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메의 산
삼척-태백 삼봉산(1,234.2m)
가메후미골 이후 개척 산행이 관건
삼봉산하면 산봉우리가 삼형제처럼 솟아 있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강원도 삼척시 하장면과 태백시계에 있는 삼봉산은 산삼도 많은 산이지만 특히 예부터 대마를 대량 재배하던 고장이었다. 대마를 '삼'이라 불렀기에 삼이 많이 생산되던 산이란 뜻이다. 지금도 삼을 간간히 재배하지만 이제는 삼을 심던 땅에 고랭지배추와 특용작물, 한우 등으로 잘 사는 산간마을이 되었다.
삼봉산은 태백시와 삼척시 경계에 있지만 주봉은 삼척시 땅에 솟아 있다. 첩첩 산속에 둥그스럼하게 생긴 주봉이 숨어 있어 전경을 보기가 쉽지 않고 어프로치가 길어 접근이 가장 용이한 태백~하장을 잇는 35번 국도가 지나는 하사미동 미동초등학교 하사미분교를 산행 들,날머리로 잡았다.
사임당 동상, 독서하는 조각상, 그네, 일등수준점 등이 조용한 교정 한켠에 있고, 붉게 물든 단풍나무가 더욱 적요하게 만든다. 자동차가 가끔씩 지나다니는 35번 국도변에 이정표가 있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교문 왼편의 '가리골길'의 수렛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협곡 모퉁이를 돌자 층층암반에 뿌리를 내린 생강나무, 나도박달나무, 당단풍나무들이 비스듬히 누워 현란한 추색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가리골이란 계곡이 가늘고 길게 생겨서 붙은 이름이거나 삼을 쪄서 껍질을 벗긴 저릅을 쌓아놓은 가리가 많아 생긴 이름일 터인데 물길을 따라 가래나무도 많다.
모퉁이를 몇 순배 돌아들자 제법 넓은 터에 농가 한 채가 있고 멀리 폐가도 보인다. 밭에는 여름배추 출하를 끝내고 버린 상품가치가 없는 배추들이 뒹굴고 있다. 수해를 입은 석축도 단단히 쌓아져 있다. 다시 좁아드는 가리골의 다리를 건너 모퉁이를 뒤로하자 두 채의 농가, 그중 흙벽에 '가리골길 166' 주소가 붙은 농가에는 주인이 있는지 없는지 60년대 우리나라 농가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댓돌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옛날 가리골에 열아홉 집이 살던 모습을 상상해본다. 초가지붕 위에 박이 한두 개쯤 있는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저녁연기, 어스름 밥 일찍 지어먹고 마실간다. 반딧불이 꺼벅꺼벅 날고 부엉이도 북두칠성 보고 운다. 호롱불 사랑방에 오손도손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꽃 피우던... 물속같이 고요한 세월을 탈고 일어선다. 앞산(1,221.2m)과 삿갓봉(1,177m)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큰조리골, 작은조리골을 타고 가리골에 합수한다. 바위들이 층계를 이룬 곳으로 흰 포말을 토하며 떨어지는 와폭들의 벽계수 소리도 좋고, 노오란 산국향기에 발걸음도 새털마냥 가볍다.
가리골을 따른지도 1시간쯤 되었을 터인데 아직까지 삼봉산은 정수리를 드러내 놓지 않고 있다. 멍멍이가 마구 짖어댄다. 가메후미골, 대밭골, 가리골이 만나는 합수점에 앉은 '가리골길 280'이 마지막 농가다. 수양버들의 휘영청 늘어진 돌담에는 담쟁이덩굴이 클라이밍을 하며 가을색을 띄우고 집 벽면에는 가을걷이를 끝낸 지게와 농기구들이 가지런히 걸려 한가함을 보여주고 있다.
넓은 비탈길에 컨테이너 농막이 있는 가메후미골로 간다. 가메후미란 가마솥처럼 우묵하게 생긴 지형이란 뜻이다. 가메후미골로 들자 이제부터 두메의 산 진수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하장면 용연리 상촌으로 넘어가는 옛길인데 사람의 왕래가 끊긴지 오래되어 잡목이 쓰러져 있고 낙엽이 쌓여 길이 있는지 없는지 감을 잡기가 힘들다. 단풍이 절정이고 절경인 가메후미골을 놓치지 않고 따르기를 약 40여분에 명주목이재(해발 1076.5m) 주능선 안부다.
오른쪽 시계 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간다. 신갈나무 아래에는 온통 산딸기나무들이 빼곡한 된비알 오름이다. 어찌하여 이곳에는 산딸기나무가 많은지 옴짝달싹을 못하겠다. 가시에 옷을 할퀴고 뜯기는 고역을 치른 후에야 두루뭉실한 1,217.2m봉이다. 여기에는 시계를 따르는 길과 삼봉산 정상으로 가는 삼거리가 있다. 정상은 평지길이나 다름없는 왼편 능선으로 잠깐 따라 나가자 갑자기 숙이 후련한 임도가 나타나는 지운령(1,213.7m)이다. 이 임도는 북쪽에 광동호가 있는 배판골(삼봉골)과 서쪽 용연리 상촌 느레골과 만나는 길이다.
지운령길을 곧장 건너 북족 능선 숲길로 들어서 넓은 터에 자리잡은 진씨 묘를 뒤로하자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세운 안내푯말과 삼각점(임계 318, 2005 복구)이 있는 삼봉산 정상이다. 조망은 우선 아주 가까운 북쪽에 여기보다 7.5m 더 높은 1,239.4m봉이고 사통팔달에이보다 더 높은 봉은 없다. 멀리 북, 동, 남으로 백두대간이 에워싸고 있으며, 서쪽은 눈이 자라는 데까지 산봉들의 연속이다.
하산은 다시 지운령~1217.2m봉까지 온 후 북쪽 시계를 따라 1190.3m봉까지 간다. 시계종주 표지기가 가끔씩 나타나며 걷기에도 수월하고 당단풍나무가 유난히 많아 황홀경에 젖는다. 약 30분쯤 걷자 1190.3m봉이다. 여기서 지금까지 따르던 시경계를 버리고 길도 희미한 동쪽 능선으로 내려간다.
길이 있는 듯 하며 없는 듯도 한 능선을 따르다 이내 남쪽으로 방위를 틀어 가리골 방향으로 내려가자 의외로 좋은 산길을 만나 구불구불 35분 여를 숲터널을 빠져나오니 오전에 헤어졌던 가메후미골 입구 콘테이너 농막이 반긴다. 도시락을 비워 가벼워진 배낭에 배추 한포기 넣고 털래털래 5km쯤 되는 가리골을 빠져나오니 건너편 백두대간의 덕항산에서 비가 묻어 들어오고 있다.
*산행길잡이
미동초교 하사미분교-(1시간15분)-가리골 마지막농가-(40분)-명주목이-(35분)-1217.2봉-(15분)-정상-(10분)-1217.2봉-(30분)-1190.3봉-(35분)-가리골 마지막농가-(1시간)-미동초교 하사미분교
태백시내에서 하장으로 가는 35번 국도를 따라가다 미동초교 하사미분교 앞에서 하차하여, 서쪽 가리골로 들어 '가리골길 280'호 농가에서 가메후미골로 들어 계곡을 따르다 명주목이를 코앞에 두고 오른쪽 골로 올라서면 명주목이다. 시계를 따라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가면 평평하고 굵은 신갈나무가 빼곡한 1217.2봉이다.
여기서 왼쪽 능선으로 잠시가면 지운령 임도다. 임도를 건너면 묘를 만나고 곧 정상이다. 하산은 1217.2봉까지 되돌아나와 시경계를 따라 북으로 30분쯤 가면 1190.8봉이다. 계속 직진하면 청송봉(1168.5m)으로 가는데, 여기서 가던 능선길을 멈추고 길도 없는 동쪽 능선(1112.8봉)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가다 10~15분쯤 오른쪽으로 무작정 35분여 내려서면 가리골이 나오게 된다. 총 산행시간은 5시간 걸린다.
*교통
태백시외버스터미널(033-552-3100)에서 임계, 상사미, 조탄행 버스를 이용하여 미동초교 하사미분교에서 하차한다. 1일 8회(06:10, 08:00, 09:50, 12:20, 14:45, 17:50, 19:00, 19:30) 운행한다. 조탄에서 태백터미널로 나가는 버스 역시 1일 8회(07:00, 08:25, 10:00, 11:15, 13:00, 14:50, 17:50, 20:20) 있다.
*잘 데와 먹을 데
하장 광동리의 민물매운탕(553-2107), 하장 우리식당민박(553-5125), 도시락주문 태백의 맛나분식(552-2806), 동경장여관(552-6624), 태백산도시락(553-0818), 태백고원자연휴양림(550-2849), 일미아구찜(553-2959).
*볼거리
한강발원지 검용소, 태백석탄박물관, 용연동굴, 매봉산 풍력발전단지 등의 볼거리가 있다.
글쓴이:김부래 태백주재기자
참조:삼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