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의 미더덕 찜은 갈분가루에 그만큼이나 고운 고추가루도 아주 조금 넣는다.
콩나물은 살짝 데쳐 냄비에 넣고 말린 "합자"(담치) 도 물에 불려 물렁물렁해지면 속을 터트린 미더덕과 함께 섞는다.
고사리, 시금치, 당근 그리고, 요즘 부쩍 영화계에서 인기가 높아진 "미나리"도 넣는다.
~그런데 생으로 넣으면 나중에 물기가 좀 베어난다.
다 된 미더덕 찜은 연한 갈색으로 전혀 맵지 않고 오히려 단맛이 조금 난다.
오동동 술집 골목에서는 그렇게 걸쭉한 찜을 만들어 막걸리, 소주 안주로 먹었다.
미더덕은 마산, 진해 근방에서만 나는 어산물로, 꼭지 근방만 남기고 껍질을 칼로 벗겨 놓으면 꼭 어린애 고추 같이 생겼다.
~만약 칼로 잘못해 터져 버리면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
내장과 오물을 씻어내고 찜에 넣으면 껍질이 오돌토돌하게 이빨에 씹힌다. 좀 씁쓰레 하면서 나중에는 침이 물씬 고이게 하는 묘한 단맛이 사픈 나는 걸 어금 닛빨로 속살이 껍질 안에서 쏙 빠져 나오게, 요령껏 잘 씹는게 요령인데, 그렇게 빼내는 맛으로 미더덕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선창가에서는 팔다 남은 미더덕을 다음 날 아침이 되면 바가지로 바로 코앞에 넘실대는 바닷물을 퍼서 더미 위에 끼얹고 갈쿠리로 슬슬 끍으며 깨운다. "손님 왔다 일나라(일어나라)"고,
그러면 밤새 축 처져 있던 미더덕은 그 말을 알아 들었다는 듯 바닷물을 왕창 빨아 먹으면서 끍을수록 어린애 고추같이 몸을 이리저리 비틀면서 불뚝불뚝,,, 곧 터질 듯이 탱글탱글,,,
보기가 좀 민망하게 굵어진다. 그러면 다시 작은 칼로 껍질을 벗겨서 판다.
~껍질을 까지 않은 미더덕은 팔지도, 살 생각도 안한다.
사과 껍질보다 훨씬 재빠르게, 속을 안 터트리면서 (터지면 잘 못 깎는다) 깎는 요령은 보통 주부들이 숙달하기는 쉽지않다.
그 술집들 중 어느 한 집에서 그 찜에 아구를 잔뜩 넣었다.
당시 마산에선 아귀는 생선 취급을 안했다. 그물에 다른 고기들과 함께 올라 온 아구의 그 엄청나게 큰 입 안에는 다른 고기들이 가득했다.
잡혀 있으면서도 아귀같이 다른 고기들을 잡아 먹은 듯했다.
그래서 아귀를 몇마리 사면 그 고기들만 따로 빼내고 아구로만 탕을 끓여서 시원한 국물만 마시고 징그러운 고기는 버릴 정도로 하대했다.
그 술집은, 인상도 매우 고약해서 눈길도 안 주던 그 녀석에게는 아예 시비를 못붙게? 고추가루를 엄청 때려넣어 무식하도록 맵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너무 매워서 욕을하며 눈물 콧물을 흘리고 먹었다. ~그 바람에 그 흉물스런 아구는 관심꺼리가 안됐다.
매운게 화제꺼리가 되니 얌전한 미더덕 찜은 비교가 안되게 인기가 치솟았다.
이름하여 아구찜,,,
모두들 땀을 뻘뻘 흘리고 입을 호호 불어가며 아구 찜을 먹었다.
그 안에는 미더덕이 여전히 들어 있어서 씹는 맛은 여전했는데, 언제부터인가 귀해진, 그리고 까기에는 손이 많이 가는 그 것 대신에 "돌미더덕"="오만 디" ~경상도 사투리로 아무 곳에나 다 있다는 뜻~ 즉 “오만(모든)+ 디(곳)” 라는 걸 껍질도 벗기지 않은 채 (내장이 든 채로) 그냥 때려 넣어서,,,
저는 아구찜에서 그게 나올 때 마다 그냥 들어낸다.
~그건 내장을 터트리고 씻어서 넣는게 맞다는 생각이다.
최근 이 동네에도 아구찜 집이 새로 생겼다.
맛이 궁금해서 포장으로 집에 가져와 두어 번 먹어봤는데,,, 부부가 배꼬리가 점점 작아져서 그런지,,,
2인 분으로 둘이서 두 끼를 먹는다. 지난 11월에 열었다는데 올 연말 까지는 반값도 안되는 가격이라니,,, 가성비가 매우 좋다. 맛도 괜찮다.
그런데 녹차로 키웠다는 그 콩나물은 다소 억센 듯 하다. 우걱우걱 씹히는데 예전에 울산에서 단골로 다니던 집의 아주 부드럽던 콩나물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이제는 용인식 아구찜에 적응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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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82년 한여름에 Boston의 Prime Computer 사에 연수를 가기 전날 부서 모임이 있었다.
엄청 독한 아구찜을 먹었는데 마산 원조가 쫓겨 갈 정도로 매웠다. 이튿날 출발해서 몇 주간 교육을 받는 동안 내내 배가 아팠다. 까다로운 AutoCAD교육 스트레스 때문인가 생각했다. ~그 사이 살이 쏙 빠졌다.
돌아오는 길에 당시 LA에 살던 "정" 형 집에 들려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부인이 위장에 좋다며 "알카 셀쳐" 라는 약을 권했다. 물에 넣은 그 알약은 사이다같이 거품이 막 일었다.
세월이 한참 지나서 어느날 문득 그 때 고생했던 건 그 매웠던 아구찜 때문에 위장이 놀랬던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 매운 아구 찜은 먹지 않았다.
음식들은 갈수록 더 자극적인 듯 하다. 시뻘건 짬뽕, 불닭, 마라탕 등등,,, 맛도 강하고 냄새도 엄청 세다. 음식 골목을 지나면 지독한 향신료 냄새가 진동을 한다.
순한 맛은 점점 더 명함 내밀기가 어려워지는 듯한 느낌이다.
첫댓글 20년전 쯤인가 마산 초가집이라는 데에서 아내와 같이 마산식 아구찜을 먹고 서울로 오면서부터 배가 아파 혼이 닜습니다. 급성 위염이라고 하더군. 아직도 그렇게 맵다면 공짜로 주어도 못 먹습니다.
맞어요.
너무 매워서 탈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은 혹시 가면 안 맵게 해달라고 미리 주문을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