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 2008년 12월 14일. ☆ 산행지 : 경남 함양 삼봉산(1,187m). ☆ 산행코스 : 팔령재-투구봉-삼봉산-등구치-백운산-금대산-금대암-마천중학교. ☆ 산행거리: 11.5km. ☆ 함께한 인원 : 38명(안내산악회 동행).
- 금대산에서 바라본 지리 주마루금의 장쾌함 -
겨울 아침에 산길을 나선다는 것은 아픈 그대를 두고 어두운 술집에 나와 빈 의자를 지키며 쓸쓸히 술잔을 기울이는 것과 같다.
하얀 불빛이 내 곁에 소리없이 내려앉고 바람이 파르라니 공중제비를 돌며 부는 날, 짭쪼름한 갯내음이 알싸하게 가슴을 후벼파는 날, 나는 스산함과 황량함이 깃든 겨울산을 향한다.
※ 백두대간이 흘러 내려오다 아홉새드리재에서 한 가지를 뻗어내려(一名 삼봉지맥)
전북 남원과 경남 함양의 도계와 군계를 가르며 흘러내리다가 솟은 산이 삼봉산이다. 함양 삼봉산은 산이 안고 있는 조망과 주변에 흩어져 있는 흥부전의 주무대인 성산마을,변강쇠 타령의 지리적 배경이 되는 등구마을 등 흥미로운 옛이야기가 있으며 세개의 봉우리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동쪽부터 서쪽으로 삼봉산, 투구봉, 촛대봉을 일컫는 것이 아닌가 한다. 한편으로는 삼정산이 지리산의 능선을 살펴 보는 조망대 역할이라면, 삼봉산 정상에 서면 지리산 주마루금의 속살까지도 들여다 보인다.
- 들머리에서 보여지는 투구봉~삼봉산~등구치~백운산~금대산행길 안내도 -
내가 끊임 없이 산에 오르는 것은 어쩌면 나 자신으로부터,내가 안고 있는 고통으로부터의 도피일 수도 있다. 가만히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것은 내 성격적인 탓도 있겠지만, 과거의 아픔을 떠오르지 못하게 하려는 무의식의 소산일지도 모른다.
- 투구봉에서 바라본 장엄한 북서사면의 대간길과 인월, 그리고 들녘 -
자신에게 잘하는 삶이 오히려 쉬운 것이라는걸 나는 산행을 통해 배웠다. 자신을 억누르기 보다는 스스로의 삶을 가치있게 하는 것에 눈떠야한다. 세상사를 스스로 성숙할 수 있게 내버려둬라. 오히려 그 속에서 리듬을 찾아라. 산에서 비를 만나면 비를 맞고 그치면 행복을 만나라. 산을 넘어오는 알싸한 찬바람은 산만 아니라 그 산을 바라보는 이의 마음도 깨끗이 씻어준다.
- 투구봉에서 바라본 웅장한 지리 하늘금과 아래의 오늘 가야할 백운산이 보인다 -
산길을 따라 걷는다. 산을 나타샤라 한들 어떻고 쓴 소주라 한들 또 어떠랴. 님들은 벌써 떠나가고 나는 남아있는 겨울과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눈다. 산길을 오르는 것이 더러워진 세상을 등지겠다는 것이 아니라 남아있는 사랑을 알뜰이 보듬는 일이라고...
- 투구봉에서 바라본 지리의 柱峰인 반야봉과 노고단~종석대~성삼재라인 -
멀리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손에 닿을 수 없기에.. 사랑하는 사람아 이별을 서러워 하지 마라. 이별이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멀어지는 것이다. 멀리 보이는 산이기에 더 아름답다.
- 투구봉에서 장엄한 지리를 바라보며 -
차갑고 얼얼한 끝에 얻는 해방감은 얼마나 상쾌한 일인가. 얼어 붙은 귀를 가리며 언 볼을 부비며 넘어가는 이 산길이.. 해방감과 동시에 찾아오는 정신의 명징함은 또 얼마나 설레이는가. 그 알싸하게 정화된 의식들이...
- 투구봉에서 바라본 가야할 삼봉산행길의 부드러움이 시야를 가로막는다 -
몸을 낮추어 세상을 본다는 것은 세상에 대한 의문을 가진다는 뜻이다. 의문을 가진다는 것은 또 하나의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여는 것.. 몸을 세상의 높이에 맞추어 세상을 들여다 본다. 마침내 겨울에 동화한 기분이다.
- 오늘 산행 중의 최고봉인 삼봉산 표지석 -
나는 누구인가. 그 고독한 물음이 나를 비웃는다. 하지만 내가 누구이던 신은 안다. 내가 그의 것임을...
- 지리산길 복원사업 제1구간이 지나는 등구재 -
지리산길은 지리산 둘레 3개도(전남.전북.경남) 5개 시·군(구례.남원.하동.산청.함양) 16개읍면 80여개 마을을 이어주는 300여km 국내 최초의 장거리 도보길입니다. 2007년부터 5년간 각종 자원 조사와 정비를 통해 지리산 곳곳에 걸쳐 있는 옛길,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농로길, 마을길 등을 환(環)형으로 연결하여 길을 완성할 예정입니다.
이 길은 지리산북부 전라북도 남원과 경상남도 함양을 이어주는 옛 고갯길을 중심으로 지리산 천왕봉과 반야봉을 배경삼아 그림처럼 펼쳐진 다랑이 논과 산촌 마을들을 만나고 산사를 지나 강으로 이어지는 풍경 같은 길입니다.
- 등구재에서 백운산 오름길의 겨울과 송이버섯의 군락지를 알려주는 전선철책 -
낙엽진 숲길이 참 따뜻합니다. 일행들이 무수히 밟고 지나간 길 위에는 한 줌 흐트러짐없이 그림자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변하는 것 위에 변하지 아니하는 무채색의 무게가 인생의 무게만큼 진중하게 느껴집니다.
- 백운산에서 보여지는 지리 하늘금과 금대암 진입로 -
산허리를 돌아가는 도로의 모습이 무척 서정적입니다. 저 길은 나를 여기에 두고 미지의 땅으로 흘러들 것입니다. 낯선 외지에서 만나는 차가운 겨울 풍경..
나는 귀가 시리도록 싸늘한 겨울의 기운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가벼운 바람은 누군가를 자꾸 떠올리게 만들 것입니다. 그들은 아마 저 길과 같은 이미지 속으로 지워졌을 것입니다.
- 금대산 정상 -
지리산에는 전망 좋은 8대(臺)가 있어 이 곳을 모두 올라야 비로소 지리산을 안다고 말할 수 있다는데 8대는 <금대, 마적대, 문수대, 연화대, 묘향대, 만복대, 수성대, 청신대>가 있으며, 그 외에도 <종석대, 무착대, 향운대, 문창대, 영신대, 향적대, 옥천대,서산대, 불일대, 상무주대>등이 있습니다. 이 중 <금대>는 함양군 마천면 가흥리에 있고 지리산의 조망이 가장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전설에 의하면 지리산의 산신은 대부분 여신인데, 금대의 산신은 남신이기 때문에 여신의 정기가 금대에 다 모여든단다. 옛날 도선국사가 지리산을 두루 돌며 수행을 하던 도중 금대에 올랐는데, 이 곳의 경치가 너무 빼어나 3일 동안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전해져 올만큼 지리산이 감싸 안은 정기를 한 몸에 받는 양지바른 명당자리가 이름만큼이나 빛나는 바로 <금대산>인 것입니다.
- 금대산에서 바라본 오도재 -
지나간 사랑을 소중히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은 지나온 산행길을 뒤돌아보면서 얻은 교훈이다. 인연의 미묘함은 인간의 뇌로는 깨닫을 수 없고 혀로서 설명되는 것이 아니다. 무릇 이 이치를 두려워하고 올바로 바라보아야 한다.
- 오도재와 함양 마천면 구양리가 소담스럽다 -
여백이 주는 아름다움. 산행의 묘미 중 하나는 발견의 기쁨이다. 이 가린것 없이 평화롭고도 고즈넉한 산골의 오후. 영락없이 고독한 현대인을 연상시킨다. 역으로 고요함의 숨소리에 겨운 풍광을 바라보는 나야 말로 외로운 동시대인인지 모르겠다.
- 금대산에서 바라본 지리의 유장한 하늘금 -
사랑의 모든 아침은 다가오는 낮보다 더 환하고 찬란한 새벽을 가지고 있지만, 여러 사랑의 저녁은 이윽고 덧없는 밤에 다다릅니다. 사랑에도 봄과 가을이 있고, 사랑에도 아침과 저녁이 있습니다. 사랑도 태어나고 성장하고 죽는 것입니다. 이 세상 만물 가운데 처음이 있는 것은 반드시 끝이 있듯이, 사랑의 겨울도 있는 것입니다. 풋풋한 떨림의 시기, 애욕과 관능의 지배로 영육을 불태워가던 시기, 숱한 결별들로 단련된 성숙의 시기가 있는 것처럼 사랑도 일생을 살아갑니다. 산행에도 이처럼 사랑의 일생이 오롯이 담겨져 있습니다.
- 금대산 가는 길에 바라본 지리 주마루금(덕평봉~벽소령~형제봉~명선봉~반야봉)과 백무동입구와 삼정리 -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 금대산에서 바라본 천왕봉~중봉~하봉과 상내봉라인 -
마음을 애써 비우려하는 것도 일종의 강박이요, 세상사 모든 일에 의미를 찾으려 하는 것도 일종의 강박이다. 들고 남이 바다의 조수처럼 자연스러워야한다. 자연스러움이란 있는 듯 없는 것, 없는 듯 있는 것.. 또한 그것을 구별하지 않는 마음이다. 가을 산인들 어떻하며, 겨울 산인들 또 어떻랴. 만산에 겨울이 집요하게 열려있다.
- 북동사면으로 바라보이는 합천 황매산(하늘금)과 산청 왕산과 필봉산 -
말하지 않는 것이 더 표현적인 경우. 혼자라는 사실 조차 행복으로 느껴질 때. 나는 세상에 문득 미안하다. 오래전부터 산을 함께 탔던 멋진 벗들이 생각난다. 아름다움을 맞설만큼 아직은 충분히 세지 못하다.
- 두류릉~국골~초암릉~칠선골~창암릉이 한눈에 보인다(좌로부터) -
사랑하는 사람과의 거리는 겨울산 만큼의 거리. 닿을 듯 닿을 듯 닿지 않는, 닿지 않아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 겨울잠에 들어간 지리의 속살을 들여다본다(zoom) -
여인의 속살처럼 덜추어 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 산의 속내이다. 오늘을 놓쳤으면 언제 이 풍경을 두번 다시 찾겠는가. 산을 오르면서도 이것이 다는 아닐거라는 생각이 염치없이 따라다닌다. 물기 없는 올 가을 단풍들을 수없이 책망하였건만 여기 금대산에서 제대로 영글은 겨울을 만난다.
- 금대암 내려가는 길의 여유로운 겨울빛 -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보내기 위해 종은 더 아파야 한다.
- 금대암 정경 -
금대암은 656년에 창건된 고찰로 지리산 일대에서 가장 고찰의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도선국사가 나한전을 중창하면서 현재도 나한도량으로 유명하다. 또한 금대암을 지리산 절 가운대 최고로 치는 문인 선비가 많았다. 왜일까? 금대암이 자리한 금대산은 덕유산의 한 갈래로, 천왕봉을 비롯한 지리산의 연봉이 한 눈에 바라다 보이는 경치 때문인가? 그 근거는 정토경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정토경' 가운데, “염불공덕이 있는 사람은 임종 시 서방의 대성께서 맞이하시는데, 가장 공덕이 높은 사람은 금대에, 그 다음은 은대에 모신다.”는 말이 있으니 바로 이 때문에 금대암을 최고로 치는 것이다.
- 금대암 3층석탑 -
겨울의 한 복판에서 마음껏 자유를 느낀다. 일찌기 맛보지 못한 것. 소중히 간직해,버리고 싶지 않는 것. 내 살과 피와 영혼으로 바꾸고 싶은 것...
- 날머리인 마천중학교(폐교)로 내려가는 길 -
산행 내내 바라본 지리의 숨결이 내게로 달려와 긴 침묵을 윤허한다. 이 깊고 깊은 골과 길고도 긴 마루금의 침묵을.. 그 의미를 그대들은 알겠는가. 나는 소리 내어 웃었다. 기뻐 웃고 신이 나서 웃었다. 고개를 들어 큰 웃음을 智異 님에게 보냈다. 아! 이 솜털보다 가벼운 발견의 기쁨이란...
네..지기님~! 시인이라고 할 수도 없고, 지리의 아름다움과 장엄함 앞에서 그저 주절거리는 것이라고 여겨 주십시오..수없이 많은 시간을 지리와 지내다 보니 자연스레 보여지는 하늘금과 마루금, 그리고 골을 알게 된 것 뿐입니다..바쁘신 와중에 이렇게 고운 말씀을 해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사진이 시원시원합니다. 조망과 조망해설 그리고 잔잔한 음악까지 즐감하였습니다.
네..사진만 시원한 것은 아니고 바라보는 가슴이 더 시원한 산행길이었습니다..허접한 산행의 여적에 오셔서 함께하여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얼마전 느린공명님의 산행기가 아쉬움을 전하디만 유목민님의 산행기를 보니 더더욱 지난여름봉산의 마자막코스(백운,금대)를 못오른것이 많이 아쉬워 짐니다. 대리만족 잘 하였습니다.
네..지리의 조망대라고 불리우는 삼봉산과 이어지는 백운산과 금대산은 넘 좋습니다..눈이 내린 한겨울엔 더 장관을 이루지요..감사합니다...^^**
유목민님은 직업이 시인이 아닌가 합니다. 어쩌면 글을 이렇게도 아름답게 쓰실 수 있는지요. 바쁜 약국업무지만 한 톨의 글도 빼지 않고 다 읽었습니다. 정말 감동입니다. 그리고 지리 조망에 관해서도 모르시는 것이 없군요. 산행기속에서 흠뻑 빠졌다 나왔습니다.
네..지기님~! 시인이라고 할 수도 없고, 지리의 아름다움과 장엄함 앞에서 그저 주절거리는 것이라고 여겨 주십시오..수없이 많은 시간을 지리와 지내다 보니 자연스레 보여지는 하늘금과 마루금, 그리고 골을 알게 된 것 뿐입니다..바쁘신 와중에 이렇게 고운 말씀을 해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지리의 아름다운 능선길에 빠지다 보니 어떻게 산을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한번 더 지리를 찾을 날을 기다리면서 오늘도 조용히 유목민님의 글과 사진에뻑 젖어듭니다 늘 안산 산 하시기를 ^^*
네..고맙고도 동감어린 댓글이십니다..이제 가을철 산방도 해제되었고, 곧 많은 눈이 내리는 날에 고혹한 느낌으로 스며들면 넘 멋스럽다고 봅니다..부끄런 글과 사진에 후한 점수를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시원시원한 사진이 답답한 가슴 마음까지 후련하게 해주네요"문득 아름다운것과 마주쳤을때 지금 같이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나는 얼굴있으면그대는 사랑하는것" 이란 구절이 가슴에 와닿네요... 한컷한컷 좋은글 사진 감했어요... 음악도 좋고여....
네..고즈넉한 산행길, 그것도 산꾼들의 영혼의 고향인 지리를 바라보며 혼자 중얼거린 구절입니다..그만큼 지리를 사랑한다고 봐 주시면 넘 감사할 따름입니다..설리 님께서도 심설산행으로 지리로 가실거죠?
구구절절한 글귀가 폐부를 찌르듯 가슴속속이 ..... 잘보고 잘읽고갑니다.^^
네..산으로 끊임 없이, 그것도 지리로 더 열정적으로 다가서다 보니 자연스레 읊어지는 글귀를 써 본 것입니다..음악은 조금은 우수에 젖게 하지만 더 깊은 상념을 자아내기에 손색이 없기에 덧붙였습니다..감사합니다...^^**
사색산행...생각과 산행과 글쓰기의 조화가 너무 좋습니다.여럿이 함께 산행을 하지만 조금 떨어져서 혼자 이렇게 생각을 하고 느낀 다는 것이 산행의 진미이지요.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네..오롯한 느낌이 들 정도의 발품을 팔면서 읊조린 산행기에 과찬을 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세벗 님께서도 조망과 사색이 곁들여진 산자락에서 건강한 몸과 맘을 가꾸시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