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장식 식당이 아직도 있네! | 종로 낙원상가를 다녀오다
어제 낮 동안은 중복인 줄도 몰랐다. 오후에 사무실 인터넷이 먹통이 되어 다시 살리느라 서너 시간 소비하고 나니 진이 다 빠졌었다. 폭우 뒤끝이라 그런지 통신사 고장신고가 폭주해서 접수하는데 만도 두어 시간 걸렸다. 어찌 어찌해서 퇴근 무렵 A/S기사가 와서 손을 보고 고쳤다. 통신회선이 여러 개여서 일부를 철거하고 깔끔하게 정리하자 문제가 해결되었다. 그 과정에서 공유기와 무선통신 장비간의 관계와 두 장비간의 충돌문제를 해결하는 이치를 알게 되어 나름 소득도 있었다. 모르면 전문가에게 물어보면 답이 나온다.
아~ 참, 중복 얘기였지. 지인이 중복이니 색다르게 낙원동으로 가자고 한다. 그 분이 그 쪽 음식점을 잘 안다고 해서다. 간만에 그 쪽으로 가는 거여서 약간 들뜬 기분이 되었다. 5호선 종로3가역에 내리니 낙원상가가 보였다. 꽤 오랜만에 보는 낙원상가며 그 부근의 80년대 분위기는 도심의 또 다른 풍경으로 다가온다. 인터넷 회선 고치느라 시간이 지체되어 이미 해는 저물고 낙원동의 옛날식 도심 불빛이 화려하다. 야경을 구경하며 목적지로 가는데 얼마 가지 않아 도착했다. 2층이었는데 입구가 심상찮다. 식당입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뭐랄까 번쩍이는 네온서부터 입구에 설치된 LED전광판이 꽤나 화려하다.
올라가보니 눈이 휘둥그레~~~ 아니 식당이라더니 여긴 뭐지? 삼계탕을 먹고 있는 손님들을 보니 음식을 파는 곳이긴 한데 분위기는 식당이 아니다. 뭐랄까~ 음~ 예전 극장식 식당 분위기다.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쇼도 보고하는 그런 곳 말이다. 워커힐쇼 하는 가야금식당과는 크기나 시설 면에서는 차이가 많지만 시스템은 그런 곳이었다. 앞쪽 무대에서는 섹스폰 반주로 여가수가 흘러간 노래를 하고 있었다. 분위기에 익숙해 지기도전에 무대 사진을 담았다. 아래가 무대 사진이다.
▲ 여가수가 꽤나 열창을 한다. 몇 시간을 저렇게 온 힘을 다해 노래를 하고나면 진이 다 빠지겠다 싶을 정도로. 섹스폰 연주를 하는 남자도 가수인지 가끔 노래를 했다.
설명을 들어보니 그 건물이 예전 파고다극장 건물이라 한다. 파고다극장 이름은 기억에 있어도 그 극장에서 영화를 봤는지는 기억에 없다. 그 옆 허리우드극장에서는 몇 번 본 기억이 있는데 무슨 영화를 봤는지는 도무지 단서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단성사나 명보극장, 중앙극장에서 본 영화들은 많이 기억에 있는데 그 부근 극장에 대한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부근 인사동의 추억은 꽤나 기억에 있는데 길 하나 사이에 두고 그 분위기가 달라서 그런지 예전 기억이 각각이다.
거기로 안내한 지인이 활동하는 인터넷 카페 회원 몇 분도 초대해서 일행 6명이 모두 도착하고 식사와 술을 주문했다. 안주겸 식사로 돈까스, 생선까스, 비빔밥, 선지해장국 등 푸짐하게 소주와 맥주를 곁들이며 예전 추억 얘기로 흥겨운 대화가 이어졌다. 색스폰 반주와 가수의 열창이 이어지는 가운데 무대 앞 조그만 공간에서 몇 몇 손님들은 춤까지 춘다. 옛날식 극장식당이었다.
우리 일행도 중간 중간 나가서 춤도 추고 즐겼다. 손님들 대부분은 중년 이상이었는데 가끔 70대 남녀 분들도 눈에 띄었다. 깔끔한 차림에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으로 예의를 갖추어 대화하며 춤도 추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밤문화도 많이 세련되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도 무척 저렴해서 일반 식당 음식가격 정도였고 술값도 호프집 수준이었다. 음식 맛도 중상 정도는 되었다. 참, 생맥주도 있어서 마지막에 500cc 한잔씩으로 건배하고 마무리 지었다. 연세 드신 분들에겐 꽤나 유명한 곳이라 한다. 좌석도 족히 100석은 넘어 보였다.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변해도 우리네 정서만큼은 예전의 느낌이나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나보다. 그런 분위기를 마주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감성이 풍부해진다. 딱히 그런 식이 좋다는 것이 아니라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다. 서울 도심 한 복판에 아직도 그런 곳이 있고 사람들이 찾는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부근 피맛골이나 청진동이 재개발되어 없어지는 것을 보면서 소중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여러모로 서울의 스카이라인이 높아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된 저녁이었다.
첫댓글 ㅎㅎㅎ
상호는 파고다타운이고요.
우리 재경 함창호등학교 47회 동창들이 시내에서 모일때ㅡ 단골로 찾는 집입니다.
아마 그 집의 여자 웨이터 이성희씨는 우리 친구들 얼굴도 기억할겁니다.
정말 분위기 괞찮은 중노년들의 쉼터입니다.
그러고 보니 안간지 몇달이 되였군요.
아~ 님은 잘 알고 계시는군요. 파고다타운. 분위기나 손님들의 수준이나 음식 모두 괜찮았습니다. 아주 오래간만에 옛 향취에 빠졌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