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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장의 사목적 권고 교회의 생활 |
교회의 생활 묵주기도 성월을 맞이하여
서 론 1. <교회의 생활>은 2천 년 역사 안에서 하느님의 영의 인도 아래 그 모습을 갖추었으며 교회의 순교자들과 교부들에 의하여 정통 신앙의 진리가 보전되어 왔습니다. 교회의 신앙은 2천 년이 지난 지금도 본래의 힘을 잃지 않고 온 세상에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있습니다1). 교회의 성모 공경도 그리스도교 제자 공동체까지 소급되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요한 19,27; 사도 1,14 참조). 하느님의 은총에 힘입어 성자 다음으로 모든 천사와 사람들 위에 들어 높임을 받으신 마리아는 그리스도의 신비에 참여하신 지극히 거룩한 하느님의 어머니로서 교회의 특별한 예식으로 공경을 받으십니다2). 교회는 성모님께 특별한 공경을 드리는데 주저하지 않았고, 자녀다운 사랑을 드리며 그의 덕행을 본받도록 끊임없이 가르쳐 왔습니다.
2. 교회가 성모 마리아를 의지하고 공경하는 이러한 전통은 동·서방 교회를 막론하고 전례와 신심행사 안에서 사용하던 기도문 안에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묵주기도는 지금도 신자들 사이에서 가장 즐겨 바치는 기도로서 성모 신심의 특성을 잘 지니고 있습니다. 묵주기도는 그 소박한 구조 속에 복음 메시지의 모든 핵심을 집약하고 있으므로 마치 복음의 요약과도 같습니다. 믿는 신자들은 묵주기도를 통해 동정녀 품 안에서 시작된 강생의 신비와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사업을 묵상하며 하느님의 크신 사랑을 체험하고 풍성한 은총을 얻습니다3).
3. 그러나 교회의 아름다운 성모 공경에 관한 전통이 오늘날까지 지속되어 왔지만, 교회 역사 안에서 빗나간 성모 공경이나 신심도 없지 않았습니다. 교부 시대에도 성모 마리아의 평생 동정성을 부인하는 ‘성모 공경 반대자들(antidicomarianiti)’이 있었고, 반대로 성모 마리아를 여신(女神)처럼 모시는 ‘성모 흠숭자들(colliridiani)’이 있었습니다. 다마스커스의 요한은 이방인들의 여신 퀴벨레에 관한 풍습을 겨냥해서 하느님께만 유보되어 있는 흠숭과 마리아 공경을 구별하였습니다. 또한 중세시대에는 성모 공경에 관한 신심이 지나친 나머지 감성적이고 과장된 신심이 있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근대에 들어서도 있었으나 교회의 교부들과 신학자들은 이를 엄격히 경계하였습니다4). 이러한 경향은 근래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4. 한국 천주교회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에서는 <올바른 성모 신심>을 공표하여 근래 한국에서 일어나는 잘못된 성모 공경에 대하여 지적하고 우려를 표명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신앙교리위원회는 성모 마리아 공경에 대한 올바른 교의와 교회의 가르침을 제시하고 우려할 만한 사적계시와 잘못된 성모 공경을 지적하면서 신자들에게 올바른 성모 신심을 갖도록 촉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가톨릭교회의 풍부한 마리아 공경에 대한 교의와 전통적인 예식, 그리고 기도문들을 수록하면서 <올바른 성모 공경>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올바른 성모 신심>은 특별히, 최근 한국 천주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우려할 만한 성모 신심 세 가지, 즉 ‘나주의 사적 계시’, ‘상주의 사적 계시’, ‘베이사이드의 성모 신심’을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신자들에게 이러한 잘못된 성모 신심에 미혹되지 않도록 당부하고 있습니다.
5. 나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적계시와 성모 신심에 관한 문제는 1985년 6월 30일부터 어느 성모상에서 피눈물이 흐르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나주 성모 발현’이라는 사적 계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991년부터는 ‘미사 중 입속에서 성체의 가장자리부터 차츰 피와 살로 변했다’는 윤 율리아의 주장으로 비롯된 이른바 ‘성체의 기적’은 사적 계시의 절정을 이루었습니다. 그 후 이 사적 계시의 주창자는 예수님에게서, 또 성모님에게서 수차례 메시지를 받았다고 전하였습니다5). 지금도 이러한 주장은 계속되고 있고 수원교구의 일부 신자들도 이에 동조하여 나주를 찾아 기도 모임과 집회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6. 이러한 사적 계시와 성모 신심에 관해서 나주를 관할하는 광주대교구 교구장은 이미 교회법이 보장하는 교도권을 통하여 교구장의 공지문과 사목적 권고문을 발표하고 우려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6). 이에 근거하여 수원교구는 물론 한국 교회의 모든 교구는 나주에서 행하는 모든 기도 모임과 집회에 참여하지 않도록 신자들에게 공지한 바 있습니다7). 광주대교구 교구장은 이와 관련된 공지문들을 발표하기에 앞서 이 사안에 대한 교회의 판단을 내리기 위해 교회의 여러 신학자들과 조사관들의 의견을 들었고, 사목적 고심 끝에 그러한 공지문을 발표하였습니다.
7. 이미 윤공희 빅토리노 전임 광주 대교구장은 나주 조사위원회(1995년 1월 9일)를 설치하여 나주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교회 신앙의 빛에 비추어 다각적인 관점에서 주의 깊게 연구하고 관찰을 진행하여 왔습니다. 그 결과, 윤 대주교님은 신학자들의 조사결과에 대해 “본 대주교는, 나주 조사위원회의 결과에 대해 유권적으로 해석할 교도권을 지니고 있으므로8) 그 조사결과를 토대로 하여 다음과 같은 공식적인 판단”을 공지하였습니다. 그 공지에 의하면, 나주 성모의 메시지는 종말 신앙적 메시지, 가정파괴, 낙태, 사제, 성체에 대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주장 중 특히 문제시되는 것은 신앙적 메시지로서 종말을 종말론적 의미로서 <완성> 이 아니라, ‘인류의 마지막’ 혹은 ‘세상 종말’이라는 성격을 띠는 기존의 ‘유사 영성운동’이나 ‘사이비 영성운동’에서 보이는 종말에 대한 위협으로써, 가톨릭교회의 가르침과는 상반된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직무사제직에 도전하는 “하늘에서 성체가 내려왔다”는 주장은 유효하게 서품된 사제의 축성에 의해서만 성체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교회의 가르침9)에 전면 위배되며, 더욱이 “미사를 드리는 사제가 죄인이라 하여 성모 마리아가 그에게서 성체를 빼앗았다는 것”은 성체성사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행위이자, 가톨릭교회의 사효성(事效性: ex opera operato)을 부정하는 행위임에 틀림없습니다. 또한 “입에 모신 성체가 사람의 살과 피로 변했다”는 주장은 사제의 축성으로 빵과 포도주가 성체와 성혈로 “실체변화”한 후에도 그 형상은 여전히 빵과 포도주여야 한다는 교회의 가르침10)에 위배되는 것입니다.
9. 상주를 중심으로 일어난 사적 계시는, 사적 계시를 받았다고 하는 이가 탈혼 상태에서 천주 성삼과 성모님, 천사들, 천당, 연옥, 지옥을 보았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을 겪었다는 주장과 더불어 그러한 일들을 여러 책을 통하여 전파함으로써 잘못된 성모 신심을 이끌고 있는 경우입니다. 이에 관하여 교회는 일찍이 상주의 관할 대구교구장인 서정길 대주교의 교령으로 그 초자연성을 인정하지 않은 바 있습니다. 서정길 대주교는 교회법 제 1261조 1항에 의거하여 5명으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로 하여금 조사를 명하였습니다12). 이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서정길 대주교는, 사적 계시를 받았다고 하는 이의 묵시, 발현, 계시, 예언 등의 모든 사건들이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이 아님을 선언하였습니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계시, 경문, 기록, 그림, 예언, 전파, 집회, 토론, 영성지도를 금지하였습니다13).
10. 이러한 금지는, 당시 서울교구 노기남 대주교와 대구교구장 서리 서 베르나르도 부주교, 안동교구장 두봉 주교에 이르기까지 똑같이 유효하였습니다. 1997년에는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에서 <건전한 신앙생활을 해치는 운동과 흐름>이란 책자를 통하 여, 이러한 성모 신심 운동에 기생하여 전파되고 있는 잘못된 사적 계시를 그리스도의 신앙과 교리를 해치는 운동으로 단정하였습니다. 특히 상주에서 사적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이의 책을 신앙과 교리를 해치는 서적으로 꼽았습니다. 그러한 책들은, 어려서 남다른 고생을 하며 살다가 입교하게 되면서 체험하게 된 묵시, 발현, 예언, 기적적 사건 등을 기록한 자전적 내용으로, 그가 체험한 천당, 지옥, 연옥의 모습들은 과거에 가르쳤던 교리서들의 설명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가 주장하고 있는 성모 발현의 경우 파티마와 루르드 성모 발현을 상당히 모방하고 있습니다14).
11. 상주의 사적 계시의 문제점은, 1) 사적 계시의 내용들이 당시 그가 받은 교리 공부, 강론, 영적 상담에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그의 풍부한 감수성에 의해 꾸며진 임의적인 환상과 생각이라 할 수 있고, 2) 사적 계시를 받았다고 하는 그가 말하고 있는 여러 가지 기적적 현상들은 신앙 중심이 아니라 기적 중심의 인상을 갖게 하고, 더욱이 이와 관련한 ‘연옥 영혼을 위한 미사예물 강요’와 ‘묵주 간주 경문 전파 6만 명이 되면 큰 영광을 준다’ 등의 주장은 기도를 수량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3) 나주 윤 율리아와 마찬가지로, 상주 계시에 관한 문제도 교회의 교도권에게서 여러 번 금지 명령을 받고도 순명하지 않은 점에서 겸손함이 보이지 않습니다. 참된 영에서 온 계시라는 것을 식별하는 데 매우 중요한 것이 ‘겸손’이기 때문입니다15).
12. 일명 ‘미카엘회’라고 불리는 베이사이드의 성모 신심 또한 한국 교회에서 경계하는 또 하나의 우려할 만한 성모 신심 중 하나입니다. 이 운동은 미국의 베이사이드에서 시작된 성모 발현에 관한 사적 계시로부터 출발하였으며, 이미 1986년 관할 교구 뉴욕 부르클린 교구장이 교황청 신앙교리성과의 협의를 거쳐 교회의 인정을 받지 못한 것임을 선언하였습니다16). 그러나 계시를 받았다고 하는 이의 사후에도 이를 추종하는 이들은 이 사적 계시를 성모님의 메시지라고 하며, ‘지구의 멸망’, ‘죽음과 심판’, ‘인류에게 떨어질 크나큰 고통’ 등 주로 허황된 종말론을 주창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로사리오>, <천국의 조언>, <천국의 장미>라는 제호의 유인물을 배포하여 신자들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인물들은 그 어느 것도 교회 당국의 인준을 받은 바 없습니다17). 따라서 최근 수원교구 내에서 유포되는 이러한 유인물에 신자들이 현혹되어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본당에서는 주의를 기울이시기 바랍니다.
13. 가톨릭교회가 성모님에 관하여 믿는 것은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에 기초를 두고 있습니다. 마리아에 대해 가르치는 것은 그리스도 신앙을 밝혀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18). 교회의 성모님에 관한 기본 가르침은 네 가지로 요약됩니다: 1) 마리아는 잉태되는 순간부터, 원죄에서 보호되고, 일생 본죄에 물들지 않았다. 2) 마리아는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아들, 바로 하느님이신 그 아들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참으로 ‘하느님의 어머니’이다. 3) 마리아는 당신 아드님을 동정으로 잉태하고, 동정으로 나고, 동정으로 길렀으며, 동정으로 젖을 먹였으니, 그분은 평생 동정이시다. 4) 지극히 거룩한 동정 마리아는 지상 생활을 마치고 영혼과 육신이 천상 영광으로 들어 올려졌으며, 그곳에서 이미 당신 아드님의 부활의 영광에 참여하였다19). 특히 성경에 나타나는 성모님의 모습은 예수 그리스도의 가장 충실한 제자로서 모범적인 생활로 순명과 겸손을 두루 겸비한 분이십니다.
14. 그러나 일부 신자들은 이러한 가르침을 잘못 이해하여 하느님 흠숭과 성모 공경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구원에 있어서 그리스도의 역할에 성모님을 중심으로 놓는 우를 범합니다. 그래서 “성모 마리아여, 저희를 구원하소서”, 혹은 “성모 마리아를 통하여 구원받는다” 등의 잘못된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모 통고의 의미를 “우리를 위하여 대속하셨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기까지 합니다. 이러한 잘못은, 우리 신앙의 중심 내용인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에 대한 교리가 부재한 채, 단지 성모 신심에만 지나치게 몰두하기 때문에 일어나게 됩니다. 따라서 신자들은 성모님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먼저 확실히 알고 교회의 풍부한 신심운동과 기도생활에 임하시기를 바랍니다.
15. 본 교구장은 수원교구 신자들이 올바른 신앙생활을 통해 주님께 더욱 가까이 나아가도록 항상 기도하고 있습니다. 나주 및 상주 문제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식별 기준은 소위 ‘성모님의 메시지’라고 하는 그 계시가 교회적인지, 또한 교회 공동체의 일치와 사랑을 증진시키고 교회의 질서와 교도권의 판단에 순응하는 것인지를 우선적으로 살피는데 있습니다20). 가톨릭 신앙인이라면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와 일치해야 하고 가톨릭교회를 2천 년간 지켜 온 교도권에 순명하며, 성모님에 관한 가르침을 올바로 식별하고 정통신앙 안에서 생활하여야 할 것입니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 아들 예수님을 따르는 모든 이의 어머니,
2007년 10월 1일 그리스도와 함께
------------------------------------------------------------------------------ 1)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교서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1항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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