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가소개 & 책 소개
<열일곱 살의 털>의 작가 김해원은 서른이 넘어서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세상에 대한 치기는 사라지고, 냉정을 찾기 시작할 나이다. 그래서 그런지 ‘청소년 두발자유’라는 풋내나고 혈기 넘치는 이야기를 그녀는 차분하게 그려내었다. 어딘가 엉큼한 구석이 있는 제목이지만 책의 내용은 사뭇 진지하다.
김해원이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원래 청소년 문제에서부터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개화기 성인 남자들의 상투를 자르던 체두관(剃頭官)의 이야기가 그녀를 사로잡았고, 현재 청소년들의 두발규제에까지 관심이 미치게 된 것이다.
“실제 남의 머리를 잘라야 했던 그 사람의 심정은 어땠을까를 생각했죠. 머리를 자르는 행위는 양반에게도 서민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던 걸 텐데…. 단발령은 어찌 보면 국가의 폭력을 상징하는 것이죠. 그 뒤로 제대로 근대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지금까지 이어진 게 학교의 두발단속이라고 봅니다. '너희의 자율적 문화를 인정할 수 없다'는 상징적인 것이기도 하구요”
그녀가 그러한 자신의 생각을 펼치기 위해 선택한 인물은 지극히 평범한 소년 일호다. 겉으론 보통 아이들처럼 보이지만 뜨거운 가슴을 가지고 있는 일호가 학교에 대항하는 모습을 통해, 학교와 사회는 왜 평범해질 것을 강요하는가 묻고 있는 것이다. 작품이 가지고 있는 매력 한 가지 더, 이미 많은 청소년 문학에 사용되어 진부할 수도 있었던 소재를 살리는 그녀의 글맛이다. 이 책은 확실히 재미있다.
2. 줄거리 요약
소설의 첫 장면은 이발사인 할아버지가 일호의 머리를 비장하게 깎아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다른 친구들처럼 구레나룻을 조금은 남기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감히 그것을 말할 수는 없다. 열일곱 살의 머리카락에는 쓸데없는 욕망이 자라고 있다고 생각하는 할아버지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학교도 마찬가지다.
두발규정을 한 번도 어겨본 적 없는 일호는 어느 날 다른 학생을 비인간적으로 대하는 체육선생에게 대항하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일호는 학교 측의 일방적인 규제와 처벌에 반기를 들고 ‘두발자유 시위’를 주도하려다 그 사실이 발각되고 만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 두발규제로 문제를 일으킨 시기에 일호가 태어나기도 전에 집을 나갔던 아버지가 돌아왔다는 것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버지와 함께 간 장소는 학교의 상담실이었다. 사정을 들은 일호아버지는 일호를 탓하지 않고 학교의 교육방식이 잘못되어 있음에 성토한다. 자기가 하는 일이 옳은 것이란 확신을 얻은 일호는 정학기간동안 피켓을 들고 교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학교 측과 대치한다.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은 일호뿐만이 아니었다. 체두관 출신 조상으로부터 시작된 이발소를 이어 받으며 나라에서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옳은 것이라 생각하던 할아버지 역시 가치관을 달리할 일이 생긴다. 재개발 논쟁에서 항상 나라의 편에 섰던 할아버지가 그것의 허상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상을 찾아 떠돌다 현실에 정착하게 된 아버지까지, 소설은 삼대의 부자가 어떻게 변하는지에 초점을 맞추며 진행된다.
3. 읽기 전에 알면 좋을 것들
◎ ‘단발령’에 대하여
태성이발소의 계보를 밝히는 장면에서 ‘체두관(剃頭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한자어 풀이 그대로 ‘머리 깎는 벼슬’이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우습지만 당시에는 최신식 직종이었을 것이다. 그것도 지배국가의 명령을 등에 업은. 위로는 임금부터 아래로는 백정까지 성인 남자라면 누구나 시퍼런 칼날 앞에 머리털을 디밀어야 했고 이는 당시의 사상으로는 목을 내미는 것보다 더한 고통이자 수치였다고 한다.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그 속에 숨어있는 폭력성이다. 여기서 말하는 폭력이란 장정을 억지로 무릎 꿇리는 물리적 폭력이 아니라 사상의 근원을 잘라 버리는 정신적인 폭력이다.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는 조선의 근간을 이루던 유학의 가장 상징적인 정신이자 가르침이었다. 근대화와 위생을 위해 실시한다는 단발령에는 당시 조선 사회의 기둥을 끊으려 한 일본의 의도가 숨어있던 것이다. 한 사회의 정신을 짓밟아버리는 것, 이보다 더 폭력적인 것이 어디 있겠는가.
◎ 70년대 장발단속
첫댓글 줄거리와소개를 책 읽기전에 보았다면 좀더 재미있게 볼수 있었을 텐데
어찌건간에 부모와자식간에 거리 ,역활등를 어찌 해야하는지 한번쯤 생각하게 하는 책이라 한번에 수~웅
나 다 읽었다.
쉽게 읽혀지는 좋은 책이지요. 1빠로 다 읽은 희경언니에게 제가 선물 준비할게요.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