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통화전쟁의 서막' 저자 장팅빈 인터뷰
2008년은 더 큰 위기의 서막…진정한 화폐는 금과 주요 상품중국은 금 비축량이 너무 적어위안화 절상되고 환율 풀리면핫머니의 대규모 공격받을 것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이후 1년 4개월.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제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중국은 그중에서도 가장 앞서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 위기가 잦아들면서 세계 경제는 위기 이후의 질서를 놓고 한바탕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다. 그 힘겨루기의 한가운데에 위안화 절상 문제가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진영은 세계 경제의 불균형(global imbalance)을 이번 위기의 한 원인으로 규정하면서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을 위안화 문제 등 중국 내부의 책임으로 돌리는데 반발하면서 서구가 주도해온 글로벌 금융시스템부터 개혁하라고 반박한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지난해 12월 27일 관영 신화통신 인터뷰에서 "위안화 절상 압력은 중국의 발전을 견제하려는 (서방의) 의도"라고 말했다.
왜 중국은 이토록 위안화 절상에 대해 비타협적 태도를 취하는 것일까. 수출 경쟁력 약화와 고용 불안, 미국 국채 형태로 보유한 국부의 감소 등 여러 요인이 거론되지만, 그 기저에는 미국 주도의 국제금융 질서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금융시장의 빗장을 열어젖히는 순간 글로벌 핫머니가 밀려들어 어렵게 쌓은 고도성장의 기반이 와해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
지난해 8월 중국에서 발간돼 국내에도 번역된 〈기축통화전쟁의 서막(黃金保衛中國)〉은 이 같은 중국적 인식의 일단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인 장팅빈(張庭賓·40) 제일재경일보 부편집장을 지난 11일 상하이(上海)에 있는 제일재경일보 사무실에서 만났다. '음모론적 시각'이 매우 강한 그의 책은 쑹훙빙(宋鴻兵)이 쓴 〈화폐전쟁〉의 계보를 잇고 있다.
물론 중국에서도 위안화 절상이 세계 경제의 안정을 가져오면서 중국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많다. 일부 정부 관리들도 위안화 절상에 동조한다.
Weekly BIZ가 장팅빈과의 인터뷰를 게재하는 것은, '자주 금융론'을 주장하는 중국 일부 지식인들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듣는 것도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이다. (편집자 주)
"길게는 2년, 짧게는 반년 정도 더 갈 것이다. 더 강한 위기가 올 수도 있다. 2008년 위기는 다가올 더 큰 위기의 서막이었다. 이번 위기는 근본적으로 불환(不換)지폐(금으로 교환이 보증되지 않는 지폐)의 위기다. 그 첫 단계가 금융위기의 양상으로 나타났다. 금융 파생상품을 아래 단계에서 계속 사주는 사람이 사라지면서 사슬 자체가 무너졌다. 유동성(현금 흐름)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은행에는 돈이 씨가 말랐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 유동성을 늘리고 그에 따라 가짜 반등 현상이 나타난다. 마치 경제가 회복된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은 허상이다.
예전에 서방 금융 전문가들은 미국 달러야말로 진정한 화폐라고 했다. 하지만 진정한 화폐는 금과 주요 상품이다. 사람들이 진정한 화폐를 찾아 몰리면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다시 위기가 찾아온다. 바로 불환지폐의 위기이다. 그 영향은 금융위기보다 더 엄중할 것이다."
―중국 내에서 위안화를 국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위안화 국제화는 가짜 명제다. 말은 근사하지만 큰 의미가 없다. 한 국가의 화폐가 기축 통화가 되려면 3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강력한 종합 국력과 지속적인 발전, 양호한 국제 신용과 국가 이미지, 금과 주요 상품의 충분한 비축이다. 중국은 앞의 두 조건은 어느 정도 갖췄지만, 황금 비축량이 너무 적다. 일본 엔화는 국제화에 성공했지만, 기축통화가 되지 못한 채 투기 화폐로 전락했다. 경제도 강하고 국제 신용도 나쁘지 않았지만, 황금 보유량이 800만t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8130만t, 유럽연합(EU) 중앙은행은 1억2000만t이나 된다. 금이 위안화의 뒤를 받쳐주지 않는다면, 위안화 국제화는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
―중국의 막대한 무역흑자와 미국의 무역적자로 대표되는 글로벌 불균형이 금융위기의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다.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면서) 우스운 얘기다. 서방은 과거 한국, 일본에도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에 대규모 거품 경제를 일으켜 위기를 전가하고, 두 국가의 경제에 치명타를 입혔다. 1987년 미국의 금융위기가 왜 왔나. 1971년 금 태환 정지 선언 이후 생긴 거품 때문이다. 정상적인 채권 발행으로는 불어난 유동성을 감당할 수 없자, 각종 정크 본드(쓰레기 채권)까지 쏟아져 나왔다. 정크 본드는 수포(水泡)와 마찬가지이다. 이 수포는 미국이 제조업 경쟁에서 일본에 밀리고, 자동차 산업이 어려워지면서 한순간에 꺼져 버렸다.
플라자합의 이후 대량의 핫머니가 일본에 유입되면서 부동산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일본은 자만에 빠졌다. 한때 도쿄(東京)의 부동산 값을 모두 합치면 미국 본토를 다 살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일본 경제의 거품은 미국의 주가지수 선물거래를 기폭제로 무너져 내렸고, 미국은 그 순간 위기에서 탈출했다. 이것이 역사다. 달라진 것은 이번에는 중국이 그 짐을 지게 됐다는 점이다.
1987년 미국 금융위기의 원인이 일본이었나? 아니다. 낮은 금리로 경기를 부양한 미국 스스로의 잘못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불균형이 세계 경제의 안정적 발전을 어렵게 하는 것은 사실이지 않나?
"세계화를 누가 주도했나? 미국이고 유럽이다. 세계화를 통해 이익을 보는 것도 서방의 소수 독과점 금융회사들이다. 중국 근로자는 이익을 챙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다. 중국 근로자의 임금은 지난 몇 년간 계속 월 1000위안 전후다. 아무런 보장 없이 일하고, 병이라도 나면 엄청난 의료비 부담을 스스로 져야 한다. 중국인이 얻는 것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 세계 1위 수출대국이라는 허영뿐이다. 우리 보고 책임지라고 하는데, 책임진다고 미국 국채 사고, 위안화 환율을 풀면 남는 것은 1997년의 한국이나, 1990년 일본과 같은 금융위기이다."
―중국 스스로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세계화에 동참한 것 아닌가.
"WTO에 가입하긴 했지만, 금융시장을 개방한다는 조건은 없었다. 미국도 외국인이 금융기관 지분 10% 이상을 사려면 중앙 정부는 물론 지방 금융감독기관의 승인까지 받아야 한다. 10% 지분이면 의결권 있는 이사 1명 파견하기도 어렵다."
'뜨거운 감자'인 위안화 절상에 대해 묻자 그는 역시나 단호하게 "안된다"고 말했다.
―위안화가 절상되면 원자재 수입 가격이 저렴해지고, 내수가 촉진되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단기적으로 구매력이 상승할 것이다. 하지만 구매력이 미국 수준으로 오른다면 모를까, 아직 한국·일본 수준도 안 되는데 내수 확대에 얼마나 기여하겠나.
반대로 위안화가 절상되고, 자유변동환율제가 도입되면 중국은 국제 핫머니의 대규모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중국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오고, 과거 한국·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이다. 한국, 일본,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공업화가 어느 정도 진전된 국가는 예외 없이 금융 강국으로 전환하려고 환율 시스템을 개방했다가 금융위기를 겪었다. 그에 따라 제조업도 위축됐다. 서방 전문가의 말을 믿고 금융강국이 되겠다며 금융시장을 개방했다가 봉변만 당한 것이다."
그는 미국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나갔다.
"아시아 금융위기 때 미국은 우리에게 정부 재정 지출을 줄이고, 이자율을 대폭 올리는 충격요법을 써야만 생존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 미국은 어떻게 했나? 정반대로 돈을 마구 찍어내 풀고, 금리는 거의 제로 수준으로 내렸다. 시장 자유를 주장했던 미국이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금융기관을 국유화하고 있다."
―책에서 국제 핫머니를 맹렬하게 공격했다. 하지만 핫머니를 도덕적으로 비판한다고 과연 핫머니가 사라질까.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마왕의 군단 소속 병사들은 어디서 오나? 마법에서 나온다. 핫머니는 바로 마왕의 병사다. 금으로 교환할 수 없는 불환지폐, 즉 달러가 마법이다. 그 효과는 엄청나 모두의 환상을 자극한다. 많은 사람들이 갈수록 진정한 물질적 부를 창조하는 것을 기피하고, 투기에 돈과 정력을 쏟아붓게 된다. 이 게임에서는 아무도 승자가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대안이 무엇인지를 묻자, 그는 책에서 주장했던 것처럼 금본위제가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금본위제로 복귀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
"10년 이내에 금본위제로 돌아갈 가능성이 80%쯤 될 것으로 본다. 각국의 외환보유고 중 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50~60%가량 될 것이다. 불환지폐는 소수로 돌아선다. 국가 간 화폐교환비율을 정하는 데 금만큼 간단한 것은 없다. 국제금융체제는 금본위제로 돌아가야만 안정을 찾을 수 있다. 미국이 거부할 수도 있지만, 미국은 더 이상 경제적으로 초강대국이 아니다."
Weekly BIZ는 장팅빈이 인터뷰에서 주장한 내용에 대해 최공필 금융연구원 자문위원의 의견을 구했다. 최 위원은 "구미 금융계가 현 위기의 원인을 제공했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데 동의하지만, 장팅빈의 의견과 달리 글로벌 불균형 역시 위기의 원인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강세를 보여야 할 화폐가 약세 통화(달러)에 페그된 상태에서 글로벌 차원의 조정은 불가능하다"면서 위안화 절상을 포함한 중국의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또 장팅빈이 주장한 금본위제에 대해 "금이나 상품 위주의 통화체제로 복귀한다면 지금 정도 규모의 경제활동을 도저히 뒷받침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장팅빈은
1970년 안후이성 링비(靈璧) 출신. 1992년 지린(吉林)대 중문과(신문 전공)를 졸업하고 언론계에 뛰어들어 공인일보(工人日報)와 중국 유력 주간지인 남방주말(南方周末),'21세기 경제보도'에서 일했다.
2004년 유력 경제 일간지이자 전국지인 제일재경일보로 옮겨 현재 부편집장을 맡고 있으며, 고정 칼럼을 쓰고 있다. 핫머니의 위험을 경고하고, 위안화 절상에 반대하는 등 민족주의적 정서를 자극하는 칼럼들로 중국에서 상당한 필명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