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버클리 음대를 졸업한 피아니스트 정원영과 기타리스트 한상원이 독일의 베를린 음대 출신의 강호정(건반)과 서울 재즈아카데미 출신의 신예 이상민(드럼), 정재일(베이스)와 함께 밴드를 결성하였다. 그 밴드의 이름이 '정원영, 한상원 밴드'였으며 약 일 년 전 패닉의 보컬 이적이 영입되면서 지금의 'GIGs'의 기반이 마련되었다. 밴드라는 음악 형태가 자리잡기 쉽지 않은 오늘날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현실 속에서 또 하나의 도전장을 제시한 GIGsㅣ 하이클래스와 신예, 거기에 또 다른 개성의 이적이 혼합하여 엮어내는 그들의 음악은 우리나라 밴드 음악의 한 획을 긋기에 손색이 없는 듯하다. 일년 여에 걸친 곡 수집, 연습과 녹음, 그 과정과 그들이 말하는 GIGS의 음악, 녹음을 담당한 엔지니어 박병준 씨의 인터뷰와 믹싱을 담당한 미국의 'Jeffrey Kawalek'의 서신을 통해 높은 완성도를 추구하는 GIGS의 음
악을 소개하고자 한다.
취재/이은희 객원기자
=============================================================================
☞ Musician's GIGS ☜
작업기간
- 98년말 이적 씨를 영입하면서 99년초부터 GIGS 앨범을 위한 작곡을 시작하였고 9월말부터 녹음에 들어갔다. 녹음은 약 한달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각기 다른 음악적 개성을 가지고 있으나 GIGS의 강점인 강한 리듬, 록(Rock)적인 부분을 강조하여 밴드 음악에 어울리는 곡을 선별하였다. 또한 각 멤버가 작곡해온 곡들을 연습하면서 하나하나 완성해 가는 과정에서 우리만의 또 다른 개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결과 앨범이 완성되었을 때에는 모든 곡이 GIGS의 공통적인 사운드를 가지게 되었으며 이런 결과는 우리가 밴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GIGS의 음악
- 우리는 펑크 록(Funk Rock) 밴드이다. 이전에 우리가 보여준 음악도 펑크한 스타일의 음악이었고 이번 첫 번째 앨범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부분도 록(Rock)을 기반으로 한 펑크(Funk) 스타일이다. 물론 앨범에 수록된 곡들 중에는 하드록에서부터 발라드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포함되어 있지만, 기본적으로 멤버 모두가 록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밴드를 조직할 때부터 록과 소울적인 음악을 시도해 보고 싶었다.
이 전 '정원영, 한상원 밴드'의 음악과는 좀 다른 듯 한데
- 그 부분에서 약간의 실망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있으나, 우리는 팀이기 때문에 멤버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색깔을 나타내기보다는 GIGS의 색깔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면에서 이런 과정은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점을 극복해야 앞으로 우리가 보여줄 또 다른 변화된 모습도 맘껏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팬들이 바라는 모습에 이끌려 가기보다는 우리가 팬들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
서로 다른 음악적 개성을 가진 멤버들이 함께 작업하는데 어려운 점은
- 물론 어려운 점도 있었으나 우리는 연주자이기 때문에 한 자리에 모여서 지속적으로 음악을 시도함으로써 공통된 부분을 찾았고, 또 어느 정도는 서로를 이해시키고 양보하는 가운데 합일점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앨범이 나오기까지 실제로 많은 곡들이 작곡되었으나 연습하는 과정에서 우리 팀과 어울리지 않는 곡이라 여겨지면 과감하게 제외시켰다.
강호정 씨가 담당한 브라스 섹션과 시퀀싱
- 강호정 : 브라스 섹션은 모두 시퀀싱이다. 샘플 브라스로서 각자의 소리를 샘플 받아서 음역, 음정 등을 고쳐서 사용하였다. 이전에는 신디사이저 음색에 가깝게 사용하곤 했으나 이번 앨범에서는 자연스런 음색을 살리려고 노력하였다. 에디팅을 한 후 브라스 악기마다 실제 브라스 편곡을 하듯이 트럼펫 1,2, 트럼본, 색소폰 1,2 등 다섯, 여섯 가지 보이스의 악기를 사용하였고 각 악기마다 라인을 만들어 연주하였다. 또한 악기의 리얼리티를 위한 셈여림의 효과는 익스 프레션 페달을 사용하였다. 하지만 악기마다의 특성과 어택(Attack)이 다르기 때문에 퀀타이즈(Quantize)를 하여도 나머지 실연주 부분과 정확히 맞추기가 쉽지 않아서 매우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브라스 시퀀싱 작업은 GIGS의 연주가 녹음된 후에 그 연주 부분을 로직 오디오 파일로 받아와서 그 위에 작업을 하였고, 그렇기 때문에 퀀타이징이 별로 소용이 없었다. 특히 "Champ"의 경우는 매우 애를 먹은 곡인데, 이 곡을 작업할 때 Logic Window에 100여 개의 시퀀스 조각들이 떠있을 만큼 작업량이 엄청났었다. 샘플을 이용한 브라스 편곡은 음색과 음의 강약, 연주 스타일에 따라 너무 다르기 때문에 그 한계로 인해 음악이 샘플의 성격을 쫓아가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면서 나름대로 미디를 이용한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브라스 편곡을 시도했으나 역시 아쉬운 점이 많았다. 하지만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 "노올자"와 "랄랄라"의 경우에는 기본 시퀀싱을 정재일 씨가 했고 후에 내가 다소 고쳐주었다. "Tripping Now"에서는 앞 부분에 테크노 음악의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 드럼 루프를 사용했다. "Red Sneakers"가 유일하게 드럼을 모두 시퀀싱한 곡이다. 하지만 GIGS의 색깔을 살리기 위해 리얼 드럼의 효과를 주려고 하였다.
최고의 엔지니어들과 함께 한 작업
- 한상원 : 나는 랙에 들어 있는 이펙터는 사용하지 않는다. 기타에서 바로 AMP를 통해 나오는 소리를 선호한다. 간혹 오버 드라이버나 믹싱 때 약간의 딜레이를 줄 뿐이다. 페달 또한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까다롭게 기타의 소리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박병준 엔지니어와의 작업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박병준 씨처럼 기타 소리를 잘 잡아주는 엔지니어도 드문 것 같다. 제프(Jeffrey Kawalek)와의 인연은 개인 앨범 1집 때부터 함께 작업을 하였다. 음악적인 도움도 크지만 인간적으로도 잘 맞는 부분이 있다. 그분은 엔지니어가 아티스트에게 편안한 상태에서 음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함께 즐기면서 작업할 수 있도록 하려는 신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론(Ron Allaire)은 매우 미국적인 엔지니어이다. 제프보다 젊고 약간은 과격하고 공격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유일하게 미국식의 소리를 만들면서도 한국발음이 잘 들리도록 소리를 잡아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론과의 작업을 위해 미국에 갔을 때 론이 우리 앨범을 믹싱하는 기간 동안에 메탈리카가 믹싱 제의를 해왔었다. 하지만 우리 앨범의 믹싱 때문에 거절하는 모습을 보았다. 물론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앞으로의 계획
- 계속 공연을 하고 싶다. 1월 중순에 팀 단독 공연이 있고 지방 공연도 계획 중에 있다. 각 멤버들의 개인 스케줄을 조금씩 조정하고 양보하면서 GIGS를 중심으로 활동하려 하고 있다. 우리의 음악은 음반으로 듣는 것보다 공연을 보았을 때 더욱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연을 통해 팬들과 더욱 많이 만나고 싶다.
☞ 믹싱 엔지니어 "Jeffrey Kawalek"의 E-Mail ☜
4년 전에 내 친구인 Will Lee의 소개로 한상원 씨를 만났습니다. Will이 말하기를 그가 한상원 씨와 같이 뉴욕에서 작업 중이었고 한상원 씨 앨범 작업에 기술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저도 내심 참여하고 싶었나 봅니다). 전 그 일을 계기로 한상원 씨와 작업을 같이 하게 되었고 그의 첫 솔로 앨범인 "서울 서울 서울"에 성심껏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와 함께 많은 시간을 작업하면서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내가 한상원 씨와 함께 작업하기 위해 처음으로 한국에 왔을 때 그를 다시 만나게 되었고 우리는 한국의 어떤 녹음실에서 같이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올 가을 초 무렵에 한상원 씨는 저에게 새 밴드 앨범의 믹싱을 위해 다시 한국으로 올 수 있겠냐는 제의를 했고 난 기꺼이 그 제의를 수락했습니다. 난 그 당시 약간 바쁜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고작 9일간(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여행시간을 포함해서)밖에 할애를 할 수 없었습니다. 한국에 와서 우리는 하루에 12시간을 녹음실에서 일했고 10곡 내지 11곡 정도를 믹싱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사용한 녹음실인 드림 팩토리(Dream Factory)는 내가 이제껏 작업해 본 곳 중 최고였음을 언급하고자 합니다. 그다지 넓지는 않았지만 그곳엔 다양한 어쿠스틱 영역을 제공해주는 몇 개의 독립된 레코딩 공간이 있었고, 뛰어난 장비들 역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나는 STUDER 사의 디지털 48트랙을 선호하는데 SSL 보드는 믹싱하기에 아주 용이했으며 G-Plus 버전은 최종 사운드를 잡기에는 아주 좋았습니다. 그 녹음실은 매우 훌륭한 아웃보드 장비를 보유하고 있었고 내가 잘 모르는 몇몇 EQ도 있었습니다(제 생각에 아마 스위스, 혹은 독일 제품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나를 어시스트 해주었던 류재경, 김한구, 고현정 씨는 훌륭한 엔지니어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그 녹음실 장비에 대해 잘 알고 있었으며 최상의 결과물을 얻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도움에 어떻게 감사를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내 친구 Jeddie Ahn(Jeki Master)의 도움과 노력에도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나는 모든 내 믹싱 작품이 정말 깨끗하고 힘있도록 만들기 위한 핵심적인 사운드 요소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난 비트를 컴프레스한(Compressed to bits) 사운드의 앨범에 실증을 느낍니다. 현대 녹음 기술은 dbx 160 시리즈(Compressor/Limiter)를 통해 출발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앨범들이 훌륭한 사운드를 요구하는 시기가 내 적절한 나이와 맞을 수 있었던 것을 행운이라고 여깁니다 - 내 사운드에 대한 철학은 앨범은 단지 좋은 사운드뿐만 아니라 실제 생활과도 같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일에 당신이 천둥치는 소리를 실제로 들어봤거나 또는 해안가에 가서 바다의 파도치는 소리를 들어보았다면 그것이 바로 가장 근본적인 목적이 되는 것입니다. 바다에는 날카롭지도, 귀에 거슬리지도 않는 밑바닥에서 솟아오르는 고주파가 존재합니다. 그것이 바로 내가 추구하려는 앨범의 사운드입니다. 그 이상으로 앨범은 앨범다운 사운드를 만들어 내야만 합니다. 다시 말하면 실생활보다도 더 방대하고 신비롭고 색다른 것이어야 합니다. 실생활의 보다 더 큰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처럼 앨범 역시 그래야 합니다. 콘서트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밴드의 사운드를 보다 더 크고 멋지게 만들기 위해 그들이 연주하고 있는 동안의 시간은 나에게 엄청난 집중을 필요로 합니다. 레코딩 믹싱을 한다는 것은 지독한 고립주자가 되는 것입니다 - 당신은 모든 사람들이 끝없이 다양한 상황과 주변을 듣고 느낄 수 있도록 각 음악에 핵심이 되는 요소에 부단한 노력과 시간을 스튜디오에서 투자하게 됩니다. 하지만 수많은 관객을 앞에 둔 라이브 믹싱은 하나의 돌격 행위와도 같습니다 - 즉 음악과 사운드를 듣고 반응하는 관객들을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만족시켜 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라이브 믹싱은 엔지니어가 연주하는 것과도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의 시차 극복과 녹음실에서 투자한 많은 시간들을 통해 GIGS의 앨범이 각 노래마다 정확하게 믹싱되었음을 확신합니다. 나는 이미 어떤 곡을 믹싱했는지 조차 잊어 버렸습니다. 나는 모든 곡을 믹싱하고 싶었으나 내가 할 수 없었던 몇몇 곡은 제 친구인 론(Ron Allaire)이 훌륭하게 믹싱해 주었습니다. 대부분의 트랙은 내가 서울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녹음되어 있었으며 내가 그 사운드의 질적인 측면을 다룰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나는 각 트랙을 녹음할 때에 믹싱할 때 사용하는 것과 같은 방식의 레코딩 기법을 적용합니다. 그것은 원래의 사운드 소스를 보다 더 크게 부풀려서 정확하게 똑같은 사운드로 만들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있습니다. 스튜디오 컨트롤 룸을 벗어난 곳에서 내 귀에 들어오는 사운드가 독특한 "달콤함"을 지닐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을 룸에서 찾는 것이 내 녹음 기법 중의 하나입니다. 그곳이 바로 내가 가수(또는 악기연주자)를 세우는 위치가 되기도 합니다. 그 위치에서 소리가 좋게 난다고 판단되면 테이프에 녹음하는 일은 훨씬 더 수월해집니다. 나는 실제로 외국어로 녹음하기를 즐겨하는 편입니다. - 음악은 그와 같이 세계적인 언어이기 때문이죠. 만약 노래가 제게 감성적으로 도달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그것은 썩 좋지 않은 것입니다. 나는 많은 앨범들을 홍콩, 대만, 일본, 싱가폴 등 아시아권 시장을 겨냥해서 프로듀싱 했었습니다. 비록 내가 말을 못한다고 해도 그 표현이 '옳다'라고 하는 것을 지적해줄 수도 있습니다. 가수는 때로 내가 '그 표현이 틀렸으니까 한번 더 갑시다'라고 얘기하면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나는 가수들에게 정말 특별한 연주가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애씁니다. 마술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듯 앨범을 만든다는 것은 정말 힘든 작업입니다. 엔지니어로서, 그리고 제작자로서의 내 직업은 아티스트로 하여금 가능한 한 마술을 창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답변이 독자 분들의 작업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또 다른 기회가 있으면 E-메일(KAWALEK@RCN.com)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 Engineer's GIGS 박 병 준 ☜
엔지니어링 컨셉
- 녹음은 원래 발생되는 소리를 그대로 담는 일, 즉 녹음을 하면서 소리가 변형되지 않고 망가지지 않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간혹 EQ를 사용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필요 없는 부분을 제거하는 정도로 사용을 해야지, 새로운 부분을 만들어 내거나 과장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녹음이 가장 좋은 녹음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다수의 대중이 원하는 소리가 진정 좋은 소리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주자(뮤지션)의 호흡에 동참하여 그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을 그 의도대로 실현시켜 주는 일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GIGS와의 인연과 작업기간
- 정원영 씨 첫 앨범과 한상원 씨 2집 앨범부터 지금까지 여러 앨범을 같이 작업하였다. 또한 앨범 작업뿐만 아니라 공연도 함께 다니곤 하였다. 이번 앨범의 작업기간은 매우 타이트하게 한달 여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GIGS는 공동 프로듀스, 즉 곡에 따라 멤버들이 번갈아 가며 프로듀스를 하였기 때문에 더욱 빠르게 진행이 되었다.
GIGS 앨범에 중점을 둔 녹음 포인트는
- 이 앨범은 밴드 앨범, 즉 연주자들의 음악이기 때문에 각자의 개성과 의견을 충분히 수용하고 또 멤버 각자의 기량을 돋보이게 또는 어울리게 하는 것이 어려운 점이었다. 또 그들의 의견 차를 중간에서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일을 진행시킬 수 있도록 하는 부분도 엔지니어가 할 일이다.
다양한 기타(Guitar)의 사운드는
- 기타 사운드는 마이크 위치에 따라 매우 다양한 음색의 변화를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타 톤에 따라, 음악의 성격에 맞춰 마이크의 위치를 달리한다. EQ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각을 잡느냐에 의해 EQ를 주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보게 된다. 특히 한상원 씨는 기타 음색에 대해 발전적인 방향으로의 소리를 만들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는 분이라 그때마다 더욱 많은 의견을 교환하고 또 상의를 거듭했다. 그래서인지 까다로운 만큼 좋은 소리가 나오는 것 같다. 또 한상원 씨가 기타 솔로를 녹음할 때에는 녹음시 마다 전혀 다른 음악이 나오기 때문에 계속 다른 트랙을 이용하여 지우지 않고 남겨둔 뒤 나중에 한상원 씨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다. "새벽 네시 전화벨" 녹음 시 한상원씨가 장난처럼 연주했던 것이 마음먹고 연주한 것보다 잘 된 것 같아 멤버들과 의견을 모아 결국 그 부분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그만큼 한 부분도 버릴 수 없는 훌륭한 연주들이었다.
각 곡의 녹음과정
- "노올자"는 시퀀싱 파트와 연주 파트를 맞춰서 녹음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두 파트가 잘 어울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계나 기술적인 면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많이 있었다. 그 때에는 엔지니어인 나 또한 연주자의 입장, 즉 GIGS의 한 멤버가 되어 말없이 느끼면서 작업해야 했다. "돌연변이"는 개인적으로 기타 녹음이 가장 잘 된 곡이다. 믹싱 엔지니어인 론(Ron Allaire)도 이 곡의 기타 녹음을 칭찬했다고 들었다. 여기서 기타 녹음이 잘됐다는 것은 힘과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녹음, 또 여러 사람들이 어느 장소에서든지 그 음악이 좋게 들려진다면 그게 바로 잘된 녹음이라 생각한다. 거기에 연주자의 처음 의도가 그대로 들어있는 음악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음악이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정답은 없다. "맞아"는 이 밴드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리듬인 만큼 이 곡 기타 솔로의 마지막 부분 리듬 때문에 한동안 갈등이 있었다. "아가에게"의 오케스트레이션 부분은 오케스트라 인원이 많았기 때문에 그 부분만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녹음했다. 처음 의도대로의 효과는 얻지 못했다고 생각되지만 결과물을 들어보니 만족스러웠다. 오르간의 녹음도 인상적이었다. 아날로그 오르간인 ROLAND VK7과 드림 팩토리에 있는 Rhodes의 소리를 녹음할 때에는 멤버 모두가 아날로그 사운드에 감탄을 했었다. 보컬 녹음 때에는 GML 프리앰프와 TUBETECH CL1B 컴프레서만을 사용하였다. 하지만 "신천지"라는 곡에서는 EVENTIDE Harmonizer DSP - 4000 Tube 디스토션(Distortion)을 더 사용하였다.
힘들었던 부분이 있다면
- 웃기지도 않은 '헛소리 썰렁 밴드'(GIGS는 자칭 자신들을 헛소리 썰렁 밴드라고 말한다)의 웃기지도 않은 얘기에 웃어주는 일이 힘들었다(웃음).
믹싱 엔지니어와의 작업은
- 제프리 카왈렉(Jeffrey Kawalek), 론 알레이어(Ron Allaire)는 정말 훌륭한 엔지니어들이다. 미국에서도 이미 유명한 엔지니어들이고 나 또한 그들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특히 론의 작업하는 모습 - 아무리 어려운 작업 부분도 너무 쉽게 해결해 내는 그의 프로다운 모습에 존경의 마음이 일곤 한다. 그 덕분에 나도 오랜 습관인 담배를 끊어버렸다.
마치며...
- 지난 연말 GIGS의 첫 공연을 감상하면서 느낀 감탄스러운 일들은 그 무대 위에서 너무나 다른 각 멤버의 개성이 그대로 드러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조화를 이루어 만들어내는 음악은 또 다른 그들 자신이었다. 뮤지션보다 스타들로 가득한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현실 속에서 진정한 뮤지션으로, 또 그러한 뮤지션이 있기까지 그들의 음악을 지켜주는 엔지니어들과 대중이 더욱 많아지기를 새해 소망으로 빌어본다. 또한 GIGS를 취재하면서 그들(GIGS, 그들과 함께 작업한 엔지니어들)이 보여준 음악에 대한, 인간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애정에 본 기자 또한 감동을 받았다. 본지를 위해 미국에서 E-Mail로 답변을 응해주신 제프리 카왈렉 씨에게 매우 감사함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