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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길에 서서
푸른 산이 흰 구름을 지니고 살 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산삼(山森)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이상과 희망을 지닌 긍정적 삶의 태도 ▶1~2연: 푸른 하늘을 우러르며 사는 숭고한 삶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이냐
굳센 의지를 지니고 사는 삶 ▶3~4연: 지구를 디디고 사는 기쁜 삶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현실에 절망하지 않는 강한 의지(역설적 표현)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암담한 현실 ↔ 미래에 대한 희망과 이상. 삶의 지표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거니 ......
현실의 어려움을 초극하여 이상과 희망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사는 삶의 자세
▶5~6연: 푸른 별을 바라보며 사는 거룩한 삶
<문장> 1936.6.
1. 이 시는 어떤 상황을 노래한 것인지 상상하여 한편의 이야기로 꾸며 봅시다.
일제는 만주를 집어 삼키고 승승장구 중국본토로 총부리를 돌리는가 하면 창씨개명을 강요하고 드디어는 우리네 젊은이들을 학병이다 지원병이다 하여 총알받이로 몰아세우고 있었다. 또 우리 국어 말살 정책을 펴 신문과 잡지를 깡그리 폐간시키고 태양도 무색하리 만큼 조국의 하늘은 어두워 갔다. 그때 시인은 들길에서 푸른 별을 본 것이다.
2. 이 시는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이 시는 ‘뼈에 저리도록 슬픈’ 일상적, 민족적 현실 속에서도 ‘푸른 산’처럼 지구를 디디고 살며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을 ‘거룩한 일과’로 삼고 있는 굳은 신념과 의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 별이 있으니 시간적으로 지금은 밤일 것이다. 밤이란 극복해야 할 현실의 암담함이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시인의 인식은 2연과 4연에서 암시가 되고 5연에 이르러 강렬한 어조로 나타난다. 시인은 별을 노래함으로 초월적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더구나 그 별은 푸르다. 별을 바라보는 삶을 시인은 ‘기쁜 일’, ‘숭고한 일’ 이라고 외친다. 뼈저리게 슬픈 생활 속에서 다짐하는 삶의 의지가 긍정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이 시는 저문 들길에 서서 시적 자아는 자신의 삶을 돌아다보고 밝고 건강한 삶의 의지를 가지고 미래를 향해 힘차게 살아가리라고 다짐하는 시다. 강한 지조를 가지고 자신의 이상을 따라 사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획득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실천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이 시에는 생활이 어렵고 슬프더라도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굳건히 이상을 실현하려는 시인의 의지가 잘 드러나 있는 것이다.
이 시에 대한 시인의 육성을 듣자.
-어찌 생활이 슬퍼서 좋으랴? 천부당만부당한 말이다. 너무나 생활은 슬펐기에 슬퍼서는 안 되겠다는 반어요, 작은 대로 절규로 보아 좋으리라.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는 소월의 가락 속에서 가슴 속 깊이 흐르고 있는 눈물을 우리는 역력히 읽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죽림칠현(竹林七賢)은 거문고와 술 속에 묻혀 청담(淸談)에 탐닉했다고만 몰아 세우는 우를 범하기 전에 당시의 정치적 압박에 대한 저항으로 보는 노신(魯迅)의 지적은 가장 타당한 견해임에 틀림없다. 그것이 비록 소극적이었다고는 할지언정......
「상처 입은 작은 역정의 회고」 중에서
3. 이 시의 핵심적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아야 하는가.
이 시에서는 별이라는 시어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늘의 별을 바라본다는 행위는 이상과 꿈을 향해 있는 자세를 암시한다. 현실에서도 별을 바라보는 행위는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주는 행위이다. 슬픈 현실 속에서 푸른 별을 바라본다는 것은 현실의 슬픔을 이겨내려는 행위인 것이다. 시어의 사용은 일제하의 현실을 초극하려는 시인의 의식의 우회적 표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시에서 주제를 함축한 시어는 ‘푸른 별’이다.
4. 주제: 굳센 삶의 의지와 이상 세계 추구
5. 생각해 봅시다.
(1) 이 시에 나타난 시인의 삶에 대한 자세는 어떤 것인지 생각하여 보자.
▶시인의 삶에 대한 자세는 2, 4, 5연에 잘 나타나 있다. 2, 4연에서는 삶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잘 드러나 있고, 5연에서 현실의 어려움을 초극하여 이상과 희망을 가지고 사는 긍정적 삶의 자세를 보인다. 이 시의 주제는 5연에 잘 나타나 있다.
(2) 이 시의 이미지는 어떠한 구조를 이루고 있는지 알아보자(‘수직’이란 단어를 이용할 것).
▶산과 구름으로 대비되는 수직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수직의 구조는 인간이 직립하여 설 수 있는 것을 현실에 발을 딛고 이상을 갖고 사는 것으로 보는 것과 대비된다.
6. 이 시는 어떤 작품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을까요.
이상을 간직하고 사는 삶은 아름답다고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민태원의 수필 「청춘예찬」과 굳센 지조와 의지를 말했다는 점에서 조지훈의 논설 「지조론」과도 관련된다. 초기시의 전원적인 분위기를 극복하고 현실과의 대결을 노래했다는 점에서는 그의 「전아사」(“새벽종이 울 때까지 창을 겨누리라”), 「밤을 지니고」(“밤에서 살으련다 새벽이 올 때까지“), 「고운 심장」(”밤이 이대로 억만년을 갈리라구“) 등이 연관된다.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신석정의 초기시는 현실에 대한 관심이 녹아 있기는 하지만, 거의 「전원적」인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이 시는 그의 후기 작품으로, 초기의 목가적 경향에서 벗어나 싱싱하고 젊은 산처럼 희망의 푸른 하늘을 이고 암담한 현실을 극복하겠다는 강한 신념을 보이고 있다.
「밤」이 극복해야 할 현실의 암담함을 상징한다면, 「별」은 그것을 넘어선 초월에의 의지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별이나 푸른 하늘이 일제 치하의 암담한 식민지 현실에서 뼈저린 삶의 중압감을 이겨내게 하는 힘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 시는 시인의 내면 세계가 대상을 통해 외부로 확산된 작품이다.
▶성격 : 서술적, 비유적
▶심상 : 비유적, 시각적 심상
▶어조 : 독백적, 대체로 직설적 어조
▶구성 :
① 1-2연 : 푸른 하늘을 우러르며 사는 숭고한 삶
② 3-4연 : 지구를 디디고 사는 기쁜 삶
③ 5-6연 : 푸른 별을 바라보며 사는 거룩한 삶
* 의미의 대립구조 : ‘저문 들길 ↔ 푸른 별, 푸른 하늘’
▶제재 : 저물녘의 들길
▶주제 : 굳센 삶의 의지와 이상 세계 추구
연구 문제
1. 이 시에서 주제를 함축하고 있는 중심 시어는 무엇인가.
☞ 별
2. 이 시의 소재들 중에서 ‘산’은 ‘하늘’, ‘별’과 그 함축적 의미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서술하라.
☞ ‘산’은 현실의 세계, ‘하늘’과 ‘별’은 이상의 세계 혹은 초월의 세계를 표상한다.
3. 이 시에서 화자의 삶의 자세가 직설적으로 표출된 시구 둘을 찾아 쓰라.
☞ 숭고한 일, 기쁜 일
4. 이 시의 이미지가 지닌 구조적인 대응 관계를 찾아 35자 정도로 설명하라.
☞ 이 시에서 산과 구름으로 대비되는 이미지는 수직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수직 구조는, 인간이 직립하여 설 수 있는 것을 현실에 발을 딛고 이상을 지니고 사는 것으로 보는 것과 대응된다.
5. 이 시의 화자가 지향하는 삶은 어떠한 것인지 20자 내외로 쓰라.
☞ 굳건한 삶의 의지로 이상을 추구하는 삶.
감상의 길잡이(1)
이 시는 현실 생활이 어려워도 그에 굴하지 않고, 이상을 지니고 살아가려는 의지를 노래한 시이다. 이런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시인은 두 세계를 대립시켜 설정해 놓았다.
첫 번째 세계는 「화자가 존재하는 현실의 세계」이다. 이곳은 이미 어두워져 버린 공간과 시간으로 설정되었다. 그래서 이 세계에서의 삶은 뼈에 저리도록 슬픈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살아가는 ‘나’이지만 결코 연약하지만은 않아서 푸른 산과 같이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산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두 번째 세계인 「푸른 별의 세계」가 열리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에서는 ‘별’의 이미지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띄게 된다. 하늘의 별을 바라다보는 것은 이상과 꿈을 향해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슬픈 현실 속에서 별을 바라다보는 일은 절실한 일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화자는 슬픈 현실 속에서 별(이상과 꿈)을 바라보는 것을 ‘거룩한 나의 일과’라 하고 있다.
감상의 길잡이(2)
해 저문 들길에 선 시적 자아가 자신의 지난 생활을 돌아다보며 새롭게 삶의 의지를 가슴에 심고, 높은 이상을 추구하고자 하는 내용의 이 작품은,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시적 자아가 존재해 있는 현실과, 그가 지향하는 ‘푸른 하늘’과 ‘푸른 별’의 세계를 대립시키는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뼈에 저리도록’ 현실 세계는 괴롭지만, 시적 자아는 조금도 절망하지 않는 낙천적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왜냐하면, 그는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고, 두 다리는 ‘부절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고 있다는 삶의 숭고함을 자각하면서 굳센 삶의 의지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는 생활이 아무리 슬플지라도 ‘푸른 별’을 바라보는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인 삶의 목표를 확인하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러한 그의 건강한 삶은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있는 것이기에 사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이냐’하고 소리 높여 외치거나, ‘생활은 슬퍼도 좋다’고 단언하는 것이다. ‘저문 들길’로 상징된 일제 말기의 어두운 시대적 분위기에서 씌어진 이 작품은 비록 현실이 괴롭고 모질더라도, 그럴수록 높은 이상과 뜨거운 생의 의지를 불태우며 미래에 다가올 희망찬 새 시대를 갈망하던 시인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