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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76회 :: 쌍문동 쓰레빠네 홍콩펀치 】방송일: 2005.03.17.
극본 : 박 해 영
씬1/ 할머니방 (D)
할머니 셋, 솜이불 홑천 뜯어내고 있다.
넓게 펴 놓은 이불에
쌍문동 쓰레빠네 홍콩펀치 흐르면서
영옥 (보여주며) 여여여 턱주가리 댔던 데만 지려 잡아서 세탁기에 돌려.
영숙 그래도 반나절은 담갔다가 발로 밟아야 때가 지지.
영옥 어느 세월에? 누가? 이으...
혜옥 (손놓고) 이상하다... 왜 그런 꿈을 꿨을까?
영옥 왜?
혜옥 아니 꿈에 미자가 손에 떡을 쥐고 있더라고.
영옥/숙 (귀가 번쩍) 떡? / 남자네. 아우 남자야.
혜옥 아주 좋은 떡이야.
영숙 (더욱 신나) 좋은 남자네. 좋은 남자야.
영옥 손에 쥐었으면 됐어. 먹으면 끝난 거야.
혜옥 그래서 내가 얼른 먹으래니까,
영옥 (기대 잔뜩) 응,
혜옥 미자 얘가 배가 고프면서도, 그냥 망설이고 안 먹어.
영옥 (발끈/궁금) 아니 왜 안 먹어?
혜옥 그러게. 그래서 내가 누가 뺏어가기 전에 얼른 먹으랬더니... 속이 아파서 못먹는다 그랬든가...?
영옥 (그럼 그렇지 하며 다시 일하는) 며칠 전에 미자 속 아픈데 인절미 들고 먹으까 말까 망설였었어.
영숙 (김새서 일하며) 맞네. 그거네.
혜옥 그럼... 생시야? (갸웃) 아닌데... 꿈같은데...
씬2/ 대문 앞 (D)
교복 입은 남자 고등학생 세 명,
담벼락에 쪼그려 앉아 시시껄렁하게 담배 피는데
우현, 장봉지 들고 계단을 돌아 나오다가 이를 본다.
인기척에 슬쩍 우현을 보다가 이내 무시하고
계속 담배 피며 떠드는 애들.
우현, 괘씸한데 대놓고 뭐라고 할 용기는 없고,
약간 못 마땅하다는 듯 보며 미적거리며 들어가는데
애들, 뭐어~ 하는 표정이다.
우현, 그 기세에 쭈뼛쭈뼛 들어가는데.
씬3/ 마당 (D)
우현, 들어와서 대문 쪽을 돌아보는데
도저히 괘씸해서 안 되겠는지
우현 (낮게) 저런 나쁜...
봉지를 놓고는
빗자루를 거꾸로 들고는 성큼성큼 나간다.
씬4/ 대문 앞 (D)
우현, 마치 한판 할 듯 문을 쾅 열고선!
(애들이 바라보자) ... 바로 바닥을 쓴다.
애들, 다시 계속 낄낄거리며 얘기하는데,
우현, 부러 애들 발끝을 쓰는데도, 애들 미동도 않는다.
우현, 이런 싸가지들... 괜히 비질만 거칠어진다.
그때 애들, 태연히 일어나 비벼 끄고,
할셋 나오는 타이밍에 꽁초를 버리고 간다.
영숙 (애들 뒤통수 보며) 3월인 걸 깜빡 했네.
영옥 또 신입생 교육에 들어가야겠구만.
혜옥 심심했었는데 일거리 생겼네. 히히히.
영옥, 우현을 보는데,
우현, 못 들은 척 비질만 하는.
씬5/ 마당 (D)
할머니 셋, 홑천들을 다라이에 던져 놓고,
면 안 서는 우현, 괜히 비질만 하는데,
혜옥 쌍문동 쓰레빠를 모르는 신입생들이니까 겁도 없이 여서 담배를 피지, 죽을라고 펴? (사람들 들으라는 듯) 동네서
우리 언니 표창장 줘야돼. 응, 우리 언니가 3월 한달만 쓰레빠 휘둘러봐. 동네가 일년이 깨끗해.
영숙 쓰레빠 하나로... 기술이야 것두.
혜옥 내일부터 잡을 꺼유?
영옥 자네가 잡게.
우현 (비질하다가 허걱!)
영옥 자네가 신입생 잡어.
영숙/혜 (의아) / 언니가 안 잡고?
영옥 내 이 나이에 애들 상대하랴? 해마다 3월이면 신입생들 잡는데 이골 난 몸이야. 나 죽으면 누군간 해야 할 일,
자네가 잡어. (들어가며) 내일부터 대문 앞에 담배꽁초 없게 해.
우현 ... 네.
우현, 대답은 했으나 난감하다.
영숙과 혜옥, 무슨 조화래 싶고.
씬/ 방송국 외경 (D)
씬6/ 방송국 / 부스안과 밖 (D)
영화 더빙 상황.
안에선 성우들이 왁자하게 대사하고
밖에선 현우와 지영이 안을 주시하는데,
대사가 없는 미자, 대본만 보는 현우,
각기의 머릿속엔 서로만이 가득하다.
미자 (E) 하... 좋아한다는 고백을 들은 뒤로, 서로 한마디도 나누지 않고 일주일이 흘렀다. 답답하고 불편해
미치겠다. 으...
현우 (E) 내 고백을 들은 뒤로 그녀는 날 피하기만 한다. 내가 싫다는 뜻인가? ... 그녀의 마음을 알고 싶다.
순간 두 사람만이 남고
주변 사람들은 전부 사라지는 몽한적 분위기.
상대 밖에는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느낌.
미자 ... (E) 글쎄... 여태까진 누가 날 좋아한다면 딱 두가지 반응이었다. (좋아라) 속으로 꺄아악 비명을
지르거나, (열받아) 주제 모르고 나 좋다고 뎀비는 놈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악담하거나, 두 가지였다. 그런데...
비명도 악담도 안 나온다. 난생 처음 겪는 일이다...
현우 ... (E) 차라리 고백을 하지 않는 게 나았을까?
미자 (E, 약간 아쉬운) 음... 되돌리긴 쫌 그렇고... (힘빠지는) 어떻게든 이 불편한 상황만 정리됐으면!
그때! 미자 대사 순서라서
마이크 앞으로 나와선
미자 (가련한 여주인공) 부탁이에요. 날 너무 힘들게 하지 마요. 오~ 지피디!
끼이익~~~!
그제야 주변 사람들 다시 보이고,
현우, 놀라서 미자를 보고,
미자, 놀라 눈 비비며 대본 보는.
영진 (대본 가리키며) 리차드 임마, 리차드. 지피딘...
씬7/ 화장실 / 개인구역 (D)
멍하니 변기에 뚜껑 위에 앉아있는 미자.
그 앞에서 안색 살펴보는 지영.
지영 얼굴 떴다 너어. 왜? 잘 안 나와?
미자 (멍...)
지영 내가 한방에 쭉~~ 나오는 약 줘? 내가 변비에 죽이는 약 알아냈잖아.
미자 (갑자기 머리를 마구 헝크는) 아아아악~~~
지영 (깜짝이야)
씬8/ 방송국 / 부스 앞 (기기 앞) (D)
현우, 답답하다. 후회가 밀려오려고 한다.
현우 후...
영진 (옆에 와 앉아) 땅 꺼져. (대본 보며) 왜? 뭔 일 있어?
현우 아녜요.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씬9/ 화장실 / 개인구역 (D)
미자의 핸드폰이 울린다.
미자, 멍하니 번호를 보고는 안 받는다.
지영 왜 안 받어?
하면서 핸드폰을 뺏어서 번호를 보곤
다시 미자를 보는. 왜 안 받지?
씬10/ 정민 변호사 사무실 (D) - ENG
정민, 미자에게 핸드폰하고 있다. 신호음이 계속 가는데.
결국 한참 만에 핸드폰을 접는다. 미치겠다 왜 안 받는지.
문득, 일반 전화로 걸어본다.
신호음이 가나, 그래도 안 받는다. 쾅 내려놓는.
정민, 다시 급하게 다이얼을 누른다.
신호음 간다. 몇 번 후 바로 받는다.
동직 (F) 여보세요?
정민 어 난데, 지영씨 핸드폰 번호 몇 번이야? 뭐 물어볼라 그래. (적으며) 어...
씬11/ 거실 (D)
영옥은 미끼 잡으려고 뒷짐 지고 창밖만 주시하고 있고,
우현은 그런 영옥 때문에 마음 졸이며 걸레질 하는데,
그때!
영옥 (낮게) 어이!
영옥, 우현에게 턱으로 밖을 가리킨다.
올게 왔구나 싶은 우현, 일어나 밖을 보면,
몇몇의 머리가 보이고 연기가 보인다.
영옥 (낮게) 얼른!!
우현, 아후... 난감하나 티내지 못하고
꾸역꾸역 나가는데.
영옥 잡을 때 찍소리 못하게 제대로 잡아야지, 설 건드리면 더 날 뗘. 제대로 잡아.
영옥, 우현을 보는.
씬12/ 마당 (D)
우현, 마당을 걸어가는데 만감이 교차한다.
<플래쉬 컷 : 우현, 큰 손짓으로 애들 일어나게 하고
한명씩 머리통 때리며 마구 겁주는 모습. 굽신거리며
일사분란하게 꽁초 치우며 도망가는 애들의 그림에>
우현 (E, 결연한) 한번 잡을 때 제대로 잡아야한다. 설잡으면 안된다. 제대로!
걸어나가는 우현 모습에
우현 (E, 자신없는) ... 그러다 되려 맞으면?
<플래쉬 컷 : 우현, 애들에게 폭력은 행사하지 않고
눈 부라리고 삿대질하며 쏘아부치는데,
애들, 뭐야~ 하며 붙을 듯 일어나자,
말 끝난 듯 문 쾅 닫고 들어가는 우현>
우현 (E) 다다다 몰아 부치고, 뭐라고 하기 전에 확 들어와 버려?
걸어나가는 우현 모습에
우현 (E) ... 그러다 붙잡히면?
난감해 하다가 뭔가 결심한 표정에서.
*플래쉬 컷은 빠르게 진행요
씬13/ 대문 앞 (D)
우현, 나와서는 학생1,2,3 옆에 쪼그려 앉는다.
‘난 니네 편인데 정보를 주는 거다’라는 식으로
밍기적 달라붙어 앉아
우현 니들 요기 고등학교 신입생들이지?
학생1 (건조) 그런데요.
우현 (낮고, 긴장감 있게) 니들 쌍문동 쓰레빠라고 못 들어봤지? 여기 쌍문동 쓰레빠 살잖아.
영옥, 베란다 창으로 고개 빼고 보는데
잘 안 보여 뭔 상황인가 궁금하고
우현 꼬부랑 할머니라고 우습게보면 큰코다쳐. 붕붕 날라서 쓰레빠로 내리 꽂는데, 특히 담배 피다 걸리면, 알짤 없어.
바~로 죽어.
학생2 (덤덤) 우린 안 죽어요.
학생1 (덤덤) 우린 불사신이거든.
우현 ... 죽을 텐데. 니들 선배도 다 죽었는데.
영옥 (대문 팍 열고) 뭐하는 거야?
우현 (헥! 놀라 돌아보는 표정에서)
암전.
씬/ 집 외경 (N)
씬14/ 주방 (N)
할머니 셋, 부록, 우현, 밥 먹는 자리.
우현, 괜히 눈치 보여 제대로 먹지 못하고,
영옥, 영 기분이 별로다.
부록 저번에 민지 할머니도 담배 피는 애들 잡고 야단쳤다가, 담벼락에 오줌 싸놓고, 널어놓은 빨래에 담배로 지져놓고,
해꼬지가 말이 아니었답니다.
영옥 설잡으니까 그러지. 제대로 잡으면 안 그래.
우현 (괜히 찔끔하고)
부록 그렇죠. 제대로 잡으면 안 그러죠. (괜히 허허거리며) 또 어떻게 생각해보면 말입니다 어머님, 그게 다 한때
아닐까요? 옛날에 나팔바지 입고 다리 떨던 놈 보면, 저 놈은 커서 뭐가 될라고 저럴까 싶었는데, 지금 다~ 결혼해서 아들
딸 낳고 잘 키우고 살더라고요.
혜옥 (히죽) 그건 그래.
영옥 단순히 담배 얘기가 아냐. 예의를 말하는 거야, 예의. 어른을 어려워하는 예의. 애비 생전에 아버지 앞에서 담배
폈어?
부록 (펄쩍) 제가 호로 자식도 아니고.
영옥 옛날에 나팔바지 입고 어른 앞에서 다리 떨었어?
부록 못... 떨었죠.
영옥 담배 피다가 어른보고 얼른 비벼 끄고 도망가는 놈은 그래도 뒤꽁지가 이뻐 보여. 아 저 놈은 싹수가 됐구나.
어른 어려워하는 구나. 근데 어른 앞에서 뻔뻔하게 얼굴 쳐들고 피는 놈, 그건 잡아야 돼. (목소리 커지는) 나를
업신여겨서가 아냐. 어른 어려워하는 건 예의고, 예의는 사회 질서야. 윗사람한테 예의 갖추고, 부모를 공경해야, 집안이
바로 서고 나라가 바로 서는 거야. (감정 고조돼 연설하듯 한팔 올리며) 그걸로 버텨온 나라야 이 나라는.
영숙 (말 끊으려, 능청스레 박수 치며 유도) 박수...
모두 (다 같이 쳐주고)
영숙 옳으신 말씀. 백번 옳으신 말씀. (얼른 수저 쥐어주며) 국 식어요. 떠요, 얼른.
영옥 (수저 들다가) 오십 넘은 상준이 애비도 담배 피다 나 보면 얼른 (꽁초 던지고 발로 꽁초 비비는 시늉) 이래.
그게 예의야.
영숙 (에으 그만하고 먹지. 우현을 보는데)
우현 (영 불편하고 눈치 보인다)
부록 그렇죠 예의.
영옥 세상 어~~떤 경우에도 뻔뻔한 놈은 안돼. 그래서 그런 놈들 잡으라는 거야.
우현 (불편하다)
씬15/ 거실 (N)
후식 시간. 우현, 기죽어 과일만 깎는데
영옥, 주구장창 얘기 이어진다.
영옥 응, 그랬더니 그거 하나 못 잡고 같이 앉아서는... 에잉!
영숙 (우현 감싸는) 너무 쎄게 나가면 엇나가요. 슬쩍 눈도 감아주고...
영옥 눈감아줄게 따로 있어. 그 소이 할민, 담배 피는 애들은 못 본 척 쓱 지나가면서, 교복 입은 남자애랑 여자애가
손잡고 다닌다고, 거기에 욕에 욕을... 아 뭐? 손잡고 가는 게 뭐 어때서? 내 눈엔 이쁘더만. 내 눈에 눈꼴시렵다고
나이 좀 먹었다고 막말하는 건 그건 헛늙은 거야. 그런 쓸데없는 건 잡으면서 왜 담배 피는 애들은 못 본 척이야? 잘못
건드렸다 뭔일 당할까 싶어서? 그게 어른이야 그게?
영숙 (과일 찍은 포크를 영숙 손에 쥐어주자)
영옥 입 닥치고 쳐먹으라고?
영숙 (입에 넣어주며, 달래듯) 지금이 적당해. 더하면 잔소리야. 그만 하고 들어요. (손짓과 눈짓으로) ‘사돈
보잖아’
영옥, 끄응... 우현을 보는데 영 탐탁찮고,
우현은 영 불편하다.
씬16/ 카페 (N)
정민과 지영, 밥을 먹는데
정민 (짐짓 태연하게) 요즘 미자씨, 무슨 일 있어요?
지영 (고자질하듯) 요즘 쫌 이상해요. 틈만 나면 화장실가서 죽치고 앉아있고. (하다가 뭔가 눈치 잡는) 혹시...
미자랑 무슨 일... 있었죠? 아까 미자가 오빠 전화도 안 받던데...
정민 (!!, 그제야 보는)
지영 안 받더라고요.
정민 (기분이 좋지 않다. 다시 먹기만 한다)
지영 (표정 살피다가) 맞다! 화이트 데이! 화이트 데이에 둘이 보기로 하지 않았나? 그 뒤로 미자 이상해졌는데...
정민 (무심히 흘리듯) 화이트 데이에 무슨 일 있었다는 말 못 들었어요?
지영 무슨... (하다가 순간 허억! 설마! 쪼듯이) 혹시... 미자한테... (여기부터 정민이 긴장하는 표정이
보인다) 좋아한다고... 고백...
정민 (긴장하는)
지영 (들이대며) 했어요?
정민 (김센다) 나랑 말구요.
지영 정민이 오빠랑 말구면, (정말 모르겠단) 누구랑?
정민 (포기다) 드세요.
지영 (뭐 있는데, 싶은 표정)
씬17/ 거리 일각 (N) - ENG
#정민, 터벅터벅 걷다가
#문자치는 모습 아래로 자막 쳐지는.
[자막 : 왜 전활 안 받어? 죽었냐?
그럼 그렇다고 문자라도 날려주든가.]
정민, 탁 닫고 후... 다시 터벅터벅 걷는데
좀 걷다가 띵동 문자 착신음에 얼른 꺼내서 보면
<인서트 : 싼 대출금리...> 스팸 문자다.
씬18/ 미자방 (N)
#미자, 침대 위를 뒹굴다가
#미자, 책상에 앉아 미소 띄며 분위기 잡는데
영옥 (OFF, 꽥) 밥 안 먹어??
미자 (꽥) 아 안 먹어!!
다시 분위기 잡고 마치 동화책 읽어주듯,
미자 자자, 차분히 생각해 봅시다. 오랫동안 최미자를 갈구던 연하의 피디가 최미자를 좋아한다고 고백했어요. 그래서
최미자는 너~무 놀랬어요. 자, 그럼 최미자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까요? 1번, (감격스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한번 잘 사겨봐요~. 2번, (도도하게) 차, 어처구니 없군요. 꿈 깨세요. 3번, ... (힘빠져) 나도 모르겠다.
미자, 잠시 생각하다가
미자 (힘빠져) 3번! 나도 모르겠다. (건성으로 실로폰 치는 시늉과 함께) 딩동댕동~
미자, 힘이 쭉 빠진다. 답이 안 나온다.
씬19/ 대문 앞 (N)
집을 올려다보는 현우의 얼굴로 넘어온다.
그냥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있다.
그때 정민이가 계단을 돌아내려온다.
멈칫! 어색한 두 남자의 기류.
정민, 가까이 다가온다.
두 사람, 괜히 발만 끄적이고
선뜻 입을 떼지 못하다가
정민 어떻게 된 거요?
현우 ... !!
정민 ... 유치하게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그러진 않았겠지?
현우 (지지 않고) 그게, 유치한 건가요?
고백했다는 얘기다. 정민, 돌아버리겠다.
정민 (꾹 참고) 그래서 미자씬 뭐랍디까?
현우 일일이 보고해야 하나요?
정민 (돌아버린다. 뒷머리를 긁는다. 참지 않고) 나도 이젠 그쪽 신경 안 써. 그렇게 알어.
정민, 뚜벅뚜벅 가버린다.
딱히 당당할 것 없는 현우의 표정에서.
씬20/ 카페 (N)
#스트레이트로 양주를
확 들이키는 정민으로 넘어온다.
동직 ... (보다가) 왜 그러는데?
#다른 테이블에서
숨어서 이쪽을 보는 지영과 윤아
지영 봐봐. 뭔가 있다니까.
윤아 (핸드폰 꺼내 거는)
지영 왜?
윤아 미자한테 물어볼라구.
지영 (핸드폰을 확 뺏고) 걔가 순순히 불겠니? 일주일 내내 나한테 시치미 뚝 떼고 있는데. (정민 쪽 보며) 취할
때까지 기다려보자고. 인사불성 되면 막 불겠지. (정민, 빠르게 들이키는 모습에) 그래, 마셔라. 마셔.
지영, 음흉한 미소 지으며 보는데,
순간 정민, 일어나 나간다. 동직, 따라가고.
응? 어벙한 지영의 표정.
씬/ 집 외경 (D)
씬21/ 마당 (D)
우현, 마당을 정리하는데,
애들 두런거리는 소리가 난다. 우현, 긴장해 소리를 죽인다.
애들 담벼락에 쪼그려 앉아 담배를 꺼낸다.
우현, 모른 척 들어가려다가 고개를 돌려 담쪽을 본다.
뭔가 결심을 하는 듯 돌아선다.
결연하게 걸어나가는 표정에
우현 (E, 자기 최면을 건다) 나는 지금 세상을 바로 잡기 위해 나간다. 어른이 해야 되는 몫이 있다. 난
어른이다. 내 몫을 해야 한다. (점점 날서는 눈빛) 어른이 애들 무서워하면 세상 끝이다. 어른이 애들 무서워하면 세상
끝이다.
씬22/ 대문 앞 (D)
학생4,5,6, 담배 불 부치려고 하는데
쾅! 문 열리며 위풍당당하게 나와 서는 우현.
모두 (그냥 정지한 자세로 빤히 보는)
우현 (매서운 눈빛, 위압적인 목소리) 얼른 도망 가라.
모두 ??
우현 얼른 도망 가~~!!
학생4 왜요?
우현 난, 어른이야. 도망 가. 우리나란 그걸로 버텨온 나라야.
학생4 우리나라가 도망가는 걸로 버텨온 나라냐?
학생5 몰라.
우현 자, 내가 들어갔다가 나오면, 얼른 비벼 끄고 도망간다.
우현, 들어갔다 나오는데,
모두, 그런 우현을 빤히 보고 있는.
우현 자, 다시 한다.
우현, 들어갔다 나오는데
모두, 여전히 빤히 보고 있는.
우현 자, 다시 한다.
어처구니없어 멍하니 우현을 보는 애들 표정.
그 앞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우현.
씬/ 정민 사무실 외경 (D)
정민 (OFF) 지불 각서도 증거자료로 첨부하고요.
씬23/ 정민 사무실 (D) - ENG
침울해있던 전과는 달리
기운이 넘치고 정렬적인 정민.
비서 네, 알겠습니다. (나가고)
정민 (옷 챙겨 입으며) 최미자 니가 내 전화 안 받으면 내가 가는 수밖에. (하며 문 확 여는데)
미자가 문 앞에 서 있다.
허걱 놀라는 정민.
정민 (벌컥) 아씨! 놀랬잖아. 내가 오늘 만나러 갈라고 했는데...
미자 (멍하다)
정민 (그런 미자 따뜻하게 보다가, 잔잔한 미소) 반갑다. 보고 싶었는데... 악수!
정민, 따뜻한 표정으로 악수하는데
미자는 손만 맡긴 채 기운이 없다.
씬24/ 카페 (D)
정민, 분주하게 잔에 와인 따라주고 안주 썰고 하면서
미리 미자의 입을 봉쇄하려 주절주절 떠드는데,
미자는 자기 고민에만 빠져있는 표정이다.
정민 (밝게) 떼 돈 버나봐 요즘. 며칠동안 미자씨 얼굴 못 보니까, 답답~하고 잠이 안 오는 게, 무쟈게 보고
싶더라. 정 들었어 우리. (웃으며 바라보는데)
미자 (뜬금없이 멍하니 고개 들고) 지피디가 나 좋아한대요.
정민 ...!!
결국 터지고 말았다. 그냥 굳는다.
씬/ 짧게 인써트 들어갔다가 (D)
씬25/ 카페 (D)
전세 역전 돼, 미자가 주절주절 떠들고,
정민은 이젠 애써 밝게 하려 하지도 않고
덤덤하고 씁쓸한 마음 그대로 듣는다.
미자 (자신의 감정에 꽂혀, 큰일났다는 듯 다다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고, 자다 봉창에도 정도가 있지.
세상에 딴 사람도 아니고 지피디가, 지피디가 날 좋아한대니. 것도 오래전부터.
정민 ...
미자 첨엔 이게 날 놀리나~ (하다가) 놀리는 건 아니더라고. (꿀꺽 꿀꺽 마시고)
정민 ...
미자 (잔 쾅 내려놓으며) 내가 뭐 이십대면 고민 안 해! 사겨! 사귀다가 아니다 싶으면 빠이빠이 하면 되니까.
근데, 서른 둘! 그렇게는 안되는 나이잖아. 하물며 직장에서 쉽게 붙었다 찢어졌다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정민 ...
미자, 아으~ 하면서 얼굴 슥슥 문지르고
머리 헝클고 답답해 미치겠는
미자 지피디 남자가 봤을 때 어때요?
정민 ...!!
미자 남잔 남자가 봐야 된다며. 어때요? 괜찮은 남자에요? 응? 남자가 봤을 때 어때요 지피디?
정민 (좀 뜸 들이다가) 이 세상에...
미자 응.
정민 김정민 보다 멋진 놈은 없어.
미자 (주먹 쥐어 보이며) 아씨. 나 심각해요.
정민 (피식) 나도 심각한데...
미자 아 그러지 말고, 지피디 어때? 솔직히 말해서?
정민 ... 사회 속에서 그 사람하고, 남녀 사이에서 그 사람하고는 많이 달라. 무뚝뚝한 남자가 여자랑 단둘이 있을
때도 무뚝뚝할꺼라는 건 착각이야. (이 와중에 내 속을 좀 비춰보고 싶다) 내가 실없이 자주 웃는다고 속도 그럴꺼라고
생각하는 게 착각이듯이.
미자 그래서?
정민 지피디도 자기 여자앞에선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 그런 거지.
미자 그래서? 잡으라구?
정민 (살짝 놀라는 눈빛. 이내 어처구니없는 미소) 진짜 대책 안 선다 최미자. 그냥 내 의견이 그렇다는 거지.
(마시는데 정말 씁쓸하다)
씬26/ 거실 (D)
우현, 젖은 걸레 탁탁 털어 걸레질하는데,
영옥, 베란다 앞에 서서 그런 우현 보며
혀 끌끌 차다가
영옥 (창 밖 보며) 왜 어른이 돼서 어른 노릇을 못할꼬. 에으, 죽으나 사나 내가 잡아야지.
그때 한 무리 학생들이 나타나자,
영옥, 눈 빛나는데, 그냥 반듯하게 지나가는.
영옥, 약간 김새는데, 또 다른 무리들 나온다.
다시 한번 뛰어나가 잡을 태세 갖추는데,
애들, 대문 앞에 서서 안을 향해 구십도로
모두 안녕하세요!
꾸벅 인사하고 반듯하게 간다.
우현, 그 소리에 고개 빼고 보고,
영옥, 이건 무슨 상황인가 싶은.
씬27/ 동네 일각 (D) - ENG
어리버리한 학생7,
학생4 5 6의 얘기를 넋 놓고 듣는다.
학생4 애들 그 집에 대고 다~ 인사하면서 가고, 분위기 장난 아냐.
학생7 왜?
학생4 쌍문동 쓰레빠네 홍콩 펀치 살잖아.
학생7 홍콩 펀치?
학생4 한방 맞으면 눈앞에 별이 반짝반짝하면서 바~로 홍콩 간대.
학생5,6 (노래) 별들이 소근대는 홍콩의 밤거리~
학생4 주먹이 얼마나 쎈지...
<플래쉬 컷 : 씬12에서
영옥, 뭐하는 거야?
우현, 놀라 홱 돌아보는데서 이어지는.
당황한 우현, 애들의 담배를 뺏어
숨긴다고 손에 움켜쥐고는 영옥에게
우현 아무것도 안했는데요.
하는데 애들의 시선에선 우현의 손아귀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오는 게 보인다.
놀라운데
우현 (영옥을 보고, 주먹으로 학생1 가리키며) 얘가 다리가 아프대서요. (하는데)
그 주먹에 맞아 나가떨어지는 학생1>
학생4 (E) 걔 삼일 결석했잖아. 못 일어나서. 그리고 어젠!
<플래쉬 컷 : 씬22에서
학생4, 5, 6 어처구니 없어하며
나왔다 들어갔다하는 우현을 보는데,
우현, 주먹으로 대문을 툭 치면서 열고 들어가는데
그 쇠대문에 선명한 우현의 주먹 자국.
그걸 보고 놀라는 학생들>
학생4 그냥 세게도 안 쳤어. 슬쩍 갖다댔는데 (주먹 쥐어 보이며) 이 주먹이 푹! 들어가는데. 죽여죽여.
학생5 이젠 우리 담배 피다 걸리면 죽어. 알짤 없어.
학생4 (낮고 멋지게) 내 주먹을 쓰고 싶지 않으니까, 얼른 도망가라~ 캬~ 죽이지 않냐?
학생7 (넋놓고 듣는)
씬28/ 거실 (D)
걸레질하는 우현의 얼굴로 넘어온다.
영옥은 여전히 창 밖을 살피고,
영숙과 혜옥, 콩나물 다듬는데,
우현, 걸레들고 할셋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영숙 금방 닦고 나왔으면서 거긴 왜 또?
우현 아 맞다! (하면서 자기 머리를 살짝 콩! 때리는데, 휘청하면서 눈을 진하게 감았다 떴다하면서 도리질)
영옥 에으, 지가 지 머리를 그렇게 세게 때리니. 에으.
혜옥 (머리 가리키며) 모질라, 모질라.
우현, 코 들이키면서 갸웃하는 모습에서.
씬29/ 카페 (D)
정민은 여전히 씁쓸과 덤덤이고,
미자는 조금 많이 취했다.
미자 (격앙돼서) 좋아한다! 그러고 끝이야. 그래서? 뭐? 뭐뭐뭐 어쩌라구? 아니 기본적으로 좋아한다는 말 뒤에 따라
붙어야 되는 말이 있잖아. 좋아한다, 우리 사귀자, 답을 달라. 그래야 내가 차든 말든 할꺼 아냐? 아무 말도 없어. 그냥
좋아한다! 그리고 끝이야. 뭐뭐뭐? 어쩌라구?
정민 사람이 그럴 때가 있어. 앞뒤 계산없이 그냥 내 감정을 말하고 싶을 때... 나도.. (하는데)
미자 (O.L) 나 어떻게 해야돼? 응? 나 어떻게 해야돼? 아침에 일어나서 회사 가서 지피디랑 깝깝~하고 어색~할
꺼 생각하면, 아우~ 숨이 턱턱 막혀. 이러다 내가 지레 죽지...
정민 중요한 건!
미자 (응)
정민 미자씨가 지피딜...... 좋아하느냐 안하느냐.
미자 ...!!
정민 ......... 지피디 좋아해?
미자 ......... ??
정민 ......... (대답 안 한 게 고맙다) 안 좋아하지?
미자 ......... (백지 같은 표정) 모르겠어.
정민 ......... !!
씬/ 시간경과용 인써트 (N)
씬30/ 거리 일각 (N) - ENG
정민과 미자, 터벅터벅 걷는다.
미자, 술기운이 많이 올라있다.
정민은 더욱 슬프고 씁쓸한 표정이다.
미자 (하늘 향해 긴 한숨) 하~ 그래도 다 토해놓으니까 좀 후련하다. (도리질) 아~ 몰라몰라. 더 생각 안 할래.
복잡해. 몰라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세차게 도리질하며) 아 몰라몰라.
하다가 미자, 휘청하자,
정민, 얼른 부축한다.
아무 생각없이 허우적대는 미자.
그런 미자를 안은 정민, 약간의 표정.
정민 (일으키며, 애써 밝게) 그래. 생각하지마. 누가 알어 또? 그냥 장난 친 건지?
그 말에 살짝 술이 깨는 듯
새초롬해서 정민을 흘겨보는 미자.
부축하던 정민의 손을 툭 쳐버리고.
미자 (싸하게) 무슨 소리에요? 장난 친 거라니?
정민 (약간 난감+미소) 아니... 생각하기 싫대매?
미자 지피디가 장난 친 걸로, 내가 지금 오버한다는 거에요?
정민 아니...
미자 그래! 최미자 나는 남자한테 제대로 고백받을 주제도 못된다 이거지!
정민 왜 그래...
미자 (꽥) 내가 그렇게 우스워 보여? 나도 한때 잘 나갔어. 나도 괜찮은 여자야!!! (핸드폰 꺼내며) 그래, 어디
물어보자. 이씨... 장난? 장난이면 다 죽었어!
정민 (말리며) 농담이야, 농담. (전화 뺏으려드는데)
미자 (핸드폰에 대고) 야이 싸가지야! 너 나 갖고 장난 친 거냐? 내가 우울한 노처녀라고, 화이트 데이에 사탕도 못
받는 등신이라고, 나 갖고 장난 친거냐구? 어??
정민 (뺏으려 들며) 왜 이래, 그만 해.
미자 (핸드폰에 대고) 나 만만히 보는 것들!! 가만 안 둬!! 나중에 내 남자친구 생기면 나 놀린 것들 다
죽여버리라고 할 거야!! 알어~~~??
정민, 전화 뺏느라고 난리고,
미자. 요리조리 피하며 계속 전화하고.
씬31/ 방송국 / 부스 앞 (N)
현우, 조용히 핸드폰을 접는다. 착찹하다.
씬32/ 대문 앞 (N)
정민, 취한 미자를 들여보내고 가려다,
돌아서 집을 바라본다.
정민 (E) 최미자... 많이 들떠 보인다. 말로는 괴롭다면서... 왠지 들떠 보인다.
정민, 축 쳐져서 계단을 돌아 사라진다.
씬33/ 미자방 (N)
미자, 곤드레만드레 취해서
침대에 팍 엎어진다. 으흥...
씬34/ 가라오께 (N) - ENG
#노래방 기기와 싸이키 조명은 혼자 돌아가고, 정민, 그냥 술만 마신다.
#노래방 기기에서 ‘인형의 꿈’(흐름에 맞다면 다른 노래여도 상관없음)이 흐르고
자신의 감정이라고 생각되는 몇 소절에서만 폭발해서 따라 부른다.
예를 들면 ‘한 걸음 뒤엔 항상 내가 있었는데 그대~(중략) 수 없나요~’
그리고 다시 술잔을 기울이는 정민의 모습에서 스틸. F.O
씬35/ 동네 일각 (D) - ENG (에필로그)
F.I 되면서
할셋, 부록(모자), 우현, 목욕가는 길인데,
영옥 그렇게 서두르라고 재촉해도 에으!
영숙 아 목욕 가는 게 뭐 그렇게 급한 일이라고.
영옥 아침 일찍 가야 깨끗한 탕 속에 들어가 앉지.
맞은편에서 오는 학생7, 8.
긴장한 표정으로 오다가 가까워지자
구십도로 꾸벅 인사하는 학생들.
그렇게 두 무리가 스쳐 지나가는데,
서로 뒤를 힐끗거리는 우현과 학생들.
학생들 살짝 움찔하다가 우현이 그냥 가버리자
학생7 (작게) 저기 저 꾸부정한 남자가 홍콩 펀치래.
평범한 가족들의 모습 위로
학생7 (OFF, 우현 얼굴 위로) 주먹을 꽉 쥐면 이 우주의 기운이 주먹으로 모이면서, 그냥 슬쩍 갖다대도 사망이래.
(영옥 얼굴 위로) 그리고 제일 늙은 할머니가 그 유명한 쌍문동 쓰레빠. 70년간 쓰레빠 기술을 연마해서 따라올 자가
없대. (모자 쓴 부록 얼굴 위로) 그리고 저기 늙은 아저씨가 쌍문동 쓰레빠 아들인데, 모자가 필살기라는 소문이 있어.
(관절소리SE와 함께 어구구하는 영숙 얼굴 위로) 그리고 둘째 할머닌 몸에서 뚜둑뚜둑 소리가 나는데, 그게 쇠소리래. 몸
전부가 쇠래. 일명 육백만불의 할머니.
학생8 (OFF, 혜옥 얼굴 위로) 제일 젊은 할머닌?
학생7 (OFF, 비밀스럽게) 그게... 아직은 밝혀지지 않은 비밀병기래. 기술이 뭔지 아무도 모른대. 혼자만 알고
있는데, 그게 밝혀지면 난리 날꺼래.
식구들 모두 덤덤히 걸어가는데
학생7 (OFF) 저 집안이, 우리나라 청소년 선도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전부 기수련에 몰두하는, 아주 기이한
집안이래.
하는데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