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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연인은 구미호
5.
“쿵-!!”
비류궁으로 들어온 환은 현기증이 나는듯 휘청거리는 몸을 이끌었다.
금방이라도 구역질이 나올것만 같았다.
‘그녀가-!! 나의 반쪽이던 동생이란 말인가?’
허탈하게 웃으며 강하게 내리짓는 두통에 이마에 손을 짚는 그의 시야엔
소름끼칠정도로 아름답게 상기된 그녀의 얼굴 표정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녹청의 색을 내는 앞 머리칼을 올린 아름다운 그의 얼굴은
구겨져 있었다.
간신배의 혀놀림으로 생각하려 들던 그였다.
죽어서도 묻힐 수 없는게 비밀이고 믿어서도 안될 것이 사람이라더니…
딱 그짝이었다.
‘자신의 옥중에 어미인 묘완황비의 숨겨진 구미호란 자식이라니,
나의 구미호 형제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허나, 사실을 확인하려 들지 않더라도 지금은 확신 할 수 있었다.
순간 그녀의 붉기어린 눈동자와 마주쳤을 적에는
무언가 자신의 몸에서 꿈틀대는것 같았다.
기억하고 싶지 않던 기억이 되살아 나는것만 같아,
오히려 그 자리에게 피하고 싶었던건 자신이었다.
‘지독히도 아름다워서 구미호라 음모를 당해 쫓임을 당하셨던 어머니…
이제는 그 의미를 알 수 있겠군요.
사람처럼 살아라. 절대로 눈을 떠서는 안된다. 라고 어머니는 5살난 어린 아이에게
뜻모를 말을 자주 자주 되뇌이셨죠.
그 말은 마치 주술과도 같아서 저는 자장가 삼아 곤히 잠들곤 했습니다.
하지만 십수년동안 살아온 결과 그 뜻을 알겠군요-!!
어머니는 제가 구미호라는 천하의 비밀을 깨우치고 싶지 않았던 거군요.
왜, 밤마다 보름달이 뜨는 그 날이면 붉은 눈이 되어 미쳐버리는 이유도 알것 같군요.
훗. 진작에 말했더라면 병이라 치부해 버린채 백방으로 약을 찾으러 다니는 수고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제는 찾았습니다.
피는 속일 수 없다더라니- 제 발로 황제를 품을 셈으로 들어왔더군요.
어머니처럼 그 요망한 계집을 전 오늘 처음으로 대면했습니다.
과연 닮았더군요. 지독히도-!! 닮아서 이 사실을 몰랐더라면
어떻게든 내 아래에 짋밟혀 취하려 들었을 것입니다.
이제 요망한 그 아이는 야욕에 찬채 겁도 없이 궁안으로 들어오는 한같 생쥐와 같습니다.’
“하하 하하하”
그의 괴기스런 웃음이 비류궁안을 울렀다.
쓰러질듯한 그의 몸이 다시금 탁자며 푸른 청자의 도자기들을 깨뜨려 버린채
휘청거렸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깨지는 파열음이 시종들의 귓가엔 똑똑히 들렸지만
감히 들어설 엄두도 내지 못했다. 탁한 공기가 맴도는 비류궁안의 몇 안되는 사람들은
감히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은채 아무런 말없이 숨도 쉬지 않았다.
서로의 눈동자를 바라봄으로써 두려움을 확인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서였다.
왜냐하면, 오늘이 보름달이뜨는 날이기 때문이다….
‘몸을 깨끗히 하는 것. 그럴 수록 흩어져 있던 구미호의 피가 내 몸안에 가득 채워 자리잡는 느낌이다.’
“찰랑…”
무유의 찰랑거리는 아름다운 소리가 물속을 가로질렀다.
“마마님! 빨리 나오셔요. 밤이라 춥고, 시간도 많이 흘렀다구요.”
저 먼치서 추위를 타는지 몸을 바르르 떨며 오두방정을 떠는 연이 있었고,
몇 발자국 얼마 떨어지지 않는 그 발치에는 차가운 물속으로 몸을 담긴 그녀가 있었다.
물의 차가움따위, 자신의 뜨거운 몸에 비할데가 있을까.
“그리 방정 떨지 않아도 된다. 더운 여름날 밤에 웬 추위냐. 거기다
일부러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밤에 찾아온게 아디더냐.”
물속을 팔로 가르며 더 깊숙이 들어가는 그녀는 저먼치서 들릴까 크지도
않는 목소리였지만, 또렷하다 못하게 맑은 목소리가 물숲에서 멤돌았다.
사실 언제나 그렇듯 혼자서 찾아오려는 그녀만의 '비밀스런 장소'는
뜻하지 않게 불청객이 하나 더 찾아온 셈이나 다름없었다.
한사코 할멈의 명에 내 곁에서 떨어지지 않겠다는 연의 조름에
어쩔 수 없이 저만치서 기다리게하겠노라, 하고 자신은 이곳에서 이제 만월의 밤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더운 여름날이라 하더라도 살속을 에일듯한 얼음처럼 식을 줄 모르는 물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녀의 매끄러운 살결에 오독오독 올라오는 닭살은 살구빛을 내며
그마저도 아름다웠다. 확연히 달빛에 비치는 알몸은 선녀같았다.
“드디어”
물에 젖은 기다란 머리를 뒤로 넘긴채 보름달을 바라보던 그녀의 눈동자는 어느새 붉은 색으로
변해있었다. 채 한쪽 진주귀걸이 마저 빼지 못한 하얀 빛깔도 붉은기를 보이는것을 보면
그녀가 심창지 않음을 보여준다.
열에 들뜬 모습에 가느다란 손으로 물을 만져보았다.
뚝- 떨어지는 맑은 물방울 소리와 함께 어느새
물결이 일더니 감싸안듯 그녀 주위를 멤돌았다.
호흡도 가빠지고 맥박이 빠르게 뛴다.
차가운 물결은 어느새 그녀의 열에 들뜬 몸에 식어가고 있었고,
그녀는 곧 쓰러지듯 물 위로 누웠다.
두둥 떠다니는 그녀의 모습이 적나라한 나신에 달빛에 그을렸고,
이제는 그 희열이 따끔한 고통으로 다가오자 두 손으로 뜨거운 얼굴을 가려버렸다.
인간 여자는 '달거리'란 것을 한다 들었다.
우리 구미호족은 그 처럼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준비가 되면
보름달이 뜨는 주기로 이렇게 희열에 들뜬듯 몸이 무거운 것이다.
어쩌면 한달에 한번 아니면 몇달새, 비가오거나 구름에 가려져버린 그만인
불규칙한 보름달의 주기에 그녀는 그때마다 치러야하는 몸의 이상변화가 싫었다.
여자의 몸이 되는듯 머리카락도 부쩍 길어지고 붉어진다.
눈동자 또한 알 수 없는 의미가 담긴것처럼 변해버리고,
요즘들어 완전한 가슴도 나오고 작고 딱딱했던것이 부드러운 느낌도 난다.
살짝 눈을 감은채 자신의 부드러운 가슴을 잡던 그녀는 생각했다.
더군다나 몸또한 이상해 지는것이 따끔따끔한게…
그만큼 완전한 여자가 되어버리는 것일까.
그 순간 아침에 있었던, 자신의 몸을 스쳐 귓가에 속삭이는 짓꿎은 장난을 치던 황제의
모습이 떠올리자 그녀는 물을 튀기며 일어서 버렸다.
얼마만의 시간이 흘렀을까.
곧 정신을 차린 그녀는 물속을 가로질러 나와 옷을 걸쳤다.
“정말 간이 콩알해만해지는게 연 죽어나가겠습니다. 행여 누구라도 보면…”
연의 투정섞인 말을 들으며 그녀는 다시금 귓가쪽에 아직까지도 식어지지 않는
열에 손가락을 살짝 데어보았다.
아직까지도 그가 곁에 있는것만 같다.
“꽤나 삐쳤나 보구나.”
연과 함께 처소로 들어서던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것은
할멈이 차린 주안상인듯 술잔을 들고 있는 그의 모습이었다.
연은 놀라움으로 고개를 푹 숙여 인사하곤 방을 나섰고,
그런 연을 괜시리 붙잡으려고 멈칫하는 그녀와 상관없이 그의 낮은 음성이 들렸다.
“우두커니 서있지 말고, 곁에 다가오너라.”
취기가 달아오르는듯 약간 붉게 상기된 그의 뺨과 함께
그는 또 다시 술잔을 비웠다.
처음으로 흐트러지는 그의 모습이었다.
살짝 반쯤 벗겨진 흐트러진 그의
눈이 부실정도로 화려한 수가 놓여진 청홍의 옷과 함께
유혹하듯 누워 바라보는 눈동자가 풀린 그의 모습은
영락없이 처음 그를 유혹하려 들때의 자신의 모습과 다름없었다.
그의 그런 모습이 하도 신기해 옆에서 빤히 바라보고있자,
어김없이 그녀의 젖은 머리결을 쓰담는 그였다.
“ 잠시 나간다더니 물에 빠진 새앙쥐가 되었구나, ”
바로 귓전에 들리는 취기에 들뜬 그의 음성에 그녀는 또 한차례 얼굴을 붉혔다.
머리에 세포하나하나가 기분 좋게 따금따금한게 이상한 느낌이다.
이제는 어린 여동생처럼 머리를 쓰담던 그는 여인을 대하듯
머리카락을 이러저리 기다란 손가락으로 비비 꼬아도 보고
어루만지듯 손가락들 사이로 머릿결이 빗겨내려갔다.
'따끔따끔'이란 것은 진짜로 따끔한게 아니었다.
그냥 좋은 느낌처럼 간지럽고 또한 계속 만져주길, 손길이 머무르길 바랬다.
“ 왜 절 곁에 두시는 건지요…”
그의 손길 만큼이나 느긋한 그녀의 음성이 들려왔다.
한차례 아무말 없이 얌전히 있나 싶더니 또 허를 찌르는 말을 하는 그녀에,
그는 통쾌하듯 웃었고, 시원스러운 답을 요구하듯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말하는 그였다.
“ 넌 전혀 위험스럽지가 않아서다.”
정말 말 그대로 였다. 곁에 두냐는 이유는 시시각각 사람들의 숨소리마져도
놓치지 않으려는 답답한 궁안에서 유일하게 그녀는 위험스럽지가 않아서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그의 단호한 음성에 그녀는 지지 않으려는듯 한순간 흐트러진 정신을
바로잡을 양으로 그의 손길을 거두어지길 몸을 곧바르게 세웠다.
그런 그녀를 보며 느긋하게 기다리듯 한쪽 손으로 머리를 뉘여 누운자세를 취하던
그는 허리를 곧바르게 세워 정자세를 취한 그녀를 바라보았다.
“ 그런 말씀이시라면, 왜 저를 후궁으로 맞아들이신 겁니까…
더군다나 저는 폐하의 여인네들의 하나일 뿐이옵니다.
그것 만으로도 저는 폐하에게 위험스러운 인물이나 다름없지요.”
오랜만에 들어오는 그녀의 단호한 음성이다.
뭔가 자신에게 따지듯 자기의 주장을 말하는 그녀의 눈을 볼때면,
평상시의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묘한 눈동자와는 달랐다.
흡사, 붉은색으로 변하는듯한 느낌을 주는 신비한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볼적이면 아마 그것을 보려 이렇듯 기다리고 있는것인지도 모른다.
“ 훗, 하긴 너는 처음부터 그 작은 입으로 위험스런 말들을 잘도 하였지.
나같이 인내심 없는 사람이었다면 당장 목이 날아갔을 것이다.”
분명 따끔한 말이었으나, 그만이 낼 수 있는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한채
꼿꼿히 앉아 있던 묘연의 허리를 잡아당겨 안았다.
그 바람에 누워있는 그 쪽으로 조심스레 쓰러지던 그녀는 곧 자신의 목에 머무르는 손길에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두려움을 주려는듯 놀리듯 그녀의 창백한 하얀 목에 사선을 긋는 그.
오히려 이상한 기분과 드는가 동시에 그녀는 마지막으로 그에게 다시 물었다.
“ 그럼 왜 절 -”
“ 말하지 않더냐 위험스럽지가 않아서라고-”
그 말 뿐이었다. 다시금 묻는 그녀의 질문에 이제는 귀찮다는듯
단숨에 말을 잘라 말하던 그는 그 말 뿐인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는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묻듯 잠드는 그의 얼굴에는
취한듯 뜨거운 감촉과 함께 알수없는 술의 향香이 그녀의 코 언저리를 간지럽혔다.
작가 ㅣ포카라ㅣ
감상메일이나 그외의 문의(?) 알고싶은 점들 등등
아니면 친신해요 ♡ 원츄 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