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오피니언
[광화문에서/김상운]중국 경제위기 본질은 사회주의 독재 리스크
김상운 경제부 차장
입력 2023-08-25 23:36업데이트 2023-08-25 23:36
김상운 경제부 차장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일당 독재국가 오세아니아에서 과거의 신문기사를 수정, 조작하는 일을 한다. 당과 수령(빅브러더)의 ‘무오류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오웰은 기록 조작, 문서 검열, 감시의 일상화 등 스탈린 지배하의 소련 사회주의 체제를 비판하기 위해 이 작품을 썼다.
사실 사회주의 독재국가들에서 최고 지도자의 무오류성에 대한 집착은 공통된 현상이다. 북한에서는 2013년 장성택이 반역 혐의로 처형된 후 신문, 방송 등에서 그의 사진과 기록이 삭제됐다. 당과 군을 주무르며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2인자가 하루아침에 존재하지도 않은 인물이 된 것이다. 후계체제 구축의 일등공신인 장성택에게 권력을 몰아준 김정은이 입장을 180도 바꿔 그를 제거한 통치 모순을 해소하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지난해 10월 3연임을 확정하며 장기 집권의 길을 연 시진핑의 중국도 최고 지도자의 무오류성이라는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이 대표적이다. 상하이 등 중국 주요 도시 봉쇄로 지난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0.4%로 급락하는 등 위기에 직면했지만 시진핑은 기존 방역 정책을 고수했다. 방역 완화가 필요하다는 중국 내 전문가들의 의견도 소용없었다. 오히려 시진핑은 올 초 연설에서 “3년간 코로나에 대한 관리를 엄격히 시행한 것은 ‘정확한 선택’이었다”고 못 박았다.
‘시 황제의 무오류성’은 이제 대가를 치르고 있다. 3년의 팬데믹 기간에 과도하게 위축된 소비와 생산이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이후에도 살아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중국의 지난달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 2.7% 증가에 그쳐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이에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3%로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 전환하는 등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문제는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하는 중국 정부의 ‘거버넌스 리스크’다. 중국 정부는 올 6월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고인 21.3%에 달하자 지난달부터 해당 통계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가경제에서 가장 기본인 고용통계조차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단한 것이다. 앞서 팬데믹 기간 중국의 코로나 확진자 및 사망자 통계가 부정확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지난해 12월부터 관련 통계를 발표하지 않겠다고 해 논란이 됐다. 지배집단의 무오류성을 위해 기록(통계)마저 은폐, 왜곡하는 사회에서 건전한 정책 비판을 통한 환류(feedback)는 불가능하며, 이는 정책 실패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최근 중국 부동산발 경제위기도 같은 맥락이다. 국제금융센터의 보고서(중국 부동산시장 전망 및 리스크 평가)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발표한 은행 부실채권(NPL) 비율은 2018년 3분기 1.9%에서 올 1분기 1.6%로 낮아졌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실제 부실 규모가 정부 통계의 약 5배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신들은 부동산 대출이나 지방정부 채무에 숨겨진 리스크가 상당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사회주의 독재체제의 무오류성에 감춰진 리스크를 직시하고 더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