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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중소기업개발원 설립자 전원태 MS CORP 회장
패자부활 부축 … 사업 망해 죽도록 힘든 기업인 '죽도'로 오세요
국제신문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 2013-12-19 19:38:36
19일 부산 사상구 학장동 MS CORP 본사 사무실에서 전원태(66) 회장이 실패한 중소기업인들의 재기를 민간뿐 아니라 정부가 적극 나서서 도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 20대 때부터 공장차려 사업 시작
- 숱한 부도 딛고 오뚝이처럼 재기
- 매출 1200억 원대 사업체 일궈
- 실패 경영인 다시 일어설 수 있게
- 20억 출연 통영 섬에 연수원 세워
- 생생한 경험 바탕 재기지원 교육
- 돈 없어 사업 못한다는 말은 변명
- 할 수 있다는 도전의지가 더 중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은 실패과정에서 얻어지는 귀중한 경험을 강조하는 말이다. 창조경제 바람을 타고 창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장을 꿈꾸는 직장인,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하는 20대, 은퇴 후 제2의 삶을 꿈꾸는 베이비붐 세대 등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창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성공은 쉽지 않다. 중소기업청이 창업 기업 1000곳을 조사한 결과, 창업 3년 차 생존율은 55%에 불과했다. 2곳 중 1곳은 버티기 어렵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사업에 실패하면 재기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10월 말 '중소기업 재도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건강한 재도전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정부가 이런 대책을 내게 된 데는 MS CORP(엠에스 코프·부산 사상구 학장동) 전원태(66) 회장의 역할이 컸다. 그는 2011년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을 세우고 실패한 중소기업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 국가가 눈 뜨지 못한 일을 한 중소기업인이 시작한 것이다.
-정부가 중소기업 재도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전 회장이 만든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의 활동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감이 어떤가.
▶우리 사회는 사업에 실패하면 개인은 물론 가정이 파탄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불황 때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사업에 실패하는 사례도 많지만 금융권은 이를 이해해주지 않는다.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을 통해 실패한 중소기업인들이 재기하는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정부가 '창업→성장→회생→퇴출→재창업' 등 기업의 성장 주기별로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평가를 해줘 감사할 따름이다.
-전 회장은 MS CORP의 대표로 지역사회에서 성공한 기업가로 이름나 있다. 사업하면서 실패를 겪었나.
▶지금까지 사업하면서 많은 고비를 넘기기도 하고 실패도 겪었다. 무엇보다 20대 사업에 크게 실패한 이후 재기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실망과 극복과정을 우리 사회와 공유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었다. 나는 군대 있을 때 말고는 평생 월급을 받아 본 적이 없다.
25세 때 아세틸렌 가스를 만드는 공장을 차렸고 종업원을 16명이나 두고 잘살았다. 하지만 1976년에 공장이 폭발하는 큰 사고가 나 직원들이 죽고 다치는 시련을 겪었다. 망하고 나니 돈 줄 사람은 하루 이틀 미루고 돈을 받을 사람은 빨리 내놓으라고 소리쳤다. 친구나 친척들에게도 손을 내밀었지만 모른 체하더라.
-사업에 실패하고 크게 절망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어떻게 재기했는지 궁금하다.
▶베트남전에 참가한 경험이 떠올랐다. 동기들이 그 때 많이 죽었는데 나도 죽을 용기로 하면 못할 게 뭐가 있느냐는 생각을 했다. 다시 가스탱크 공장을 시작했다. 단칸방에서 2년, 공장에서 5년을 살았다. 열심히 하다 보니 다시 사업이 잘됐지만 시련은 이어졌다. 2차 오일쇼크로 83년에 또다시 부도가 났다. 역시나 주변 사람들이 나를 피하더라. 잘될 때는 서로 돈을 가져다 쓰라고 하더니 사방에서 돈을 내놓으라고 했다. 가까웠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다음에 보자"고 했다. 내가 지금도 제일 싫어하는 말은 이 말이다. 내가 화를 내기 때문에 내 앞에서 "다음에 보자"라고 하는 말을 하는 직원이나 지인은 없다.
-큰 실패를 또 겪으면서 삶에 대한 의지가 많이 꺾였을 것 같다. 웬만해서는 회복하기 힘들었을텐데….
▶또 실패하다 보니 가족도 짐처럼 느껴졌다. 죽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죽도'로 갔다. 죽도 앞 대덕도에서 40일간 혼자 있었다. 밥도 안 먹고 실어증 환자처럼 있었다. 2주가 지나니 눈물이 났다. 하루종일 눈물이 흘렀다. 그때였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야 이 놈아, 니가 바보가!"라며 호통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정신이 맑아지고 여기 왜 내가 있는지 생각이 들었다. 반성문을 쓰다 보니 대학노트 세 권 분량이 됐다. 결론은 남의 탓이 아니라 내 잘못이라는 것이었다.
-정신력이 중요하지만 밑천이 없으면 재기가 어려울 것 같다. 요즘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도 종잣돈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게 일반적이다.
▶돈이 없어서 창업을 못 한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의지의 문제다. 단돈 500만 원만 있어도 창업할 수 있다. 나는 지금까지 사업자등록증을 18개나 만들었다. 난 저녁을 잘 안 먹는다. 배가 고프면 새벽에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고민은 새벽에 눈 뜨고 나서 한다. 사업에 실패한 이후 돈을 빌리러 가는 일도, 받으러 가는 일도 새벽에 했다. 지금도 불가피한 일이 없는 한 문상도 오전에 한다. 사람이 많은 오후나 밤에 가면 문상을 간 목적을 잃게 된다. 이른 시간에 가면 맑은 정신으로 고인을 위로할 수 있다.
-결국 전 회장의 재기 발판이 된 곳이 죽도인 셈이다. 실패한 중소기업인들이 같은 마음으로 재기할 수 있도록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을 만든 것인가.
▶딸 둘이 다 출가하고 아내와 한가로운 일상을 살았다. 회사가 안정화되면서 골프도 치고 여행도 삶의 여유를 즐겼다. 가정과 일은 순탄했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한 번 살다가는 인생인데 무엇인가 보람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실패한 기업인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실패한 기업인 10명 중 한 두 명이라도 마음을 다잡고 다시 사업을 하면 고용도 창출하고 가정도 지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게 사회공헌이 아니고 무엇인가. 지금 너무 행복하다.
-MS CORP는 MS 가스, MS 에너지, MS 인천가스 등 7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지주회사로 직원이 350명, 연 매출 1200억 원 규모로 알고 있다. 돈이 많지만 재기중소기업개발원같은 기관을 선뜻 만들기 어렵다고 본다.
▶처음 20억 원을 출연해 시설을 만든다고 할 때 주변에서 말리더라. 아내는 편하게 지내라고 반대했지만 지금은 든든한 후원자다. 재기중소기업개발원 운영에 연 3억 원이상이 들어간다. 소문이 나면서 포스코 등 대기업에서도 도움을 주겠다고 하지만 거절했다. 고아원 원장 장례식에 원생들은 잘 안찾는단다. 무슨뜻이겠나. 내가 지원받게 되면 남의 돈으로 생색을 내게 되는 셈이다. 우리에게 지원할 돈은 다른데 사용하길 바란다. 내가 적게 쓰고 기관을 운영하는 게 보람있다고 생각한다.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을 거쳐 재기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패한 기업인의 재도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많이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실패한 기업인들도 경영활동 기간 중 조세 납부 누계실적에 따라 최소한 생계보장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인 사회보장제도'가 필요하다. 기업인들이 안심하고 경영활동에도 매진하고 신사업분야의 창업도 활성화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국민 조세마일리지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기업이나 개인이 그동안 낸 세금이 마일리지로 적립돼 나중에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본도 유사한 제도를 2016년에 도입한다.
우리나라의 재기기업인 대책은 이제 걸음마다. 정부가 기업인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좀 더 노력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 4주간 힐링 캠프 통해 사업 재도전 동기 부여, 교육·숙식비 전액 무료
■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은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은 2011년 경상남도 통영시 한산면 죽도에 설립됐다.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은 소자본과 열정만으로 창업해 실패한 중소기업인들에게 힐링프로그램을 통해 재활의 의지와 사업 의욕을 고취하고 재도전의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기관이다. 재기중소기업경영자 힐링캠프 과정은 경남 통영 죽도연수원에서 중소기업 경영 및 자영업에 실패한 후 재기를 원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연 3회(2월, 6월, 10월께) 시행된다. 교육·숙식비는 전액 무료다.
총 4주 동안 열리는 힐링 캠프를 통해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고 모든 잘못이 나에게서 비롯됐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나 자신을 용서하고 화해하면서 재기를 다질 수 있다. 주로 명상, 자기성찰, 멘토링, 일대일 코칭 등으로 이루어진다. 교육 수료 후에는 참가자 네트워크 구성을 통해 상호협력 시스템을 구축한다. '허밀청원(비워야 맑고 둥근 마음을 채운다)'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서로 격려하고 재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힐링캠프는 현재 7기까지 총 119명이 수료했고 이 중 48명이 재창업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이혼이나 별거 상태였지만 프로그램 참가 후 재결합한 가정은 다섯 가족이다. 프로그램 운영은 종교인, 기업인, 심리상담사 등의 재능기부로 진행된다.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은 올해부터는 소상공인재기힐링캠프, 중소기업 위기극복 힐링캠프 등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실패기업인 패자부활제도'가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선정됐다. 올해 8월 새누리당 손톱 밑 가시 뽑기 특위가 이곳을 방문한 이후 중소기업 패자부활법을 신설하게 됐다.
※ 전원태 회장 프로필
▷1948년 부산 출생 ▷1973년 MS 가스 설립 ▷2003년 가스안전 촉진대회 산업포장 ▷2009년 지배주주사 MS CORP설립 ▷2011년 8월 재기중소기업개발원 설립 ▷2012년 12월 '실패기업인 패자부활제도' 대통령 공약 등록 ▷2013년 9월 세계자살 예방의 날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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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tvpot.daum.net/v/v5ad3Wqa4asQw33Q3Ckwwkz
'죽도'로 간 사장님들
MBC | 입력 2014.01.06 10:22
[남해 한려수도 속의 작은 섬 죽도. 이 곳에는 특별한 연수원이 있습니다.
이곳을 찾는 연수생들은 사업에 실패해서 밑바닥으로 떨어진 사장님들입니다. 돈과 사람을 잃고 인생의 낙오자로 낙인찍혔던 이들. 국내에서 새로 생긴 기업 가운데 절반은 2년 안에 망하고, 5년 뒤까지 살아남는 기업은 1/3도 안되는 형편이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실패한 사람들에게 가혹하고, 다시 기회를 주는 것에 인색합니다.
180여 명의 사장들이 죽도를 다녀갔고 상당수가 다시 사업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망한' 사장님들이 죽도에서 얻은 것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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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틀 무렵 통영 여객터미널.
배낭을 짊어진 한 무리의 중년 남녀가 배에 올라탑니다.
목적지로 향하는 사이 해가 밝아오고...
1시간을 달려 한려수도의 작은 섬, 죽도에 도착했습니다.
탁 트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모여 팔을 걷어붙이더니, 김장을 시작합니다.
마주보고 앉아 김치를 버무리는 내내 수다와 웃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오랜 친구 같기도, 가까운 친척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들은 사실 서로 잘 모르는 남남입니다.
그런 이들이 외딴 섬에 모인 건, 여기 특별한 연수원이 있어섭니다.
'재기중소기업개발원'.
말하자면 사업에 실패한 중소기업 사장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입니다.
오늘 모인 사람들은 이른바 선배들, 앞으로 여기 올 후배들이 한 해 먹을 김치 150 포기를 담고 있습니다.
지금은 웃고 있지만 이들이 처음 죽도에 왔을 때, 각자 인생의 벼랑 끝에 있었습니다.
◀INT▶ 박승자
"아무것도 안 남았죠. 저만 거지가 된 거고, 집도 날아가고 공장도 날아가고 뭐..여기를 안 왔으면 저는 병이 나서 죽었을 것 같아요."
◀INT▶김영만
"그 때가 제일 힘들었죠. 공장을 친구한테 빼앗겼다고 하는 그 자체가 용서가 안 됐어요. 한마디로. 용서 자체가 안됐죠."
◀INT▶ 정영주
"저는 (죽도에) 들어오는 날부터 나가는 날까지 눈물로 한 달을 보냈어요. 그 분함과 좌절과. 내가 이렇게. 정말 이렇게 살아야 되나 어떤 그런.."
한 때는 번듯한 사업체를 경영했지만 부도가 나고, 사업이 엎어져 좌절했던 중소기업의 사장들.
한 번 사업에 실패하면 인생의 낙오자로 찍히는 현실에서.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힘겹게 다시 일어서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대구 달성군의 누룽지 공장.
잘 달궈진 철판에 걸쭉한 쌀 반죽이 퍼지고, 바삭하게 구워진 누룽지가 찍혀 나옵니다.
기계 두 대에 직원 네 명인 작은 공장, 김영만 씨가 여기 사장입니다.
김 씨가 처음 사업에 뛰어든 건 10년 전.
한 번은 대출금을 제 때 못 갚아서, 또 한 번은 친구의 배신으로 공장이 넘어갔습니다.
두 번의 부도 이후.. 생계는 막막해졌고, 사람에 대한 믿음도 사라졌습니다.
다시 뭘 하려 해도 '망한 회사' '부도낸 사장'이라는 주위 시선은 김 씨를 더 주저앉게 했습니다.
◀INT▶ 김영만
"재창업을 하기 위해서 내가 뭔가를 해야되는데 넌 한번 망했잖아. 예전에는 물건을 외상을 해줬지만 지금은 외상 못 준다 이거에요. 못 주잖아요 네가 망했는데 또 망하려고."
그러다 재작년 3월, 인터넷에서 부도난 중소기업 사장들을 위한 연수원이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죽도라는 섬에서 이른바 실패한 사람들을 위해 열린 '힐링 캠프'.
이 곳에서의 한 달은 많은 걸 바꿔놓았습니다.
죽도에서의 첫 주는 새벽 명상으로 시작했습니다.
혼자 바다가 보이는 절벽에서 혹은 다 함께 연수원 마당에서..
왜 실패했는지, 뭐가 문제였는지 스스로 돌아보며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INT▶ 김영만
"성찰하는 거죠. 내가 이제 과거의 어떤 일로 인해서. 결국은 내 잘못이다."
절망했던 때를 떠올리며 입관 체험하기.
차가운 바닷물에 뛰어들고, 뜨거운 숫불 위를 맨발로 걷기도 하고..
정신이 번쩍 드는 프로그램들을 따라하고 나면 하나둘씩 생각이 정리됐습니다.
이어 창업이나 경영 관련 전문가 등이 찾아와 강의를 들려줍니다.
◀INT▶ 김영만
"죽도 갔다 와서 만난 사람들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뭐냐면 정보를 주는 사람들이었어요. 힐링을 해주는 것도 고마웠지만 제가 예전에 미처 사업을 하면서 몰랐던 부분들, 그러니까 뭐냐면 정보, 중소기업청이라든지, 중소기업진흥공단이라든지.."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가면, 밤에는 1인용 텐트에서 혼자만의 시간.
◀INT▶ 정영주
"별이 수만 개가 떠 있는 그 경치를 보면 모든 것을 다 잊게 돼요. 그리고 그 텐트 속에 있으면, 그 기분을 말로 할 수가 없어요."
힘들었던 시간을 떠올렸다 잊으면서, 쉬면서 또 배우면서 보낸 한 달.
사장님들은 많이 달라져있었습니다.
◀INT▶ 박승자
"마음을 굉장히 비워버린다고 해야 하나요. 비워버렸어요. 그게 편해진 거예요. 그러면서 개운해졌어요. 진짜 이제 다시 더 열심히,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죽도에서 나온 이후,
김영만 씨는 다시 사업 계획서를 만들어 백방으로 뛰어다닌 끝에 중소기업청에서 2억 5천만 원을 빌렸습니다.
두 번의 부도 이후 세 번째 도전.
신제품까지 개발해 직접 홍보를 다니며 어느 때보다 바쁘게 일하고 있습니다.
당장 사업이 완전히 일어선 건 아니지만, 사업을 하는 마음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INT▶ 김영만
"기존에 한번 사업을 망했던 사람들은 훨씬 더 안 망할 확률이 많다는 거죠. 성공은 제가 장담을 못하겠지만 안 망할 자신은 있다는 거죠. 왜, 한번 망해봤으니까."
죽도의 연수원에서 사업할 돈을 준 건 아닙니다.
사장들을 일으켜 세운 건 다시 뭔가를 해보겠다는 마음을 다진 죽도에서의 '시간'이었습니다.
'실패한 사장들을 외딴 섬에 초대해 마음을 다독여주자'
스스로가 뼈저리게 실패해봤던 한 중소기업 회장의 아이디어였습니다.
올해 67살 전원태 씨,
부산의 한 가스공장 회장입니다.
작아 보여도 7개 계열사, 직원 3백40 명에 한 해 매출 1천3백억 원을 올리는 번듯한 중견기업입니다.
20대부터 가스 사업에 뛰어들어 지금까지, 긴 세월만큼 굴곡도 많았습니다.
사업을 시작한지 3년 만인 1976년, 공장이 폭발하는 사고로 직원들이 사망하면서 회사 문을 닫았고..
악착같이 돈을 벌어 다시 사업을 일으켰지만, 7년 뒤, 거래처가 도산하면서 또 망했습니다.
◀INT▶ 전원태
"주변 사람이 다 떠나더라고요. 돈 빌려달라고 할까 싶어서. 우리가 흔히들 하는 말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하는데, 말만 하고, 실제로 실패하면 죽일 놈이 되는 게 우리 현실이다."
죽도는 그 때 죽을 마음으로 찾아간 곳이었습니다.
바다에 뛰어들려고 갔는데, 막상 가서 한 달을 지내는 동안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INT▶ 전원태
"바다에 들어가면 건져줄 사람도 없고 조용히 죽자. 그런데 막상 섬에 가니까 맑은 공기, 아침에 떠오르는 해를 보고, 또 밤에 달도 보이고 하니까 그런 마음이 사라지더라고요."
그렇게 그 곳을 나와 사업에 몰두한 지 20년..
먹고 사는 걱정이 없어질 만큼 회사를 키우고 은퇴할 때쯤, 다시 죽도를 찾았습니다.
폐교를 사들여 연수원으로 만들고, 재기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해 부도난 회사 사장들을 모집했습니다.
◀INT▶ 전원태
"기업을 망한 사람들이 자포자기하는 이유가 마음을 잃어버리기 때문이에요. 내가 누구보다 그것을 내가 직접 느꼈기 때문에 마음을 위로해주는 공간을 만들어보자고 시작을 했어요. 처음에는."
지금까지 연수원에 쓴 비용만 10억 원.
2월, 6월, 10월. 매년 세 차례씩 실패한 중소기업 사장들을 모집해 캠프를 엽니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포기하고 싶은 순간 마음을 다시 잡았으면 하는 바람에서였습니다.
◀INT▶ 전원태
"한 사람이 주저앉아있으면 저 혼자 망하는 게 아니고 한 가족이 다 그렇게 되고, 한 가족의 가장이 일어서서 세 사람씩만 고용을 한다면 적어도 15명이 다시 일어설 수 있으니까..넘어진 사람이 재기한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죽도 연수원을 다녀간 사장님은 180여 명.
이 가운데 쉰 명이 넘는 사람들이 실제로 연수를 마친 이후 재창업 또는 취업을 해, 재기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지난해 죽도 연수원을 졸업한 정영주 씨
한때 직원 3백 명이 넘는 공장을 운영했지만, 10년 동안 납품해 온 대기업에서 회사 사정이 어렵다며 돈을 안 주면서 사업이 무너졌습니다.
◀INT▶ 정영주
"자기들 경영으로 인해서 업체들이 이렇게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피눈물을 닦아주지는 않을지언정 오히려 더 겁을 주더라고요. 돈 그렇게 하면 못 받을 것이라고."
한참을 무기력하게 있던 정 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죽도 연수원에 참여했고, 거기서 한 대학의 창업지원센터를 소개받아 작은 사무실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INT▶ 정영주
"(죽도) 연수원에서 연수를 마치고 나와서 이제 여러 정보를 얻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가 보니까 또 조금 잊게 되고, 그리고 또 저희들은 연수원, 연수 같이 했던 형제라고 그러잖아요. 그 사람들이 모두 다 '우리'고 '힘'인 것 같아요."
사장 직함만 달았지 바닥부터 혼자 시작하는 사업..
다시 공장을 열기 위해 터를 보러 다니고, 공단 지역을 돌아다니며 거래처도 발굴하고 있습니다.
◀INT▶ 정영주
"(실패했던) 그 부분을 떨치지 못해서 다른 일을 시작을 못했어요. 그렇지만 또 이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다시 재교육도 받고 하다가 보니까 이제 용기가 생긴 겁니다. 그래서 여기까지 찾아온거죠."
새로 생긴 기업 가운데 절반은 2년 안에 망하고, 5년 뒤까지 살아남는 기업은 10개 가운데 3개뿐인 현실,
살아남기보다 실패할 확률이 훨씬 크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실패한 사람들에게 가혹하고, 다시 기회를 주는 것에 인색합니다.
◀INT▶ 김영만
"지금은 퇴로가 아예 없죠. 지금 현재로는요. 사업 망하면 그냥 넘어져야 하는 거예요. 아무 방법이 없는 거죠."
정부에서 부도난 기업에 저리로 지원해주는 중소기업진흥기금은 작년 4백억 원.
320만 개 중소기업 가운데 도움을 받은 곳은 244 곳 뿐입니다.
◀INT▶ 전원태
"오르막 내리막이 연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이 기업이 아닌가. 결국 망한 게 망한 게 아니고, 그 망한 게 다시 지식으로 축적되어서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는데 그것을 망했다고 우리 사회가 함부로 칼질을 하고, 손가락질을 해서는 안 되지."
한번 망하고 그대로 주저앉는 듯 했던 순간 다시 일어선 사장님들..
죽도에선 한 사람의 선행에 기대 일어났지만, 결국은 죽도 밖 세상이 실패해도 또 일어서는 칠전팔기의 장이 되기를 이들은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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