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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물결이 일면서 함평은 한때 추락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친환경’을 내세운 함평의 나비는 새로운 미래를 열었다. 이제 함평은 으뜸 농촌으로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함평군은 함평읍을 머릿골로 손불·신광·학교·엄다·대동·나산·해보·월야 등 1개읍 8개면 104개 마을로 이뤄져 있다. 인구는 한 때 10만평을 웃돌았으나 2010년 4월말 현재 3만6547명이다.
‘함평천지, 늙은 몸이….’ 호남 각 고을의 특성을 읊은 노래 ‘호남가’. 그 호남가 첫 머리에서 함평의 모양새를 ‘함평천지’라 했다. 드넓은 땅이 지평선까지 깔려 늘 풍년을 기약하던 넉넉한 곳이었다. 그러나 거센 산업화 물결이 몰아치면서 함평도 여느 농촌이 그러하듯, 추락의 길로 접어들어야 했다. 도시로 떠난 젊은이들은 어쩌다 명절 때나 들르고, 늙은 부모만이 마른 땅을 지키며 겨우 명맥을 이어가는 농촌.
‘전국 제1축제’로 평가되고 있는 나비축제가 매년 열리는 함평읍 엑스포공원 전경.
하지만 함평은 달랐다. 대반전이 있었다. 똑 떨어지게 ‘먹을 빵’을 보란 듯 마련했다. 그것은 ‘친환경’이었다. ‘환경’은 도시나 농촌 모두가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화두다. ‘나비’는 그 함평의 미래를 여는 밑천이 됐다. 대기업 총수들까지 매년 달려와 ‘친환경 경영’을 한수씩 배우고 갈 만큼, 함평은 저만치 달려가는 농촌으로 변신하고 있다.
‘나비 축제’ 1999년 첫선 성공예감, 13년째 100만명 모으는 ‘전국 1위 축제’
매년 꽃피는 4~5월이면 함평도 나비처럼 날아오른다. ‘나비축제’가 시작되는 것이다. 나비축제는 해마다 함평의 온갖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팡파르다. 팡파르는 그만큼 짜릿하고 다른 축제행사까지 감동으로 이어진다.
나비축제 관람객들이 유채꽃·자운영이 활짝 핀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함평읍 함평천 일대 엑스포공원. 넓이가 30만㎡다. 1999년부터 천변 둔치에서 열어온 나비축제 공간수준을 한단계 높였다. 2008년 세계 나비·곤충 엑스포 때 완공했다.
나비축제는 제주도에서 잡아온 배추흰나비 100마리로 시작했다. 유리온실로 옮기자 100마리가 1만마리가 되고, 이어 10만마리로 불어났다. 그렇게 선을 보인 ‘나비축제’가 올해로 13번째가 됐다.
신기한 나비생태를 보여주는데 그쳤던 나비축제가 이젠 다양한 곤충들의 생생한 삶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국내 대표적인 환경생태축제로 떠올랐다.
나비·물방개·물땡땡이·검정물방개·게아재비·장구애비·물자라·송장헤엄치개·소금쟁이·잠자리 등 수서곤충, 딱정벌레·장수풍뎅이·넙적사슴벌레·왕사슴벌레·톱사슴벌레·각씨메뚜기·벼메뚜기·길앞잡이 등 육상곤충 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축제를 꾸미고 있다.
이들의 일생을 보여주기 위해 함평엑스포공원에는 나비·곤충생태관, 나비·곤충표본전시관, 숲속의 곤충마을, 곤충체험학교, 생태학습장 등이 들어서 있다. 또 금 162㎏으로 만든 국내 최대 황금박쥐 조형물이 있는 황금박쥐 생태관, 국내외 2500여 가지 다채로운 다육식물을 모아놓은 다육식물관, 인공습지공원, 민물고기 생태관, 군립나비미술관, 분재체험전시관 등의 시설이 일 년 내내 문을 열고 있다.
매년 ‘전국 1위 축제’로 평가를 받는 이 축제는 4월 말부터 5월 초순까지 열린다. 함평 전역에 자운영·유채·꽃잔디가 활짝 필 때다. 나비가 온 고을을 날아다니는 모습은 탄성을 자아낸다. 여기에 친환경 농업체험, 전통놀이, 각종 전시회, 문화예술무대 등이 곁들여진다.
‘나비축제’를 국제적 행사로 키운 것이 ‘2008 함평 세계나비곤충엑스포’였다. 그해 4월18일부터 45일간 열린 행사에는 국내외 관람객 200만명이 다녀가는 성황을 이뤘다. 함평군은 현재 2013년 두번째 행사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나비축제는 매년 입장료 수입만 20억원 이상을 올리는 등 모두 500억원대 부수효과를 낸다.
1년 내내 열리는 ‘함평 축제’ 지역 경제 살리는 신산업
나비축제는 다른 축제를 키워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 난명품 대제전이 매년 3월말 열린다. 춘란이 꽃을 피우는 시기에 맞췄다. 함평은 대대로 ‘난의 고향’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소심·적화·황화·주금화 등 수많은 한국란이 자태를 뽐낸다. 은은한 향을 내음하려는 발길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가을축제인 대한민국 국향대전 때 온갖 꽃화로 만들어 선보이는 숭례문.
9월에 열리는 꽃무릇 축제도 명품축제다. 해보면 용천사 자락에 ‘꽃무릇 공원’이 꾸며져 있다. 꽃무릇은 이곳이 군락지다. 잎과 꽃이 따로 피어 상사화라 불리기도 한다. 가을 나비인 산제비나비와 어울려 볼거리를 이룬다. 온 산을 빨갛게 물들이는 꽃무릇은 한국 100경 중 48경으로 선정된 꽃이다.
이어 10월 말엔 대한민국 국향대전이 마련된다. 함평엑스포 공원이다. 나비축제가 봄 축제라면, 국향대전은 가을 축제다. 2004년에 시작된 이 행사는 숭례문·마법의 성 등이 온갖 국화로 거대하게 만들어져 분위기를 압도한다.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가을 곤충도 등장한다. 고구마· 콩 등 토속적인 ‘가을먹을거리’를 직접 구워 먹을 수 있고, 수수깡을 이용한 안경, 바람개비, 곤충 등을 만드는 체험도 그 옛날처럼 해볼 수 있다.
온 고을이 볼거리 천지, 학습·체험장 심신이 즐겁다
대동면 운교리에 자리한 자연생태공원. 함평의 온갖 식물·동물 등을 보고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자연생태공원은 함평의 특성을 살린 관광명물이다. 대동면 운교리 58만㎡ 너른 곳에 둥지를 틀었다. 2006년 7월 8년 동안 단장 끝에 문을 열었다. 봄의 싱그러움, 여름의 정열, 가을의 낭만, 겨울의 추억을 맛보는 데는 안성맞춤이다.
공원에 들어서면 ‘하늘엔 나비와 잠자리, 땅엔 꽃과 난초, 물엔 수생식물과 물고기’를 볼 수 있도록 꾸며 놨다. 나비·곤충표본전시관, 나비·곤충애벌레생태관 등 7개의 전시시설과 수서곤충관찰학습장, 반달가슴곰관찰원 등 관람시설 16개, 벽천폭포 등 편익시설 9개를 갖췄다.
춘란·동양란·양란 등 희귀한 30여 가지 난이 단아한 모양을 뽐내고, 공작새·잉꼬·타조 등 조류 140가지와 어울릴 수 있다. 또 반달가슴곰도 15마리가 있다. 공원 앞에 펼쳐진 저수지 대동호에 펼쳐지는 철새 군무도 좋다.
나산면 이문리에 자리한 함평생활유물전시관(3층 건물)도 이름 그대로 선조들의 생활상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이 땅에 터를 잡은 우리 민족이 무엇을 먹고, 어떤 옷을 입고, 어떻게 주거공간을 꾸미고 살았는지를 금방 알 수 있다.
1층엔 신분에 따라 입었던 복식과 관모, 신발을 비롯, 옷을 짓고 고치는데 쓰인 침선구, 장신구, 식생활도구가 전시돼 있다. 2층에 올라가면 쟁기, 가래, 따비, 고무래 등 농기구, 사냥과 고기잡이에 사용된 전통 도구, 물레와 얼레 등 길쌈도구 등이 즐비하다. 3층엔 혼례와 제례 등 의례용구, 전통놀이기구, 악기, 문방사우, 마구와 무기, 해시계 등을 볼 수 있다.
국내 최고(最古) 돌다리로 인정받은 학교면 고막천 석교(보물 제1372호). ‘돌다리’ ‘떡다리’라고도 불린다.
학교면 고막천을 동서로 가르는 석교는 함평이 자랑하는 문화재다. ‘똑다리’ ‘떡다리’라고 불린다. 탄소연대 측정결과 고려말~조선초때 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마치 나무를 베어낸 듯 자유롭게 돌을 자르고 짜 맞춘 솜씨가 놀랍다. 고막천 거센 물살을 수백년동안 견뎌낼 만큼 아직도 견고함을 자랑한다. 보물 제 1372호다.
나산면 국도·지방도 3곳에 서 있는 솟대장승공원도 눈길을 잡는다. 구산리 원구산 입구에 현대장승 27기, 나산리 입구 삼거리 장승 30기, 이문리 환곡교 주변 장승 44기가 솟대와 함께 서 있다.
바다와 뭍에 조성된 체험마을에 인파가 몰린다. 해보면 상모·하모·운곡·원산마을은 옛 고향의 정서와 친환경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한옥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이들 마을에서 사계절마다 다채로운 농촌체험을 할 수 있도록 꾸며 놨다. 상모·하모 마을엔 역사자원이 풍성하고, 운곡마을엔 등산로와 쉼터, 물고기가 노니는 개천이 있다. 원산마을엔 뽕잎·오디따기 체험을 할 수 있다.
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된 해보면 상모·하모마을 풍경. 한옥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함평읍 석두마을 돌머리해수욕장은 온통 갯벌 투성이다. 수평선 끝까지 펼쳐져 있는 갯벌을 각종 체험장으로 만들었다. 갯벌엔 바지락·세발낙지 등이 널려 있고, 돌과 바위엔 돌꽃(石花)인 굴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고칼로리 저담백질 스태미나식으로 알려진 보리새우 산란장이기도 하다.
갯벌을 가로 지르는 통나무 다리를 오가며, 게르마늄이 풍성한 갯벌에서 뒹굴며 목욕을 즐길 수 있다. 부드러운 갯벌이 맨발에 와 닿는 감촉이 좋다. 수많은 생물과 철새들의 이동경로이기도 해 학습장이 되기도 한다.
‘친환경 함평’으로 농·축산업 활기, 쌀·한우는 날개 돋친 듯 팔려
깨끗하고, 친숙한 고을 인상에 힘입어 한우가 각광받고 있다. 일찍부터 대표적인 특산품이지만, 정부로부터 전국 처음으로 한우산업특구로 지정돼 더욱 명성을 더하고 있다. 배합사료가 아닌 섬유질 사료와 발표 사료를 먹여 고기육즙이 풍부하다. 감칠맛도 뛰어나 한 번 맛을 본 이들은 주저 없이 으뜸 쇠고기로 쳐준다. 2010년 갤럽과 소비자시민의 모임이 전국 26개 한우브랜드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4위를 차지할 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다.
엑스포공원 안에 3층짜리 한우플라자가 지난해 7월 문을 열었다. 정육식당과 레스토랑 등이 성업 중이다. 2012년까지 680억원을 투자, 전국 제일 한우고을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쌀도 명품반열에 올랐다. ‘나비쌀’ ‘나비 햇살미’가 브랜드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고, 오리·왕우렁이 농법 등으로 키워 친환경농산물 인정을 받았다. 2003년부터 ‘전남도 10대 베스트쌀’로 선정됐고, ‘2010 대한민국 친환경대상 친환경농산물’로 꼽혔다. 서울·경기 등 수도권 학교 급식용으로 날개 돋친 듯 나간다.
곤충산업도 훨훨 날개를 펴고 있다. 2006년부터 ‘나비곤충 클러스트’ 만들기에 나서 벌써부터 효과를 내고 있다. 해보면 광암리엔 나비·장수풍뎅이, 월야면 양정리에 사슴벌레, 손불면 산남리에 꽃무지(굼벵이), 신광면 가덕리 수서생물을 키우는 ‘곤충마을’로 지정, 산업화를 꾀하고 있다.
첫해 9700만원에 이르던 매출이 2007년 1억원, 2008년 5억원, 2010년부터는 10억원 이상으로 성장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선 도전해보지 못한 ‘블루오션’ 하나를 열어놓은 것이다.
‘맛’과 ‘멋’이 버무려진 함평 음식, 비빔밥·오도리·갯벌세발낙지 등 군침
‘친환경’은 함평의 ‘먹을거리’ 품위도 훨씬 높여 놨다. 신선한 재료와 전통적인 요리 방법이 어우러져 더욱 맛의 신뢰를 높인다.
함평 대표음식 4가지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비빔밥-생고기-오도리-세발낙지
함평 한우의 명성도 한몫하고 있다. 선짓국 비빔밥은 함평을 대표하는 요리다. 선짓국물에 삶은 콩나물과 전통 고추장, 참기름, 김가루, 애호박, 한우육회, 계란노른자, 양념장을 넣어 버무려 먹으면 그야 말로 꿀맛이다. 개운함과 감칠맛을 잊을 수 없다. 생고기도 좋다. 생고기로 내놓는 한우는 무항생제 섬유질 사료를 먹여 키운다.
깨끗한 천연갯벌을 끼고 있어, 바닷가에도 먹을거리가 풍성하다. 그중 보리새우는 함평산 맛이 일품이다. 흔히 ‘오도리’로 불린다. 살아있는 그대로를 초장에 찍어 먹는다. 살아서 벌떡이는 새우를 한입에 넣는다.
갯벌낙지도 명물이다. 바닷물이 멀찍이 빠졌을 때 뻘속을 뒤집거나, 갯벌을 노니는 낙지를 잡는다. 발이 가늘다고 해서 ‘세발낙지’라 부른다. 기름소금에 마늘, 풋고추, 초장 등을 곁들여 먹으면 부드럽고 담백하다
함평 가는 길 /
함평 가는 길은 고속도로·철도·항공 등으로 열려 있다. 서울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함평 IC로 들어오면 3시간 30분 거리다. 충청권도 서해안고속도로를 타면 된다. 대전에선 2시간 30분.
남해고속도로·88고속도로를 이용하면 광주 동광주 IC~동림IC~빛고을로~무진로(평동산단 방향)~광주무안고속도로~동함평 IC로 통한다. 부산에서 3시간, 광주에서 30분거리.
철도는 용산·영등포역~함평역 사이 새마을호와 무궁화호가 다닌다. 광주공항에서 30분거리다.
나비축제을 찾은 어린이들이 유채꽃밭에서 나비와 어울리며 놀고 있다.
나비축제 개막을 알리는 거리행진 모습.
해보면 용천사 자락에서 열리는 꽃무릇축제을 찾은 한 가족이 꽃을 보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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