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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의 만리장성 새만금을 가다
새만금 바다 위로 끝이 보이지 않는 도로가 쭉 벋어있다. 휘어지고 구부러진 도로가 느림의 상징이라면 직선으로 쭉 벋은 도로는 전진과 속도감의 상징이 아닐까? 새만금 방조제가 그랬다. 하늘과 바다를 가르며 벋어있는 도로는 끝도 보이지 않았다. 19년 대역사의 물막이 방조제가 끝난 결과이다.
새만금 방조제의 위용 (왼쪽이 서해바다이고 오른쪽이 새만금이다)
그렇다고 새만금은 방조제를 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는 일이다. 저 넓은 바다를 매립하는 일은 언제 끝날 것이며, 수질 확보는 어떻게 할 것이며, 생태계 파괴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그렇게 얻어진 땅에 산업단지나 관광레저단지를 만든다고는 하지만 세월이 한참이나 흐른 뒤의 일이어서 그때까지 경쟁력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방조제 쌓기에 근 20년이 걸렸는데 이 또한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려야 하는지 그것이 답답해서다.
직선 도로를 달리다 보면 바람공원, 소리공원 등 다섯 곳의 휴게소는 관광객들에게 좋은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잔밭에서 여가를 즐기는 일이나, 전망대에 올라 망망한 서해를 바라보는 일이나, 건너편 고군산 군도를 바라보는 일이나, 호수 건너편으로 가물거리는 김제 평야를 바라보는 일 또한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깃발은 있어도 희망은 보이지 않았다. |
새만금 준공 기념 깃발 축제가 열렸다. "희망과 소통의 상징인 깃발로 새만금의 꿈과 비전을 그려내는 대형 판타지"라며 새만금 새 역사를 향해 국민들의 공감을 모아 33만장의 깃발로 광장을 채워 놓았다. 그렇지만 새만금을 '대한민국의 미래와 희망’으로 표현한 다던 깃발 축제는 일부에서 말하듯 잘못된 기획과 준비와 추진 때문에 (강풍에 따른 자연 재해도 있었지만) 본래의 의도대로 성공하지 못함에 대한 아쉬움을 남겼다. 새만금의 장밋빛 미래에만 집착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
야미도에 들렸다. 지금은 군산에서 방조제를 타고 2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섬 아닌 섬이다. 지금도 야미도란 섬으로 등록되어 있다. 이곳 신시도초등학교 야미도분교장엔 젊은 김태환 선생님과 세 명의 아이들이 가르치며 배우고 있다. 지성이와 동생 지수. 그리고 친척인 성관이랑 셋이 학교가 아닌 가족 공동체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1학년 1반, 4학년 1반이란 팻말이 함께 걸려 있는 교실에는 각종 도서와 자료들로 넘쳐나고 컴퓨터를 비롯, 과학 교구가 그득했다.
그림 같은 야미도분교장 |
세 아이에겐 학교가 바로 집이다. |
김선생에 의하면 아직도 이곳은 도서로 분류되어 누구나 오고 싶어 하는 꿈의 학교란다. 혜택을 주지 않는 다면 누가 이런 곳에 와서 아이들의 꿈을 심어 주겠는가? 이 아이들은 수업이 끝나면 방과 후 교육활동으로 매주 두 번 1시간30분씩 미술, 피아노, 국악 수업을 받는단다. 가히 꿈의 학교인 것이다. 2년 전에 보았던 과학 꿈나무를 기르자는 현수막이 아직도 걸려 있었다.
군산을 돌아 김제평야로 들어선다. 대야를 지나서 진봉면과 광할면 쪽으로 방향을 트니 끝없이 드넓은 평야가 열린다. 우리나라 제일의 곡창지대인 김제평야다. 북으론 만경강이, 남으론 동진강이 이 넓은 대지의 젓줄이 되어 주고 있는 것이다.
끝 없는 평야엔 보리가 출렁이고~~~
들과 하늘이 마주 닫는 이곳엔 온통 청보리다. 바람에 보리들이 일렁인다. 초록의 대지 위로 푸른 하늘이 시리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 곳이지만 보리밭 사이로 마을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어 무망이 아닌 삶의 정겨움들이 지평선을 이어가고 있다. 이곳에서는 청보리밭 축제장을 꾸미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망해사엘 들른다. 우선 찾아 가는 언덕배기 길이 좋다. 고개 숙여 절하듯 소나무들이 길게 늘어섰다. 언덕을 넘어서자 왕벚꽃으로 단장한 망해사가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서해 바다 위로 방조제가 가는 실금을 긋고 있는 것이 보인다. 새만금 매립이 끝나면 절은 바다가 아닌 담수호를 바라보거나 관광지 한 귀퉁이에 밀려나 앉게 될 것이다.
그림엽서에서나 봄직한 범종루가 오후 햇살을 받고 비늘처럼 반짝이는 바다위에 떠 있었다. 망해사 범종은 망망한 서해를 향해 얼마나 많은 울림을 보내왔을까? 오랜 세월 동안 서해 물고기들은 그 소리의 자유 속에 풍요로운 삶을 이어갔을 테지만 이제 어찌할 것인가? |
지금도 바다를 향해 범종은 울린다. |
망해사를 벗어나 바로 오른 쪽 길을 돌아가면 심포항이다. 심포가 아닌 금포로 불렸다는 이 포구는 이제 활기를 잃고 퇴락해 가고 있다. 물이 빠지면 바지락 잡으러 갯벌을 걸어 나가다 들어오는 물에 휩쓸렸다는 말이 있을 만큼 포구 앞 갯벌은 드넓다. 그 넓은 갯벌이 매립되고 나면 포구는 삶의 흔적들을 지우고 추억으로만 남을 것이다. 기우러져 있는 폐선에서 보듯 심포항은 점점 기능을 상실해 갈 것이다. 포구 옆에 새로운 위락지를 만들어 주민들을 이주 시키려 한다지만 손님이 줄어든 횟집을 지키고 있는 주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라고 한다.
할머니의 눈길은 먼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다. |
심포항의 폐선들 |
손님이 없어 바지락이 팔리지 않는다는 가계 집 아주머니의 얼굴엔 그늘이 내려앉아 있었다. 철없던 어린 시절에 시집와서 이 횟집으로 아들, 딸 길러 서울로 보냈다는 이 분은 바닷바람에 펄럭이는 차광막을 바라보며 한숨만 쉬었다.
새만금은 이런 이야기들을 간직한 채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 것이다. 얼마나 긴 세월이 지나던 간에~~~
2010. 5. 7. Fo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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