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대리운전기사들이 수 십 차례에 걸쳐 문제제기를 해왔지만 명백한 증거가 드러나지 않아 이 같은 일은 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여겨졌다. 하지만 우연히 발생한 교통사고로 대리운전업체들의 사기·횡령행각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에 본보는 대리운전업계의 보험료 실태와 대책을 짚어봤다.
지난해 7월 8일 오후 11시30분께 군산시 수송동 현대아파트 앞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대리운전기사 A씨(49)는 손님의 차량을 운행하다 접촉사고를 냈다.
하지만 사고를 조사하던 경찰은 대리운전을 했던 A씨가 보험회사에 사고 접수된 운전자가 아니라 엉뚱한 B씨(53·대리운전)가 사고를 낸 것으로 보험사에 접수된 사실을 밝혀냈다. 대리운전업체가 사고가 발생하자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A씨 대신 B씨가 사고를 낸 것으로 보험회사에 거짓 접수했던 것.
경찰은 이 사건을 계기로 2개 대리운전업체에 대한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등을 통해 대리운전업주 C씨(43)와 D씨(45)의 보험료 횡령 행각을 적발했다.
조사결과 이들은 수개월동안 대리운전자 40명에게서 매달 보험료 5만원을 받아 모두 1800만원을 가로챘다.
이들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리운전 보험의 경우 기사에게 할증 적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기사 바꿔치기'를 해도 무방하다는 점을 노렸다. 또 경미한 사고의 경우 보험회사의 조사가 느슨하다는 관행도 활용했다.
경찰에 따르면 대리운전업체들의 보험료 횡령 수법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현행 대리운전 보험가입은 사실상 단체보험으로만 계약이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보험을 가입할 수 있지만 보험상품을 취급하는 보험회사가 거의 없고 개인보험에 가입한 기사들은 대리운전업체에서 받아주지 않는다. 따라서 대리운전 기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대리운전업체를 통해 단체보험을 들어야 한다.
대리운전업주들은 기사들로부터 일정금액의 보험료를 받은 뒤 보험대행업자에게 위탁해 각 손해보험사에 대리운전보험을 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업주들은 기사들이 낸 보험료를 모두 보험가입에 사용하지 않는다. 업주와 대행업자가 중간 수수료를 챙겨 실제 보험에 가입에 사용되는 금액은 기사들이 낸 돈의 60~70% 수준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관계자는 "업체들이 보험증권을 대리기사들에게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기사들은 보험가입여부는 물론 어떤 상품에 가입돼 있는지도 모른다"며 "보험계약 인원을 초과해 기사가 모집되면 나머지 인원에 대한 보험료도 모두 업주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리운전자협회에 따르면 업주들이 보험료를 횡령하는 등의 방법으로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기사들은 전체 10만여명의 대리기사 중 25~30%로 추정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리운전을 하다 대형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무보험 대리운전에 대한 손해를 고스란히 고객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