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방으로 오세요
뉴욕 맨하탄 중심에 위치한 러스크 인스티튜트 9층에 있는 하워드 러스크 박사의 집무실에는
온 벽면이 인형으로 가득 찬 방이 하나 있었다.
러스크 박사에게 도움을 받은 전 세계 수많은 재활 환자가 그에게 감사의 마음으로 보낸 인형을 모아 놓은 곳이다.
그의 노력으로 재활의학이 탄생하지 않았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깁스와 부목에 고정되어 있는 몸으로 비서에게 러스크 박사를 만나게 해 달라고 여러 번 졸랐다.
마침내 한 달 만에 러스크 박사의 인형의 방에서 그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내 손을 힘차게 잡으며 말했다.
"용기를 잃지 마세요.
당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체조 선수로 유망했던 내가 사지마비 장애인이 되면서 하나님께 원망과 분통을 터뜨리곤 했다.
하지만 서머솔트(공중제비, somersault)를 하다가 목뼈를 부러뜨린건 분명 내 잘못이었다.
그 시간에 하나님은 내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계셨다.
왜 막지 않으셨을까?
인형의 방에서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나님은 내가 다르게 사는 모습을 보고 싶으셨던 것이다.
오로지 체조라는 우상에 목숨 걸고 금메달 하나 바라보며 부모님 속을 썩이는 이승복을 원치 않으셨던 것이다.
낯선 곳에서 새롭게 일어서는 이승복, 혼자가 아니라 가족과 함께, 사람들과 함께 서로 기대며 어려운 장애물을 씩씩하게 뛰어넘은 이승복을 보고 싶으셔서 나를 다치도록 그냥 내버려 두신 것이다.
그리고 그 후 에는 휠체어 탄 재활의학 전문의라는 더 큰 계획을 준비해 놓으시고 내 인생을 인도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