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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가기 위해 차를 몰았다. 이상한 소리가 찍찍 난다. 앞바퀴에 바람이 빠져 푹 주저앉았다. 어제 올 때 괜찮았는데 왜 이리 됐나. 오래 사용해 낡을 대로 허름하지만 탈 없이 잘 굴러다녔다. 저걸 어찌할까. 자키로 들어 올려 바퀴를 빼고 여분 타이어로 바꿔야 한다. 오래전에 뽑아 다른 걸로 꼽아봤다.
그런 기구가 있는지도 모른다. 뒤 트렁크에 뭣이 있는지 열어본 것도 가마득하다. 보관한 타이어도 바람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다. 휠 덮개를 빼는 거며 바퀴 나사 돌리는 일도 어렵다. 전엔 엔진 돌아가는 벨트도 끼워 넣었는데 요즘은 그런 거 해본 적이 없다. 운전만 했지 고장 나면 간단히 수리하는 것을 모른다.
가다 보면 길가에 대놓고 보닛을 열고 들여다본다. 왜 열었나. 고칠 수 있냐고 물으면 남들이 그리하기 때문이란다. 부동액과 워셔액, 각종 윤활유를 확인할 정도이다. 차내 계기판도 뭣이 많아 다 알지 못한 채 다닌다. 찰찰 소리가 나 밑을 보니 연료통 감싼 철선이 떨어졌다. 툭 내려앉으면 큰일이다.
아침저녁으로 만지작거리는 컴퓨터에 이상이 생겼다. 빨간 표시가 나타나고 들어가려 해도 말을 안 듣는다. 어찌해야 할지 막막하다. 잘 되던 게 갑자기 안 켜지니 낭패다. 무엇을 만져야 할지 캄캄하다. 키를 이리저리 두들겨도 막무가내다. 속을 썩이지 않았는데 오늘 그렇다. 그동안 참배 맛같이 사근사근했는데 되통스럽게 미련해졌다.
혼자 사는 노인은 살아가는 게 얼마나 구차할까. 안쓰러웠다. 함께 오순도순 살다가 먼저 떠나니 남은 사람이 천덕꾸러기다. 젊은 사람들 제 살기 바빠 돌보기 어렵다. 모시고 같이 사는 건 예전 얘기지 흔하지 않다. 아프면 입원시키고 시설로 보내 돌보게 한다. 늙바탕에 외롭고 쓸쓸해 어찌 사나. 남 얘기가 아닌 닥쳐오는 늘그막이다.
저녁에 오면서 보험회사에 연락해 고쳤다. 휴일인데도 금방 찾아와 바람 넣고 구멍을 때웠다. 뭘 어찌하면 되는지 묻기도 전에 다 했다며 훌쩍 떠났다. 마실 것이며 출장비도 줘야 할 텐데... 저리 후다닥 고친 게 온전하겠나 다음 날 아침 텃밭에 가면서 걱정이다. 또 바람이 빠졌으면 어쩌나 했다. 탄탄하다.
컴컴한 지하 주차장에서 똑바로 됐겠나 했는데 잘 했다. 너무 빨리 끝내 믿음이 가지 않았는데 어찌 손 써서 쉽게 할까. 내 딴에는 큰 걱정이었다. 저걸 스페어타이어로 갈아 끼워서 정비공장에 가 볼까 생각했다. 얼마나 번거롭나. 연료통 감싼 철선도 감전동 차 서비스에서 간단히 새것으로 바꿔 반듯하다.
차 밑에 골판지를 깔고 들어가 힘들게 나사를 풀고 뜯어내림이 여간 어려운 일 아니다. 온몸이 기름으로 철갑을 했다. 옷이며 공구가 끈적거린다. 검댕이 묻어 가무잡잡한 저런 직업을 누가 하겠나 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기계가 다 한다. 근무자는 사무실 직원처럼 말끔하다. 친절하고 절도 있어 다시 가고 싶은 서비스 센터이다.
여덟 자리 회사 번호로 전화했다. 고장 나 잘 안 돌아간다고 했더니. 켠 채로 가만있으라 해서 지켜보고만 있었다. 들어와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더니 껐다가 다시 하라 해서 보니 멀쩡하게 살아났다. 참 신기하다. 남의 기기에 들어와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살피더니 덜컥 영상이 나온다. 다 됐다며 잘 쓰라고 인사하고 나가는 목소리가 그리웠다.
전기와 티브이, 전화를 거의 무료로 도와준다. 긴급할 때 연락 알림도 쥐여주고 명패를 걸어주며 보행이 여의하도록 유모차와 네발 지팡이도 지원해 준다. 혼자 있기 적적하니 말벗이라도 하라며 반나절 도우미가 온다. 음식과 청소, 빨래 등을 도와주고 아프면 병원 치료도 함께 한다. 우유와 야쿠르트도 넣어주는데 꼭 손에 쥐여주고 간다.
간밤에 잘 있었나 확인하기 위해서다. 부녀회에서 만든 도시락을 얼른 넣어주고는 다른 집으로 달려간다. 지역마다 좀 다르겠지만 경북 북부 지방에서 독거 노인에게 하는 동사무소의 일이다. 주식인 나라미 쌀 포대와 반찬, 과일, 옷가지 등 부족한 게 없다. 밥 지을 필요도 없다. 도시락이 여러 개다. 가까운 교회에서도 건네주고 간다.
따끈한 음식이 금방 지었는지 국도 있고 고기반찬도 들었다. 푸짐하다. 밥도 많아 여러 끼를 먹을 수 있다. 한 달 잡비도 국가에서 줘 아쉬운 대로 쓰고 산다. 병원비도 보건소에서 도와 자식 없어도 살 수 있는 세상이다. 경로당에 가면 여러 친구를 만날 수 있고 식사와 간식 주전부리를 한다. 재미나는 오락이며 얘기로 날 저무는 줄 모른다.
부산은 곳곳에 노인 복지관이 있어서 노래와 춤, 서예, 바둑, 장기, 탁구, 당구 등 즐기는 오락이 다양하다. 노년을 위한 낙원이다. 편하게 실어나르는 차량도 있다. 의사도 머물러 상담과 진료를 한다. 차고 넘쳐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이방 저방 구경만 하고 다녔다. 식사 표를 받으니 900번을 넘어섰다. 북적북적한다.
공원을 이용하기 쉽고 지하철 앞뒤 좋은 자리를 배치했다. 버스에도 노란 경로석을 만들었다. 영화관과 놀이 시설, 철도, 선박 등 할인이 절반 가까이다. 특히 여름은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스한 지하철이다. 경영이 어려운데도 무료이니 타면서 늘 미안하다. 어버이날은 아파트 관리실과 동대표들이 버스로 관광과 맛집을 찾아 경로당과 노인들을 대접한다.
노인네들을 이리 위해주는 복지사회가 고맙다. 그뿐이랴 춥고 더워서 지쳤는데 관공서와 은행, 교통, 직장, 식당 어디 없이 냉난방으로 삶이 편안하고 안락하다. 도둑이 설쳐 도난이 많던 지난날이었다. 분실하면 보관했다가 찾아 돌려준다. 건달들의 협박과 폭행, 사기, 추행이 흔했는데 줄어든 요즘이다. 밤길을 다녀도 전같이 무섭지 않다. 낮같이 밝은 세상이다.
무료하게 기다렸는데 이젠 정류장에 차오는 시간이 나타난다. 대충이제 했는데 정확하다. 온다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벌벌 나타난다. 모두가 불편했던 것이 하나하나 바뀌어서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다. 스마트폰처럼 누르면 안 나오는 게 없다. 정말 배달이 오고 택배가 날아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