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文 熙 鳳
들어도 들어도 또 듣고 싶은 이야기다.
옛날 당나라에 송청이라는 한의사가 살았다. 송청은 많은 환자를 치료해 큰 명성과 부를 얻었다. 하루는 가난한 의원이 송청을 찾아왔다.
“이토록 많은 환자가 찾아오는 비결이 무엇입니까?"
“글쎄요. 굳이 나에게 비결이 있다면 ‘구불약(九不藥)' 덕분이겠죠."
“구불약이요?"
“아홉 개의 '불(不)'을 치유해 주는 신비로운 약이지요."
송청은 차례로 그 의미를 하나하나 설명했다. 먼저 상대방이 나를 의심하지 않게 해주어야 하고(불신), 둘째, 불안한 마음을 없애 주며(불안), 셋째, 나에게 앙심을 품지 않게 해 주고(불앙), 넷째, 내 마음이 곧다는 사실을 알려 주며(불구), 다섯째, 내가 약값을 속이지 않음을 믿게 해 주고(불치), 여섯째, 나와 상대방의 거리감을 없애 주며(불의), 일곱째, 내가 성의 없이 치료한다고 느끼지 않게 해 주고(불충), 여덟째, 내가 공손하지 않다는 불쾌감을 없애 주며(불경), 아홉째, 내 언행이 원칙에 어긋난다고 느끼지 않도록 해 주는 것이지요(불규)."
설명을 끝내자 의원이 송청 앞으로 바싹 다가앉았다. “과연 명약이군요. 그토록 신통방통한 약이라면 엄청나게 비싸겠군요?"
“이건 약재로 지을 수 있는 약이 아닙니다."
의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송청은 한바탕 껄껄 웃고 나서 대답했다.
“잘 들으세요. 만인을 부자로 만들어 주는 구불약, 그것은 바로 웃음이랍니다."
웃음의 효능에 대해선 재론의 여지가 없다. 지인 중에 웃음이 많은 사람이 있다. 그의 얼굴은 오뉴월 계곡을 흐르는 청수요, 가을날 상수리 도토리 나무를 오르내리는 다람쥐다. 그를 보면 내 이마에 깊게 패인 주름살이 숨으려 한다. 항상 긍정적이고 베풀기를 좋아하여 남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받아들인다.
칼 루이스는 100m 경주에서 힘껏 달리다가도 80m 지점에 오면 항상 씨익 웃었단다. 나머지 20m는 웃기 때문에 더 잘 달릴 수 있다고 믿었다. 그렇구나. 모든 것은 즐기는 데서 시작되는구나. 나도 웃다가 자빠지는 인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찡그리기 쉬운 그 고통의 순간을 오히려 웃으며 달리는 것이 더 잘 달릴 수 있다 하니 좋은 귀띔이 아닌가. 자신을 사랑하면, 또 감사하는 마음이 있으면 표정이 좋아지고 활기찬 기운이 흘러나오게 된다. 얼굴이 밝고 마음이 밝으면 운명을 밝게 만들 수 있다. 항상 웃는 사람의 얼굴에서는 그런 희망을 읽게 된다. 통증도 이겨내면 웃음이 된다.
웃음 속에 아홉 가지 약 성분이 들어있다는 데 나는 놀란다. 그런데 그건 놀랄 일이 아니다. 실제로 웃음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신뢰가 있고, 원한이 없으며, 거리감이 없고,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아니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