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3
증권 투자 세미나에 참석했던 학생이 질문을 했다. 만약 아들이 투자자가 되겠다고 하면 어찌할 겁니까? 내게 아들이 있다면 첫째는 음악가를, 둘째는 화가, 셋째는 작가 아니면 저널리스트를 시킬 것입니다. 하지만 넷째가 있다면 꼭 투자자를 시켜야겠군요. 나머지 셋의 형제를 먹여 살려야 하니까요. 필자는 누구에게도 투자자가 되라 조언하지 않는단다. 하지만 투자자가 되려는 사람을 말리기란 어려운 것이다. 투자 병에 걸린 사람이라도 주식 노름꾼에서 현명한 투자자로 거듭날 수도 있을 것이다.
증권을 이해하고 통달하려면 많은 수업료를 내야 한다. 재차 말하지만, 투자로 번 돈은 고통이 수반된 돈이다. 먼저 고통이 오고 다음에 돈이 따라온다. 어떤 수단을 동원하더라고 한 번 잃어버린 돈은 ‘되찾으려는’ 시도는 무모하다는 것이다. 만약 손실을 보았으면 그 즉시 인정하고 책상을 정리한 뒤 0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투자자에게 가장 어려운 일이 주식에서 손실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이것은 외과 수술과 유사하다. 독사에게 팔을 물렸다면 온몸에 독이 퍼지기 전에 팔을 절단해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만, 매우 힘든 결정이다. 100명의 투자자 중 대처할 사람은 5명뿐이다. 대다수 증권 투기꾼이 저지르는 용서받을 수 없는 실수는 수익에 한계를 정하고 손실을 더 부풀리는 것이다. 이 경우 이익을 줄고 손실은 커진다.
악재에 시장이 위축되지 않는다면 시장이 과잉 매도 상태다. 곧 바닥에 이른다는 신호다. 이때 주식은 소신파의 수중에 있는데 이런 악재에는 개의치 않는다. 반대로 시장이 호재성 소식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이것은 과잉 매수 상태를 알리는 것으로, 최고점 근처에 다다랐음을 의미한다. 다른 지표는 거래량이다. 시세가 하락하면 일시적으로 거래량이 늘어나는데 이는 많은 주식이 부화뇌동파의 손에서 소신파의 금고에 주식이 쌓일 수도 있다. 거래량이 증가하는데도 주가가 하락한다면 상승 국면이 다가왔다는 징조다. 이때 하락은 실제 가치 하락이 아니라 대중의 히스테리 때문이거나 주식 보유자들이 모든 주식을 매도하면서 일어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이 시기에는 부화뇌동파 투자자는 우량주든 가치주든 무관 보유주식을 팔아버린다.
경험이 적은 투자자들의 경우, 동료나 친구들, 언론매체, 전문가들이 매도하라고 할 때 이 여론과 반대로 매수를 감행하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이론적으로는 지금 들어가는 것이 맞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니까 하고 위로한다. 결국은 시장의 순환을 역행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전쟁이나 정치적 결정 정권 교체 등에 미처 가늠할 수 없었던 중대한 변수가 생기면, 제아무리 사랑스러움도, 값진 것이더라도 당장 던져버려야 한다. 투자자는 언제든지 결정적인 순간이 닥치면 자기 생각과 계획을 버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자신의 신념이 확고하다면 끝까지 버텨야 한다. 단 상황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고 갑자기 내가 잘못된 배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최대한 빨리 뛰어내려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투자자는 단단한 동시에 유연해야 한다고 필자는 주장한다.
기정사실화 현상을 ‘페따 꼼쁠리’ 현상이라고 한다. 투자란 항상 미래에 일어날 불확실한 사건과 관련되어 있다. 특정 사건이 실제로 일어나 ‘기정사실’이 되어버리면 그 사건에 더는 투자할 필요가 없다. 즉 증권시장에서 미리 일어날 사건이 미리 반영된다. 예를 1990년 걸프전으로 보자. ‘사담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침공한 후 원유 감산에 대한 우려로 배럴 당 20$에서 40$로 올랐지만, 주가는 수개월 하락했다. 부화뇌동 파들이 언제나처럼 두려움으로 주식을 투매했다. 소신파들은 이 주식을 받아 사들였다. 이윽고 전쟁이 터지자 상황은 180도 바뀌어 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하면서 주가는 천정부지로 올랐다. 반대로 유가는 50% 하락하여 배럴당 20$로 내려왔다. 필자는 칼럼에서 이에 관한 예측을 여러 번 이야기 했다. 어떻게 알았는가? 질문에 경험으로 ‘2차대전에도 그런 식으로 흘러갔다’고 대답했다.
필자는 공항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수프 그릇을 들고 식당에 들어온 가정부가 갑자기 그릇을 바닥에 떨어뜨리는 것과 같다.’라고 정의한다. 떨어진 사기그릇은 깨지는 순간 첫 번째 소란이 벌어진다. 그리고 깨진 그릇 조각이 이리저리 튀며 두 번째 소란이 일어난다. 마지막으로는 소란에 식당으로 달려온 주인이 가정부를 야단치며 세 번째 소란이 일어난다. 이렇게 사건은 3중 공항으로 전개된다.
미국의 ‘짐 로저스’는 종말 예언자로 활동하고 있다. ‘조지 소로스’의 옛 동료는 과대평가라고 경고한다. 공항 예언자들은 필자 동생처럼 그들의 잘못을 시인해야 한다. 어는 가정집 파티에 초대받는 필자의 동생은 안주인에 이렇게 말했다. “. “저기 못생기고 멍청해 보이는 난쟁이가 보이시나요? 정말 우습네요.” 그러자 안주인이 무표정한 얼굴로 “제 아들입니다만”이라고 대답했다. 동생은 순식간에 창백해진 얼굴로 서둘러 사과하고 그 집을 떠났다. “자비로우신 사모님, 이런 실수는 절대 용서받을 수 없지요.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필자는 한 번도 공항을 예언한 적이 없다고 한다.
우리는 19세기는 철도 주식을, 20세기 초엔 자동차 주식, 산업과 석유 산업 주식을 선택했었다. 그러나 이 산업도 거래소 전광판에서 사라졌다. 지금 한참 뜨는 전자 산업과 컴퓨터 산업도 같은 운명을 걸을 것이다. 장담컨대 인터넷 산업도 마찬가지일 일 것이다. 새로운 분야는 지그재그로 발전한다. 전진했다 뒤로 밀리고 두 번째 상장과 후퇴를 반복한다. 어떤 경우에도 처음의 상태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주가는 실제 가치와 맞아서, 떨어지지 않는다. 주가수익률에 관한 판단도 심리적 문제다. 잿더미에서 살아나는 턴 어라운드 주식도 불사조처럼 살아난다. 증권 에널리스트들이 사용하는 의미 없는 표현들이 많다. 그들은 ‘투기적 투자’와 ‘보수적 투자’로 구분한다. 이런 구분은 피상적이고 잘못된 것으로 생각한단다. 그들은 ‘보유하라’란 말을 종종 쓰는데 이 말도 우스운 이야기다. 기존에 산 주식이 있는데 지금이라도 사지 않을 거란 판단이 드는가? 그렇다면 팔아야 한다. 주식의 값이 싼지 비싼지는 오직 기업의 기초 지표와 미래 전망에 달려 있다. 이런 기준으로 최대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헤지펀드는 ‘헤지’(보증)도 아니며 펀드도 아니기 때문에 헤지펀드는 이름만으로도 사기다. 애당초 선진 자본시장과 투자자 보호법이 있는 나라에서 아예 펀드로 허가가 나지 않을 그것이므로, 펀드라 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런 사기의 문이 열려 있는 작은 나라에 둥지를 트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게임판에서 만난 사람이 “당신은 이 게임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군요. 그러나 내게 돈을 주고 두 시간 산책을 다녀오시오. 그사이 내가 당신 돈으로 ‘둘렛게임’을 해주겠소.” 두 시간 뒤에 돌아온 그에게 돈을 다 잃었다고 말하면 당신은 화가 나긴 하겠지만 그냥 집으로 돌아가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필자는 이 책을 다 읽은 사람에게 보너스라면서 다음 글을 남기고 책이 출간되기 전에 죽었다.
10가지 권고 사항 1) 매입 시기가 되었다고 판단하면 어느 나라 무슨 업종을 매입할지 결정하라. 2) 압박감에 시달리지 않도록 돈을 충분히 확보하라. 3) 인내심을 가져라. 4) 확신이 서면 강경하고 고집스럽게 밀어붙여라 5) 유연하게 행동하고 자신의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라. 6)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이 보이면 그 즉시 팔아라. 7) 때때로 보유주식의 가치를 점검하면서 지금이라도 살 것인지를 결정하라. 8) 대단한 상상이 가득할 때만 매수한다. 9) 예측하기 힘든 리스크까지 계산하라. 10) 자신의 주장이 옳더라도 겸손하라.
10가지 금기 사항 1) 무작정 추천을 따르며, 은밀하게 오가는 정보에 귀 기울이지 마라. 2) 파는 사람이 왜 파는지, 또는 사는 사람이 왜 사는지 알고 있는 것이라 확신하지 마라. 다른 사람들이 더 많이 알고 있는 것 같다고 그들의 말에 신경을 쓰지 마라. 3) 손실을 복구하려고 하지 마라. 4) 옛 시세에 연연하지 마라. 5) 주식을 사놓고 언젠가는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 그 주식을 잊고 지내지 마라. 6) 지속적으로 미세한 시세 변화를 주시하거나 단조로운 창법의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지 마라. 8) 단기 이익을 얻으려고 팔지 마라. 9) 정치적 성향, 다시 말해 지지나 반대 때문에 심리적 영향을 받지 마라. 10) 이익이 생겼다고 교만해지는 것은 금물이다.
2023.06.03.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3
Andre Kostolany 지음
한윤진 옮김
미래의 창 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