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지 움츠러들기만 하는 겨울엔 온천욕이 좋다. 뜨거운 탕 속에서 편안한 자세로 느긋하게 앉아 있으면 온몸이 노골노골, 피로도 근심걱정도 녹아내리듯 사라지는 기분이다.
서울 근교에서 앙코르들이 온천욕 을 즐길만한 곳으로는 경기도 포천을 권할 만 하다. 옛부터 포천은 물 맑기로 유명한 곳. 이곳 온천수에 함유된 유황 성분은 관절염, 신경통, 피부병, 기관지염, 간질환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어 특히 장노년층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
서울에서 47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길 양옆으로 증기가 뭉개뭉개 솟아 오르는 온천탕 표시가 여기저기 보인다. 구리나 퇴계원에서 47번 국도를 타고 베어스타운을 지나거나, 수유리·의정부에서 43번 국도로 포천 만세교 검문소에서 우회전해 들어간다. 서울 강변·상봉·수유리 시외버스터미널에서 15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포천 일동행 직행버스를 타면 1시간쯤 걸린다. 전철로 의정부까지 간 후 의정부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일동행 버스를 타도 걸리는 시간이 비슷하다. 일동에서는 온천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 택시, 군내버스 등을 이용해 온천으로 이동한다.
무턱대고 온천욕을 하다간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갑자기 탕 속으로 뛰어들어가면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크게 오를 수 있어 위험하다. 심장에서부터 먼 부위부터 물을 적신 후 탕에 들어가야 한다.
미지근한 탕에서 안정을 취한 후 뜨거운 물로 옮겨 피로를 푼다. 섭씨 38~40도의 미지근한 물은 몸의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반면, 42도 이상의 뜨거운 물은 피의 흐름을 촉진시켜 근육 속의 피로물질인 젖산 배출을 돕는다.
인체는 냉탕에서는 산성이 되고, 온탕에서는 알칼리성이 강해진다. 온탕과 냉탕에 번갈아 들어가면 체액이 중성이나 약알칼리성으로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냉탕에서는 되도록 몸을 움직이고, 온탕에서는 가만히 있는다. 때를 밀되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한다. 온천수의 성분과 때수건으로 상처를 입은 살이 만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몸에 묻은 온천수의 각종 성분을 그대로 몸에 남겨놓은 것이 좋다. 온천욕 후에는 맑은 물에 몸을 헹구지 말고, 수건을 써서 몸을 닦기보다 서서히 말리는 것이 좋다. 피부에 이상이 있거나, 산성·유황성분 등이 강한 온천수는 맑은 물로 씻어야 한다.
온천욕은 식사하기 전이나, 식후 1시간 지난 후가 좋다. 너무 오래 물 속에 머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10~15분이 적당하다. 15분 이상 물 속에 있으면 체력이 떨어진다. 한번 입욕한 후 30분쯤 휴식한 뒤 다시 물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하루 3회 이상 입욕하는 것도 건강에 좋지 않다. 탕 속에서 잠을 자는 행위는 매우 위험하다.
온천욕으로 몸과 마음이 개운해 졌다면 갈비로 배를 채운다. 포천은 이제는 고유명사가 되어버린 이동갈비 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동면에 집중돼 있던 이동갈비집들은 이제 그 명성을 타고 일동면, 백운계곡 입구까지 늘어서 있다.
▲사진설명 : 양 많고 맛있기로 소문난 이동갈비가 숯불 위에 얹은 석쇠에서 먹음직스럽게 익고 있다./김성윤기자
이동갈비는 양이 푸짐해서 먹을 맛이 난다. 대부분의 갈비집들이 1인분에 2만2000원을 받고 갈비 10대를 낸다. 갈비뼈를 반으로 쪼갠 ‘조각 갈비’다. 모두 ‘원조’를 내세우지만, 굳이 원조를 찾을 필요는 없다. 워낙 많은 갈비집들이 한곳에 몰려있다 보니 경쟁이 심하고, 경쟁이 심하다 보니 맛이 상향 평준화됐다.
이동갈비 양념의 기본은 간장으로, 소금으로 간을 낸 수원 갈비와 차이가 난다. 간장에 사과, 배, 양파, 마늘, 후추, 참기름 등을 넣고 만든 양념에 사나흘 이상 재워뒀던 갈비를 참숯에 얹으면 ‘지글지글’ 소리와 함께 기름이 배어나온다. 조금 느끼한 편이다. 갈비만큼이나 유명한 이동막걸리를 곁들여도 좋다. 큰 병이 4000원, 작은 병이 3000원이다. 냉면, 동치미국수, 된장찌개와 공기밥 등의 식사로 마무리를 한다.
갈비로 배를 채웠으면 교통체증을 피해 서둘러 귀가해도 좋지만, 인근 산정호수에 들러 모처럼 산책을 즐겨도 좋다. ‘산 속의 우물’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산정(山井)호수는 1920년대 일제가 댐을 지어 만든 인공호수이다. 골기(骨氣) 강한 명성산 봉우리가 호수 표면에 비춰 어른거리는 모습이 아름답다. 조금 서둘러 새벽 일찍 도착한다면 물안개가 호수에서 일어나는 장관도 볼 수 있다.
포천군 영북면과 이동면 2곳에서 산정호수로 진입하는 도로에서 1인당 입장료 1000원과 주차료(소형 1500원, 대형 3000원)을 내야 한다. 명성산 등산도 좋다. 명성(鳴聲)산은 고려 태조 왕건에 쫓겨 이 산에 숨었던 궁예가 온 산이 울리도록 통곡했다는데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