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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장유 친구들 원문보기 글쓴이: 열락당
한가위 세시풍속을 재현하는 ‘만날제’가 팔판문화연구회 주관으로 개최된다.
40대 이상의 장유인이라면 누구나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을 만날제 행사를 추석을 보내고 난 일요일인 9월 26일 오후1시에 장유중심에 위치한 반룡산 정상에서 재현한다. 장유토박이 뿐만 아니라 장유신도시에 새로이 터를 잡고 살아가는 전 장유인을 하나로 아우르는 의미깊은 행사이다. 사라져 가는 전통문화를 현대에 맞게 재조명하는 ‘만날제’ 행사가 장유의 새로운 전통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물려받은 우리민족은 해마다 절기가 바뀔 때마다 여러 가지 놀이나 행사를 거듭해 오면서 수많은 세시풍속을 이루어내었다. 세시풍속 중 한지역의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드는 집단문화 행사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의가 크다고 할 것인데, 우리 장유지역에서는 팔월 한가위 직후에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반룡산(실봉산) 산정에 ‘만남의 날’풍속이 70년대 초까지 있었다.
만남의 날 행사는 음력 8월달의 중로상봉(반보기) 풍습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으며, 중로상봉이란 중간지점에서 정해진 날에 만남을 갖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교통수단이 여의치 않았던 시절에는 중간지점까지 오고가는 시간을 고려하면 결국 한나절 만남이 되었고, 회포를 전부 풀지 못하고 반만 풀었다하여 반보기라고도 하였다.
옛날에는 한마을 전체가 대부분 집성촌을 이루며 살았기 때문에 마을내 혼사를 꺼렸으므로 주로 다소 멀리 떨어진 인근 지역끼리 혼사가 많았다.
그리고 여자들은 시집가면 출가외인이라 하여 친정의 부모나 형제자매를 보고 싶어도 쉽게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추석을 전후하여 풍성한 계절이 되면서 농사일도 한가하여 아녀자들에게 하루의 외출은 허용이 되었는데 이때 중로상봉, 즉 사람을 시켜 출가한 딸에게 중간지점에 나오게 하여 만남의 회포를 풀었다고 한다.
중로상봉시 친정어머니들은 출가한 딸을 위하여 음식을 장만하였고, 딸도 어머니를 대접하고자 몰래 음식을 장만하여 친정식구들, 어린 자녀들과 함께 미리 정해진 고개마루나 산에 올라와서 한나절 동안 준비해온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정담을 나누었고, 이때 모여든 수많은 인파로 인하여 산고개가 온통 하얀 옷을 입은 여인들로 가득하였다고 전한다.
만남의 장소는 주로 중간지점의 고갯마루, 시냇가, 징검다리, 나루터 등 경치가 좋은 곳에서 이루어졌는데, 인근지역 창원과 진해사이의 안민고개, 마산월영동의 만날 고개, 창원북면의 백월산, 북면과 동면의 경계를 이루는 구룡산 등이 만남의 장소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 장유면은 특이하게 산 정상에서 만남의 날이 행하여졌는데 실봉산은 음력 8월 16일, 방구산은 음력 8월 17일에 자연스런 만남이 이루어졌다. 언제부터인가 이 행사에 장사꾼들이 모여들면서 모시, 광목, 삼베 등의 옷감과 의류, 장식품, 화장품, 노리개, 과자, 어린이장난감, 호루라기, 풍선 등이 전시 판매되었고, 근대에 와서는 청춘남녀들의 데이트 장소로 활용되면서 사진찍기, 양산(파라솔)쓰기가 유행하는 등 하나의 작은 시장이 형성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1960년대 새마을사업이 시작된 후 1970년대 산업화 물결이 밀려오면서 이 행사는 점차 자취를 감추었지만, 근 30여 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40대 중반 이상의 장유인이라면 그 가슴속 한 곳에는 그 때 그 시절 아련한 추억을 잊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