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분 기도 995. 예수님을 만나면 다리가 된다(240406)
요세비
(어디서 본 것을 일부 인용했는데 출처를 모르겠네요)
베드로와 요한이 무덤에서 예수님께서 사라지신 것을 확인하고 돌아간 뒤, 마리아는 여전히 무덤에서 울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천사 둘이 나타나고 그 다음엔 예수님께서 정원지기로 착각할 수 있는 모습으로 나타나십니다. 그리고 당신은 아버지께 가야하니 마리아에게는 당신 제자들에게 가서 이 모든 것을 전하라고 하십니다. 당신이 직접 전하면 될 터인데 왜 마리아에게 이 일을 시키시는 것일까요?
이철환 작가의 ‘연탄길’에 ‘유리 조각’ 이란 제목으로 소개된 일화입니다.
태수는 집을 나와 지하철에서 남의 지갑을 훔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청년입니다. 그러나 가끔 남동생과 통화는 하고 지냈는데, 어느 날 남동생으로부터 엄마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도 병원 앞까지 와서는 막상 엄마의 얼굴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담배 한 대를 태우고 병원을 한 차례 올려다보고는 그냥 병원 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태수가 지하철역으로 향할 때 한 젊은 여자가 현금인출기에서 많은 돈을 뽑아 핸드백에 넣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순간 그의 눈은 다시 매섭게 변했고 그녀의 뒤를 쫓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하도 계단을 내려갈 때 뒤에서 부딪히는 척을 하며 핸드백을 순식간에 낚아챘습니다. 그리고 그 돈으로 술을 마시며 방탕하게 지냈습니다.
어느 날 태수가 사람들의 얼굴을 째려 보다가 싸움이 붙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에게 모두 연행이 되었습니다. 태수는 결국 그들에게 합의금을 주어야만 풀려날 수 있었지만 당장 가진 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또 동생에게 전화했습니다.
동생은 전화를 받고 곧바로 달려왔습니다.
“이런 일로 불러서 정말 미안하다. 합의금을 마련하지 않으면 형사 입건되거든. 너 말고는 연락할 데가 없었어.”
“형은 왜 그동안 엄마에게 한 번도 오질 않았어?”
“사실은 전에 한 번 병원에 가긴 갔었어. 차마 들어갈 수 없어서 그냥 돌아왔지만. 엄마는 좀 어떠시냐?”
“놀라지마, 형. 엄마, 돌아가셨어. 장례식 끝난 지 아직 일주일도 안 돼.”
“뭐? 왜 돌아가신 거야? 왜?”
“왜는 왜야? 결국은 병원비 때문에 돌아가신 거지.”
“아니, 병원비 없다고 사람을 죽게 해? 그게 병원이야?”
“워낙에 많은 수술비가 들어서 그 사람들도 어쩔 수 없었나 봐. 그래도 병원 측에서 많이 도와 줬어. 나중엔 할 수 없이 엄마를 집으로 모셔갔지 뭐. 그러고 나서 한 달도 못 돼서 돌아가셨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람이 죽을 줄 알면서도 그대로 내친다는 게 말이 되냐?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딨어? 이러니까 내가 세상에 정 붙이지 못하고 벌레처럼 사는 거야. 아니 그렇게 돈 구할 데가 없었냐? 내 게라도 연락을 했어야지.”
“언제 형이 나한테 연락처 같은 거 가르쳐준 일 있어? 형이 너무했다는 생각은 안 해? 얼마 전 내 여자 친구가 정말 어렵게 엄마 수술비를 마련 했었어. 그런데 그걸 내게 갖다 주려고 병원으로 오다가 어떤 놈한테 소매치기 당했대. 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그 놈을 잡지도 못했어.
그 놈의 소매치기만 없었어도.”
태수는 갑자기 온몸이 굳어짐을 느꼈습니다. 자신이 생각한 게 틀리기를 바라며 더듬더듬 물었습니다.
“그 돈 어디에서 소매치기 당했어?”
“엄마 있던 병원 바로 앞에 있는 지하도 계단에서.”
태수는 동생과 그의 여자 친구의 희생으로 말미암아 어머니를 죽인 자가 바로 자기 자신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한없는 후회와 죄송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자신이 그렇게 된 이유가 어머니에게도 있다고 믿고 있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화해하게 된 것입니다. 둘의 사이가 너무 멀면 중간에서 둘을 화해시켜 줄 희생이 필요합니다.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란 노래 제목도 있듯, 이 세상에는 이런 중재자들이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