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돌아오는 금요일 진주 가실래요.”
삼 년 전 손주 입학 때 가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3학년이 되어
졸업 할 때가 되었다니 참 세월도 빠르기도하다.
이젠 진주 갈 기회가 없으니 이번에 함께 가자는 아들의 전화를 받았다.
손주가 6주 훈련을 받고 나오니 데리러 간다는 것이다.
사천에 살고 있는 정순이를 이번 기회가 아니면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아 가겠다고 약속을 했다.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야 야. 호텔 잡지 말그라. 방도 많고 이불도 쌔부렀다. 알았째.”
정순이는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정도 많고 의리있는 친구다.
처녀시절 어렵게 살다보니 우정을 나누며 살아볼 기회도 없이
각자 시집을 가고 말았다. 옛 친구들을 늘 그리워하며
소식을 자주 묻고 언제든지 모여서 놀러 오면 진주서부터
삼천포 구경을 시켜주겠다며 오기만하라는 친구이다.
그런대 유감스럽게도 건강이 허락지 않아 아무도 사천을 못가고 있다.
허리 다리 뼛골이 쑤신다며 먼 길을 아무도 따라 나서질 않는다.
정순이에게 줄 선물도 사고 차에서 먹을 간식도 준비하고 마음이 바빴다.
끝없이 달리는 고속도로는 진주라 천릿길이라더니
다시 와 봐도 멀기도 하다. 남쪽으로 가다보니 따뜻한 바람과 온기가 포근하였다.
창밖을 내다 보는 들판에는 시금치. 마늘. 양파가 새파랗게 자라고 있었다.
춥게 살고 있는 철원과는 다른 세상이었다.
좋은 세상에 살다보니 끝에서 끝까지 가는대 다섯 시간이면 간다니
발전한 교통수단에 우리나라는 참 좋은 나라다.
2시간 운행하고 휴게실에 앉아 우동도 시키고 쉬면서 커피도 한잔 마셨다.
모처럼 아들과 둘만의 시간은 많은 대화도 하며 즐거웠다.
친구의주소를 내비에 찍으니 골목까지 자세히 안내해주었다.
사천에 도착하였다. 정순이 신랑은 찬바람을 쏘이며 노인정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는 상다리가 부러져라 밥상과 다과상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들은 방으로 쉬러 들어가고 우린 또 옛날이야기를 하며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목소리라도 듣게 바꾸어주었다.
만나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서로의 건강하기만을 바라며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우면서 아침을 맞았다.
잠시 눈을 붙이고 새벽 5시에 일어나 하루 전에 삼천포 수산시장
친구에게 부탁한 회를 찾으러 길을 떠났다. 새벽 바람인대도
훈훈한 비릿한 바다 냄새가 바람을 타고 코끝을 스치며 지나간다.
아직도 어두운데 어시장은 환한 대 낮 같았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지만 멀리 푸른 바다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고
상인들은 바쁘게 움직이며 생선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아이스박스에 준비해 논 회를 들고 건어물도 골고루 사서 차에 실었다.
친구는 삼천포회가 제일 맛있다고 자랑을 한다.
정순이가 차려준 아침상을 받고 고마움과 감사의 인사를 하고 사천을 떠났다.
친구는 사천에서 나는 특산품을 바리바리 싸서 차에 실어 주었다.
진주에 도착하니 이른 시간인대도 6주간 훈련을 마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우린 손주를 태우고 고속도로를 달렸다.
오는 길에 4중 충돌이 두 곳과 3중 충돌 한곳. 사고가 눈에 띄었다.
나는 겁이 났다. 아들에게 천천히 운전하며 가자고 했다.
장시간 운전하는 아들이 안쓰러워 그 엄마는 아들 걱정을 하고
그 엄마의 아들은 그의 아들이 버스를 타고와도 되건만 훈련받고 나오는
아들이 안타까워 진주 끼지 데리러간다.
사랑은 내리 사랑이라더니....
이렇게 진주여행을 하며 삼천포도 사천도 언제 또 올수있으려는지
친구 정순네도 또 오겠다는 기약도 없이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돌아왔다.
2020 2/16
첫댓글 영숙 언니 친구도 보시고 손주 졸업식도 가보고
겸사겸사 행복한 시간이 정겹습니다
아들과 오며가며 보낸 시간과 친구와의 하룻 밤이
또 한자락 좋은 추억으로 남았겠지요.
소소한 일상이 좋은 수필감으로 탄생 되었습니다
건필하세요^^
감사해요ㅡ
선배님도 건강하셔서 좋은글 마니마니 쓰세요/
건강 하시지요~?
영수기 은니 웃음 소리가 듣고 싶은 아침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