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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공개 입니다
어제 한 후배가 “소장님, 올해 들어서서 너무 세게 나가시는 거 아닙니까?”하고 나를 안타까워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올해 나는 엉뚱한 일에 바빴다. 알라딘과의 도서정가제 파동, 교보문고 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대한 공격적 비판, 게다가 이제 'KBS 어린이 독서왕‘까지. ’KBS 어린이 독서왕‘의 선정도서가 서점에 깔린 것을 보고 나는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분노할 수밖에 없었는데 남들은 그런 내가 이상해 보이는지.
이런 일들이 정말 분노까지 할 필요가 없는 일이란 말인가? 출판시장을 유지하는 근본적인 원칙을 파괴하는 것은 문화시장 자체를 파괴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와의 이익 유불리만 놓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교보문고가 샘에 콘텐츠를 주지 않는 출판사에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에는 이미 불이익을 주려는 뉘앙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초기에 샘에 콘텐츠를 주고 교보문고에 알랑거린 출판사들이 이미 많은 이익을 누리고 있단다. 그러니 출판문화보다는 자신의 이익이 우선이라는 사람들만 널렸단다.
이미 온라인서점들은 ‘KBS 어린이 독서왕’ 추천도서를 한 권이라도 더 팔려고 안달이다. 일부 서점에서는 벌써 종합 순위에 올라오고 있다. 일부 양심적인 출판사의 책이 포함되기는 했지만 조악한 수준의 책들이 다수다. 이런 책을 읽히는 것 자체가 문제인데 더구나 교육시스템을 동원해 반강제적으로 읽히겠단다. 뚜렷한 선정위원회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선정을 주도한 이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도 회자된다. 이런 일의 진정성보다 자신의 이익만 따지려는 분위기다.
출판사에서 45%에 공급받은 유통회사 ‘(주)북커버’(이 사업을 위해 급조된 것으로 보이는)는 서점에 65%에 공급한다. 학교에다 직접 공급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20%는 유통회사와 KBS가 나눠먹는 모양이다. 서점에는 현금지불이 원칙이고 반품은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전달한 모양이다. 이것만 보아도 철저하게 이권을 노린 사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제 나는 KBS에 이 사업에 대해 확인을 부탁했다. 내 블로그를 보고 전화를 걸어온 기자들에게도 대강의 내용을 설명했다. 선정된 몇 출판사에게는 전화를 걸었더니 다들 화들짝 놀라는 기색이다. 혹시나 이 건으로 몇 만부 팔아 이익을 챙겨보려는데 내가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느낌이 들어 온몸이 오싹했다. 하지만 이 건에 대한 제보도 이어지고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열심히 싸울 것이다.
어제 10시 가깝게 사무실에 있다가 퇴근하는데 내가 인생을 잘못 사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자 쪼가리 몇 개 주어먹고 밥도 먹지 않았는데 배도 고프지 않았다. 점심을 워낙 잘 먹어서인지도 모르겠다. 편의점에서 막걸리 한 통을 사들고 집에 들어와 그걸 마시고 그냥 잤다. 자다 새벽에 깼지만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다음 주에 마감인 원고 몇 개에 대한 걱정이 없지 않았으나 흥분된 마음에 책이 잘 읽히지 않았다. 이것도 병인가? 나도 이제 남들을 공격하지 않고 정말 조용히 숨어서 책이나 읽고 싶다는 다른 속마음이 나를 괴롭히는 바람에 이중으로 힘들었다. [출처] 내가 정말 인생을 잘못 사는 것일까?|작성자 한기호 |
첫댓글 포항지회에서 가져갑니다.
구미도 함께 공유합니다.
영천에서 가져갑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