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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ㆍ고등학교는 물론 초등학교 시험 때가 다가오면 최소 보름 전부터 아파트 놀이터에 개미 한 마리도 찾아보기 힘들 만큼 정적이 흐른다고 하죠? 어디 그뿐인가요. 별 보기 운동이라도 하듯 아파트 단지는 새벽까지 불야성을 이룹니다. 엄마들 모임에서 아이들의 수면 시간은 공식과 비공식으로 나뉘죠. 공식적으로는 10시, 비공식적으로는 새벽 1시라는 얘기는 경쟁의 역기능을 드러내는 씁쓸한 단면이 아닐는지요. 대한민국의 치열한 교육 환경에서 ‘과연 적절한 수면 시간을 담보할 수 있는가’라는 항변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잠을 알고 나를 알면 공부도 백전백승할 수 있는 해법을! 여기, 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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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질병관리본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고등학생 10명 가운데 9명 정도가 잠 부족에 시달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초등생의 수면 시간에도 빨간불이 켜지긴 마찬가지. 한창 키가 커야 할 나이인데도 조사 대상 초등생의 절반가량이 하루 12시간 이상 공부를 하며 8시간도 못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의 수면권, 이대로 괜찮을까? 오늘도 잠 못 드는 밤,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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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심정민 리포터 request0863@naver.com 도움말 한진규 원장(서울스페셜수면신경과의원) 손용호 원장(건양의대 김안과병원) 박시동 사무처장(전교조 경남지부)
자료제공 질병관리본부 여성가족부 통계청 한국청서소년정책연구원?대한수면의학회
참고도서 <잠이 인생을 바꾼다> <머리가 좋아지는 수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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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 영민(가명 ? 서울 송파구 삼전동)이는 시험 기간에는 오전 3시, 평소에는 오전 1시쯤 잠자리에 든다. 대입을 2년 앞둔 예비 수험생이지만 하루 일정이 고3 못지않게 빠듯하다. 오전 6시 30분에 일어나 7시 30분쯤 등교하고, 수업이 끝나면 오후 8시. 학원으로 직행해서 오후 10시까지 공부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30분 동안 스마트폰으로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받는다. 엄마가 준 간식을 먹고 학교와 학원 숙제를 하다 보면 어느새 오전 1시쯤. 하루 평균 자는 시간이 고작 5시간 30분 정도다. 영민이와 같은 우리나라 중 . 고등학생 10명 가운데 9명 정도 잠 부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가 전국의 청소년(중1~고3) 7만5천6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1년 청소년 건강 행태 온라인 조사’ 결과다.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주중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중학생 7.1시간, 일반계 고교생 5.5시간, 특성화계 고교생 6.3시간으로 파악됐다. 하루 평균 수면 시간 권고치(8시간)에 못 미치는 학생은 중학생이 74.8%, 일반계 고등학생 97.7%, 특성화계 고등학생 89.8%에 달했다. 특히 일반계고 고3 학생은 평균 오전 1시 16분에 잠자리에 들었다가 5시간 14분 만인 6시 31분에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웃 나라 일본 고3에 비해 1시간 정도 덜 자는 것. 2010년 여성가족부의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2009년 청소년 수면 실태’를 분석한 결과 청소년의 75%가 수면 부족으로 조사된 것.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32분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미국수면재단(NSF)이 제시한 청소년 적정 수면 시간인 8시간30분에 58분이나 부족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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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의 수면 시간도 부족, 외국과 비교해 최저 수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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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의 수면 시간도 빨간불이가 켜지긴 마찬가지. 2012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 경남지부에서 경남 18개 시 ? 군 전 지역의 초등학교 5~6학년 1천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생활 실태 조사에서 2명 중 1명이 하루 8시간도 못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생 절반 이상이 성적 문제로 고민하고 있으며, 하루 12시간 이상 공부하는 학생이 58%에 달했다. 가장 큰 고민을 묻는 질문에 52.5%가 성적 문제를 꼽아 2위인 친구 문제(12.0%)를 압도했다. 이는 2011년 설문 조사의 51.9%보다 늘어난 것으로, 초등학생들의 공부 압박이 수면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외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청소년 수면 시간은 더욱 심각하다. 여성가족부의 2004년 자료 기준으로 만 15~24세 청소년들의 평균 수면 시간은 우리나라가 7시간 30분으로 가장 짧았고, 독일 8시간 6분, 스웨덴 8시간 26분, 핀란드 8시간 31분, 영국 8시간 36분 등이며, 미국이 8시간 47분으로 가장 길었다. 특히 외국의 경우 연령별 수면 시간을 보면 사회생활이 왕성한 40대 초반이 가장 짧은 반면, 우리나라는 성장기인 15~19세 때가 가장 짧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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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학습+밤 문화 발달+좁은 주거 환경=수면 부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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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나라 청소년 수면 부족의 결정적 이유는 뭘까? 전교조 경남지부 박시동 사무처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주5일 수업제가 아이들에게 체험 학습 시간을 늘리는 기회를 준다고 했지만, 오히려 공부 시간을 연장하는 결과가 됐습니다. 주말에도 6시간 넘게 공부하는 아이들이 많죠.” 박 사무처장은 “초등생들도 사정이 이런데 중?고생의 수면 시간 문제는 더 심각할 것”이라고 말한다. 부모 세대 때부터 구전된 ‘사당 오락’(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이 ‘삼당 사락’이 될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고. 과도한 학습과 함께 밤 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 현실도 아이들의 수면 부족을 불러오는 것으로 판단된다. 서울스페셜수면신경과의원 한진규 원장은 “전 세계 어디를 가도 24시간 운영하는 찜질방과 대형 쇼핑몰이 있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 야식 배달 문화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이 아이들의 수면권은 물론 어른들의 잠잘 시간도 빼앗는다”고 전한다. 한 원장의 말이 이어진다. “침실과 거실이 철저하게 분리된 서양과 달리 거실을 중심으로 가족 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의 주거 환경도 아이들의 수면을 방해하는 요소입니다. 부모가 늦게 자면 아이도 늦게 잘 수밖에 없죠.” 여기에 서양은 간접조명을 쓰지만 우리는 대부분 직접조명을 사용해서 잠잘 수 없는 환경을 만든다고. 특히 맞벌이 부부의 자녀는 숙면 환경에 취약하다는 게 한 원장의 주장이다. 여성가족부의 조사에서 중 ? 고등학생 가운데 오후 11시까지 사교육 행위자 비율이 중학생 2.1%, 고등학생 8.8%로 나타났는데 늦은 취침의 원인을 과다 학습으로 분석했다. 컴퓨터나 인터넷 게임 등도 원인으로 꼽았다.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인터넷 전체 사용자 중 만16~만19세의 인터넷 사용률은 19.5%를 차지했다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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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부족은 성장 방해는 물론 청소년 비만과 고혈압을 부르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ADHD) 등을 유발한다는 것은 의학계의 정설. 초등생 절반이 안경을 착용하는 것도 수면 부족이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12년 건양의대 김안과병원이 서울 10개 초등학교 학생 5천877명을 대상으로 눈 건강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안경을 착용하는 비율은 전체 43.8%로 나타났다. 시력 저하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수면 부족이 눈 건강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했다. “어린 시절의 눈 관리가 평생의 눈 건강을 좌지우지하는데, 늦은 시각 까지 잠을 자지 않고 눈을 혹사하면 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손용호 원장의 설명이다. 최근 청소년의 이 같은 수면 부족 현상은 수면 클리닉 시장에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겨울방학과 여름방학을 이용해 병원을 찾는 아이들이 늘고 있죠. 병원에 오는 아이들을 진료해보면 그들에게서 수면의 질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서야 병원의 문턱을 넘죠.” 한 원장은 공부 때문에 잠을 줄이는 것은 사채를 쓰는 것과 똑같다고 경고한다. 당장은 그 위험성을 못 느끼지만, 시간이 가면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 밀려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그 부작용 중 하나가 집중력 부족이다. “경쟁이 치열한 대한민국에서 잘 것 다 자고 원하는 대학에 가기란 쉽지 않죠. 잠을 줄여서 공부해야 한다면 잠을 줄이세요. 단 잠깐이라도 쪽잠을 자야 몸이 망가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바쁘다고 밥 대신 간식을 먹으면 며칠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계속 간식으로 때우면 건강을 해칠 게 분명하다고 말하는 한 원장. 잠도 마찬가지라고. 부족한 잠을 벌충한다며 계속 쪽잠을 자는 일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천차만별이라는 말이 있죠? 사람마다 숙면의 패턴이 다릅니다. 잠을 담보로 학습에 매진해야 하는 학생들이 꼭 알아야 하는 부분이죠.” 한 원장은 공부 때문에 물리적으로 잘 시간이 없다면 나만의 수면 패턴을 찾아야 학습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미즈내일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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