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 서울 근교에 이런 곳이 있었나?
“서울에서 1시간 거리일 것, 도심의 때가 묻지 않은 곳일 것, 색다른 즐거움이 있을 것, 경치가 아름다울 것 등이다. 이 모든
것을 충족시키는 곳은 과연 어디일까. 너무 욕심이 과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할 수 있지만 그건 절대 아니다”
주5일 근무제가 보편화되면서 주말만 되면 도시탈출을 선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주일의 묵은 스트레스를 산으로 공원으로 바다로
나가서 푸는 것이다. 하지만 온갖 채비를 다 갖추어 놓고도 어디론가 떠나기에 앞서 항상 우리의 발목을 붙잡는 것이 있다. 떠나긴 떠나야 하는데
어디로 갈 것인가 하는 점이 언제나 문제다. 인천을 제외한 수도권에 거주하는 이들에게 바다는 가까우면서도 먼 곳이다. 가까운 곳에 인천연안의
서해 바다가 있기는 하지만 겨울바다를 보려는 이들은 도심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인천 연안보다 한적하고 멋진 풍경을 원한다. 하지만 주말 이틀을
틈타 바다를 보기 위해 동해나 남해로 떠난다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자가운전으로 다녀오려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헤이맨투데이>가 생각하는 겨울바다 주말여행을 위한 조건은 이렇다. 서울에서 1시간 거리일 것, 도심의 때가 묻지 않은
곳일 것, 색다른 즐거움이 있을 것, 경치가 아름다울 것 등이다. 이 모든 것을 충족시키는 곳은 과연 어디일까. 너무 욕심이 과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할 수 있지만 그건 절대 아니다. 이런 조건을 갖춘 곳은 찾아보면 의외로 많다.
겨울바다의 융숭한 대접
먼저 서울에서 인천공항 전용도로를 타면 40분만에 도착할 수 있는
영종도가 있다. 영종도는 사실 인천도심과 가까운데다 국제공항까지 있어 한적하고 멋진 겨울바다를 즐기기에는 최적의 장소다.
영종도에서 겨울바다를 즐기기 위해서는 어떤 장소를 선택하느냐가 중요하다. 을왕리 해수욕장을 지나 을왕리 선착장 쪽으로 가다보면 그 고즈넉한
자태를 드러내는 선녀바위가 있다. 선녀바위 해수욕장과 그 주변은 찾아오는 인파도 많지 않고 식당 등 위락시설도 많지 않다. 뿐만 아니라 경관도
아름다워서 서울 근교에 이런 곳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렇다고 이곳이 겨울바다만 멍하게 감상하다 와야 하는 곳은 아니다. 선녀바위 부근에는 망둥어가 많기 때문에 해안가에 위치한 작은
구멍가게에서 2천원짜리 망둥어 낚시대를 사서 쏠쏠한 손맛을 볼 수도 있다.
또 해변가에 위치한 조개구이 집에서 석양에 붉게 물든 바다를 보며 조개구이를 먹는 맛도 별미다. 겨울은 바닷가가 비수기이기 때문에
조개구이집의 융숭한(?) 대접을 받을 수 있다.
가볼만한 겨울바다 두번째는 제부도다. 제부도는 안양권에 위치한 대부도를 지나 20분 정도 더 들어가면 나온다. 등잔 밑이 어둡듯이
제부도는 경관이 빼어남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외면당해왔다. 때문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그 진가를 아는 사람도 드물다.
제부도는 팬션을 예약해 하루를 묵으면 물때에 따라 멋진 바다와 드넓은 갯벌의 두 얼굴을 볼 수 있다. 최근에는 해안산책로가 개발되어
비교적 쉽게 아름다운 서해를 멀리까지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바닷가 도로를 질주하는 기분
당일치기로 다녀올 경우에도 물때를 잘 맞춰 가면 한국판 ‘모세의 기적’으로 잘 알려진 제부도의
바닷길이 열리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이 길은 하루에 두 번 열리는데, 지금은 포장공사를 해 자동차로 통행할 수 있다. 하지만 섬에 들어가더라도
물때를 잘 알아두지 않으면 섬에 갇혀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썰물 시간 확인은 필수다.
뿐만 아니라 텐트촌과 놀이공원도 있어 가족이나 연인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갯벌체험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해 준다. 썰물 때가 되면 긴 갯펄이 드러나 맛조개나 낙지를 잡을 수 있으며, 밀물 때는 대낚시를 할 수도 있다. 호미와 장갑 그리고
대낚시는 부근 상점에서 빌리거나 살 수 있다.
만약 시화방조제와 대부도를 지나 제부도까지 들어가는 것조차 부담스럽다면 그냥 대부도에 머무는 것도 좋다. 시화방조제는 서울에서 불과 3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최근 수도권 거주자들의 바다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육지에서 대부도 섬으로 이어지는 긴 방조제 길을 따라 가다보면 그
바다풍경에 절로 빠져든다. 또 방조제에는 자전거도로가 잘 발달돼 있는데, 방조제 중간 중간에 자전거를 빌려주거나 미니바이크를 대여해 주는 상점이
있다.
이밖에 겨울바람을 많이 맞아 몸을 녹이고 싶다면 뜨거운 바지락 칼국수를 추천한다. 대부도 쪽으로 들어가면 바지락 칼국수를 파는 곳이
많다. 서해안 갯벌에서 직접 채취한 바지락으로 만든 이 칼국수 맛은 겨울의 별미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