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점은, 업은 늦게 받으면 늦게 받을수록 그 과보는 더욱더 커진다는 점이다. 은행 계좌를 생각해 보면 빠르다. 은행에 돈을 저축하고 시간이 많이 흐르면 흐를수록 거기에는 이자가 붙는다. 마찬가지로 우주법계라는 은행에 우리는 행위로써 저축을 한다. 신구의 삼업, 즉 몸과 말과 생각으로 한 행위는 고스란히 우주법계에 저장이 되고 저축이 된다. 심지어 스쳐 지나가는 단 하나의 생각조차도 우주법계라는 은행에는 분명하게 저축이 된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이자가 늘어난다.
선행을 하고 그 선행에 있어 상을 내지 않고, 복을 바라지 않고, 칭찬을 바라지 않고 놓아두게 되면 그것이 오랜 세월 후에 세상에 알려질 때는 더욱 큰 칭찬과 찬탄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선행을 하고 나서 바로 세상에 알리게 되면 작은 칭찬으로 끝날 것이다. 그렇기에 선행은 실천하고 나서 잊어버리는 것이 가장 좋다. 잊어버려서 당장에 꺼내 쓰지 않고 우주법계라는 은행에 저축해 두게 되면 훗날 시간이 흐른 뒤에 더 많은 이자와 함께 더 많은 선의 과보를 받게 되고, 복락을 누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억지로 늦게 받으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우주법계라는 은행은 언제나 내가 받아야 할 가장 필요한 시점에, 즉 내가 그 선의과보를 받음으로써 지혜를 깨닫기 가장 쉬운 시점에 그 과보를 보내주기 때문이다.
반면에 악행을 한 것은 될 수 있는 한 빨리 받는 것이 좋다. 보통은 악행을 한 과보는 괴로움이기 쉽다 보니, 악행의 과보를 받기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괴로운 일이 생겼을 때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회피하려 하거나 덮어두려고 애쓴다. 그러나 괴로운 일일수록, 악업의 과보일수록 더 빨리 받는 것이 좋다. 늦어지면 그만큼 더욱 이자까지 불어나 커지기 때문이다. 옛말에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말이 있는데, 그야말로 매일수록 먼저 맞는 것이 낫다.
그렇다고 이 또한 억지로 빨리 받고자 할 것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 그저 법계의 인연법은 알아서 그 과보를 받기 가장 좋은 때를 당신 눈앞에 등장시킬 것이고, 바로 그 때가 내가 그 과보를 받아야 할 때인 것이다. 즉, 무엇이든 바로 지금 일어나는 일이야말로 가장 진리답고 시절인연에 딱 맞는 것이니, 다가오는 무엇이든 있는 그대로 허용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좋다.
물론 여기서 받아들이라는 말은 힘든 일, 괴로운 일이 올 때 그것을 바꾸려고 하지도 말라는 뜻은 아니다. 싫은 것은 받기 싫으니 받지 않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그 또한 자연스러운 도다. 그러니 받기 싫은 것은 안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는 것이 좋다. 다만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의 노력이 중요하다. 나 편하고자 타인을 괴롭혀서는 안 된다. 그런 싫은 것을 안 받으려는 반복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 바뀌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내가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삶이 저절로 받아들여지고 있기에, 사실은 이미 받아들여 진 것이다. 다만 이미 온 현실에 대해 내가 마음으로 못 받아들여서 괴로운 것을 돌이켜 마음으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괴로운 과보가 이미 왔고, 바꾸려고 해도 안 된다면, 거기에서 좌절할 것이 아니라 재빨리 마음을 돌려 현실을 수용해야만 오히려 그 고통의 과보를 빨리 지나가게 할 수 있다. 좌절, 절망, 신세한탄을 하면서 절대 나는 못 받아들이겠노라고 거부하면 할수록 오히려 그 고통은 해결되지 못한 채 오래도록 나를 괴롭힐 것이다.
어쨌든 업보를 받아야만 하는데, 안 받겠다고 계속 거부하게 되면 그 업보는 나에게 흡수되지 못하고, 그러면 법계에서는 그것이 온전히 흡수될 때까지 계속해서 그 고통을 보내줄 것이다. 어차피 온 업장이라면 가슴을 열고 확 통으로 받아들여 버리면, 잠깐 힘들겠지만 빠르게 소진될 것이다.
🩸글쓴이: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