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을 활짝 열고 걷는 바당올레와 마을 올레가 이어진다
올레 5코스는 대부분 바다와 접해 있어 가을날의 제주 바다를 만끽할 수 있다.
시골마을과 아담한 숲길 사이에 있는 난대림을 누비는 재미도 쏠쏠하다.
낮은 방파제에 여러가지 글귀가 씌여있는데 그중 압권은 '취중진담 나중진땀'이다
*왕 봅서, 고랑은 몰라 마씀......와서 보십시오. 말로 해서는 모릅니다
올레 5코스는 남원포구에서 쇠소깍까지 13.4km...난이도가 높지 않아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남원(南元)포구
남원포구에서 감자탕으로 점심 식사를 마치고 다시 5코스 시작점에 섰다
남원은 사계절 따뜻하고 다른 지역에 비해서 겨울철 바람이 거칠지 않은 곳이다
이 마을은 포구 바로 옆 지하에서 끌어올린 용암 해수로 풀장을 운영해 유명세를 얻은 곳이다.
설왔개
이곳은 남원리 최초의 설촌터 중 하나이고, 가축들이 와서 물을 먹었다고 한다
설왔개는 땅심이 좋고 넓은 바닷가를 일컫는 옛 지명이다
지나가는 길에는 그림같은 펜션들이 많이 들어서 있었다
남국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펜션들은 이국적인 난대림과 잘 어울렸다
거기에 아릿다운 청춘남녀들이 들어서니 더욱 따뜻한 풍경이 되었다.
쇠떨어지는 고망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 산책로로 꼽히는 '큰엉산책로'로 들어섰다.
가장 먼저 우리를 반기는 곳은 '쇠떨어지는 고망'이었다
소가 떨어져 죽은 구멍이라는 뜻에 걸맞게 큰 바위가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다.
추장얼굴바위
쇠떨어지는 고망에서 몇 걸음 옮겼더니 추장얼굴바위란 표지판이 보였다
그러나 아무리 이리저리 눈을 굴려보아도 추장얼굴이란 이미지가 보이지 않았다 ㅠㅠ
한반도지형
이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촬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몸을 전후좌우로 돌려보면 얼핏 한반도 지형이 느껴진다
젊은이들이 여러 컷을 찍어대는 바람에 짜증이 나서 얼른 지나왔다
큰엉
산책로 중간 즈음에 바다쪽으로 튀어나온 큰엉이 있다.
'엉'이란 제주도 방언으로 언덕을 뜻한다
큰엉은 큰 바위가 바다를 집어 삼킬듯이 입을 벌리고 있는 언덕이라 하여 붙여진 명칭이다
에메랄드빛 바다는 지중해나 에게해보다 더 푸르고 속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다.
신그물
신그물은 단물이 나와 물이 싱겁다는 뜻으로 옛날에는 물이 많았으나 지금은 거의 말랐다.
바로 옆의 태웃개(태우를메어두던곳)에는 용천수 담수탕이 있어 지역주민들이 노천욕을 즐긴다.
태웃개
위미3리에 위치한 포구, 테우(떼배)를 매던 포구라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물가 갯물 틈으로 맑고 찬 지하수가 흘러나와 여름이면 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동아일보 기자가 섬사람들만 아는 '몰래피서지', 해변에서 물이 펑펑 솟는 '상상물통'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털머위
제주도 어디를 가더라도 샛노란 털머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털머위는 줄기에 하얀색 털이 있고, 잎이 머위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는 울릉도, 제주도, 남해안 도서지방에 자라는 토종식물이다.
모든 꽃들이 지는 이때 꽃대를 쭉 밀어 올리며 노란 꽃이 피기 시작한다
겨울이 되기 전까지 가장 늦게까지 피는 야생화이기도 하다
위미동백나무 군락
동백나무 600여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겨울이면 붉은 꽃이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1982년부터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39호로 보호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 숲을 ‘버둑할망돔박숲(버둑할머니동백숲)이라고 부른다
이 마을로 시집온 현맹춘 할머니가 한라산에서 동백 씨앗을 가져와 황무지에 심어 가꾸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위미항(爲美港)
서귀포의 동쪽으로 약 10.5km에 위치한 국가 어항으로 연근해 어업의 근거지이다.
남쪽으로는 동중국해와 접해 겨울철 계절풍의 영향이 없는 지형적 여건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주일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호텔로 돌아왔다.
주일미사 참례
호텔 지하에 있는 천지연홀에서 주일미사에 참례했다
마리오 신부님은 강론을 통해 '사랑을 받고 있음을 알 때 사랑을 베풀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성적이 부족하여 신학교를 그만 두려고 했던 시절의 말씀은 우리 모두를 숙연하게 해주었다
그런 시련을 극복하신 신부님을 우리에게 보내주신 주님은 놀라우신 분이다.
다시 위미항
어제 걷기를 중단했던 위미항으로 다시 돌아왔다
남쪽으로는 넓은 바다와 무인도인 지귀도가 있어 해산물 채취가 유리한 곳이다
고망물
고망은 구멍의 제주 방언으로 바위틈 구멍에서 용천수가 나온다고 해서 유래된 이름이다.
이곳의 수량이 많아서 주민의 식수원이었고 근처에 이물을 이용하는 소주 공장도 있었다고 한다.
물을 지고 가는 아낙의 조형물이 이곳이 고망물터임을 알려 준다.
위미1리 본향당
본향당(本鄕堂)이란 제주 마을마다 있는 신당(神堂)이다.
제주는 1만 8천의 신이 살고 있는 제신(諸神)의 고향이다.
제주도 산에는 산신당(山神堂), 바다에는 해신당(海神堂), 마을에는 본향당이 있다.
그러나 이미 신이 떠나버린 본향당에는 낙엽만 쌓여 있어 매우 쓸쓸하였다
위미마을 고양이
낮은 방파제 위에 예쁜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다
사람의 그림자조차 볼 수 없는 썰렁한 마을에서 유일한 환영객이다
취중진담 나중진땀
해안로를 따라가다 보니 낮은 돌담 방파제에 무릎을 치게 하는 글귀들이 담겨있다.
그중 압권은 '취중진담 나중진땀'이다.
술을 거하게 마셔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내용일 것이다.
심하게 계몽적인 내용이나 몽상가적인 글귀보다 이런 글귀들이 더 마음에 와 닿으며 웃음 짓게 한다
서연의 집
길 끝에는 영화 <건축학개론>에 등장했던 ‘서연의 집’이 자리한다.
카페로 거듭난 이곳에서는 차를 즐기거나 2층 테라스에 올라 바다를 조망하며 쉬어가기 좋다.
시와 사진, 음악을 즐기며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개방형 갤러리도 있어 절로 걸음이 느려진다.
위미사진관
위미리는 전형적인 해안마을로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남쪽으로는 넓은 바다와 무인도인 지귀도가 있어 해산물 채취가 유리하다.
두 여인이 위미사진관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증명사진을 찍었다
넙빌레
이곳의 용천수는 차가워서 식수로 사용하였고, 넙빌레는 주민들의 여름 피서지로 사용되었다.
넙빌레란 해안에 펼쳐진 넓은 암반지대를 의미한다고 한다.
'넙'은 넓다는 뜻이고 '빌레'는 용암이 흘러 현무암이 평평하게 쌓인 지형을 말한다.
공천포(供泉浦)
맛이 좋은 샘물을 제사에 바쳤다는 뜻을 가진 공천포(供泉浦)를 지난다.
공천포 앞바다는 현무암 부스러기인 검은 모래와 돌들이 신례천을 통하여 흘러 내려와 검게 보인다.
망장포(望場浦)
고려시대 말 원나라에 세금으로 바쳤던 물자와 말 등을 실어 나르던 항구다.
이곳은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유일한 항구라고 한다.
망장포에는 독특하게 생긴 방파제가 있었는데 마치 올림픽 성화대나 시상식 무대를 연상시키는 방파제다.
지귀도(地歸島)
길을 걷는 동안 지귀도란 무인도가 계속 따라온다
지귀도는 위미리 해안으로부터 남쪽으로 약 4㎞ 지점에 위치해 있다.
섬 모양은 동서의 길이가 긴 타원형으로, 낮고 평평하여 섬 정상의 높이도 14m 정도이다.
통일교 재단 소유인 지귀도가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12억원에 매물로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길가 트럭에서 귤을 판매하고 있는 농부를 만났다
한 봉지에 5천원씩 두 봉지를 구입하여 나누어 먹었다
현지에서 직접 사먹는 귤은 훨씬 달콤하고 향기로웠다
귤밭 너머로 한라산이 보인다
한라산에서 불어 내려오는 바람을 맞은 귤은 더욱 향기롭게 익어간다
효돈천(孝敦川)
효돈천을 가로지르는 쇠소깍다리를 건너면서 5코스는 끝난다.
효돈천은 한라산 정상에서 발원해 이곳에서 바다로 흘러드는 강이다.
효돈천을 포함해 약 13km에 이르는 구간은 국가지정문화재이자 천연기념물 제182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쇠소깍
쇠소깍은 서귀포시 하효동과 남원읍 하례리 사이를 흐르는 효돈천 하구를 가리킨다.
이곳은 제주 현무암 지하를 흐르는 물이 분출하여 바닷물과 만나 깊은 웅덩이를 형성한 곳이다
이곳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제주 전통 목선 ‘테우’를 직접 타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