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도로를 한 시간 여 달린 끝에 비포장길이 시작되는 페디에 도착했다.
말이 포장길이지 대부분 패인 곳이 많아 몸 안 아픈 곳이 없다.
멀리 오늘의 종착지 란드룩이 보이는데 비포장길로 2시간을 더 달려야 도착 한단다.
도대체 길이 어느 정도이길래 빤히 보이는데 2시간을 더 가야 한단 말인가.
말이 비포장도로지 그냥 등산로나 다름없다.
암석투성이의 비포장도로를 달리다보니 모든 대원들이 피곤을 호소해서 자주 쉰다.
그냥 걷는 편이 낫겠다 싶을 정도로 도로사정이 말이 아니다.
계곡 건너편 빤히 보이는 목적지까지 2시간이 걸린다는 얘기가 이제 이해가 간다.
천신만고 끝에 오늘의 목적지 란드룩 롯지에 도착했다.
롯지란 우리의 산장에 해당하는 곳으로 등산인들이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이다.
이번 여정의 최종 목적지 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까지 10 여 개의 롯지가 있는데
하루 이동거리에 맞게 어느 롯지를 이용할 것인가 미리 정하게 된다.
롯지의 내부는 침대에 베게가 전부다.
무엇보다 불편한 것은 모든 롯지에 난방이 안된다는 점이다.
이불도 없어서 각자 침낭을 그것도 동계용 침낭을 준비해 와야 한다.
그것도 모자라 핫팩이나 물병에 뜨거운 홍차를 가득 담아 꼭 껴안고 자야할 정도이다.
보통 2~4인실 인데 화장실이라도 딸려 있으면 특실이다. 물론 온수는 꿈도 꿀 수 없다.
약 3시간 동안 흔들리는 차로 이동하다보니 모두 녹초가 된 상태인데 가이드 셀퍼 레상이 따뜻한 오렌지차를 준비했다.
그동안 차가운 오렌지쥬스만 먹다가 따뜻한 오렌지쥬스를 먹어 보니 신기하게도 피로가 싹 가신다.
이번 여정의 놀라운 점은 우리의 식사를 담당하는 전문요리사 5명이 모든 음식재료를 짊어지고 함께 이동하면서 매 끼마다 음식을 내어 놓는데, 4가지 기본반찬외에 주메뉴가 한번도 중복됨 없이 나온다는것이다. 그리고 식사 전에는 항상 따뜻한 차를 준비해서 대원들의 입 맛을 돋워 주는데 이들이 아침 6시에 잠을 깨워 주면서 주는 따뜻한 한 잔의 차 맛은 그 무엇으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아주 훌륭하다.
따뜻한 차를 마시며 오랫만에 고즈넉한 저녁 정취를 느끼다보니 금새 어두워지고, 서쪽 하늘에 금성이 빛나는데, 공해가 없는 맑은 산골이라 그런지 금성이 달처럼 크고 밝게 빛난다.
이번 트레킹 여정의 첫 메뉴가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우와~~~ 수육보쌈에 튀김, 버섯무침 등 아주 호화롭다.
맛도 흠잡을 데 없이 매우 훌륭하다.
이 네팔인들의 음식솜씨가 왜 이리 좋으냐고 물어보니
일년내내 주로 한국인 트레킹 일정을 함께 하다보니 자연스레 음식솜씨가 좋아졌단다.
모두 순조로운 여정을 기원하는 축배를 든다.
차로 이동하는 경로가 만만치 않아 모두 저녁식사를 끝내자마자 잠에 곯아 떨어 진다.
문득 이상한 소리에 잠을 깨어 롯지 밖으로 나와보니 우와~~~~~~ 별이 쏟아 진다.
계곡 건너편 간드룩 쪽 마을 불 빛때문에 약간 방해는 되지만 그래도 오랫만에 별구경을 제대로 한다.
잠을 깨게 만든 소음은 롯지 위쪽 마을에서 굿거리를 하는거였다.
시계를 보니 자정이 넘은 시각인데 그칠 줄 모르는것이 밤새도록 할 모양이다.
다시 잠 들었다가 깨어보니 새벽 4시 반이다.
롯지 밖으로 나와보니 우와~~~~~~~~~~~~~~~~~~~~~~!!!!!!!!!!!!!!!!!!
한 동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별 소낙비다.
서쪽 하늘 오리온좌 사이로 은하수도 보인다.
어릴 적 봤던 별보다 몇 겹의 하늘이 더 있는 것 같다.
별빛이 어찌나 밝은지 이번 여정 최종목적지인 안나푸르나 남봉과 히운출리가 흰구름에 둘러 싸여있는 모습이 뚜렷이 보이고, 그 위로 역시 별이 쏟아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