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국제캠퍼스 거품론
최근 시흥시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서울대 국제캠퍼스 유치’다. 일반 시민들도 길거리에 플래카드를 내걸며 서울대 국제캠퍼스 유치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얼마 전 시흥시가 서울대와 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체결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 정왕동 일대 집값이 평당 100만 원가량 올랐다고 한다. 서울대 국제캠퍼스 유치가 단지 정왕동 주변 집값 상승만을 위한 사업은 아니다. 시흥시 전체에 사회적 이익이 발생해야 하는 것인데, 그 이익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서울대 국제캠퍼스가 시흥시에 있으면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대에 걸맞은 도시 브랜드가치가 상승한다는 것인데, 현재 서울대 본교가 위치하고 있는 관악구는 우리나라 도시 중 가장 브랜드가치가 높은 도시일까?
서울대 국제캠퍼스의 의미는 ‘영어 등 외국어로만 강의하는 국제캠퍼스’를 말하는 것으로, 일반 시민들이 알고 있는 서울대 분교 캠퍼스가 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다수 시민들이 서울대 유치에 희망을 거는 것은 시흥시 지역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는데 보탬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서울대가 들어오면서 부설 중, 고등학교가 함께 만들어지고 시흥시 청소년들에게 좀 더 질적인 교육의 기회를 부여함으로 시흥시 전체에 유능한 인적자원이 만들어지는 요람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유치하려고 하는 것은 서울대가 아닌 ‘서울대 국제캠퍼스’이다. 이곳은 타국과 타 도시에서 가려진 1,500명가량의 내, 외국인 유학생들이 시흥에 위치하고 있는 교육기관에 들어와 교육을 받는 것이다. 오히려 경쟁력이 현저히 뒤떨어진 시흥시 중, 고등학교 학생들은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시설일지 모른다.
또한, 서울대가 추진하려고 하는 주변 의료클러스터 조성도 시흥시 시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의료 혜택을 준다기보다 인천을 통해 들어오는 외국 의료관광 클라이언트들을 잡기 위한 상업적 포진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서울대가 상업적 형태를 취하든 교육적 형태를 취하든 시흥시는 서울대 국제캠퍼스를 유치하여 지역의 이익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이 사업은 적극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대라는 이름에 가려져 챙겨야 할 것들을 놓치고 결과적으로 지역 전체 이익에 반하는 거래가 될까 우려되는 부분도 많다.
서울대 국제캠퍼스 꼭 군자매립지이어야 하는가?
지난 7월 13일 시흥라디오 <시흥60>에 출연한 한나라당의 서훈 의원은 6월15일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서울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서울대 국제캠퍼스 시흥유치 대상지가 꼭 군자매립지가 아니어도 된다. 폐염전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서울대 관계자의 말을 전하며 MOU체결에 명시된 군자매립지 유치 장소에 대해 다소 신중한 견해를 밝혔다.
이날 함께 출연한 민주당의 이민국의원은 MOU에 명시되어 있는 조약인 만큼 유치장소 변경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나타내며 서울대 유치장소로 군자매립지가 부동적이라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이민국 의원은 앞서 발언한 MOU체결 성격에 대해서는 법적 구속력이나 강제력은 없는 것이라고 말해 MOU체결에 장소가 명시되어진 것이 꼭 이행해야하는 강제성이 아님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이날 생방송 중에 참여게시판으로 의견을 게재한 닉네임 ‘정왕중앙로’에 따르면 군자매립지는 140만 평 중 도시 기반시설 등 공공시설 부지를 제외하면 90만 평정도가 개발 가용지로 볼 수 있는데 여기에 서울대가 요구하는 최소규모인 30만 평을 제공하면 나머지 60만 평 개발로는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현재도 3만 1,000명의 인구계획을 통한 개발사업도 전문가들에 의하면 개발이익을 보장하는 사업성이 없다는 의견이 분분한데 과연 군자매립지에 서울대 구상은 합리적 결정인지 꼼꼼히 수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빠진 MOU 휴짓조각 될 수도
양해각서(MOU)대로라면 경기도와 시흥시, 서울대가 참여한 실무형 공동추진단이 구성되어야 하는데 현재는 경기도가 제외된 시흥시와 서울대로만 구성되어 출발했다. <시흥60>에 출연한 민주당의 이민국 의원은 “경기도가 빠지면 이 사업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말해 경기도 참여는 서울대 국제캠퍼스 시흥 유치에 꼭 필요한 절차임을 강조했다.
↑ <시흥60>에 출연한 민주당의 이민국 시의원
아직까지 경기도가 참여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도의 참여 합의 없이 MOU만 체결한 것은 발표용, 여론몰이용인가에 대한 의혹이 나올만한 대목이다.
특히 이민국 의원은 “경기도가 파주, 포천, 양주 등 도내 지자체들의 경합과정에 어느 한 쪽 손을 들어주기가 어려운 입장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하였는데 그렇다면 MOU에 명문화한 경기도의 참여란 애시 당초 가능하지 않은 것을 임의로 끼어 넣은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와 함께 시작부터 현실성을 무시한 MOU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0.0027%의 용역비
지난 7월 13일 시흥시가 2000만 원, 서울대가 2000만 원을 출자해 공동으로 서울대 국제캠퍼스 및 글로벌 의료, 교육, 산학 클러스터에 대한 용역을 착수했다고 토론에서 밝혔는데 양해각서대로라면 오는 8월 31일까지 구체적인 세부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불과 2달도 안 남겨진 상황에서 1조 5,000억 원 정도의 엄청난 사업비가 투자되는 서울대 국제캠퍼스 사업에 고작 4,000만 원의 용역비로 타당성 용역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과연 시흥시와 서울대 간의 만족할 만한 구체적인 사업구상이 나올 수 있을지 염려되는 부분이다. 경기도가 빠지고 서울대가 발주처인 이번 용역조사에 시흥시는 관망자인가? 또 이 용역이 단기간 내에 연구를 하여 실효성 있는 결과를 만들기 보다는 이미 만들어진 결과를 발표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토지 30만 평 그냥 주면 안 보고도 간다
서울대가 시흥시에 유독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서울과 1시간 이내 접근할 수 있는 도시이며 인천공항과 매우 가깝고, 특히 송도 경제자유구역과 인접하여 상업적 가치로도 훌륭한 지리적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토지를 무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의 서훈 의원은 <시흥60>에 출연하여 ‘서울대가 30만 평은 무상으로, 20만 평은 조성원가로 요구한 바 있다’고 말해 서울대가 시흥시에 서울대 국제캠퍼스 유치 조건으로 토지 무상 제공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일 수 있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 <시흥60>에 출연한 한나라당의 서훈 시의원
30만 평은 우리 시흥시 15만여 가구가 약 2평씩 나눠 가질 수 있는 엄청난 넓이의 땅이다. 조성원가가 평당 300만 원이지만 거래가로 환산하면 평당 1,000만 원정도로 시흥시 15만여 가구가 2천만 원씩 나눌 수 있는 엄청난 유형가치가 있는 땅이다.
물론 공식석상에서 공개적으로 요구한 사항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러한 서울대의 요구가 사실이라면 시흥시민들은 그런 조건에서 이렇게 큰 효용가치가 있는 군자매립지 땅을 서울대 국제캠퍼스 유치에 선뜻 동의하겠는가? 토론에 참여한 서훈 의원과 이민국 의원 또한 토지 무상 제공에 대한 의견은 반대 의사표시를 분명히 밝혔다.
서울대 국제 캠퍼스가 시흥시에 유치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퍼주는 식의 협상으로 시민들에게 서울대가 있는 동네에 산다는 프라이드만 남겨 주어서는 안 된다.
이 사업이 정략적 구호로 사용되어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행보가 되어서는 안 되며 시는 득이 없는 서울대 국제 캠퍼스 유치라면 과감히 던져 버릴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협상에서 당당히 자세를 곧추 세워야 할 것이다.
첫댓글 무늬만 서울대라는건가?
그렇긴 하네요. 무늬는 일단 서울대입니다. ㅎㅎ
땅을 그냥달라면 안되지요 그렇게 협상할리는없을겁니다
그렇겠죠? 그렇게 하면 대부도 팔아먹은 장모씨나 군자매립지 팔아먹은 김모씨나 역사에 길이길이 욕먹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