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정박 중인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 소유 호화 요트 압류
조치를 시도하고 있지만 UAE 정부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샌디에이고=AP/뉴시스] 러시아 신흥재벌 술레이만 케리모프의 소유로 추정되는 호화 요트 '아마데아'호가 27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만으로 입항하고 있다. 미국이 지난 4월 피지 정부에 요청해 압류한 3억2500만 달러(약 4천억 원) 짜리 호화 요트가 샌디에이고만에 도착했다. 2022.06.28.©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하원(두마) 의원이자 억만장자인 안드레이 스코치 소유의 1억5000만 달러(약 2026억원) 규모 호화 요트 '마담 구(Madame Gu)'는 지난 3월부터 현재까지 UAE 두바이 항구에 정박돼 있다. 러시아 철강재벌 겸 하원의원인 스코치는 2018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름반도 강제 병합 후 미국 제재 대상에 올랐다. 미 상무부는 지난 6월 스코치 소유의 해당 요트를 압류 자산으로 지정했다. '마담 구'는 6개의 스위트룸 객실과 엘리베이터를 갖추고 있으며, 선체에 별도 헬기 착륙장까지 마련된 초호화 요트다. 최대 36명의 승무원까지 탑승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정부는 해당 요트와 개인 소유 비행기들이 기존 대(對) 러 제재 범위 밖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전쟁 자금으로 유용될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미 연방 법원은 지난 8월 호화 요트를 비롯해 스코치 소유의 개인 비행기(에어버스 A319-100)에 대한 압수 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사안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NYT에 "미 정부가 9000만 달러(약 1169억원)에 달하는 스코치 소유의 에어버스 개인 비행기를 압수한 것은 호화 요트 '마담 구'의 압류를 위한 사전 계획의 일환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두바이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에 따라 이동이 어려운 호화 요트와 개인 소유 비행기들의 새로운 조세 회피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지난 2월 EU의 통행 금지 조치 이후 UAE에서 러시아로 향한 개인 비행기 비율은 침공 전 14%에서 3%로 줄어들었다. 미 정부 관계자는 두바이와 같은 곳에 호화 요트가 정박해 있는 것은 러시아의 제재 회피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올리가르히의 부정부패 상징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와 관련 EU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전쟁범죄 책임 일환으로 해외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몰수해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 해외에 묶인 올리가르히의 자산이 190억 유로(약 2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EU는 추산하고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 침공과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에 반대 입장을 견지해 온 UAE 정부를 상대로 호화 요트 압류를 위한 정부간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은 지난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푸틴 대통령과 양자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나아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감산 결정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히는 등 러시아와 가까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UAE와 러시아의 이러한 외교 관계를 고려할 때 과거 피지 사법 당국이 지난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 술레이만 케리모프 소유의 호화 요트 '아마데아 호(號)'를 압류했다가 법무부에 인도를 협조했던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m 월리 아데예모 미 재무부 차관은 지난 6월 UAE를 방문한 자리에서 "제재를 피해 UAE로 흘러드는 러시아의 자금을 경계하고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UAE 정부를 압박했다. 바바라 리프 미 국무부 근동담당 차관보는 미 의회 청문회에서 "현 시점에서 UAE의 제재 집행 기록은 만족스럽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NYT에 보낸 이메일 성명에서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관련 혐의 조사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UAE 측에 계속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