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날씨가 제법 가을이라고 뽐내듯이 한없이 높고 쾌청하고 몸도 덩달아 일찍 일어나집니다.
평소 같으면 다시 잠들텐데 우째 잠도 오지 않아 손쉽게 일어났습니다.
바깥 날씨를 보니 어디 안나가면 안될듯한 포스를 풍기는지라
오랫동안 보지 못한 영도에 사는 나이어린 동기녀석 만나로 길을 떠나 봅니다.
작년에 임용시험에서 떨어져 재수를 하고 있는데 많이 힘들어 하는듯 하여 힘내라고 에너지를 팍~팍~전달해 주기 위해 찾아갑니다.
뭘 먹을지 물어보니
" 형님이 좋은 곳이로 하죠..지는 잘 모릅니다.??"
" 아이다~니가 영도 토박이니 니가 잘아는 곳으로 가자" (사실 영도에서 맛난집 한번 가보고 싶어서..)
" 영도엔 맛난데가 없습니다..진짜 형님이 좋아하는곳으로 갑시다.."
"알겠다. 그럼 중앙동에 선어회 잘하는곳을 아는데 내도 안가봤는데 한번 가볼래~"
"알겠심다~렛츠 고 하죠.."
이래서 중앙동으로 목적지를 정하고 길을 떠나봅니다.
회가 나오기 전에 안주할 수 있는 밑반찬이 깔리기 시작합니다.
고향집에서 자주 밥반찬으로 먹는데 이집보다 좀 더 작은칼치로 해서 뼈가 그렇게 억세지 않은데
중앙식당 칼치는 좀 큰놈이라 그런지 등뼈가 조금억세 큰놈일 경우에는 옆에 살만 발라먹어야 되더군요..!!
억센것만 빼면 짭로름한 말린칼치조림이 쫀듯한게 맥주안주하기 제격입니다.
횟집 도우미 2총사입니다. 초장도 괜찮았지만 이집 된장이 참 맛있더군요..!! 마침 전어가 나와서 같이 먹었는데 맨날 먹던 전어도
막장이 달라지니 그맛이 또 변화무쌍합니다..^^
잘 삭힌 묵은무청 꽁치 조림도 등장해서 입을 즐겁게 해주네요..^^
꽁치보단 묵은지가 정말 맛있어 이것만 있어도 밥 한끼 뚝딱 할정도로 착착 혀에서 감기는 숙성된 맛이 좋더군요.
선어회 식당 전문점 타이틀 답게 반찬들도 맛난 묵은 반찬들이 많이 나옵니다.
한치인지 갑오징어인지 모르겠는데 암튼 비슷한놈 등장합니다. 소주 안주나 맥주안주로 훌륭한 분들이 자꾸 등장하십니다.
회 양은 그렇게 많지 않지만 기본 도우미들로 소주 안주하기 참 괜찮네요.
따듯하게 데친 허연놈 초장에 찍어 먹어면 씹히는 쫄깃함이 좋습니다.
갓김치 묵은지인지 같은데 먹다가 모르는건 물어보며 먹는편인데 이날은 먹는게 바빠 자세히 물어보질 못했네요.
암튼 묵은 반찬 또 하나 등장이네요..^^
중앙식당은 병어 뱃살을 회로 내놓고 나머지 등쪽살들은 이렇게 구워 전으로 주시는데 미리 해놓고 데워주시는게 아니고
주문 받지 말자 바로 해 주시는데 역시 방금한 생선전이 참 맛있다라고 다시 한번 느껴봅니다.
명태전처럼 잔뼈가 많은 것도 아니라 편하게 먹을 수 있었고 먹는내내 참 담백했었습니다. 병어를 전어로 처음 먹어봤는데
명태전 말고 전으로 맛있는 생선 하나를 알게 되서 좋네요..^^
유일하게 병어전만 다시한번 리필해서 먹었습니다. 리필도 다시 구워서 주시기 때문에 조금 시간이 걸리던데 맛만 있어면
잠깐의 가다림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자연산 우럭이라고 주신 우럭구이~
병어전처럼 방금 구운것 아닌듯 살속에 담긴 온기가 미약했지만 쫄깃한 살 한점 한점 맛있더군요.
바로 구워 내 주셨으면 진짜 맛있었을텐데 생각해 봅니다.
그러고 보니 매 접시마다 맛있다는 애기를 반복하는듯 합니다. 그래도 맛있는건 맛있다고 해야겠죠..ㅎㅎ
이밖에도 북어채볶음,묵은 콩잎 등 마있는 반찬들이 나옵니다.
두둥....
30,000짜리 잡어선어회 한접시
내놓으신 모습이 흡사 파도가 치는 모습같아 가슴이 시원해집니다.
제일 앞에 있는 놈이 광어회, 중간이 전어회, 마지막에 하얀놈이 병어입니다.
메인 광어,병어 빼고 계절마다 학꽁치나 다른 놈들도 올라오는것 같은데 가을이라 그런지 전어가 올라왔네요.
요즘 매일 전어 먹고 있단 애길 했던가요.??
조금 전어가 질릴것 같았는데 전어를 통으로 길게 세꼬시한 칼질과 숙성으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회양이 약간 작아 보실수 있지만 자연산이란걸 감안하시면 어느정도 이해되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선어의 특성상 특유의 감칠맛과 함께 잡내가 나지 않는 깨끗하고 깔끔한 회맛이 좋았습니다.
아참~선어회라 해서 감칠맛 감칠맛 하는데 미칠듯한 감칠맛을 기대하고 가시면 안됩니다.
물좋은 자연산 광어로 두툼하게 장만하여 주시는데 활 광어의 쫄깃함과는 다른 쫀득함과 미묘하게 느껴지는 감칠맛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자료를 보니 6시간이 지나면 생선살이 최고로 단단해 지고 그 다음부터 탄력이 줄어 들고 감칠맛이 상승한다고 하는데
중앙식당은 짧은 식견이지만 탄력도 유지시키면서 감칠맛도 더한 시간을 가진 선어인것 같습니다.
예전에 오랫동안 숙성시킨 광어를 먹어봤는데 좀 허물 허물 한게 쫄깃함을 좋아하는 제입맛에는 안맞던데 탄력있는 이놈은
활어 매니아 한국사람들이 좋아할 맛인것 같네요.
암튼 두툼하게 썰은 회한점이 입안에서 씹을 수록 침샘을 자극하는데 좋아서 어찌 할바를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보니 파도(광어살)사이를 넘나더는 고래떼 같네요..^^ 먹는것 가지고 애기하기 그렇지만 참 아름답네요..!!
그럼 각자 하나씩 보실까요..??
와사비장이 아직 도착 안한 관계로 초장에다 먼저 철푸덕 했습니다.
역시 초장보다 와사비장이 저한텐 좋네요..^^
전어는 역시 와사비보다 된장이 최곱니다.
그냥 달달한 된장이 아닌 고소함을 좀 더 이끌어내는 맛있는 된장이라서 행복합니다.
부드러운 병어 뱃살도 깔끔한게 참 좋네요..^^
반찬이 너무 좋아서 밥 두공기 시켰는데 생태탕 하나를 2군데 나눠줄테니 드셔보시라고 해서 바로 주문해봅니다.
커다란 명태 반토막(꼬리쪽)이 저한테 왔네요..어두육미라지만 전 먹기편한 꼬리가 더 좋습니다..ㅎㅎ
땡초 다진것 조금 넣고 한숟갈 먹어보니 시원한 국물이 자극적이지 않은 맑은 탕이라서 그런지 해장에 참 좋더군요.
명태탕만 먹어로 방문해도 될만큼 좋은 맛입니다..^^
시원한 국물과는 다르게 명태살은 약간 꼬리한 맛이 나는데 뭔가 숙성시킨 생선을 끊여서 먹는듯 하였습니다.
이건 제가 여쭤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시원한 국물을 위한 중앙식당만의 고유의 맛인지 다음에 한번 더 찾아보면 알게되겠죠.ㅎ
국물은 진짜 시원하니 좋습니다..^^
옆테이블에 회정식을 드시던데 30000만원짜리 잡어회를 두접시에 나눠담고 밥공기와 나오는듯 같던데
담에 밥먹을때는 회정식이 좋겠더라구요..물론 밥만 먹어로 먼거리를 찾아가지 않을듯 하지만서도..^^
앞집 오뚜기 식당도 같은 컨셉으로 영업하신다는데 이집 역사도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두집다 40년이 먹었다고 들었던것 같은데 다음번에 살포시 오뚜기 식당도 찾아가봐야겠습니다.
전번은 간판에서 확인하세요..^^
위치는 중앙동 하나은행 앞에 보면 이렇게 잡어회라고 적혀있는 간판을 볼 수 있는데 그 골목안에 있습니다.
저나 동기놈이랑 전화번호 알고 있지만 그냥 한번 찾아보자고 해서 찾다가 30분 돌아다니다가 GG하고 전화걸고
바로 찾았습니다. 1년전에도 한번 찾아 갔다가 못찾고 뚱보집 갔었는데 요번에도 지나쳤던 길이었는데 못찾을만큼
아무 정보가 없으면 절대 찾을 수 없는 맛집이에요. 저처럼 무식하게 찾아가시지 마시고 하나은행 맞은편 진짜 좁은 골목안에
있으니 쉽게 쉽게 맛집 찾아 가세요.
일요일은 즐겁게 놀아야 된다는 일요일병에 걸려 좋은벗과 함께 찾은 선어회 전문점 - 중앙식당
40년 전통의 숙성된 연륜이 음식에 묻어나는 참 좋은 집을 다녀왔습니다.
거리만 가까우면 진짜 아지트 할만큼 자주 갈텐데 교대앞에서는 쪼매 먼지라 마음으로 항상 그리는 짝사랑하는 여인처럼
힘겹게 만나서 설레는 맛집으로 남겨놓을렵니다.
혹시 한번 찾아가실분들은 선어회라고 해서 특별히 큰 기대 가지고 찾아가시지 않으시면 맛있게 한잔하고 오실듯합니다..^^
요번 한주도 힘차고 행복한 한주되세요..^^
추천이나 댓글 달아주신다고 해치지 않아요..
우리 소통해요..^^
첫댓글 글 참 잘 쓰십니다. 잘 보고 갑니다. ^^*
점심 먹고 나른합니다..^^ 맛난 저녁 드세요..!!
사진과 잘어울려지는 설명 글이 참 이해하기도 쉽고 직접적입니다. 맛에 대한 표현도 좋으시고 구수합니다. 잘보았습니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지만 후기 보고 가고 싶은 곳으로 저장완료.. 감사 ^&^
감사합니다~허접한 내용이라 실제와 다를까 두렵네요..!!
글도잘쓰시고.... 사진도맛깔스럽고... 정말가보고싶네요^0^
가보시면 후회하지 않고 소주한잔 하기 좋을겁니다..ㅋ
이집 중앙동에서 깔끔하고 맛있기로 소문난 집입니다.
중앙동은 다들 한음식 하시는 집들만 있는것 같아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오뚜기식당도 가봐야 될텐데요..^^ 한단신지님 잘 계시죠..??
조은 글 과 맛에 대한 표현이 참 조습니다...기억해두겠습니다.
다들 칭찬회 주시니 얼굴이 다 화끈 거리네요..감사합니다..!!
사진도 정갈 합니다만 대화체에 자세한 소개까지 안가보고도 마치 현장에 가본것 같은 느낌 입니다..잘봤습니다
가본 느낌하고 가본거 하고 다르지요..^^ 한번 다녀와 보시고 느낌 전달해 주세요..^^
이 집은 남들에게 소개하고 싶지 않은 집인데.. 드디어 공개되누만요! 나만 알고 두고두고 가고 싶은 집이죠. 저렴한 가격에 웰빙 밑반찬까지, 1인분 3만원하는 집에도 옥수수버터구이는 나오는데, 이 집은 전부 해산물 반찬입니다. 병어전, 청가, 꽁치김치조림, 한치데친회, 해물파전 3명이서 3만원짜리 먹어도 눈치 안 주는 착한 집입니다. 마무리도 신선한 생선뼈로 끓인 지리까지... 강추합니다.
이집 원래 유명한 집인데요.. 깔리는 밑반찬이 보통 횟집에서 나오는 손안가는 반찬보다 백배 맛있는 집이죠.. 개인적으로 이런집들 너무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