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취미(페인팅메이트) 24-1, 반은 칠하고, 반은 지금처럼
외출을 앞두고 바쁘다.
각자 가방을 채우느라 여념이 없다.
전성훈 씨는 스마트폰과 이어폰을, 나는 출력한 자료를 챙긴다.
지난해 전성훈 씨 「개인별 지원 계획서」를 몇 부 뽑았다.
준비물에는 목적이 있다.
올해 계획을 의논하려는 참이다.
매주 수요일 저녁, 전성훈 씨가 페인팅메이트 ‘취미의 밤’에 참석한다.
여기에 의미가 분명하다.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저녁 시간에 하는 정기적인 스케줄이다.
『복지요결』 ‘사회사업 철학’에 따라 보편적이게 하고 평범하게 하지만,
사회사업가가 동행할 수 있을 때 가능한 일이 많다.
그 때문에 입주자의 저녁 활동이 귀하다.
취미의 밤에 참석하며 꾸준히 외출하니 활동 자체에 의미가 있다.
둘째, 또래와 함께하는 활동이다.
청년이 주로 활동하는 페인팅메이트에 전성훈 씨와 나이가 비슷한 또래 회원이 많다.
전성훈 씨에게 좋고 자연스러워 보인다.
셋째, 하고 싶은 활동을 자유롭게 하는 모임이다.
집에서 즐기는 야구 시청을 모임에 나가서 똑같이 해도 자리의 목적에 부합하다.
잘 계획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전성훈 씨 뒤를 따랐다.
“안녕하세요? 오늘 성훈 씨 좀 도와주실 일이 있습니다.”
모임에 참석한 강서희 회장님과 강보배 신용석 회원님이 각자 하던 활동을 멈추고 우리를 본다.
준비한 자료를 나누며 말한다.
“이건 작년에 박효진 선생님이 쓴 글인데요.
전성훈 씨가 활동하는 여러 곳에서 그곳에 관련 있는 분들과 의논해서 세운 계획입니다.
아! 얼마 전에 대화방에 작년 별 보러 간 날 기록이 올라왔죠?
이 계획에 따라서 그런 기록을 쓰는 겁니다.
전성훈 씨가 여기 참석하면서 있었던 일은 ‘취미(페인팅메이트)’라는 주제로 쓰게 돼요.
이렇게 일 년 동안 쓴 글을 모으면 책이 나오는데요.
성훈 씨가 3월에 책도 선물해 드릴 겁니다.”
우리 계획서와 평가서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려 애쓴다.
먼저 항목을 밝히고, 이 자료가 어떤 순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야기한다.
바로 페인팅메이트 올해 계획을 묻고 의논할 수 있지만, 그러기보다 잘 설명하고 싶다.
둘레 사람도 아는 만큼, 이해한 만큼 꿈꿀 수 있다고 믿는다.
세 분이 종이를 넘기며 저마다 궁금한 것을 묻는다.
전성훈 씨만 이렇게 쓰는 건 아니고, 연중에 내용이 달라질 수 있고,
사회사업가가 창작하는 글이 아니니 의논해야 쓸 수 있다고 대답한다.
올해 계획의 밑그림을 그리며 이 자리가 좋다고 생각한 세 번째 이유가 명확하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다.
‘하고 싶은 활동을 자유롭게 하는 모임’이라는 자리의 성격이 참석의 좋은 구실로 쓰이기 바랐다.
다만 같은 공간에 머물다가 헤어지는 것 이상의 교류가 있었으면 했다.
노말라이제이션에서 웰펜스버거가 말한 ‘진정한 통합’을 떠올렸다.
전임 동료들이 작성한 사회사업 기록을 읽으며 이 생각들을 잇는 연결점을 찾았다.
아버지는 구직에 관해 의논할 때면 늘 아들의 손재주를 이야기했다.
고모는 조카에게 그림 그리는 취미를 추천했다.
‘손재주’와 ‘그림 그리는 취미’를 여기서 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 일이 진정한 통합에 가까워지는 도구가 된다면?
전성훈 씨가 여기에 왔을 때 무언가 배우거나 함께하는 활동이 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강서희 회장님이 제안하고 강보배 회원님이 덧붙인다.
“우리가 일 년에 한 번 정도 벽화 그리는 활동이 있거든요.
성훈 씨가 색칠을 할 수 있으면 같이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러려면 붓질부터 익혀야 하거든요.”
“밑그림이 있으면 그 선을 지켜서 안에 색칠하는 걸 연습하면 좋을 것 같아요.”
“계속하자고 하면 싫어할 수도 있으니까 참석했을 때
반은 칠하고, 반은 지금처럼 야구 보거나 하면서 놀면 어떨까요?
그렇게 해서 일 년에 네 작품 정도 하면 좋을 것 같은데, 해 볼래요?”
이 모임이 좋은 이유에 세 가지 생각이 있었고, 동시에 그 가운데 세 번째 이유가 마음에 걸렸다.
회장님의 묘안에 그마저 명확하게 정리되었다.
전성훈 씨 집에 걸려 있는 달 그림을 생각했다.
언젠가 이 모임에 왔을 때 색칠한 것인데 흥미와 재능이 있어 보였다고 여러 사람에게 들었다.
좋은 제안은 밑져야 본전이다.
잘되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
이 또한 해 봐야 말할 수 있겠지.
올해 계획을 의논하고, 회원 한 분이 가져온 사과를 깎아 먹고,
야구 중계를 보다가 귀가한 전성훈 씨와 내일 만나자고 인사한 후 퇴근했다.
2024년 1월 17일 수요일, 정진호
의논할 때마다 정진호 선생님께 배웁니다. 고맙습니다. 신아름
‘실천의 근거’를 밝히며 일하는 정진호 선생님, 그 근거를 밝혀야 일하는 정진호 선생님. 이 짧은 글에서 ‘페인팅메이트’가 아주 분명해지네요. 둘레 사람과 의논한다(돕는다) 함은 이런 것이죠. 잘 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응원합니다. 월평
첫댓글 오늘 입주자분의 학교생활을 의논하는 자리에 다녀왔고 아쉬운 마음이 남아 있었는데 왜 그런 마음이 드는지,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 선생님의 기록을 보니 이유를 알듯합니다. '계획을 의논하는 방법'과 '실천의 근거'에 대한 아쉬움이지 싶어요. 다음 의논이 더 원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전성훈 씨가 여기에 왔을 때 무언가 배우거나 함께하는 활동이 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강서희 회장님이 제안하고 강보배 회원님이 덧붙인다." 귀하네요. 무언가 배우거나 함께하는 활동이 이루어지는 그 날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