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10년차 대기업 과장인 김정철씨(35)는 요즘 ‘투잡’(Two Job) 을 해볼까 고민 중이다. 다단계 정도로만 알았던 네트워크 마케팅 사업을 해보자는 제안을 평소 믿고 따르던 직장 선배로부터 받았기 때 문이다. 처음엔 “싫다”며 한사코 거부했다. 그러나 선배 손에 이끌려 따라 간 ‘사업 설명회’ 자리에서 생각이 바뀌었다. 3년 전 들었던 것과는 판이했다. 네트워크 마케팅이 인터넷 쇼핑몰로 변신해 있었기 때 문이다. 물건을 팔러다니는게 아니라 어차피 소비할 물건을 브랜드 체인지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고나서부터다.
제품도 예전에 알고 있었던 ‘자석요’ 등 고가 내구재가 아니었다.
화장품, 세제, 건강식품 등 늘 소비하는 생활필수품이라는 점에서 수 긍할 수 있었다. 특히 삼성과 LG, 두산 등 대기업 제품들도 네트워크 에 올라와있는 건 예전에 미처 몰랐던 사실이다.
무엇보다 생각이 바뀐 건 네트워크 마케팅이 TV홈쇼핑처럼 소비자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제품을 안방에서 클릭해 쇼핑하는 인터넷 비즈니스로 변신했다는 점이다. 그 자리에 처음 참석한 사람들을 봐도 교수 , 의사, 기업체 임원 등 소위 ‘잘 나가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어 내심 마음도 놓였다. 그러나 그는 결정을 미루고 있다. 세간 인식이 여전히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탓이다. 아내에게 털어놓을 일도 걱정이다. 선배에게는 여전히 ‘노(No)’ 사인을 보냈지만 김 과장은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네트워크 마케팅 업체의 사업 설명회 자리는 여전히 초만원이다. ‘ 소비가 수입을 창출한다’는 캐시백 마케팅이 일반화됐기 때문이다.
건국대, 경희대 등 대학 강단에서도 네트워크 마케팅이 커리큘럼에 포함될 정도가 됐다. 실제 교보문고에 가보면 관련 책자가 빽빽하게 들어차있다. 네트워크 마케팅이 과거 음지에서 벗어나 신유통 채널로 양성화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결정적 계기는 네트워크 마케팅이 삼성몰이나 인터파크처럼 사이트에 가입해 클릭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인터넷 쇼핑몰로 바뀌어 ‘네트워크 마케팅은 물건을 팔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뒤바뀐 덕분이다.
실제 네트워크 마케팅이 신유통임을 증명하듯 한국암웨이, 하이리빙 등 상위 업체들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매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각사 인터넷 쇼핑몰을 개설하는 등 온라인 쇼핑몰로의 변신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하이리빙이 99년 10월 국내 최초로 온라인 사이트(hiliving.co.kr)를 개설한 이래 한국암웨이(abnkorea.co.kr), 앨트웰(altwell.co.kr) 등 유수 업체들이 인터넷 쇼핑몰을 개설해왔다. 네트워크 마케팅 업체들이 전자상거래 방식의 인터넷 쇼핑몰로 변신을 시작한지 3년이 지난 현재 인터넷 매출이 오프라인 매출을 웃도는 회사도 속출하고 있다.
하이리빙등 상위 회사들은 매출액 중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70%까지 온라인 쇼핑몰 비중을 점차 높이고 있는 추 세다.
네트워크 마케팅 업체들이 인터넷 쇼핑몰로 활동무대를 넓혀가면서 사이트 회원 가입수는 폭증하고 있다. 업계가 추산한 국내 회원수는 대략 500만명을 웃돈다. 경제활동인구 2200만명을 놓고 본다면 5명당 1명 이상은 회원인 셈이다.
변명식 장안대 유통경영학과 교수는 “네트워크 마케팅은 무점포 판 매의 대표적 형태로 인터넷 쇼핑몰로 방향을 틀고 있다”면서 “소비자가 마케팅 주체가 된다는 점에서 향후 시장성은 밝다”고 말한다.
올해 네트워크 마케팅 전체 시장 규모는 최소 4조5000억원(서울시 기 준)을 돌파할 전망이다. 지난 98년 4250억원 규모에서 4년새 10배 이 상 성장했다는 얘기다. 99년 8940억원, 2000년 1조8500억원, 지난해 엔 3조5000억원 규모로 연간 100%씩 성장을 거듭해왔다. 이 같은 급 성장엔 인터넷 매출이 폭증했던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변명식 교수는 “코스닥 시장처럼 네트워크 마케팅 업계도 옥석 가리기가 관건”이라면서 “정부는 건전한 업체와 불법 업체를 가려 차별 육성해야 할 것”이라 강조한다.
특히 국내 네트워크 마케팅 시장은 세계에서도 이목을 끌고 있다. 지 난 9월초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세계직접판매협회연맹(WFDSA) 총회 에서 한국 시장은 각광받았다.
이 자리에서 닐 오펜 WFDSA 사무총장은 “세계 직판시장은 매주 40만 명이 신규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다”면서 “특히 한국은 중국과 인도 , 러시아와 함께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4대 시장으로 떠올랐다”고 강조했다. 실제 한국암웨이는 본부격인 미국 시장과 일본 시장을 누 르고 올해 세계 최대 매출국가로 떠올랐을 정도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네트워크 마케팅을 향후 신유통의 주력 업태로 내다봤다. 그는 “국내 소매시장은 그 동안 백화점 슈퍼마 켓 재래시장이 단순한 3분 구조로 진행돼왔다”면서 “앞으론 백화점 과 슈퍼마켓시장은 축소되고 TV홈쇼핑과 네트워크 마케팅, 전자상거 래가 새로운 업태로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성구 공정거래위원회 전자거래보호 과장은 “네트워크 마케팅 업체 들이 전자상거래를 도입해 인터넷 쇼핑몰화하면서 매출액도 덩달아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유통 방식이 애용자들의 자가 소비 형태로 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경ECONOMY] 박인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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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