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필요 없어 팔고, 가끔 시내버스를 탄다. 새로운 세상이었다. 시내버스는.
더 섬세하게 거리를 관찰할 수 있었다. 특히, 비 내리는 날의 시내버스는 운치가 있다.
기차는 눈 내리는 날이 좋고, 시내버스는 비 내리는 날이 좋다.
시내버스가 꼭 좋은 기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 시내버스를 탄 것은 사춘기 시절 묵호에서 사고를 치고 도망 간 곳이 이모가 살던 서울 망우리였다.
망우리에서 시내 버스를 타고 종로 2가 제일 학원에 다녔다. 돌아 올 때는 시내버스를 타기 싫어 종로 2가에서 동대문 운동장 미도파 백화점 청량리를 거쳐 중간에 타기도 했다. 걷다 보면 전파사에서 흘러 나왔던 ‘사랑과 평화’의 ‘한 동안 뜸 했었지’가 생생하다.
아침에 탈 때는 기겁을 한 적이 있다. 앉아 있던 나의 어깨를 젊은 처녀가 자신의 음부가 있는 두덩으로 마구 밀어서 그녀의 냄새를 짙게 맡은 적도 있다.
가끔 노인회관에서 걸어가기 싫을 때는 노인회관 버스를 타기도 한다. 할머니 누나들과 이야기 하고 가는 재미가 쏠쏠 하다.
금진항에서 장사 할 때는 가끔 강릉 시내를 나갈 때 시내버스를 타기도 했다. 금진항과 심곡항 사이의 아름다운 헌화로 해변길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정동진과 안인진 사이의 기가 막힌 해변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삼척에서 강원도 제일 남쪽인 호산항까지 시내버스를 타보기도 했다.
시내버스는 옛 7번 국도를 달린다. 삼척 남쪽 작은 항구를 다 거처간다. 여행객들에게 추천한다.
시내 버스는 늙어가는 나에게 세상을 다른 각도로 볼 수 있는 선물을 주었다. 나로서는 새로운 발견이고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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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