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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도 따로 없이 어느 집이건 안주대박이다. 푸짐한 상차림이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 주류, 비주류할 것 없이 모두 즐겁다. 고둥, 더덕, 장조림, 샐러드, 배추뿌리, 파전, 생선조림 등 무려 스무 가지가 넘는 안주가 상다리를 부러뜨릴 태세다. 안주는 1만원 단위로 추가된다. 한 주전자(막걸리 세 병)를 다 먹고 또 한 주전자(1만원)를 추가하면 서비스 안주가 줄줄이다. 세 명이 두당 1만원이면 랍스터에 산낙지, 영계백숙까지 맛볼 수 있으니 ‘밤새 마시자’ 작정한 서울 주당들이 놀토를 앞두고 전주행 고속버스에 몸을 싣는 풍경도 흔해졌다. 가격대비 효과에 있어 이만한 박리다매가 또 있을까?
‘온고을’이라 하여, 모든 것이 풍족했다. 전주막걸리는 전주천 맑은 물과 탁월한 누룩 빚기의 장인들이 이룬 쾌거라 아니할 수 없을 터. 이곳이 활기를 띠다 못해 외지인들로 북적대자 전주시는 급기야 이 골목을 관광상품화 하고 「막프로젝트」를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절주(節酒) 추세에 역행, 「막프로젝트」가 「막가 프로젝트」 될 수 있다는 반대 여론도 있긴 했다. 전주 막걸리를 공급하는 전주 대성주조공사 현병직 이사의 말을 들어보자.
청량감이 느껴지지요. 막걸리도 웰빙 시대거든요.” 게 유행. 한결 맛이 부드러워 그냥 넘어간다.
막걸리 시음 후 트림이란 옆 사람에겐 차라리 형벌이다. 그러나 전주 생막걸리는 트림이 나오지 않으니 얼마든지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좋다.
수 십년간 집에서 반찬을 만들어온 남도 아낙들의 솜씨 자랑, 즉 그들의 쿠킹칩이란 요리연구가들이 내놓는 어불성설 레시피와는 차원이 다르다. ‘국민의 술 막걸리’. 그러나 막걸리는 곡주인지라 한번 취하면 쉽게 깨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다음날 아침, 몽롱한 의식 속으로 전주 톨게이트가 아련히 비껴가고 자신의 추태가 어렴풋이 떠오른다면? 생각만으로도 발등에 못이 박히는 것 같다. 부디 ‘네 박자’가 엇박자 되기 전에 자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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