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3-9월 9일(금. 8일차) 씨엔렙->프놈펜 배타고
새벽부터 바빳다. 프놈펜까지 배타고 가기로 했다. 23달러인데 톤레샵 호수를 따로 안가도 되니까 좋기는 한데 과연 나같이 경치에 둔감한 사람에게 이렇게 비싼 돈 주고 배를 탈만한 일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버스로 가면 6시간 정도인데 5달러라나? 더 비싼 것도 있는데 싼 것도 많다. 숙박비가 하루 8달러인 것에 비하면 너무 너무 하는 거지.
아침을 안 먹는 대신 도시락을 싸주겠다더니 비닐 봉지에 바게트 4개와 잼, 버터, 물 2병을 싸줬다. 아들 것은 안 줬군.
봉고차 같은 게 와서 태워가는데 태국보다 더 하다. 뭐가 더 하냐고? 태국에선 자리만큼만 사람을 태우는데 여긴 마구 태운다. 여자애들 둘은 아예 바닥에 앉았다. 그래도 재미있는지 무지 즐거워하던데.. 물론 아들은 내가 안고 탓지.
1시간쯤 갔을까? 톤레샵 선착장에 도착했는데, 장사꾼이 너무 많고 복잡해서 겁먹고 그냥 배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원래는 갑판 위에서 타고 가려 했으나 남편이 아픈 바람에 선실에 있었다. 그런데 아들이 맨 앞에 타고 가겠다고 하여 남편은 뒤쪽에, 우린 맨 앞에 앉았다. 남편은 앞이 시끄럽다고 했으나 뒤가 더 시끄러웠다. 남편은 거의 죽어가는 표정으로 자리에만 가만히 앉아있었다.
잠깐이라도 갑판에 올라가 보고 싶었으나 배에 난간이 없다. 출입문 근처에는 없고 1미터는 가야 있는데 거기까지 가다가 재수없어 떨어지면 나만 손해지. 무슨 배를 이렇게 위험하게 만들어 놨는지. 그래도 사람들은 잘도 돌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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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엔렙 출발하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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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심심한지 의자 사이를 왔다 갔다 장난을 치는데 신기한 건 아저씨들이 아들을 꽤나 좋아한다는 점이다. 아들은 특이하게도 한국에서도 할아버지나 아저씨들이 주로 말을 건다. 캄보디아에서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우리 아들은 뭐가 독특한 걸까?
캄보디아 아저씨들이 난리다.
여기서 아들의 새로운 점을 발견했다. 정말 깜짝 놀랐다. 워낙 수줍음을 많이 타는 아이라 어디 가도 말 한마디 안 하는 녀석인데 나중에 보니 오스트리아에서 온 누나(?)와 놀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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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캄보디아 또래 여자애가 있었는데 그 애도 심심, 아들도 심심한 찬라에 어쩌다 둘이 그 누나와 놀게 되었나 보다. 의자 사이를 오가다 놀게 된 것 같기도 하고. 아들이 얼마나 적극적인지 자기가 먼저 그림을 그려서 주면, 누나가 거기에 맞게 또 그림을 그려주고…… 나중엔 누나 남자친구(?)까지 할 수 없이 그림 그려주고.
누나 커플은 싱가폴부터 캄보디아 메콩강을 통해 베트남 호치민까지 간 후 집으로 간다고 한다.
여기서 한가지 아쉬웠던(?) 점이라면 아들 셔츠가 너무 지저분했다는 것이다. 구멍까지 나있었다. 누나 커플에게 약간 부끄러웠다. 한국 사람 망신 시킨 것 같기도 하고. 그 다음부턴 조금 깨끗하게 입히려고 노력했지만 그게 그거지. 입고 버리려고 가져온 게 대부분이니까.
나도 아들 덕분에 이것 저것 얘기도 하고……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한마디로 ‘아들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아들이 가는데 마다 얼마나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지. 옆이나 뒤에 앉은 사람은 반드시 당했다. (자세한 얘기는 베트남 메콩강 여행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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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멋이죠?
프놈펜에 도착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약간 걱정이 되어 옆쪽에 있던 현지인 같은 사람에게 ‘소리야 센터’ 어떻게 가나와 얼마나 돈을 내야 하는지 물어보니 2,000 리엘만 주면 된다고 가르쳐줬다. 덕분에 쉽게 숙소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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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모르겠는데 릭샤 같은 것이다.
5시간쯤 걸려 도착했는데 뚝뚝 삐끼가 무지 많았다. 물론 숙소와 연계된 사람들이다. 내가 2천리엘에 ‘앙코르 브라이트 게스트 하우스’에 가자니까 거긴 비싸다면서도 데려다 줬는데, 내일 자기랑 킬링필드 등 구경을 가자고 하는데 15달러 정도 달라고 했다. 나야 물론 남편이 아파서 생각해 보겠다는 핑계를 댔지.
다음날 ‘까피톨 게스트 하우스’ 여행사 가서 보니 킬링필드 가는 3달러인가 하는데 3명 이상이다. 다들 개인적으로 가는지 3명 안 된다고 했다. 애는 공짜인데 남편이 아프니 어디 갈 수가 있어야지.
‘앙코르 브라이트 게스트 하우스’는 ‘태사랑(www.thailove.net)’ 낙화유수님이 추천해준 곳인데 생각보다는 별로지만 그런대로 괜찮았다. 하루 10달러인데 밥은 안 준다. 물은 두 병 줬던가?
내가 참 이상하게 생각한 게 태국은 안 그런 것 같은데 캄보디아 베트남엔 칫솔 치약(새끼손가락만한)이 꼭 있다. 내가 모아온 것만 20개도 넘는다. 빗도 꼭 있는데 신기하게도(?) 새것도 아닌 쓰건 거 그대로다. 이거 쓰라는 거야?
지저분한 얘기이긴 하지만 재미로 한마디 해보자면.. 캄보디아 변기는 조심해야 한다. 재수 없으면 막힌다. 좀 안 좋은 모양이다. 비싼데야 안 그렇겠지.
프놈펜에 와서 남편은 완전히 누워버렸다. 숨쉬기 힘들어 눕기보다는 대충 앉아있었음. 나중에 의사 선생님께 들으니 장기에 물이 차서 눕기 힘들었던 것. 눕는 게 힘들어 CT촬영도 앉아서 했다고 한다.
구경은커녕 밥을 먹으러 나가기지도 못하고 태국으로 돌아가는 11일까지 이틀간 방밖에도 안 나갔다. 그러니 아들과 내가 나가서 먹을 것도 사오고 구경도 했는데 남편이 없다 보니 그저 소리야센터에나 가는 게 다였다. 중앙시장이랑 길거리 조금 구경한 게 다다. 킬링필드도 모두 포기했다.
숙소 대각선 건너편에 ‘소리야 센터’가 있는데 큰 슈퍼, 햄버거 집도 있고, 태국에 많은 피자 컴퍼니도 있다. 상가도 많은데 우리나라의 밀리오레 같은 곳? 내가 두타 이런 데를 별로 가본 적이 없어 잘 모르는데 그런 데와 비슷한 것 같다. 프놈펜에서 보기 힘든 현대식 빌딩이라고 한다. 10층은 안 되는 것 같다.
소리야센터가 은근히 참 좋았다. 왜냐고? 너무 시원하고 먹을 것도 많고…… 한마디로 천국이 따로 없었다. 아들도 너무 너무 좋아했다. 아마도 씨엔렙에서 있던 4일이 너무 힘들었었나 보다. 프놈펜에 있는 이틀 내내 남편은 방에만 있고 나와 아들만 소리야센터에 출퇴근 하듯 열심히 갔다. 밥 때마다 가고 또 가고.. 1층에 있는 럭키슈퍼 가서 과일도 사고 남편이 유일하게 먹을 수 있던 요쿠르트도 사고……대부분 수입품이라 그리 싸지는 않지만 정신 건강상 최고였던 것 같다.
6층엔 식당가도 있는데 베트남에 비하면 그리 싼 것도 아니다. 아들은 이상할 정도로 어묵 튀긴 것을 좋아했는데 맛은 괜찮았다.
햄버거 가게도 꽤 큰 게 있는데 애들 놀이터도 있다. 햄버거 사갔는데 남편이 이것도 잘 못 먹는다. 요쿠르트만 사오라고 한다. 그러니 영양실조까지 걸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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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묵, 소시지 튀긴 것 6,000리엘(1250원 정도)인데 별로 싼 느낌없음. 채소같은 거도 준다.아들이 좋아한다. 쿠폰 사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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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먹을 것 사왔는데 우리가 다 먹었지.
bb버거라나? 하여튼 햄버거 가게다.
규모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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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면 같은 쌀국수-마늘빵 같은 것도 같이 준다.
5,000리엘(1250원)인데 싸가면 6,000리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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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스틴은 맛이 독특한데 아들이 두번 사다 먹었다.
슈퍼에 3달러 내외로 포장하여 파는데 버릴 게 너무 많다는 단점이 있다.
한봉지에 10개쯤 들었나?
첫댓글 아들이 주변사람들을 괴롭(?)히는건 당하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아들에게는 정말 좋은거 아닐까 싶어요.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을 거부감없이 대할 수 있게 된다는게 쉬운건 아니잖아요. 울 지애는 TV에 흑인 보고서 무섭다더라구요.ㅠㅠ;; 말이 통하지 않아도 서로 놀수 있다는것도 좋은거구요. / 남편분 이야기 읽을때마다 맘이 안쓰럽네요.. 요즘은 괜찮으시겠죠??
남편은 약간의 건망증이 생겼는지 불을 잘 안끕니다. (후유증 심하죠? ㅎㅎ) //우리 아들이 아저씨들한테는 인기가 좋죠. 하지~만 여자들은 관심없다는 거...(너무 슬프다. 흑흑)
아들이 무척 귀엽네요...오늘 가입해서 다 둘러보진 못했지만,,, 유익한 시간이네요...저도 님의 여행길을 답습해보고 싶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