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는 쉬운 외야수를 선택하는가?

[JKpark]

텍사스 레인저스는 지난 19일(한국시간) 트레이드를 통해 클리블랜드로부터 셰인 스펜서를 영입했다. 스펜서는 누구인가? 그는 1998년부터 2002년까지 그 잘 나가는 양키스에서 뛰며 몇 차례나 우승 반지를 끼어본 선수이다. 물론 단 한번도 주전 맴버인 적은 없었어도 말이다.

그는 양키스가 재계약 포기를 선언한 이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 팀을 옮겼다. 트레비스 프라이맨, 러셀 브래년 등이 은퇴나 이적을 하고, 앨리스 벅스가 38살의 나이가 되면서 클리블랜드는 어느정도 파워를 지닌 백업요원을 필요로 했고, 중견수 자원은 풍부한 팀 사정을 감안할 때 코너 아웃필더로 뛸 수 있는 스펜서는 그들에게 적당한 선수였다.

그리고 그는 운 좋게도 또 선발로 기용되는 행운까지 누렸다. 벅스가 이미 초반에 시즌을 접어야 하는 큰 부상을 당해 빠져나갔고, 리빌딩 차원에서 주전 기용되고 있던 대부분의 신인급 선수들이 아직까지는 기대만큼 플레이를 할 수가 없는 터라 그에게 많은 기회가 찾아왔다.

사실 스펜서 정도면 상당히 군침도는 유형임에는 분명하다. 시즌 연봉 60만 달러라는 메이저리그 최저연봉의 두 배밖에 안되는 싼 값으로 기량 면에서는 여물지 않은 신인들의 몇 배이상의 활약을 해줄 수 있는 선수이다. 그에게는 경험이 있기 때문에..

클리블랜드는 그날그날 필요에 따라 그를 좌익수로 넣기도 하고, 우익수로, 1루수로, 지명 타자로 매력적으로 기용했다. 타순도 주로 4번이나 5번 같은 중심타선에 배치됐다. 그리고 그는 .271의 타율에 8홈런, 26타점을 올리며 기대 이상의 능력을 보였다. 사실 그는 어느샌가 클리블랜드 타선에 축이됐다.

그러나 클리블랜드는 그를 트레이드 시켰다. 부상으로 장기 결장이 불가피한 리카르도 로드리게스에 스펜서를 텍사스의 라이언 루드윅과 바꾼 이 딜은 명목 상으로 스펜서가 가장 우위에 있는 듯 하지만, 실제로 그는 끼워보내진 선수에 불과했다. 로드리게스와 루드윅을 1:1로 바꾸기 뭐해 더해진 선수였다는 뜻이다.

그럼 클리블랜드가 그를 내보낸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교환 가치도 그 요인이겠지만, 클리블랜드는 그를 보내며 당장 더 부진해질지언정 미래를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해볼 수 있다. 이미 벅스가 시즌을 마쳤고, 얼마 전에는 카림 가르시아를 양키스로 보냈지만, 클리블랜드에는 여전히 기용해줘야 할 외야 유망주들이 많다. 현재 주전으로 기용되고 있는 코코 크리습(23), 밀튼 브래들리, 조디 게루트(이상 25) 뿐만 아니라 부상자 명단에 있는 알렉스 에스코바(24)에 이번 트레이드로 데려온 루드윅(25)이 전부 외야수이며, 맷 로튼도 4주 후에는 반드시 좌익수나 중견수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 지금 스펜서의 안타나 홈런은 그들에게 당장의 기쁨이겠지만, 앞으로 저들을 생각하면 팀에게는 그가 굳이 좋은 선수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스펜서는 텍사스로 이적했고, 새로운 유니폼을 입은 채 뛰고 있다. 텍사스도 그를 대타 요원으로 기용할 뜻을 밝혔으나, 공교롭게도 그의 이적과 함께 후안 곤잘레스가 부상을 당하면서 지금은 주전 우익수로 기용되고 있다. 24일 경기에서는 이적 후 첫 3점짜리 홈런과 총 4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12:9 승리를 이끌었다. 텍사스는 아직 그의 활용 방안에 대해 확실한 결정을 내리진 못하고 있다. 그러나 입장은 그 전의 클리블랜드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분명히 그는 주전으로 기대하는 몫을 해줄 수 있지만, 그가 출전하면 할수록 랜스 닉스나 케빈 멘치 같은 선수의 기용 횟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물론 잘 하면야 좋지만 무턱대고 가만히 앉아서 박수만 치고있을 노릇은 아니다.

일단 텍사스는 그를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다가오기 전까지는 충분히 기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만일 그가 더 많은 출장 기회를 얻고, 더 많은 활약을 보여준다면 오른손 타자를 노리는 다른 팀에서 영입 제의가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지 못할 경우이다. 벅 쇼월터 감독은 당장의 꿀 냄새에 현혹될 것인가? 아니면 항상 그 특유의 벌겋게 상기된 얼굴을 감추지 못하더라도 어린 선수들을 그라운드에 내보낼 것인가? 참으로 모르는 척 떡하니 눈 감고 있기만은 어려운 달콤한 제안이다.


*아.. 이 글은 물론 지금의 상황이 그렇다는 것이지 제가 스펜서 선수를 싫어한다거나 그가 텍사스에 결코 필요 없는 선수라거나 하는 뜻은 아님을 말씀 드립니다.^^

[Go Rangers!]

후... 망할 곤조가 DL이라니 이녀석이라도 팔아서 B급 투수망주라도 하나 데려왔음 합니다.

[JKpark]

곤조가 DL가는 바람에 트레이드 가치가 많이 줄었죠.. 그래도 캔자스시티는 관심이 있다는군요.. 빨리 팔아넘겨야 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