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역·특정면적에만 청약자가 몰리는 쏠림현상 발생
위장전입·허위 입양 통해 가족수 늘리는 편법 등 나타나
청약가점제가 실시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청약가점제란 청약을 통해 내집마련을 할 때 동(同) 순위 내 경쟁이 있을 경우 무주택기간, 부양가족 수 그리고 청약통장 가입기간 등을 기준으로 산정한 가점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당첨자를 선정하는 제도다. 이는 무주택자에게 내집마련 기회를 우선적으로 주겠다는 정책목표를 두고 지난 2007년 9월 1일 이후 입주자모집 승인 신청 분부터 적용되었다. 청약가점제는 청약예금과 청약부금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다. 시행한 지 1년, 청약가점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어 가고 있는 지 살펴보도록 한다. (*청약저축 가입자들은 종전과 동일하게 가입기간, 저축총액, 부양가족 수, 해당지역 거주기간 등에 따라 순차적으로 분양 받는다)
청약가점제에 대한 간단한 이해
과거 청약제도는 사업주체가 일반 공급에 의하여 입주자를 선정할 때에는 순위 및 순차에 의하되 동일순위 내에선 추첨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을 탈피, 작년 9월부터 가점제를 도입·실시하고 있다. 가점제란 무주택기간(32점), 부양가족수(35점), 가입기간(17점) 등 세가지 영역으로 구분하여 최고점수인 84점에 가까운 사람에게 청약우선권을 주는 제도를 말한다. 청약가점제는 현재 추첨제와 가점제를 병행하여 실시하고 있다. 청약부금자(전용면적 25.7㎥ 이하 민영주택)와 청약예금(서울기준 예치금액 300만원 이하 가입)자 중 75%는 가점제에 의해 선택되고 나머지 25%는 과거처럼 추첨방식에 의해 내집마련을 할 수 있다. 전용면적 25.7㎥ 초과하는 청약예금은 채권입찰제를 우선 적용하되, 채권입찰이 동일한 경우 가점제와 추첨제 방식으로 반반씩 가리게 된다.
시행 1년간의 커트라인 분석
몇몇 부동산정보업체들이 발표한 전국평균 청약가점은 32~33점으로 나타났다. 가점제 총점이 84점인 것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이며 공개되지 않은 점수까지 합친다면 평균 자체는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중 부동산뱅크가 지난 1년간 분양된 주택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국 청약 가점 평균은 33.01점으로 나타났다. 서울(38.96점), 인천(37.50점), 전북(35.09점), 경남(34.32점), 충남(33.03점)이 전국 평균을 넘어섰다. 그러나 경기(31.08점), 광주(23.68점), 대구(26.07점), 충북(27.27점), 경북(28.27점), 부산(28.80점), 울산(29.10점), 대전(29.45점)으로 나타났다. 최고 가점을 받은 곳은 지난 해 12월 서울 은평뉴타운 1지구 14블록 125.55㎡에서 나왔다. 다음으로 송도 국제업무단지 더샵 하버뷰 115.56㎡에서 83점이 나왔고 용인흥덕 힐스테이트 (81점), 마포구 하중동 한강밤섬자이(79점), 충남 아산신도시 Y-City(79점), 송도국제업무단지 센트럴파크(78점), 부산시 해운대 KCC스위첸(79점) 등이 인기를 끌었다.
한편 부동산114의 면적별 자료에 따르면 85㎡~102㎡가 42점으로 가장 높았고 85㎡ 이하, 102㎡~135㎡, 135㎡ 초과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과 인천의 경우 85㎡~102㎡는 각각 55점, 51점으로 나타나 이들 평형대가 가장 인기 높은 평형대임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한편 서울지역 내 분양단지 가점제를 살펴보면 최저 9점에서 만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점수대의 청약자들이 당첨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3.3㎡당 평균 3.300만원의 고분양가에도 청약경쟁률이 4대 1에 달했던 서초구 반포자이 아파트의 경우 최고 74점 보유자뿐만 아니라 9점으로도 내집마련이 가능했다. 서울지역 내 청약커트라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용산구는 최저 30점(최고 71점), 구로구 최저 32점(최고 67점), 동대문구 최저 28점(최고 74점), 은평구 최저 21점(최고 84점), 마포구 최저 20점(최고 79점) 순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내에선 의왕시 청계지구가 평균 48점으로 가장 높은 인기를 보였다. 다음으로 광주 탄벌지구와 가운지구(35점), 광명 소하지구와 용인 성복지구(각 33점), 고양 식사지구(30점), 양주 고읍지구(30점), 고양 덕이지구와 파주 교하지구(각 29점) 순으로 나타났다.
청약가점제도의 문제점
청약가점제는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우선적으로 내집마련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만들어진 제도다. 그러나 이러한 선의의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근본적인 문제점이 노출되었다. 먼저 일부 지역, 특정 평형에만 청약자가 몰리는 쏠림 현상이 심화되었고 분양단지별 서열화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러한 쏠림 현상과 더불어 불확실한 변수들로 인하여 신뢰 가능한 청약가점의 가이드라인을 잡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 또한 가점항목과 점수구간이 정교하지 못함으로 인해 1주택자, 독신자, 등 나홀로 세대 등 특정 대상이 피해를 보고 있다. 그나마 신혼부부의 반발을 수용해 도입된 신혼부부용 특별공급제도 역시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부양가족 수 항목에 가장 높은 점수배점을 하다 보니 위장전입과 맘에 없는 입양 등을 통해 가족 수를 늘리는 등 편법이 나타나 사회적 문제가 된 바 있다. 정책이란 작용과 부작용이 공존하는 법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동산정책으로 인하여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거나 특정 이해관계자에게 우월한 기회가 만들어지는 불합리한 사례는 최소화되어야 한다. 신청약제도가 시행된 지 1년, 최선의 부동산정책으로 자리잡고 있는 지 꾸준한 모니터링과 후속장치가 보다 세심하게 고민되어야 할 것이다.
김연화 KB국민은행 금융상담센터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