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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맛집 그리고 추억 스크랩 [주영욱의 이야기가 있는 맛집] 국물 부어 먹는 장어 덮밥 - ‘갓포 후루야’
ginasa 추천 0 조회 874 16.01.18 10:4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주영욱의 이야기가 있는 맛집]

국물 부어 먹는 장어 덮밥 수 백년 깊은 맛이 스르르
일식당 ‘갓포 후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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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고야식 민물 장어구이 덮밥, 히츠마부시. 세 단계로 나눠서 먹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음식 나올 때 가져다 주는 설명서대로 따라 하면 된다.

역시 그 나라 음식은 그 나라 요리사가 할 때 가장 맛있다. 같은 재료를 이용해서 같은 방법으로 요리를 한다고 해도 분명히 차이가 난다. 뭐라고 딱 꼬집어 명쾌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오랫동안 그 나라에서 사람에서 사람으로, 손에서 손으로 전달되어온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것을 뭉뚱그려 ‘손맛’이라고 부르고 학자들은 ‘암묵지(暗默知·Tacit Knowledge)’라고 말한다.


‘암묵지’는 ‘경험과 학습을 통해서 개인에게 체화되어 있지만 명료하게 공식화 하거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지식’이라고 길게 정의되는 개념을 한자로 표현한 것이다(한자의 간단한 표현력에 박수를). 쉽게 말해서 암암리에 묵시적으로 전해져 온 지식이라는 얘기다. 영국의 철학자 마이클 폴러니(Michael Polany)가 처음으로 분류했다.


전통 음식일수록 이런 차이는 두드러진다. 간단해 보이는 파스타 하나도 이탈리아 현지인 요리사가 해주는 것이 더 맛있게 느껴지고, 베트남에서는 길거리 포장마차의 쌀국수 맛에도 감탄하곤 했던 경험은 단지 기분 때문만은 아니었다. 바로 오래도록 그 사회에서 ‘암묵지’로 전달이 되어 내려온 오리지날, 정통의 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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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갓포 후루야 : 서울시 종로구 중학동 19번지 더케이트윈 타워 지하 1층. 전화 02-3701-9177. 일요일은 쉰다. 큰 빌딩에 있어서 점심 때는 붐빈다. 느긋하게 즐기려면 저녁에 가는 것이 좋다. 히츠마부시 4만원.

광화문에 있는 일본 음식점 ‘갓포 후루야’는 이런 정통의 매력을 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35년의 경력을 가진 일본 요리사 후루야 카즈히사(54)가 운영하고 있다. 도쿄와 오사카의 여러 유명 호텔에서 요리사로 오래 일했고, 싱가포르·홍콩·마카오 등에서 국제 경험까지 쌓아온 후루야 셰프의 실력을 인정한 엔젤 투자자가 우리나라로 초대를 했다. 2013년에 개업을 하고 후루야 셰프가 요리를 포함해서 전권을 맡았다.


‘갓포(割烹)’란 자르고(割) 익힌다(烹)는 뜻이다. 요리사가 손님 앞에서 직접 요리를 만들어 내는 고급 즉석 요리집을 의미한다. 구이·사시미·튀김·조림 등의 모든 요리를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자카야(居酒屋)’ ‘스시(?司)’ ‘가이세키(懷石)’ 등과는 또 다른 형태의 일본 요리집인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일본 음식이 그다지 세분화 되어 있지 않아서 그 숫자가 많지 않다.


이곳에서는 정통 ‘갓포’ 요리의 문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 계절에 가장 맛이 좋아지는 식재료를 중심으로 계절 요리를 하고, 그날 그날 신선한 재료를 구입해서 사용한다. 음식을 미리 만들어 놓지 않고 주문 받은 다음에 바로 요리를 시작하는 것도 특징이다. 주방이 오픈돼 있어서 후루야 셰프를 포함한 요리사들 모두가 정성스럽게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가장 인상적인 음식은 ‘히츠마부시(ひつまぶし)’라고 하는 나고야식 민물 장어구이 덮밥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일본식 장어구이 덮밥은 장어를 구워 사각형의 도시락 같은 그릇에 밥과 함께 올려놓는 방식인데, 나고야식은 좀 다르다. ‘히츠’라고 불리는 둥그스름한 나무통을 사용하고 장어를 잘라서 밥에 올려 놓는다. “옛날에 장어구이집 종업원들이 손님에게 장어를 내놓고 남은 토막들을 주방에서 쓰는 그릇에 밥과 함께 담아서 먹던 것이 유래가 되었다”고 후루야 셰프는 설명한다.


‘히츠마부시’는 먹는 법이 따로 정해져 있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방법이다. 이 음식을 유래시킨 ‘전문가’들이 장어 구이를 더 다양하게 즐기기 위해 개발한 모양이다. 모두 세 단계다. 첫 단계에서는 그냥 먹고, 두 번째에는 김·파·와사비 등을 섞어 먹는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에서는 가쓰오부시와 다시마로 만든 국물을 부어서 함께 먹는다.


워낙 섬세하게 잘 구워진 장어구이여서 기본적으로 맛있지만 이렇게 단계별로 나눠서 먹어보니 훨씬 더 다양하고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장어구이 덮밥의 새로운 발견이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마지막 단계다. 구수한 장어구이와 감칠맛 있는 국물의 하모니가 아주 좋았다.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화려하고 풍부한 맛으로 고조시켜 주는 멋진 피날레다. 이 대목에서 사케를 한 잔 안 시킬 수가 없었다.


민물 장어구이는 일본 전통 음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까지 거의 먹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는 국내에도 수준 높은 장어구이 집들이 있지만 그래도 일본에서 먹을 때 가장 맛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일본에 아무리 ‘기무치’가 널려 있어도 일본 관광객들이 열심히 우리 김치를 사다 나르는 것과 같은 이유다. 몇 백년 전부터 몸에 배어 내려 온 내공의 힘이다. 그 내공이 만들어 내는 일본 정통의 맛을 서울 한복판에서 즐길 수 있다. 좋은 세상이다. ●




주영욱 ● 주영욱
 *  경영학 박사. 베스트레블 대표
 *  email : yeongjyw@gmail.com
 *  ☞ : 다른기사보기
    ● 중앙SUNDAY / http://sunday.joins.com/archives/119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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