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사랑에게,
명동 성당 앞, 그 세 번째 이야기
그 사람한테 잘 보이고 싶어요.
그 사람이 날 좋아하게 만들고 싶어요.
어느 술자리에서 우연히 알게 됐는데,
내 마음과 비슷한 질감의, 비슷한 색깔의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그 사람이 전화번호를 물어봤을 때..망설이지 않고 건네줬어요.
그리고 지난번에..첫 데이트를 했는데..그 사람이..그러더라구요..
자기는 여성스러운 여자를 좋아한다고..
그래서 지금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 거예요.
근데..오늘은 노력하기에..너무 미끄럽고..춥습니다.
회사에서 나와서..명동 성당 앞을 지나고 있는데,
벌써 몇 번이나 넘어질 뻔 했는지 몰라요.
살얼음 위를 걷는 기분이라는 게..바로 이런 거구나..싶어요.
오늘 같은 날엔 운동화에 편한 바지가 최곤데..
하필이면..이런 날..콘서트를 예매했다고 해서..
이 불편한 스커트에 굽 높은 부츠를 신고..쇼를 하면서..걷고 있어요.
그래도..행복해요.
아침에 많이 망설였어요.
스타일이고 뭐고, 그냥 투박한 운동화에 바지를 입고 나올까..
수 십 번 생각하고 고민하다가,
그래도 불편하더라도.,,두 번째 데이튼데..예쁜 모습을 보여주자..하곤
이런 차림으로 집을 나섰는데..
아파트 1층 현관을 나서면서 바로 후회했죠.
그런데..그 땐 이미 후회하기엔 늦은 시간이었어요.
다시 들어가서 운동화를 신고 나오려면..옷도 갈아입어야 하고..
그럼 완전 지각할 것 같더라구요.
그 사람에게 예쁘게 보일 수 있다면,
이 정도의 노력은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진작 이런 노력들을 했으면..벌써 시집가고 남았을 텐데..
나이 서른넷이 돼서야..이런 노력을 합니다.
그 사람이 나의 이런 정성을 알아줘야할 텐데..
혹시..이런 날에도 이런 차림으로 다닌다고..
철없는 여자라고 생각하진 않을까..걱정돼요.
이 나이가 되니까..알겠어요.
연애도..노력이 필요하다는 걸요..
조금만 더 걸어가면..버스 정류장이에요.
조심조심..이런 마음으로..그 사람에게도 다가가고 싶어요.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알아줄 거라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숨길 수 없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