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동의 2층은 한식 레스토랑인데 여기에서
라궁을 찾은 이들을 위한 식사가 준비된다.
녹두전, 제주생갈치구이, 소갈비찜 등으로 이어지는
한정식이 저녁 메뉴이며,
아침으로는 정성스럽게 끓인
죽도 제공된다는데 숙박 요금에는
석식과 조식이 다 포함되어 있다.
특히 창 너머로 내려다보이는 라궁의 운치있는
전경 덕분에 그 맛이 배가가 된다고....
전체 건물의 구조는 가운데 마당을 중심으로
ㄴ자로 객실이 연속해있으며
로비가 있는 관리동과 함께 ㄷ자를 구성,
뒤쪽 산으로 이어지며 빙둘러싸인
ㅁ자형을 구성한다.
라궁의 배치도를 보면 복잡한 이 건물의 구조
이해에 조금은 도움이 되실 듯....
호텔의 꽃은 객실....오천평이나 되는
대지 위에 세워진 라궁의
객실은 16개에 지나지 않는다.
길게 이어지는 지붕을 공유한채
독립된 각 객실이 회랑을 따라
이어지는 형태로 지어졌다.
객실의 형태는 앞쪽 호수로 돌출된 누마루형,
ㄷ자형을 기본으로 하는 마당형,
그리고 스위트룸,로열
스위트룸 총 네가지 유형이다.
작은 연못이 있는 서쪽편에서 보면
객실은 누마루형과 마당형이
교차되면서 이어지고 있는데
누마루만 반복되면 외관상
모양이 좋지 않기때문에
이를 보완하는 과정에서
호수쪽으로 돌출된 누마루가 있는
누마루형과 상대적으로 마당이
더 넓은 마당형이 교차되도록 하고
양끝에 각각 스위트룸을 마련,
반복의 끝에서 약간의 변주를 주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어떤 하루를 누릴 수 있을까?
리셉션 데스크에서 키를 받아든 직원의 안내를 받아
회랑 맨끝에 위치한 객실로 향했다.
라궁의 제일 가장자리인
이 방은 '로열 스위트룸'이다.
카드 키를 갖다 대면 열리는
현대식 호텔문 대신 삐거덕거리는
나무대문이 기다리고 있다.
대문을 열고 빼꼼이 들여다 보니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대청마루로 올라서도록 되어 있는 구조이다.
내부는 29평 정도인데 대청 마루,
안방, 침실, 미니바, 누마루 스파,마당이
자리잡고 있다.
깔끔하게 마감된 대청마루에는
장지문을 뒬 하고 전통미를
가미한 소파가 갖추어져 있다.
한옥이니까 당연히 방바닥에
이불을 펴는 좌식 구조이거니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객실 내의 모든 가구는 입식인데
좌식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요즘
사람들을 배려한 것이기도 하지만
아직 온돌이 도입되기 전인
신라 시대에는 침대, 의자등을 사용한
입식 생활을 했으므로
신라 시대의 문화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대청 마루문은 유리 미다지로 되어 있어
창을 열지 않아도 툇마루가 달린 아늑한
마당이 다 보인다.
햇살이 따스한 봄날이면 마루문을 열고
남서쪽에서 환하게 들어오는 햇살에
느긋하게 몸을 맡기며
복잡한 도시의 소음속에서 잊고 있었던
고요의 미덕을 오랜만에 흠뻑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만날 수 있다.
대청마루 오른편에는 침실이
자리잡고 있다.
조용하고 아늑한 침실은 적막함 속에서의
편안한 휴식을 위해서인지 TV조차
비치해 놓지 않고 있었다.
침실의 모든 가구는 금빛 장식을 하여
화려함을 더하였는데
불꽃 모양 스탠드를 밝히고
붉은 빛에 금빛 수를 놓은 침구 속에 파묻히면
마치 신라의 임금이 된 듯한
호사를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스파가 따로 있지만 객실에는
화장실 겸 욕실이 2개 더 있는데 여기는
침실 옆의 욕실이다.
대청 마루를 통해 거실의 구실을 하는
안방으로 들어가면
라궁 특유의 금장식이 더해진
전통가구들이 양쪽에 놓여 있다.
대형 TV가 자리잡고 있는
화사한 문갑.
불꽃 모양 금관 장식과
드리개 장식을 인용한 옷장.
금관 달개의 모양을 응용한 문고리.
다양한 종류의 화려한 문갑이며
장식장들이 여기저기에 놓여 있다.
놓인 전화기마저도 고풍스러운 디자인으로
방 안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안방 맞은 편 왼쪽은 미니바인데
차를 마실 수 있는 용품들과
냉장고가 비치되어 있다.
이 객실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누마루에 있는 '스파'이다.
사방이 장지문으로 둘러싸인
이 스파는 마치 영화에서나 보던 임금님의
욕실 같지 않은가.
욕조의 크기는 제법 커서 2~3명이 들어 앉아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경주는 수돗물조차 수질이 좋기로 유명한데 온천수의
수질이야 더 설명할 것도 없다.
더욱 기억에 남는 온천욕을 즐기려면
장지문을 활짝 열어도 될 듯....
로열 스위트룸에선 누마루 밖에 선
대나무가 살짝 시선을 가려주니
장지문을 열어둔 채로 햇살 비치는
누마루에서 스파를 즐기는 짜릿함도
체험해 보면 좋을 듯...
로열 스위트룸을 나와 마당형 일반
디럭스룸의 대문도 열어보았다.
한옥 마당 가운데에 특이하게도 노천
스파가 마련되어 있다.
이는 일반 호텔에서도, 기존 한옥에서도
만나기 어려운 경험이다.
ㅁ자형 한옥으로 둘러싸인
노천 스파는 대문만 닫으면
바로 은밀한 공간이 되어
낮에는 환한 햇살 아래,
밤에는 달빛 아래서 환상적인
온천 체험을 하게 해 준다.
이 디럭스룸의 면적은 23평 정도라고 한다.
객실 동쪽 언덕에는 세 채의 오래 된
한옥이 날아갈 듯 앉아 있다.
'숙재헌'이라 불리는 이 고가들은
댐공사로 인해 수몰될 위기에 처한
건물을 옮겨 놓은 것이다.
라궁이 현대화된 최신 한옥이라면
숙재헌은 시간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낡은 한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