적 이해와 우애를 다지는 걸 스카우트와 보이 스카우트의 세계 야영대회로 4년 주기로 열리는 국제대회이다. 지구촌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청소년들이 한자리에 모여 열흘 이상 야영하면서 토론하고 고민하고 자신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과연 지구촌이 가진 인종차별과 빈부격차, 전쟁, 식량난 나아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그리고 양극화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도 조금은 생각해 보는 그런 자리였다.
지금 전세계는 갖은 고난에 놓여있다. 전쟁뿐만 아니라 기상 이변으로 인해 폭염과 폭우의 연속이다. 폭염과 폭우가 계속되니 각종 해충들도 다양하게 출몰한다. 그렇다면 역설적이게도 이번 한국의 잼버리 대회는 그런 다양한 문제들을 체험하고 피부로 느껴보는 그런 대회로 기억될 수도 있었다. 조직위원회의 무책임한 운영만 없었어도 말이다.
서구의 걸 스카우트와 보이 스카우트들은 어릴 때부터 고난을 스스로 체험하기 위해 일부러 고생을 사서 한다. 한때 한국에서도 유행했던 국토 대종단 걷기 체험같은 것 말이다. 일부러 험한 곳을 찾아 자신들이 그동안 무관심했던 타국의 사정도 이해하고 그들에게 조그마한 희망과 도움을 주려고 했다. 그냥 캠프장을 차려 장기자랑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대회는 아니였다는 말이다. 하지만 올해 대회는 역대 최악의 기후속에 치뤄졌다. 그 어느 나라에서 개최됐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지금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의 경우도 기후문제에 한해서는 한국보다 사정이 나아보이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대회가 치뤄졌는데 어떻게 편안한 일정이었겠는가. 하지만 한국의 잼버리대회는 아주 심각하게 간과한 것이 있다. 만일에 사태에 대비해 만전을 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어야 했다. 비록 잼버리대회 참가한 청소년들이 편하게 놀러 온 것은 아니라고해도 비상상황에 충분히 대처할 운영체계는 필수적이였다. 하지만 한국의 잼버리대회는 그렇지 못했다. 서방의 언론들이 지적하는 것도 바로 그렇다. 평온한 그런 상황이 아니라 비상시 대처할 준비가 낙제점이었다는 것을 그들은 문제 삼은 것이다.
물론 대회에 참가한 일부 청소년들은 막연히 한국의 K-팝 등을 동경해 부모들을 졸라 거액을 마련한 뒤 한국행 비행기를 탔을 수도 있다. 그리고 한창 그런 문화를 즐길 나이니 그들이 막연히 방송이나 유튜브를 통해 접한 한국의 아이돌 그룹의 공연을 정말 보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참가 청소년들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하긴 처절한 대회운영 문제점을 만회하기 위해 태풍이 끝나기가 무섭게 급조한 한국의 대규모 공연에 그들은 정말 기대하지 않았던 보너스적인 큰 선물을 받았을 수도 있다.
이번 한국 잼버리대회가 정말 낙제점이었다는 것은 날씨가 아니다. 폭염이 아니고 벌레들의 공격도 아니였다. 야영장의 기본인 위생상태, 샤워시설 그리고 음식제공 등이 형편없었다는 이야기다. 물론 대회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집보다 더 편안 공간과 음식제공을 기대하고 온 것은 정말 아닐 것이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것은 지구촌 어디에서나 진리이다. 그리고 스카웃트 대원들은 그런 악조건을 오히려 즐기고 그런 경험을 통해 자신이 성장해가는 것을 더욱 대견해하는 그런 성격의 소유자들이다. 그런데 위생이나 폭염에 쓰러지는 친구들을 제대로 치료해 주지 못하는 대회 조직위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들의 입에서 한국이 겨우 이정도의 나라였어 하는 푸념의 소리는 나오지 않게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적어도 위생과 응급상황에 대한 조치는 완벽스러워야 했다.
열흘이상 계속됐던 세계 잼버리 대회는 그 막을 내렸다. 서방 언론에서는 이번 대회가 역대 잼버리대회가운데 최악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그들은 최고의 기후와 최고의 대회 장소를 기대한 것이 아니다. 폭염과 게다가 기습적으로 닥친 태풍속에서 대회를 제대로 치루려는 조직위의 움직임과 대회에 참가하는 수만명의 세계 청소년을 맞는 자세가 제대로 아니 전혀 갖춰지지 않은데 대한 질타이다. 대회 유치를 위해 별별 움직임을 다했던 조직위가 대회전에 사전점검을 제대로 했다면 이런 세계적인 질타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항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으로 대충 넘어가려는 고약한 버릇이 있다. 소는 잃을 수 있다. 살다보면 소를 잃을 경우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외양간을 튼튼하게 고쳐 다시는 소를 잃지 않게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사회가 된다. 매번 지적을 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또 잊어버리고 외양간도 고쳐놓지 않고 그러면 계속해서 소를 잃을 수밖에 없다.
2023년 8월 12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