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가족 24-3, 둘째 조카 돌잔치
‘전성훈 씨 함양 들러서 할머니 모시고, 구미 둘째 조카 돌잔치 다녀오겠습니다.’
동료에게 보낸 메시지
할머니에게 출발한다고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
수화기 너머 목소리가 들린다.
“할머니!”
“아이고, 그래. 성훈이가? 할머니한테 전화했나? 그래, 잘했다. 예쁘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성훈 씨가 지금 출발한다고 전화 걸었습니다.
30분 정도 걸릴 것 같아요. 조금만 기다리시면 금방 가겠습니다.”
“그래요. 고마워요. 금방 오네. 알겠어요.”
함양에 도착하니 할머니가 손자를 기다리고 있다.
할머니는 근사한 코트를 입었고 손자가 산 돌 반지를 가방에서 꺼냈다 넣었다 거듭 확인한다.
트렁크를 열어 줄 수 있겠냐고 하셔서 얼마든지 실을 수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미리 준비한 보따리가 몇 개나 나온다.
‘울산’, ‘아름이’ 같은 메모가 붙어 있다.
가족 나누어 주시려고 일일이 구분해 준비하신 듯하다.
구미로 가는 길, 국도를 탔는지 산을 넘는 느낌이다.
눈앞에 새하얀 설경이 펼쳐진다.
어디 여행이라도 온 것 같다.
할머니와 풍경 이야기를 주고받고, 할머니는 손자에게 창밖 좀 보라며 손짓한다.
전성훈 씨 둘째 조카 김은호 군 돌잔치에 참석한다.
전임 동료가 몇 번이나 일러 주어 전성훈 씨 동생에게 직접 듣기 전부터 진작에 알고 있었다.
일정에 가닥이 잡힐 때부터, 어쩌면 둘째 조카가 태어나고 축하할 때부터 기대하며 기다리던 일일 텐데,
열매의 단맛만 누리는 것 같아 동료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수많은 이유와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입주자의 가족 관계 지원을 위해 애쓰려는 시설 사회사업가에게
가족 행사 동행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당사자와 가족을 보며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깨달음과 동시에
그동안 어떻게 일했는지에 대한 확인과 같은 날이라고 해야 할까?
새해부터 전담 직원이 되었다는 이유로 동료의 몫을 대신하게 되었으니
그 의미를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절로 드는 게 사실이다.
수고를 기억하며 그 뜻을 잘 이어 가려 노력하는 것 말고는 다른 수가 없다.
행사를 앞두고 대구 시내까지 가서 장만한 새 옷이 빛을 발한다.
건장하고 옷매무새가 좋은 전성훈 씨가 입으니 더욱 근사하다.
할머니, 고모와 고모부, 작은아버지와 숙모, 사촌 동생까지 전성훈 씨와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가족들 사이에서 가족과 함께하며 축하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필요한 일이 있을 때는 필요한 만큼 티 나지 않게 도우려 애썼다.
동행했다는 이유로 전성훈 씨 옆에 앉았다.
새해부터 지원하게 되었다고 전화와 메시지로 인사했으나 만나는 것만 못할 것이다.
여러 지역에 사는 전성훈 씨네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 데다 축하하는 자리니 더할 나위 없다.
식 사이사이 서로 인사와 안부를 주고받으며 올해 계획을 나누었다.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 자연스러운 대화가 오갔다.
주인공 김은호 군이 아이들이 타는 장난감 자동차를 타고 등장했다.
전성훈 씨가 귀여워 죽겠다는 듯 조카에게 박수를 보냈다.
어떤 자리인지 명확히 알고 참석했다.
‘전성훈 씨 잘 다녀왔습니다. 가족들과 식사하며 올해 계획도 나누었습니다.
고모님이 박현준 선생님, 박효진 선생님 안부도 물으셨고요.
모두 평안한 일요일 오후 보내시기 바랍니다.’ 동료에게 보낸 메시지
다시 구미에서 함양으로, 함양에서 거창으로 운전했다.
집에서 입는 편한 옷으로 갈아입게 돕고 나오려는데 전성훈 씨가 안아 주었다.
고맙다는 뜻일까?
오늘을 기억하며 올해 계획서에 몇 문장을 덧붙였다.
가족 행사로 챙길 일이 많습니다. 일 년에 두 번 돌아오는 명절 인사와 외박, 동생과 함께 준비하는 아버지 제사, 때마다 있는 가족 생일, 어버이날에 어른을 챙기고,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에 아이들을 챙깁니다. 서른둘 여느 청년과 다르지 않습니다. 벌써 일정이 복잡하고 드는 돈이 걱정스럽습니다. 그 마음, 오롯이 전성훈 씨 몫이기 바랍니다. 그동안 그래 온 것처럼 말입니다.
「2024년 전성훈 씨 개인별 지원 계획서」 ‘가족’ 과업 발췌
2024년 1월 21일 일요일, 정진호
성훈 씨, 멋있어요. 성훈 씨 뒤에 따르는 호칭이 많은데, 오늘은 그 호칭들이 다 불리는 날이네요. 신아름
가족 행사에 가족들과 함께한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손자, 동생, 조카, 외삼촌, 매제…, 이런 다양한 역할을 한자리에서 감당하니 이 자리가 참 귀합니다. 성훈 씨가 잘 감당하니 감사하고요. 김은호 군, 축하해요. 날마다 키가 자라고 지혜가 자라며,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잘 자라기 빕니다. 박효진 선생님의 수고와 뜻을 알아봐 주고, 감사하며 잘 이어 가니 고맙습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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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수많은 이유와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입주자의 가족 관계 지원을 위해 애쓰려는 시설 사회사업가에게
가족 행사 동행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공감합니다. 전성훈 씨를 도운 전임자들이 이 일을 잘했죠.
기록을 읽는 도중 "수많은 이유와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입주자의 가족 관계 지원을 위해 애쓰려는 시설 사회사업가에게 가족 행사 동행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대목을 기억해두려 했는데, 마침 임우석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셨네요! 저도 특히 입주자분 가족 관계의 생동을 위해 명심하고 싶습니다. 정진호 선생님처럼 돕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