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즈막한 돌담길을 구불구불 돌아간다. 빠알간 감이 주렁주렁 매달린 감나무, 초가지붕 위의 달덩이 같은 박..... 뉘집에선가 낮닭이 운다. 우리들의 잃어버린 고향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낙안읍성은 관아 건물 외에는 대부분이 초가이다. 낙안읍성으로의 나들이는 아직도 숨쉬고 있는 조선시대 민초들의 삶을 확인하는 정지된 시간으로의 여행이다.
"하늘, 땅, 물, 불, 바람의 향연, 그 맛의 우주로 초대합니다." 라는 주제로 열린 남도음식문화큰잔치가 지난 10.22(수)-26(일) 순천시 낙안읍성민속마을에서 열렸었다. 후덕한 인심과 재기 넘친 음식명인들이 남도음식의 진수를 보여준 것으로 올해 10회 째이다.
선농제를 개막으로 들노래와 북춤으로 이어진 신명난 다양한 밥과 음식의 축제는 한 자리에서 다양한 남도향토음식을 구경하고 맛볼 수 있는 기회였다.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과는 주최측의 초대로 전통음식이나 향토음식과 차별화 되는 ' 퓨전남도음식'를 주문 받았다.
퓨전요리는 이국적 취향의 문화가 유행하면서 창의적인 요리사들에 의해 새롭고 흥미로운 맛으로 창조된 것을 말한다. 고객의 입맛을 배려한 요리방법은 제한 없는 요리의 자유를 준다. 퓨전남도음식은 대학생들의 신선한 맛의 감각을 선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영감은 열린 마음으로 사물을 새롭게 보는 것으로 식재료와 계절, 먹는 사람, 기호, 정서를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따라 맛은 달라진다. 지금까지 먹어보지 않은 맛을 머리로 그리고, 마음으로 느끼며, 순간에 몰입하는 일은 창의적인 조리사의 몫이다.
막 잡아 올린 바다냄새 나는 생선, 풋풋한 텃밭의 푸성귀, 주먹만하게 매달린 애호박, 주렁주렁 열린 붉고 푸른 고추.... 이 신선한 자연소재로 만든 퓨전요리는 고정관념을 깬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다양한 요리로 보는 것만도 즐겁다.
백김치장어말이, 김치신선로, 김치화채, 김치케익 등 김치를 주제로 한 음식 외에 '초코를 채운 죽순피라미드' '훈제숭어를 채운 토마토보쌈' '굴배추까나페' 등 양식과 중식, 일식이 접목된 창의력 있는 요리가 전시되었다. 밀가루대신 밥을 지진 밥전, 고소하면서도 쫀득한 치즈녹두전은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조물주는 식욕을 일으켜 맛으로 이끌면서 살기 위해 먹는 일에 즐거움으로 보상하고 있다. 사랑이 있는 음식은 모든 즐거움에 이어지고 세월이 흘러도 그리움으로 맛을 추억하게 한다.
행복지수에서 먹는 즐거움을 뺄 수는 없다. 그러나 식도락가는 몇 가지의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 맛난 맛을 식별하는 미각, 음식의 겉과 속을 꿰뚫어 보는 예리한 안목, 올바르게 표현하는 표현력, 따뜻하고 긍정적인 인덕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남도땅의 풍부한 일조량과 붉은 황토, 해풍을 쏘이며 자라 농작물과 서남해안의 넓고 깊은 뻘밭에서 자란 해산물과 조개류. 이런 천혜의 조건이 갖추어진 남도의 맛깔스러운 음식 맛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남도 음식의 깊고 '검덜큰'하게 입에 착착 달라붙는 감칠맛은 수천년을 이어온 우리 어머니의 내림솜씨가 응축된 것이다.
우수한 향토음식은 보존되고 전수되어야 한다. 그러나 빠르게 변하는 신세대들의 입맛을 잡고 우리음식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새로운 조리법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다양한 국가의 문화가 녹아 있는 퓨전요리는 미국에서는 이미 레스토랑의 주류가 되었다. 퓨전요리로 더욱 다양해진 우리음식의 먹거리를 기대한다.
첫댓글 지난 낙안읍성 음식축제 때 교수님이 주신 퓨전음식 참 맛있어요. 그 때 목포 코너에서 첨 먹어본 흑산도 홍어맛 참 좋대요. 운좋게 최불암씨와 사진도 찍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