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든 성 영역이든, 기능, 색상 등 고정관념을 깨고 파괴하지 않으면 불황 으로 주머니를 꼭꼭 닫은 소비자 마음을 끌기 힘들 전망이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상품을 살펴보면 뜨거운 아이스크림, 마시는 비타민, 여 름에 신는 부츠, 초저가 화장품, 네모가 아닌 카드, 남성용 메이크업 제품, 색깔이 있는 밀가루 등이다. 모두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제품들이다. 제조 ㆍ유통업체들은 올 한 해 역시 끊임없이 무엇인가 파괴해서 소비자들의 소비욕 구를 자극해야 불황 돌파구가 보일 듯하다.
◆性 파괴 = 성(SEX)파괴 상품은 가장 각광받는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제일기획이 발표한 '2004년 우리 시대 남녀의 조용한 혁명' 보고서에 따르면 남녀에 대한 고정적인 역할 구분이 사라지면서 이성의 강점을 동시에 추 구하는 이른바 '미스터 뷰티(Mr. Beauty)' 와 '미즈스트롱(Ms. Strong)' 그룹 이 등장했다.
이는 부드러운 남자와 강한 여자를 위한 소비시장이 확대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외모가 경쟁력이라고 인정하는 젊은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화장품과 패션의류 시장이 더욱 세분되고, 강인함을 선호하는 여성들을 위한 SUV자동차, 산악용 자전거(MTB) 등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시장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남성용 미백화장품과 마스크팩이 인기상품으로 등장했고, 크리스찬 라크르와 옴므 등 화려한 색채와 꽃무늬 셔츠를 내세운 남성복이 큰 인기를 끌었다. '멋부리는 남자는 꼴불견' 이라는 전통적 가치관이 폐기처분되면서 남 성을 대상으로 한 화장품, 패션, 명품, 쇼핑 시장이 급신장하는 추세다.
◆가격 파괴 = 가격파괴 상품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큰 인기를 모을 것으로 예측된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연구조사를 통해 2005년 히트상품으로 실속형 가격파괴 상품을 대표적으로 꼽았다.
불황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가격파괴 상품이 계속 잘 팔려나가고, 불황이 심화됨에 따른 소비패턴의 합리적 변화로 디젤승용차, 직불카드 등이 인기를 끌 것이라는 것.
LG경제연구원은 "외환위기 이후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한 해가 될지도 모르는 2005년을 무사히 넘기기 위해 기업들은 일본이 그랬듯이 가격을 앞세운 불 황기 히트상품을 개발해 내놓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다이소그룹이 운영하는 '100엔숍' 이 지난해 '1000원숍' 으로 국내 진출해 성공적인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계절 파괴 = 계절을 파괴한 사계절용 상품도 봇물을 이룬다.
스킨케어브랜드인 니베아는 지난 여름에 에어컨 냉방으로 입술이 건조해지는 점에서 착안해 겨울용품인 입술보호제 '립케어' 의 여름용 버전을 출시했고, C J는 역시 여름에 겨울 대표 음식인 밤을 레토르트 가공한 '맛밤' 을 내놓아 톡톡한 재미를 봤다.
금강제화 등 제화업체들이 출시한 양털부츠인 '어그부츠' 가 여름부터 올 겨울까지 계절에 관계없이 인기를 끌고 있고, 샤넬 구찌 셀린 등 명품브랜드들도 겨울이지만 더운 지방으로 휴가가는 여행객들을 위한 '크루즈 라인' 등 얇은 옷들을 판매하고 있다.
◆색상ㆍ기능 파괴 = 색상과 기능을 파괴한 상품도 있다.
한국하겐다즈가 시판중인 뜨거운 아이스크림이나 CJ가 내놓은 주황색을 띠는 당근 밀가루, 녹색 시금치 밀가루, 노란색 호박 밀가루, 광동제약의 마시는 비 타민C 제품인 '비타 500' 등이 사례다.
페트병 맥주는 지금까지 병맥주, 캔맥주, 생맥주가 전부였던 맥주 영역을 파괴 했다. 페트병 맥주는 지난해 11월 OB맥주와 하이트맥주가 1600㎖짜리를 출시한 지 6개월 만에 전체 맥주시장 중 12.7%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지난해 식 품에선 검은색 신드롬이 불어 과자 미인블랙 등이 잘 팔린 것처럼 올해는 어떤 색상이 히트상품을 만들어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