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9회 지리산 종주 2022. 9. 16(금)~9.17(토) 1박2일
* 참가자 : 조성식, 황영옥, 이진호, 백귀순, 박치용, 이은주, 정철효, 김복남, 김종식, 우영환(10명)
* 코 스 ☞ 첫째날 : 소방서출발(06:00)성삼재(07:40)-노고단대피소(09:40)-아침식사-임걸령-삼도봉(12:15)-화개재(12:40)-점심-연하천 대피소-벽소령대피소(17:40)/ 17km
둘째날 : 벽소령 아침식사 후 출발(07:40)-선비샘-칠선봉(10:00)-영신봉-세석-촛대봉-연하봉-장터목대피소 점심후 출발(14:40)-백무동 코스-하산완료(18:00)-거창(19:00) /15km
* 거리 : 총 32km
코로나19 탈출 기념 지리산 종주 산행으로 1박2일 32km 대장정을 마쳤다. 처음 설악산 종주를 기대해보았으나 중청대피소 예약 불발로 지리산 종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대장님은 이번 지리산 종주를 계획하면서 한새미가 어느 정도 저력을 가질까 궁금하시기도 했다는데, 대장님의 오랜 관록이 묻어나는 빈틈없는 계획에 따라 착착 진행되어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고 여기에 한새미의 새로운(?) 이력을 보태기도 한 종주였다. 무엇보다 날씨가 참 좋아서 첫날에는 흐려서 걷기에 딱 좋았고, 둘째날엔 구름 한점 없이 활짝 개여 지리산의 웅대한 비경을 맘껏 감상할 수 있었다.
종희님은 아파트 리모델링 중이라 못 오고, 장영일님은 이틀동안 걷기에는 다소 무리다 싶어 불참. 김종식님과 우영환님은 지리산 종주가 처음이라 걱정되기도 한다지만, 성삼재에서 우리는 구호를 외치는 출정식(?)으로 무사 종주를 기원하였다. 출발부터 소소한 행운이 잇따랐는데, 인월의 기사님이 성삼재까지 동행해준 덕분에 시간도 벌고, 경비도 절약할 수 있었다. 게다가 친절한 공사 차량 관계자들이 우리의 배낭을 노고단 대피소까지 실어다 주었던 것. 헐렁~하게 노고단 대피소에 올라 김밥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임걸령까지 오르막 내리막 길을 내처 걸었다. 짙은 남보라의 투구꽃과 쑥부쟁이, 구절초가 하늘거리고, 마주보는 한쌍의 오리인 듯 귀엽고도 하얀 꽃 진범이 길목마다 내내 피어있었다.
등산하기 좋은 계절이라 그런지 청년, 장년들뿐 아니라 여성팀, 어린이가 있는 가족팀들이 서넛 혹은 대여섯이 줄지어 가는 등산객이 많았다. 걸음이 빠른 팀들에게 자연스레 “네~ 먼저 가셔요”하며 양보하다 보니, 어느 샌가 뒤따르는 팀들 모두에게 추월당하고 있었다! 한새미의 걸음걸이는 어느 새 빠름에서 보통으로 보통에서 느림으로 바뀌어 있었던 것을 이번 지리산 종주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하긴 우리가 만난 등산객들 가운데 우리보다 더 나이 든 분들을 보지 못했으니, 당연지사!! 그리고 삼도봉 못 미처에서 거고26회 졸업생 2명을 만났는데, 철효님 친구들인 이들은 반선에서 뱀사골 코스로 올라왔는데 우리가 지나온 노고단-성삼재로 가는 중이었다. 지리산 종주길에 아는 사람을 만나다니, 신기한 일도 있구나 반가웠는데, 고맙기까지 한 일로 이어졌다.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가 만나는 삼도봉, 이 봉우리를 넘나들며 사람과 물자가 만나고 교류하였을 터이니, 험하기만 한 산도 희망이 되었을 것이다. 좀전부터 산길 걷기가 힘들다고 천천히 오시던 과장님이 점심 후 뱀사골 코스로 내려가시겠다 한다. 한새미 등산 이래 여직 과장님이 중도에 하산한 일은 거의 없었을 터인데, 이제는 조심하는 게 좋겠다고 결심하신 것이다.
화개재에서 점심을 함께 먹고 과장님과 귀순님 두 분을 아쉬운 맘으로 보내드렸다. 무사히 하산하시고, 거창까지 안전하게 가시길 바라면서... 그런데 자가용이 없으니 이동 방법이 막연했다. 어디까지 버스 운행이 되는지, 택시 요금은 얼마나 나올지... 걱정만 하고 있다가 철효님 친구들이 반선에 차를 두고 왔다는 말이 떠올랐다. 폰으로 양쪽을 연결하여 무사히 만나게 해드리고 나니, 이제부터는 안심! 우리도 어느새 연하천을 지나 벽소령으로 향하고 있다. 우리들 대화에 등장한 또 다른 등산팀은 큰 배낭을 메고가는 딸과 배낭없이 걷고 있는 엄마로 보이는 모녀팀이다. 우리는 등산길 내내 추월당하다가 유일하게 이 모녀팀보다 앞서갔는데, 모녀팀도 세석에서 자려던 계획을 바꾸어서그 벽소령에서 하룻밤을 같이 묵게 되었다.
우리가 벽소령 대피소에 도착한 때는 약간 어둑해진 5시30분경, 맛있는 한우불고기로 배를 가득 채우고 이것저것 짐 정리를 하였다. 세수는 생략하고 간단 양치로 입안을 헹구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할 건 다했는데 아직 8시, 낼 아침까지 긴긴 시간이 남았다. 잠이 안 들어 하나 둘 나오신 분들과 내일 이야기를 조금 나누다 보니 소등시간이다. 국립공원 대피소는 코로나 기간 동안 보수공사를 많이 했다고 한다. 벽소령 대피소를 이용하려면 200미터 남짓 떨어진 곳에서 물을 받아와야 해서 불편했는데, 식수용 수도가 마련되어 있어서 훨씬 편해졌다. 숙소에도 1인용 잠자리마다 전기 히터가 들어오고, 담요는 판매하지 않는다. 남자들은 1층에, 여자들은 바로 그 위 2층에 올라가 누우니 따끈따끈하여 피로를 풀기에 좋았다.
초저녁부터 잠에 떨어진 사람, 밤중에 일어나 뒤척인 사람, 뒤척이다 잠든 사람 등등 다음날 아침은 문안 인사로 시작하였다. 모녀팀 옆자리에서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은주님 왈, 엄마 생일을 기념해 지리산 종주를 하고 있고, 엄마는 등산이 처음이란다. 그리고 거창으로 귀촌하여 읍내에 살고 있다는데 이것도 참 신기한 우연이다.
요즘은 등산길의 식사 준비가 많이 간소해졌다. 당일 식사는 김밥으로 대처하고 잠을 잘 때엔 대피소에서 전자렌지에 따뜻하게 데워주는 햇반을 사 먹는다. 아침 메뉴는 어제 남은 불고기와 시원한 된장국, 조금씩 싸온 반찬들을 펼치니 그래도 푸짐했다. 아침을 먹으면서 부대장님 생각이 많이 났음을 누군가가 고백했다. 제일 먼저 일어나 밥 짓고, 아침 준비하여 우리를 깨우던 일, 한 잔 마시고 나면 재미있는 얘기로 우리를 얼마나 웃게 해 주었나, 그리고 커다란 쓰레기 봉지... 각자가 갖고 있는 여러 기억들이 떠올라 종주 내내 부대장님이 우리와 함께 하고 있음을 다같이 공감하였다.
둘째날, 날씨는 쾌청하여 하늘은 파랗고 공기는 산뜻하다. 걸음을 재촉하니 땀이 송송 나오고 목이 마르다. 선비샘에서 쫄쫄 나오는 물을 받아 시원하게 마시고 걷다보니 전망이 대단하다. 멀리 보이는 천왕봉과 그에 가까이 가려는 여러 봉우리들이 겹겹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눈 앞에 툭 나타나는 기암 괴석 절경들... 촛대봉에 올라 앉아 두루두루 경치를 감상하고 많이 걸어 피곤한 다리도 쉬어주었다. 대장님은 특별히, 첫 종주인데도 잘 따라오고 있는 종식님과 영환님을 칭찬해주셨다.
장터목 산장에서 점심을 먹고, 백무동으로 하산. 이 길은 원래 멀고도 지루한 돌길이어서 힘든 코스로 꼽히는데, 드디어 철효님이 오금에 통증이 왔음을 호소하였다. 산은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준엄한 깨우침을 주는 법이라는데, 센터를 수리하느라 거의 6개월간 등산을 못 하다가 지리산 종주에 덜컥 합류했으니!! 돌길을 내려가는 것이 너무 아파서 영환님의 무릎보호대를 빌려 차고도 느리게 걸을 수 밖에 없었다. 흙길은 좀 낫지 않을까 하여 돌길이 끝나기를 애태우며 걸었는데, 마을에 이르도록 끝끝내 흙길은 나타나지 않았다. 도착시간은 예정보다 1시간 정도를 지체했으나, 잘 다녀왔음에 모두들 뿌듯해했다.
지리산 종주는 이렇게 약간의 이야기 거리를 남기면서 무사히 마쳤다. 대장님은 한새미의 저력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었고, 도전적이고 모험적인 산행을 당분간 할 수 있겠다고 하신다. 거창에서 전날 오신 과장님과 귀순님 합류, 조소명 박사학위 받음을 기념하여 대장님이 한턱 내시는 저녁을 맛있게 먹고 마무리.
첫댓글 [조성식대장님] [오후 9:07] 수고하셨어요.
힘들었던거는 벌써 까 먹고 즐거운 추억만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한새미 회원들 아직 살아 있어요.
[김종식님] [오전 10:46] 한새미의 공식 작가 복남씨! 바쁜 와중에도 기대를 져버리지 않은 긴 글 쓰시느라 수고하셨어요!! 처음하는 지리산 종주라 더 나이들기 전에 따라 나서야지 했는데 역시 만만치 않았지만 이 나이에 이만하면 대단하다며 스스로 다독이며 돌아와서 며칠은 무릎도 이프고 댓가를 치렀지만 좋은 추억이었습니다! 모두에게 감사드려요~~♡♡
[황영옥님] [오전 11:42] 투구, 진범, 구절초와 쑥부쟁이로 차려진 가을꽃상을 즐기며
잘 다녀왔어요.
중간 중간 힘든과정이 있었지만 함께라서 해낼수 있었네요.
산행일지로 기억을 불러오게 해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많이 수고하셨어요.
한새미 공식작가님의 글답게
눈을 뗄 수가 없네요.
화덕에선 국이 넘칠라 하는데~ㅎㅎ
한새미 여성대원들 박수를 보냅니다.
첫종주를 한 종식언니께는 더 큰 박수를!!
좋은 곳을 서로 아끼는 분들끼리 찾을 수 있는 것은 큰 축복입니다.
한새미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