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외출 혹은 크룰 왕(옮긴 이 : Krool은 Cruel의 말장난인 듯)의 제안 (1/2)
가르강티우스 효과를 응용한 것이 커다란 성공을 거두어, 창조자들은 양쪽 다 여행 취미가 생겨서, 그들은 다시 한번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외출가기로 했다. 불행히도, 그들은 목적지를 전혀 결정할 수 없었다. 열대 기후를 좋아하는 트루를은 불타는 플라밍고의 나라 스칼도니아에 가려고 마음먹고 있던 반면, 좀더 시원한 성향의 클라포셔스는 똑같이 얼어붙은 별들 사이를 떠다니는 차가운 대륙 내은하 냉극(Intergalactic Cold Pole)을 방문하려고 결정하고 있었다. 이 친구들이 영원히 찢어지기 직전에, 트루를이 갑자기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기다려.” 그가 말했다. “우리의 서비스를 광고에 내고, 가장 좋은 제의를 골라 가는 거야!” “말도 안돼!” 클라포셔스가 코웃음쳤다. “어떻게 광고하려고? 신문에? 신문이 제일 가까운 행성까지 닿으려면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알아? 첫 제의가 들어오기도 전에 죽어서 파묻히겠다!”
그러나 트루를은 알고 있다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계획을 밝혔는데, 클라포셔스는 - 마지못해서 - 그 계획이 독창적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그들은 일에 착수했다. 그들은 필요한 장비들을 모두 빠르게 긁어모았다. 그들은 그 지방 별들을 긁어모아 그것을 거대한 신호로 배열했다. 그 신호는 정말로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거리에서도 보일 만한 것이었다. 단지 청색 거성만 첫 번째 단어에 사용되었고 - 우주의 지도자의 주의를 끌기 위하여 - 더 조그만 별 재료들이 다른 단어를 이루었다. 그 광고는 이러했다. “두 걸출한 창조자들이 자기의 기술에 걸맞고 무엇보다도 돈이 되는 일자리를 찾습니다. 따라서 될 수 있으면 넉넉한 왕(자기 왕국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의 궁정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조건은 조정될 수 있습니다.” 멀지 않아 어느 밝은 아침, 아주 훌륭한 우주선이 그들의 앞마당에 내려앉았다. 모두 진주층으로 상감을 한 우주선은 햇빛에 빛나고 있었다. 그 우주선에는 복잡하게 조각된 세 개의 다리와 여섯 개의 순금 보조 지지대(땅에 닿지도 않아서 아무 쓸모가 없었다―그러나 그렇다면, 그것을 만든 자들은 주체할 수 없을 만큼의 부를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가 있었다. 양쪽에 굽이치는 분수가 붙은 웅장한 계단 아래에 위풍당당하게 육족(六足) 기계들의 수행을 받으며 한 인물이 나타났다. 어떤 것은 마사지를 해주고 있고, 어떤 것은 그를 부축하고 부채질을 해주고, 가장 조그만 것은 그의 존귀한 눈썹 위를 날아다니며 분무기로 오 드 꼴롱을 뿌려주고 있었다. 이 인상적인 사자(使者)는 창조자들을 고용하고 싶어하는 자기 군주이자 통치자인 크룰 왕을 대신하여 창조자들에게 인사했다.
“어떤 일인가요?”
트루를이 흥미를 느끼고 물었다.
“점잖으신 분들이여, 세부적인 사항은 적절한 때 알게 되실 것입니다.”
그의 대답이었다. 그는 금실로 된 느슨한 바지와 밍크 술로 장식된 반장화, 반짝거리는 장식이 달린 귀가리개, 그리고 아주 이상하게 재단한 로브 - 포켓 대신 민트와 아몬드 과자로 가득찬 작은 선반이 달려 있었다 - 를 입고 있었다. 작은 기계 파리들이 그의 몸 주위에 웅웅거리며 날아다녔다. 그놈들이 너무 대담해지려고 할 때마다 그는 손을 저어 쫓아버렸다.
“지금으로서는, 전능하신 크룰 폐하(옮긴 이 : His Boundless Kroolty - ‘끝없는 잔인함’의 말장난으로도 볼 수 있음)께서는 사냥에 열광하시는 분이며, 모든 종류의 은하 동물을 두려움 없이, 비할 데 없이 정복하시는 분이며, 진실로, 그분의 용맹은 알려진 바 가장 흉포한 포식자도 더 이상 그분에게는 가치있는 사냥감이 되지 못하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점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저희의 유감인 바, 왜냐하면 그분께서는 흥분과, 위험과, 스릴을 열망하시기 때문입니다……그렇기 때문에―.”
“물론! 그분은 우리가 새 모델의 야수를 만들어주기를 원하시는 거군요. 도전할 가치가 있도록 거친 육식 동물로 말이오.” 트루를이 말했다.
“훌륭한 창조자시여, 그대는 정말 이해가 빠르시군요!” 왕의 사자가 말했다. “그러면 합의가 된 거지요?”
클라포셔스는 사자에게 좀더 자세히 실제적인 일을 묻기 시작했다. 그러나 왕의 관대함이 강렬하게 부각되고 충분히 상세하게 이야기되고 난 후, 그들은 책 몇 권과 물건들을 바삐 챙기고 웅장한 계단을 뛰어올라가, 우주선 위로 뛰어올라 곧 이륙했다. 거대한 굉음이 나고 우주선의 금으로 된 다리를 그슬리는 불꽃이 터지면서 그들은 별들 사이의 밤하늘로 날아갔다.
여행하는 동안, 사자는 창조자들에게 크룰의 왕국의 법과 관습을 간단히 알려주고, 평원 도시만큼이나 관대하고 개방적인 군주의 성격과, 그의 남자다운 취미와, 기타 등등을 말해주어서, 우주선이 착륙할 때쯤엔 그들은 그 나라 언어를 원어민처럼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우선 그들은 마을을 굽어보는 산허리에 있는 으리으리한 저택으로 안내되었다―여기가 그들이 머물 곳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잠깐 쉰 다음 왕이 여섯 마리의 불을 뿜는 괴물들이 끄는 마차를 보내왔다. 이 괴물들은 방화벽과 연기 필터로 재갈이 물려 있었고, 땅 위에 붙어 있도록 날개가 잘려 있었고, 꼬리에는 길게 못을 박았고 그것들이 가는 곳이면 어디나 깊이 팬 자국을 남기는 강철 발톱이 각각 달린 여섯 개의 발이 있었다. 괴물들이 창조자들을 보자마자, 괴물들은 모두 웡웡거리며 불과 유황을 내뿜고, 그들에게 달려들려고 고삐가 팽팽해졌다. 석면 갑옷을 입은 마부들과 펌프와 호스를 구비한 왕실 사냥꾼들이 발광하는 괴물들에게 달라붙어 레이저와 분자 증폭기 곤봉(옮긴이 : laser and maser club의 말장난)으로 때려대 얌전하게 만들고 나서야 트루를과 클라포셔스는 그 멋진 마차에 올라탈 수 있었다. 그들은 올라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차는 목을 부러뜨릴 만한 속도로, 혹은 ― 더 적절한 은유를 사용하자면 ― 지옥에서 날아나오는 박쥐처럼 맹렬히 달려나갔다.
길에 있는 모든 것을 때려눕히고 뒤에 유황 냄새가 나는 긴 연기 자국을 남기면서 그들이 달려나가자, 트루를이 클라포셔스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이봐, 이 왕은 웬만한 것을 마음에 들어하지는 않을 것 같아. 무슨 말이냐 하면, 왕이 이런 말을 부린다면…….”
그러나 분별력 있는 클라포셔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와 은으로 된 벽 때문에 집들이 번쩍거렸다. 반면 용들은 천둥처럼 발을 구르고 쉿쉿거리고 마부들은 저주를 퍼부으며 외쳐댔다. 마침내 거대한 내리닫이 격자문이 앞에 모습을 드러냈고, 문이 열리더니 화단이 모두 시들 정도로 급하게 질주하면서 마차가 궁정 안뜰로 소용돌이치듯 달려가, 칠흑같은 밤처럼 검은 성 앞에서 멈추었다. 이상하게 음침한 팡파르의 환영을 받고 거대한 계단과 난간, 특히 주 성문 앞을 지키고 선 돌 거인에 위압당하면서, 트루를과 클라포셔스는 무시무시한 측면 호위를 받으며 거대한 성에 들어갔다.
크룰 왕은 넓고 둥근 천장이 붙은 은박의 거대한 해골 모양 홀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루에는 입을 벌린 구멍이 있어서 해골의 구멍 모양이 되었고, 그 위로는 왕좌가 서 있었고, 다시 그 위로는 두 줄기 빛의 흐름이 칼처럼 교차하고 있었다―그들은 해골의 눈구멍에 붙어있고 특별히 모든 것에 잔인하고 지옥같은 효과를 주도록 색깔을 넣은 높은 창에서 흘러나오는 빛이었다. 이제 창조자들은 크룰 자신을 보았다. 얌전히 자기 왕좌에 앉아있기에는 너무나 참을성이 없는 이 군주는 은으로 된 마루를 가로질러 벽에서 벽까지 걸어다녔다. 그의 발걸음은 이 시체같은 동굴 속에서 쿵쿵 울렸고, 말을 할 때 그는 공기가 휙휙 울릴 정도로 손을 갑자기 내저어 자기 말을 강조했다.
“환영하오, 창조자들이여!”
그는 눈길로 그들을 둘 다 꿰뚫어보며 말했다.
“분명 왕립 사냥회장인 프로토조 경에게서 들었겠지만, 그대들이 내게 새롭고 더 훌륭한 사냥감을 만들어 주었으면 하오. 그대들도 이해하겠지만, 나는 철로 된 산 같거나 천 개쯤 되는 다리를 가진 것 따위에는 관심이 없소.―그것은 내 사냥감이 아니라, 중포병대가 잡아야 할 것이오. 내 사냥감은 강하고 사나워야 하지만, 또 재빠르고 민첩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교활하고 엉큼해서 내가 그놈을 땅에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사냥 기술을 총동원해야 하기를 원하오. 그놈은 아주 지능적인 짐승이어야 하고, 자취를 숨길 줄도, 갑자기 반격할 줄도, 그림자 속에 숨고 숨죽여 기다릴 줄도 아는 것, 그것이 나의 뜻이오!”
“용서하십시오, 폐하.”
클라포셔스가 조심스레 절하며 말했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폐하의 분부를 너무 잘 이행한다면, 그것은 폐하의 목숨과 사지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왕은 샹들리에의 크리스탈 장식이 떨어져 벌벌 떨고 있는 창조자들의 발치에서 깨질 정도로 커다란 웃음을 웃었다.
“그런 것은 두려워하지 마시오, 고귀한 창조자들이여!”
그가 음침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대들은 처음 온 것이 아니고, 그대들이 마지막도 아니리라고 나는 생각하오. 나는 공정하지만 아주 엄격한 군주라는 것을 알아두시오. 악한들과 아첨꾼, 사기꾼들이 구색을 맞추어 나를 속이려고 한 적이 너무 많았소. 말하건대, 그들은 오직 내 금고를 비워 자기들의 부대를 보석과 귀석(貴石)으로 채우기 위해서 뛰어난 사냥 엔지니어인 척 가장했소. 내게는 처음 손댔을 때 산산조각 나버리는 보잘 것 없는 허수아비만 남겨주었지. 이런 일이 내게는 너무 많이 일어났기 때문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소. 12년 동안, 내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어떤 창조자라도, 자기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을 약속한 자들에게는 분명 보상을 주었소. 그러나 보상과 함께 몽땅 저쪽의 깊은 우물에 내던져 버렸소―그가 충분히 괜찮은 사냥감이 되어주는 경우를 제외하면 말이오. 그런 경우에는, 여러분, 나는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이 두 손만으로…….”
“그럼……그럼, 그런 사기꾼들이, 음, 많았습니까?”
트루를이 가느다란 목소리로 물었다.
“많았냐고? 그건 말하기 어렵소. 나는 그저 아무도 아직까지 나를 만족시키지 못했고, 그들이 우물 바닥까지 떨어지면서 늘 내뱉는 공포의 비명이 예전처럼 그렇게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 뿐이오―확실히, 남은 잔해가 쌓이기 시작한 것 같소. 하지만 안심하시오, 여러분. 아직 그대들을 위한 공간은 충분하오!”
이런 무시무시한 말 끝에 죽은 듯한 침묵이 뒤따랐다. 두 친구들은 어둡고 불길한 구멍 쪽을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왕은 가차없이 다시 걷기 시작해서, 그의 부츠가 쇠망치처럼 마루를 때려 방에 메아리를 남겼다.
“하지만, 폐하가 허락하신다면……그러니까, 저희―저희는 아직 계약서에 서명한 것은 아니니까요.”
트루를이 더듬거렸다.
“저희가 한두 시간 좀 생각해볼 수 있을까요? 폐하께서 인자하게 말씀하신 것을 조심스레 심사숙고해보고, 물론 폐하의 너그러우신 제안을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하!”
왕은 천둥 치는 소리처럼 웃음을 터뜨렸다.
“오, 아니면, 집에 가시겠다? 그러지 못하실 것 같아 유감이오, 여러분! 여러분이 인페르난다 호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여러분은 나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오! 이곳에 온 모든 창조자들이 원할 때마다 떠날 수 있었다면, 내 가장 절절한 소망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영원히 기다려야 할 것이 아니오! 아니, 그대들은 머물러서 내가 사냥할 짐승을 만들어 주어야 하오. 그대들에게 열 이틀을 주겠소, 그러니 이제 물러가도 좋소. 그 동안은 그대들이 원하는 즐거움은 모두 누리시오. 내가 그대들에게 딸려준 시종들에게 청하기만 하면 되오. 아무 것도 거절당하지는 않을 것이오. 그럼, 열 이틀 안에!”
“폐하가 허락하신다면, 즐거움을 잠시 미루고, 다만―음, 저희가 둘러볼 수 있을까요, 으음, 폐하가, 말하자면, 저희 선행자들의 노력의 결과로 얻으신 사냥 기념물들을요?”
“아, 물론이오!”
왕은 관대하게 말하고 손뼉을 쳤는데, 그 힘이 얼마나 세었던지 불꽃이 일어 은 벽을 가로질러 춤추다가 사라져 버렸다. 이 강력한 손바닥에서 나온 광풍이 우리 창조자들의 모험에 대한 열정을 더욱 식혀 버렸다. 흰색과 금빛의 옷을 입은 경비병들이 나타나 그들을 거대한 뱀의 식도처럼 꼬이고 엉켜 있는 복도 아래쪽으로 안내했다. 마침내, 그것이 크고 널따란 정원으로 통해있는 것을 보고 그들은 대단히 안도했다. 그곳에는, 아주 잘 다듬어진 잔디밭 위에, 크룰 왕의 사냥 기념물들이 늘어서 있었다.
가장 가까이에는 칼 모양의 송곳니가 있는 거상(巨像)이 있었는데, 몸통을 보호하던 쇠미늘 중(重)갑옷과 판금갑옷에도 불구하고 거의 반쪽으로 쭉 찢어져 있었다. 뒷발은 균형이 맞지 않을 정도로 컸는데(확실히 크게 도약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었다), 꼬리 옆으로 잔디밭을 딛고 있었다. 꼬리 끝은 탄약실이 반쯤 빈 화기(火器)였다―이 생물이 왕과 싸워보지도 않고 진 것은 아니라는 명백한 표식이었다. 열려 있는 입에 매달려 있는 노란 천조각 또한 이것을 증거했는데, 트루를은 그것이 왕의 사냥꾼들이 입던 반바지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다음은 다른 괴물같은 놈이었다. 이놈은 용이었는데, 굉장히 많은 작은 날개들이 적의 사격에 모두 타고 검게 그을려 버렸다. 그놈의 회로는 녹아붙은 채 흘러나와 구리로 된 도자기 웅덩이 속에 굳어 있었다. 그 다음에도 또 다른 놈이 서 있었는데, 기둥같은 다리가 길게 뻗어 있었다. 그놈의 어금니 사이로 화사한 미풍이 부드럽게 불어왔다. 그리고 바퀴와 다리 위에 얹힌 잔해들이 있었는데, 어떤 놈은 발톱이 있고 어떤 놈은 대포가 있었으며, 모두 자기핵이 산산조각나 있었고, 포탑이 짜부라진 전차 거북이에, 못쓰게 된 군사 노래기가 있었고, 다른 이상한 것들이 부서지고 전투의 흔적이 남은 채로 있었다. 어떤 놈은 보조 두뇌가 장치되어 있었고(타 버렸다), 어떤 놈은 망원경 죽마 위에 있었고(떨어져 나갔다), 흉악하게 물어뜯는 조그만 것들이 흩뿌려진 채로 있기도 했다. 이놈들은 거대한 떼를 지어 공격하고 나서 모여 총신과 총검을 날세우는 구가 되도록 만들어진 것이었다―영리한 생각이었지만, 그것은 그놈들도, 그놈들을 만든 창조자도 구해주지 못했다. 트루를과 클라포셔스는 창백해진 채, 조용히, 마치 활발한 발명품들이 눈부시게 모여있는 곳이 아니라 대신 장례식에 가는 듯한 표정으로 이 참상의 복도를 걸어갔다. 그들은 마침내 크룰의 승리를 기념하는 끔찍한 회랑의 끝에 다다라 문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마차에 탔다. 그들을 숙소로 도로 데려다 주는 이 용마 팀은 이제 덜 무서워 보였다. 사치스럽게 설비된 녹색과 진홍색의 응접실에서 둘만 남게 되자마자, 거품이 이는 음료수와 진귀하고 맛있는 음식이 높이 쌓인 테이블에 앉기 전에, 트루를은 저주를 퍼붓기 시작했다. 그는 이미 얻은 명예에 만족하고 편안히 집에 머물러 있을 수도 있었는데 왕립 사냥회장이 한 제의를 덥썩 받아들여서 머리 위에 불행을 둘러써버린 클라포셔스를 마구 헐뜯었다. 클라포셔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참을성 있게 트루를의 자포자기한 분노가 다 바닥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침내 그것이 바닥나고 트루를이 진주를 상감한 긴 의자에 털썩 무너져내려 손에 얼굴을 파묻고 있게 되자 말했다.
“자, 일을 시작할까.”
이 말은 트루를에게 활기를 되찾아주었고, 두 창조자들은 사이버네틱 세대의 비밀스런 기술 중에서도 가장 심원하고 어두운 지식을 끌어내어 즉각 여러 가지 가능성들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승리가 앞으로 만들어야 할 괴물의 갑옷이나 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그것의 프로그램에 달려 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악마적인 유도 알고리즘에 있다는 데에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이놈은 절대악, 진실로 악마적인 피조물이어야만 해!”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아직 어떻게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분명히 알지는 못했지만, 이런 관찰은 그들의 정신을 상당히 고양시켜 주었다. 그들이 이 짐승의 초안을 그리려고 잡고 앉았을 때쯤에는 이런 열광에 너무나 빠져서, 그들은 밤을 새고, 낮에도 일하고, 잠시 저녁을 먹으려고 쉬기 전까지는 두 번째 밤낮도 내내 일했다. 그리고 라이든 병(일종의 축전지 - 여기서는 음료수)이 다 떨어져 갈 때쯤에는, 그들은 성공을 너무나 확신하며 서로 윙크를 하고 히죽히죽 웃었다―하지만 시종들이 보고 있지 않을 때만 그랬다. 왜냐하면 그들은 시종들이 왕의 스파이가 아닌가 하고 (정당하게도) 의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창조자들은 일 얘기는 전혀 하지 않고, 웨이터들이 갖고 들어오는 데운 전해물질이나 펄럭이는 연미복, 잘 세공된 수정 비이커에 대한 칭찬을 하고 있었다. 일단 식사를 하고 나서 떨어지는 해의 마지막 금빛 광선에 비추는 하얀 첨탑과 돔이 있는 마을을 내려다보는 베란다에 나갔을 때, 그때만 트루를은 클라포셔스에게 몸을 돌려 말하는 것이었다.
“알고 있다시피, 아직 우리는 숲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어.”
“무슨 뜻이야?”
클라포셔스는 조심스레 속삭여 물었다.
“난점이 하나 있어. 알다시피, 왕이 우리의 기계 짐승을 이긴다면 의심할 바 없이 그는 우리를 그 구멍에 처박겠지. 우리가 그의 분부를 받들지 못했으니 말이야. 만약 반대로 그 짐승이……무슨 뜻인지 알지?”
“만약 그 짐승이 지지 않는다면?”
“아니, 만약 그 짐승이 그를 이긴다면 말일세, 내 동료여.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왕의 후계자는 우리를 그렇게 쉽사리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어.”
“자네는 우리가 그에 대한 해답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응? 법칙상, 왕위의 후계자는 왕위가 비면 너무나 기뻐하는 법이라고.”
“그래. 하지만 그 후계자는 그의 아들일 테고, 아들이 효심 때문에 우리를 처벌하건 궁정 조신들이 그러기를 바란다고 생각해서 처벌하건, 우리에게는 별다른 차이가 없잖아.”
“그 생각은 안해 봤어.”
클라포셔스가 중얼거렸다.
“정말 자네가 옳네. 전망은 밝지 않군. 자네는 이 딜레마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나?”
“흠, 이 짐승이 몇 번씩 죽을 수 있도록 만들 수도 있지. 상상해 봐. 왕이 그것을 죽이고, 그것은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서 되살아나면, 왕이 다시 그것을 쫓고, 다시 죽이고, 뭐 등등. 왕이 이런 일에 물리고 지칠 때까지 말이야.”
“왕은 좋아하지 않을 걸.”
클라포셔스가 잠시 생각한 끝에 말했다.
“그리고 아무튼, 어떻게 그런 짐승을 만들어낼 건데?”
“아, 그건 모르지만……생명기관 없이 만들 수도 있지. 왕이 그 짐승을 산산조각내도, 그 조각들이 서로 다시 붙는 거야.”
“어떻게?”
“장력을 써 보지.”
“자기장?”
“괜찮다면.”
“어떻게 그걸 조작해?”
“아마, 리모트 콘트롤로?”
트루를이 물었다.
“너무 위험부담이 커. 사냥을 하는 동안 왕이 우리를 지하 동굴에 가둬두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알아? 불쌍한 우리 앞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었어. 그들이 어떻게 끝장났나 봐. 내 확신하지만, 그들 중 하나 이상은 리모트 콘트롤 생각을 했을 거야―하지만 실패했겠지. 아니, 전투하는 동안 짐승과 통신을 계속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돼.”
“그럼 위성을 사용하면 어때? 자동 제어 장치를 설치해서―.”
트루를이 제안하자 클라포셔스가 코웃음쳤다.
“인공위성이라! 궤도에 올리는 건 둘째치고, 어떻게 그걸 만들 건데? 우리 직업에 기적이란 없네, 트루를! 우리는 다른 방법으로 제어장치를 숨겨야 해.”
“하지만 우리 일거수 일투족을 다 보고 있는데 어떻게 제어장치를 숨겨? 얼마나 시종들이 살금거리면서 모든 곳에 코를 들이미는지 보고 있잖아. 그걸 비밀로 숨기고 있을 수도 없을 테고, 커다란 장비를 밖으로 몰래 내갈 수도 없다는 게 확실해. 그건 불가능해!”
“진정해.”
조심성 있는 클라포셔스가 어깨 너머를 슬쩍 보며 말했다.
“아마 처음부터 그런 장비가 필요하지는 않을 거야.”
“무엇인가가 그 짐승을 조종해야 하고, 그 무엇인가가 내부에 있는 전자 두뇌가 아니라면, 자네가 안녕을 고하기도 전에 왕은 그놈을 곤죽으로 때려부술 거야.”
그들은 조용해졌다. 밤이 다가왔고 아래쪽 마을의 불빛이 하나씩 깜빡이며 켜졌다. 갑자기 트루를이 말했다.
“들어 봐, 생각이 있어. 짐승을 만드는 척하고 사실은 빠져나갈 배를 만들기만 하면 돼. 귀와 꼬리, 발톱을 붙이면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테고, 그런 건 이륙 때 쉽사리 내던져버릴 수 있어. 어떻게 생각해? 우리는 무사히 달아나면서 왕을 놀려주는 거야!”
“그리고 만약 왕이 우리 시종 사이에 진짜 창조자를 첩자로 두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 같지는 않지만, 모두 끝장이고 우리는 구멍으로 떨어지는 거야. 게다가, 달아난다는 건―아니야, 그건 나한테 맞지 않아. 왕이냐 우리냐야, 트루를. 이걸 피해갈 수는 없어.”
“그래. 창조자를 첩자로 쓸 수도 있겠군.”
트루를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럼 위대한 혜성의 이름으로 말하건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지? 어떻게―광전자 유령이라도 만들까?”
“환상 말이야? 왕이 환상을 사냥해? 됐어! 한두 시간 후면 그는 곧장 여기 와서 우리를 유령으로 만들어 버릴 거다!”
다시 그들은 잠잠해졌다. 마침내 트루를이 말했다.
“내가 보는 한에서는, 이 곤란에서 벗어나는 길은 왕을 유괴할 수 있는 짐승을 만드는 거야. 그리고―.”
“그 이상 말할 필요 없어. 그래, 그건 꽤 좋은 생각이야……그리고 몸값으로 우리를―그리고 여보게, 알아차렸나? 여기 꾀꼬리는 메릴랜드 IV보다 더 진한 오렌지 색이야.”
바로 그 때 몇몇 시종들이 베란다로 은빛 램프를 꺼내오고 있었기 때문에 클라포셔스는 이렇게 말을 끝맺었다.
“하지만 아직 문제가 있어.”
다시 그들 둘만 남자 그는 말을 계속했다.
“자네가 말한 것을 그 짐승이 할 수 있다 쳐도, 우리 자신이 지하 감옥 속에 앉아 있다면 어떻게 우리가 유괴된 왕과 협상을 할 수 있겠나?”
“그건 핵심을 짚었군. 그걸 피해갈 방법을 계산해야 해……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알고리즘이야!”
“세 살배기라도 그건 알아! 알고리즘이 없는 짐승 같은 게 무슨 소용이야?”
두 번째 외출 혹은 크룰 왕의 제안 (2/2)
그래서 그들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실험에 들러붙었다―시뮬레이션으로, 즉 수학적으로 모든 것을 종이 위에 계산하는 것이다. 그리고 크룰 왕과 짐승의 수학적 모델이 방정식으로 뒤덮인 탁자 위에서 너무나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기 때문에, 창조자들의 연필은 자꾸만 부러졌다. 그 짐승은 왕의 다항 강타(polynomial blows) 아래에서 맹렬하게 몸부림치고 중(重)적분(iterated integral)을 꿈틀거리다가, 불확정항의 무한 연속으로 무너져내렸다. 그러더니 다시 몸을 추스려 n제곱까지 일어났는데, 왕이 그놈을 미분과 편미분으로 세게 쳐서 그놈의 푸리에 계수가 모두 상쇄되어 버렸다(리만의 정리를 보시라). 그리고 뒤이은 혼란 속에서 창조자들은 왕과 짐승의 자취를 시야에서 완전히 놓쳐 버렸다. 그래서 그들은 잠시 쉬면서 다리를 뻗고, 라이든 병에서 한 모금 해서 기운을 내고, 다시 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시도했고, 이번에는 텐서 매트릭스와 대(大) 정규 앙상블을 총동원해서 엄청난 열성으로 문제를 공략해대었더니, 종이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왕은 잔인한 좌표와 중간값을 모두 끌어올려 앞으로 내달리더니 루트와 로그의 어두운 숲으로 비틀거리며 들어가, 역행해 나와야만 했다. 그러더니 무리수(F1) 들판에서 짐승과 마주쳐 그놈을 몹시 두들겨패서 그놈은 소수 자리 두 개를 떨어뜨리고 엡실론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그 짐승은 점근선 근처로 슬슬 돌아 n차원 직교상 공간(orthogonal phase space)에 숨어서 전개를 겪고 나오더니, 팩토리알의 불꽃을 뿜으며 왕을 덮쳐 쓸린 상처를 냈다. 그러나 왕은 조금도 굽히지 않고 말코브 체인 메일과 불침투 매개변수들을 모두 입은 채 자기 Δk를 무한까지 증가시켜 진정한 불 함수 주먹(Boolean blow)을 한 대 먹여서, 그놈을 x축과 중괄호 몇 개를 따라 쭉 뒷걸음치게 버렸다―그러나 그 짐승은 방비하고 있다가 뿔을 내렸고, 그리고―콰광!―연필이 초월함수와 이중 고유 전환(double eigentransformations) 속을 미친 듯이 누볐다. 마침내 그 짐승이 다가가고 왕이 쓰러져 아웃 상태에서 카운트를 세자, 창조자들은 뛰어올라 지그 춤을 추며 껄껄 웃고 노래를 불렀다. 그들은 종이를 모두 조각조각 찢어버려서, 샹들리에에 붙어 있던 간첩들은 너무 놀랐다―사실 그들은 붙어서 헛수고를 한 셈이다. 왜냐 하면 그들은 고차 수학의 미묘한 점을 전수받지 못했고, 따라서 왜 지금 트루를과 클라포셔스가 계속 계속 “만세! 이겼다!”하고 소리지르고 있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자정 한참 지나서, 때때로 창조자들이 일하다가 기분 전환을 하는 라이든 병이 조용히 왕의 비밀 경찰 사령부로 운반되었다. 그것의 가짜 바닥이 열리고 작은 테이프 레코더가 꺼내졌다. 전문가들이 스위치를 넣고 열심히 듣기 시작했지만, 해가 떠오를 때쯤 그들은 하나도 진상을 모른 채 수척해 보였다. 예를 들자면, 목소리 하나가 이렇게 말한다. :
“됐어? 왕은 준비됐나?”
“좋아!”
“그를 어디 놨어? 거기? 좋아! 자―잠깐, 자네가 발을 모아야 해. 자네 발이 아니고, 바보, 왕의 발! 이제 됐어, 준비? 하나, 둘, 도함수 찾아! 빨리! 뭐가 나와?”
“파이.”
“짐승은?”
“근호 아래 있어. 하지만 봐, 왕은 아직 서 있어!”
“어, 아직 서 있어? 양쪽에 인수, 둘로 나누고, 허수 몇 개 던져―좋아! 완벽해! 이제 변환해, 접근해서 x로 풀어. 됐나?”
“됐어! 클라포셔스! 지금 왕 꼴을 봐!”
짧은 침묵 후에 미친 듯한 웃음이 터졌다.
같은 날 아침, 비밀 경찰의 모든 전문가들과 고위 관료들은 밤샘 후 흐릿한 눈으로 고개를 내젓고 있을 때, 창조자들은 수정, 바나듐, 철, 구리, 백금, 라인석(石), 디스프로슘, 이트륨과 툴륨, 또 세륨과 게르마늄, 그리고 우주를 이루는 다른 원소들 대부분, 더하기 가지가지 기계와 자격 있는 기술자들을 요구했다. 잡다한 여러 간첩들을 요구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창조자들은 너무도 오만해져서, 3통 작성하는 요구서에 대담하게도 이렇게 써 넣은 것이다.
“또, 적절한 권위자의 승인을 받아 여러 가지 종류의 간첩들을 무조건 보내주십시오.”
다음 날 그들은 톱밥과 중심에 작은 유리종이 모여 있고 네 귀퉁이 각각에 술이 달려있는 스탠드 위에 칠 커다란 붉은 벨벳 커튼을 요청했다. 제일 작은 유리 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아주 정밀하게 기입되었다. 왕은 이런 요청을 들었을 때 눈쌀을 찌푸렸으나, 자신이 와으로서 약속했으므로 문자 그대로 이행해 주라고 명령했다. 그래서 창조자들은 원하는 것 모두를 받았다.
‘원하는 것 모두’는 점점 이상해져 갔다. 예를 들어, 비밀경찰 파일 코드 넘버 48999/11K/T에는 장식띠와 휴대 무기, 군모, 깃털 장식이 달린 여섯 개의 완전한 경찰 제복과 세 개의 양복 마네킨, 또 잡지 《애국적 경찰관》 과월호 얻을 수 있는 것 모두를 연보와 부록을 포함해서 요청한 요청서 복사본이 들어 있다―“비고” 란에 창조자들은 위에 열거된 물품들은 도착해서 24시간 안에 완전한 상태로 도로 반환될 것이라고 보증해 놓았다. 또 다른 예로는, 경찰 문서보관소에 있는 항목별 섹션에 있는 클라포셔스의 편지 사본이 있다. 거기에 그는 (1) 완전 정복을 한 체신공사 총재 모습의 등신대 인형 (2) 왼쪽에 등유 램프가 달리고 등에는 ‘생각해’라는 하늘색 신호가 씌어져 있는 녹색 경이륜마차를 즉각 부쳐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인형과 이륜마차는 경찰청장에게 너무 과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는 너무나 필요했던 휴식을 취하기 위해 끌려나갔다. 다음 사흘 동안 창조자들은 붉은 비버 오일 몇 통만 요청했고, 그 이후에는―아무 것도 요청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그들은 궁전 지하실에서 작업을 했고, 부지런히 일하며 우주 뱃노래를 흥얼거렸다. 밤에는 지하실 창문에서 푸른 빛이 번쩍거리며 바깥 정원 나무를 묘하게 보이게 했다. 트루를과 클라포셔스는 조수들을 많이 거느리고 호광(弧光)과 불꽃 사이를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때때로 고개를 들어 창문에 눌려 있는 얼굴들을 보았다. 시종들이 한가한 호기심에서 우러나온 행동인 척하며 그들의 모든 동작을 사진찍었다. 어느 날 저녁 마침내 지친 창조자들이 침대로 몸을 질질 끌고 갔을 때, 그들이 작업하고 있던 기계의 부속들이 아무 특색 없는 기구로 재빨리 경찰 사령부에 전송되었고, 그곳에서 가장 뛰어난 사이버네틱 학자들 18명이 그것을 조립했다. 그들은 바로 그럴 목적으로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선서하고 취임한 자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의 손 아래에서 작은 주석 생쥐가 만들어져 달려나와 비누거품을 불어대며 꼬리 아래로 가느다란 분필 자욱을 남기며 테이블 이쪽 저쪽을 뛰어다니자, 이런 글씨가 새겨졌다. “뭐? 당신 우리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 이 왕국의 역사상 경찰청장이 그토록 빠르고 조직적으로 바뀌어야 했던 때는 없었다. 제복과 인형, 녹색 이륜마차, 심지어는 톱밥까지, 창조자들이 약속한 대로 돌려준 모든 것이 전자 현미경으로 철저히 검사되었다. 그러나 ‘그냥 톱밥임’이라고 씌어진 톱밥 속의 아주 작은 카드 외에는 모든 것이 정상이었다. 그 다음에는 제복과 이륜마차의 개개 원소까지 철저히 검사되었다-그러나 마찬가지로 성공하지 못했다. 마침내 작업이 끝나는 날이 왔다. 삼백 개의 바퀴가 달린, 냉장고처럼 생긴 거대한 탈것이 정문으로 끌려와 증인과 공무원들 앞에서 개봉되었다. 트루를과 클라포셔스는 마루 중앙에서 벨과 술이 달린 커튼을 치고 조심스럽게 그것을 안에 들여놓았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도 들어가서 문을 닫고, 무엇인가를 하고, 지하실에 가서 여러 가지 상자와 화학 물질 캔들, 모든 종류의 곱게 간 가루들-회색, 은색, 하양, 노랑, 녹색-을 가져와 그것들을 커튼 아래와 주변에 뿌리더니, 그 탈것을 닫고 잠근 채로 걸어나와 시계를 보고 함께 14와 1/2초를 세었다. 그러자 모두가 깜짝 놀랐는데, 왜냐하면 그 탈것은 고정되어 있어서 안에서 미풍도 불어나올 수 없었는데(봉인은 용접되어 있었으므로), 유리 벨이 울렸던 것이다. 창조자들은 윙크를 교환하며 말했다.
“이제 가져가도 됩니다!”
그날 나머지를 그들은 베란다에서 비누거품을 불며 보냈다. 그날 저녁 왕립 사냥회장 프로토조 경이 호위병과 함께 와서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그들은 즉시 지정된 장소로 자신과 함께 가야 한다고 고지했다. 그들은 소유물 모두를, 심지어 옷까지 남기고 가라는 명령을 받았다. 대신 그들은 누더기를 받고 수갑을 찼다. 경비병들과 거기 있던 경찰 고관들은 그들의 완벽한 침착성에 깜짝 놀랐다. 정의를 울부짖거나 공포로 떠는 대신, 트루를은 수갑이 채워질 때 간지럽다며 킬킬 웃었다. 그리고 창조자들이 어둡고 비참한 지하 감옥으로 던져졌을 때, 그들은 재빨리 “노래하세, 즐거운 소프트웨어”하고 합창 소리를 높였다.
한편 위대한 크룰 왕은 위대한 사냥 전차를 몰고 마을에서 나왔다. 모든 수행원이 그를 둘러싸고 기수들과 기계들의 길고 구불구불한 행렬이 그를 따랐다. 기계들에는 전통적인 투석기와 대포 뿐 아니라, 거대한 레이저 대포와 베타 선 바주카포, 걷고 헤엄치고 날거나 굴러가는 것은 무엇이든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다고 보증된 타르 발사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 거대한 행렬이 왕실 사냥 금렵지로 이렇게 행차하면서 많은 농담과 장담, 거만한 축배가 들리는 가운데, 아마도 이 바보들이 꽤나 곤경에 처해 있겠구나 하고 말하는 것 외에는 아무도 두 창조자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은나팔이 폐하의 접근을 알리자, 사람들은 거대한 탈것-냉장고가 반대편에서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의 문이 급하게 열리자, 짧은 순간 그곳에는 일종의 야포처럼 보이는 검은 구멍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다음 순간 우루루 소리가 나고 노란색 연기가 휙 불더니 무엇인가가 로켓처럼 튀어나왔는데, 모양은 폭풍처럼 어릿어릿한 데다 모래폭풍과 대체로 다르지 않았다. 그것은 너무나 빠르게 호를 이루며 공중을 달려서 사실 아무도 그것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뭐든 간에 그것은 백 걸음 정도를 날아 소리없이 착륙했다. 그것에 감겨 있던 커튼이 땅으로 펄럭 떨어지자, 완전한 정적 가운데서 유리 종이 기묘하게 짤랑거리면서 으깨진 딸기처럼 땅에 놓였다. 이제 모두가 그 짐승을 분명히 볼 수 있었다-전혀 분명하지 않았지만 약간 언덕같고, 좀 크고, 상당히 길고, 색깔은 주위 환경과 비슷하게 말라빠진 잡초 덤불 같았다. 왕의 사냥꾼들은 자동화 사냥개 전체를 풀어놓았다(주로 세인트 사이버나드들과 사이버만 핀셔들이었고, 가끔 고주파 테리어도 있었다). 이 개들은 침을 흘리고 웡웡 짖어대며 웅크린 짐승에게 기세좋게 돌진했다. 그 짐승은 일어서지도 않고 으르렁거리지도 않고 심지어 불도 뿜지 않았지만, 그저 두 눈을 크게 뜨는 것만으로 개떼의 절반을 순식간에 재로 만들었다.
“오호! 레이저 눈이라, 그거지?”
왕이 외쳤다.
“믿음직한 내 듀랄루민 윗도리, 방탄 원형방패, 핼버드와 화승총을 내게 다오!”
이렇게 차려입고 수퍼노바처럼 번쩍이면서, 그는 겁 없는 고충실도 사이버 군마를 몰고 짐승 가까이로 다가가 강력한 한 방을 날렸다. 어찌나 강했던지 파공성이 나면서 짐승의 머리가 깨끗이 땅에 떨어졌다. 수행원들은 충실하게 승리에 만세를 외쳤지만, 왕은 아무 기쁨도 느끼지 못했다. 엄청나게 화가 나서, 그는 감히 창조자를 참칭한 그 비열한 놈들에게 특별 고문을 만들어 해주겠노라고 충심으로 맹세했다. 그러나 그 짐승은 잘린 목에서 다른 머리를 흔들며 내밀더니, 새로 눈을 크게 뜨고 왕의 갑옷 너머로 희미한 광선을 쏘았다(그러나 그 갑옷은 모든 전자기 방사를 막아내는 것이었다) “흠, 그 두 놈이 완전히 엉터리는 아니었군.” 왕은 혼잣말을 했다. “그래봤자 별 도움은 되지 않겠지만.” 그리고 그는 다시 말에 충전을 해서 그 싸움판으로 박차를 가했다.
이번에는 그는 한방 먹여 그 짐승을 둘로 갈라놓았다. 짐승은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사실, 그것은 바람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칼날 아래에 도와주듯 자기 몸을 가져다 놓고 칼날이 떨어지자 고마워서 몸을 떨었다. 그리고 조금 놀랐지! 왕은 다시 바라보았다. 그것은 둘로 갈라지는 대신 둘이 되었다! 원본보다 조금 작은 두 개의 꼭 닮은 이미지가 나타났고, 거기에 세 번째, 그들 사이에서 아기 짐승이 뛰놀고 있었다-그것은 그가 이전에 잘라버렸던 머리였다. 이제 거기에는 꼬리와 발이 달려서 잡초 사이로 재주를 넘고 있었다.
“다음엔 어떡하지?”
왕은 생각했다.
“저걸 쥐나 자그만 벌레가 될 때까지 잘라버려? 좋은 사냥 방식이로군!”
매우 성이 나서 그는 그 일에 착수했다. 그는 전력을 다해 발 밑에 조그만 짐승도 남지 않을 때까지 마구 베었다. 그러나 갑자기 모두 물러서서 뒤죽박죽 모이더니, 다시 그 짐승이 서 있었다. 짐승은 새것같이 말끔한 채로 하품을 참았다.
“흠.”
왕이 생각했다.
“분명 이건-그놈 이름이 뭐더라?-펌핑튼-펌핑튼이 쓰려고 했던 안정화와 같은 종류일 거야. 그래, 그 바보같은 속임수 때문에 내가 친히 그놈을 다루어 주었지……. 자, 그냥 반물질 대포를 가져오기만 하면…….”
그는 육혈포를 하나 집어들고 조정해서 몸소 장전한 후, 목표물을 겨냥하고 끈을 당겨 완벽하게 조용하고 섬뜩할 정도로 희미하게 반짝이는 포탄을 곧장 짐승에게 쏘아보내서 그놈을 영원히 산산이 부수어주려고 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말하자면, 아무 큰 일도. 짐승은 그저 약간 몸을 낮게 웅크리고, 길고 털이 북슬북슬한 왼손을 내밀어 왕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제일 큰 놈 가져와!”
왕은 알아차리지 못한 척하며 으르렁거렸다. 그러자 수백 명의 농부가 모두 80구경짜리 진짜 거대한 대포를 질질 끌고 왔다. 왕이 그것을 겨냥해서 막 발사하려던 참에-갑자기 짐승이 뛰어올랐다. 왕은 칼을 들어 방어하려고 했으나, 더 이상 그곳에는 짐승이 없었다. 그 다음에 무엇이 일어났는지 본 사람들은 자기들이 정신나갔던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짐승이 공중으로 날아오는 순간, 그 짐승은 번개같이 변신해서 회색 덩치가 제복을 입은 세 남자, 세 경찰관으로 나뉘었던 것이다. 여전히 높이 뜬 채로 그들은 이미 직무를 수행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첫 번째 경찰관은 경사였는데, 손수건을 꺼내고 똑바로 서려고 다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두 번째는 한 손으로 깃털 장식 모자를 잡아서 날려가지 않게 하고, 다른 손으로 가슴 주머니에서 영장을 꺼내고 있었다. 세 번째는 분명 신참이었는데, 처음 두 명의 발 아래 수평 자세를 취하고 떨어질 때 쿠션이 되어주었다 - 그러나 그 후, 그는 발딱 튕겨일어나 제복에서 먼지를 떨어냈다. 첫 번째 경찰이 멍해진 왕에게 수갑을 채우는 동안 두 번째가 왕의 손에서 칼을 쳐냈다. 약하게 항의를 했지만, 용의자는 즉석에서 들판으로 뛰어나가야만 했다. 전체 사냥 행렬은 일이 분 동안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린 듯 서 있다가, 소리를 지르며 열띤 추적에 나섰다. 콧김을 뿜는 사이버 군마들은 납치자들을 거의 따라잡았고, 칼과 사브르들이 칼집에서 뽑혀 일격을 가하기 위해 높이 솟아올랐지만, 세 번째 경찰이 몸을 구부리더니 배꼽을 누르자 즉각 팔이 두 개의 축이 되고, 다리는 둘둘 감겨오르고 바퀴살이 나더니 돌기 시작하고, 등은 녹색 경주용 이륜마차 좌석으로 변해 다른 두 경찰관을 앉혔다. 그 둘은 이제 마구를 걸친 왕에게 맹렬하게 채찍질을 해서 더 빨리 달리도록 하고 있었다. 왕은 별 수 없이 미친 듯이 팔을 흔들어 고귀한 머리에 떨어지는 타격을 막으려 하며 갑자기 맹렬한 속도로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 사냥꾼들이 다시 뒤따라붙자, 경찰관들은 왕의 등 위로 뛰어오르더니 한 사람은 차축 사이로 미끄러져 내려가, 헐떡벌떡거리더니 회전 지붕으로 변해 춤추는 소용돌이가 되었다. 그것은 작은 이륜마차에 날개를 달아주어, 언덕과 골짜기를 넘어 먼지 구름 속으로 모두 휙 사라져 버렸다. 왕의 수행원들이 서로 나뉘어서 가이거 계수기와 블러드하운드로 죽어라고 찾았고, 챙 넓은 모자를 쓰고 화염 방사기를 가진 특수 분견대가 출동해 모든 근처 묘지들의 뼈를 모두 그을려 버렸다―분명 실수였다. 사냥을 모니터하던 관찰 기구(氣球)의 명령을 떨리는 손으로 바쁘게 전문(電文)을 보내다가 일어난 실수일 가능성이 가장 컸다. 경찰 몇 부대가 여기저기 몰려다니며 땅과 모든 덤불, 모든 잡초를 조사했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에서 X레이와 실험 샘플이 부지런히 채취되었다. 왕의 군마는 검사 장군이 맡은 특수 조사국에 출두하도록 명령받았다. 진공청소기와 체를 가진 낙하산병 한 부대가 왕립 사냥 금렵지에 투하되어 먼지 한 톨 남기지 않고 체로 쳤다. 마침내, 경찰을 닮은 모든 자를 보석 없이 억류하라는 명령이 발동되었는데, 이것은 당연히 어려움을 초래했다―경찰 병력 반이 다른 반을 체포하고, 그 반대의 일도 일어났던 것이다. 해질녁에 사냥꾼과 군인들은 왕의 가죽도 털도 아무 곳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걱정의 물결에 젖은 채 멍해져서 마을로 돌아왔다.
한밤중에 횃불빛 속에서, 쇠사슬에 묶인 창조자들이 수상과 왕실 봉인 수호자 앞으로 끌려왔다. 왕실 봉인 수호자는 그들에게 이런 식으로 말했다.
“그대들이 우리의 사랑하는 군주이자 가장 고귀한 통치자 크룰의 생명과 왕위에 대해 부정한 공모를 꾸미고 사악한 계획을 세우고 게다가 감히 반역적인 손을 들어 야비하게 통치권을 정지시켰다는 것을 볼 때, 그대들의 죄를 대단히 악화시키는 행위, 즉 공무원으로 분장한 것은 차치하더라도, 그대들은 인정사정없이 능지처참되어야 하며, 말뚝에 꿰지르는 형을 당하고 칼을 씌워 조리돌림을 해야 하고, 창자를 꺼내야 하고, 생매장해야 하며, 십자가에 못박고 말뚝에 묶어 화형시켜야 하며, 그 이후 그대들의 재는 모든 국왕 시해 기도자들에게 보내는 경고 겸 영원한 교훈으로서 궤도에 띄워야 하느니라. 아멘.”
“잠깐 기다릴 수 없소? 흠, 우리는 편지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트루를이 말했다.
“편지라니, 이 무례하고 천한 악당들아?!”
바로 그때 경비병들이 체신 장군을 위해 길을 비켰다―사실, 그들이 어찌 감히 고관이 들어오는데 전투 도끼를 들고 가로막을 수 있겠는가? 체신 장군이 모든 훈장을 달고 다가오자 그의 메달들이 장엄하게 짤랑거렸다. 그는 작은 사파이어 가방에서 편지를 꺼내 이렇게 말하면서 수상에게 건넸다.
“나는 마네킨일지 모르지만, 폐하에게서 왔소.”
그 직후 그는 고운 가루로 분해되었다. 수상은 거의 자기 눈을 믿을 수 없었으나, 자줏빛 봉인 왁스 위에 왕의 옥새가 찍혀 있다는 것을 재빨리 알아보았다. 그는 편지를 열어 이렇게 읽었다. 창조자들이 그를 붙잡기 위해 알고리즘적․대수적 수단을 사용했기 때문에 폐하는 적과 협상해야만 한다. 이제 그들이 요구를 나열하면, 수상이 자신의 군주가 온전히 돌아오기를 바란다면 그것을 모두 들어주는 편이 좋다. 서명 : “제복 세 개 속에 체현된 가짜 경찰관 짐승에 의해 어딘지 모를 곳의 동굴에 갇힌 크룰이 친히 서명하고 봉인하노라.”
그러자 어마어마한 소란이 일어나, 모두가 소리지르며 이게 무슨 소리이고 그 요구란 무엇인지 밝히라고 물었지만, 트루를은 이렇게만 말했다.
“괜찮다면 사슬을 풀어주쇼.”
대장장이가 불려와 그들의 사슬을 벗긴 후, 트루를은 말했다.
“우리는 배고프고 더러워졌으니, 목욕과 면도, 마사지, 원기 회복을 필요로 하오. 모두 최고급이어야 하고 아주 화려해야 하고, 디저트로는 불꽃놀이를 곁들인 수중 발레를!”
궁정 조신들은 물론 미친 듯이 팔짝팔짝 뛰었지만, 모두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새벽 일찍 창조자들은 각자 우아하게 머릿기름을 바르고 몸을 꾸미고, 가마꾼(그들의 이전 정보원)들이 멘 교자에 기대어 그들의 저택에서 돌아왔다. 그리고 그들은 황송하옵게도 회견을 허락하여, 앉아서 그들의 요구를 피력했다―물론 흥분하지 않고, 그들이 이런 경우를 대비해 준비하고 방 커튼 뒤에 숨겨놓았던 작은 노트북으로 말이다. 다음의 조항들이 있었다.
첫째, 가능한 한 가장 좋은 모델의 가장 잘 만든 우주선이 창조자들을 집에 모셔가기 위해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위의 배는 여기 명시된 것과 같은 여러 가지 화물이 적재되어야 한다 : 다이아몬드―4 부셀, 금화―40부셀, 플래티넘, 팔라듐, 그리고 그들이 가치있다고 생각하게 될지 모를 다른 것들 무엇이든지―각각 8부셀, 또 무엇이든 이 문서 조약에서 적절하다고 생각될 수 있는, 왕립 저택에서 기념이 될 만한 것들.
셋째, 위의 배가 이륙이 준비될 때까지, 즉 모든 볼트와 너트가 제 자리에 박히고, 모든 것이 적재되고 창조자들이 붉은 카페트를 깔고 80개의 송별 밴드와 아이들의 코러스를 듣고 훈장과 장식, 상을 흠뻑 받고 미친 듯이 환호하는 관중 속에서 완전히 우주선에 올라갈 때까지―그때까지 왕은 없다.
넷째, 영원한 감사의 공식적 표현이 큰 메달에 찍혀 “전 우주의 기쁨이자 공포인 가장 탁월하고 명석한 창조자 트루를과 클라포셔스”에게 증정되어야 할 뿐 아니라, 그들이 거둔 승리에 대한 전체 설명이 적힌 채 이곳의 모든 높고 낮은 관료들이 정당하게 서명하고 공증한 후, 왕이 가장 좋아하는 대포의 포신에 아름답고 화려하게 새겨져야 한다. 그것은 왕립 사냥회장 프로토조 경 자신이 완전히 혼자서 우주선으로 날라야 한다―다른 어떤 프로토조도 아니고 “가장 탁월하고 명석한 창조자들”을 이 행성으로 꼬셔내면서 그들이 고통스럽고 수치스럽게 죽음을 당하리라 생각한 그 자여야 한다.
다섯 번째, 상술된 프로토조는 그들이 회항하는 동안 모든 종류의 속임수, 추적 등등에 대한 보험으로서 그들과 함께 가야 한다. 배 위에서 그는 3*3*4피트짜리 우리에 들어가게 될 것이고, “가장 탁월하고 명석한 창조자들”이 왕의 어리석음에 말려드는 과정에서 주문했고 그 결과 특색 없는 기구가 경찰 사령부로 가져갔던 바로 그 톱밥으로 속을 채운 파이만 매일 먹게 될 것이다.
여섯 번째, 그리고 마지막으로, 왕은 “가장 탁월하고 명석한 창조자들”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할 필요가 없다. 왜냐 하면 왕은 그들의 눈에 들기에는 너무 비천하기 때문이다.
이에 관한 증인들로서, 관계자들은 이 문서에 오늘 날짜의 봉인과 지장을 찍는다, 등등. 창조자 트루를과 클라포셔스, 시종 장관, 비밀 경찰 장관, 집사, 대대장과 왕실 기구 전담자.
모든 장관과 고관들은 파랗게 질렸지만,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 우주선이 즉각 주문되었다. 그러나 그때 예기치 않게 창조자들이 느긋한 아침을 마치고 나타나 일을 감독했는데, 아무 것도 그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예를 들어 이 물질은 소용 없고, 저 기술자는 완전히 바보천치고, 메인 홀에는 회전 요술 랜턴을 달아야 하는데, 네 개의 공기 어쩌구가 달려 있어야 하고 꼭대기에는 조정된 뻐꾸기 시계가 달려야 하고―만약 이곳 원주민들이 어쩌구가 뭔지 모른다면 참 안된 일이다. 왕은 분명 놓여나고 싶어 아주 안달일 것이고 감히 놓여나는 것을 늦춘 사람을 (할 수 있다면) 누구든지 인정사정없이 다룰 것이기 때문이다. 이 말은 일반적으로 사람을 마비시키고, 무릎에 아주 힘이 빠지게 하고, 달달 떨게 했으나, 일은 아주 빨리 진행되었다. 마침내 우주선이 준비되고 왕실 인부들이 화물을 싣기 시작하자, 다이아몬드, 진주 가방, 어마어마한 양의 금이 계속 승강구에서 쏟아져 들어왔다. 그 동안 경찰은 비밀스럽게 온 지방을 뛰어다니며 모든 것을 뒤집어 보았는데, 이것은 트루를과 클라포셔스를 아주 즐겁게 해 주었다. 그들은 어떻게 이 모든 일이 일어났으며, 그들은 어떻게 아이디어를 차례차례 폐기해 가다가 마침내 완전히 다른 종류의 짐승을 떠올렸는지, 겁에 질렸지만 매혹된 청중들에게 이야기해주기를 꺼리지 않았다.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 어디에 어떻게 제어 장치를―즉, 두뇌를― 둬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창조자들은 그냥 짐승이 다리나 꼬리, 혹은 턱(지혜 이빨만 장착된)으로도 생각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두뇌로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지나지 않았다. 진짜 문제가 되는 것은 두 가지였는데, 알고리즘적인 면과 심리분석적인 면이었다. 우선 그들은 무엇이 왕을 억누를 수 있을지, 말하자면 왕을 불시에 기습할 수 있을지 결정해야 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들은 비선형 변화를 주어 짐승 안에 경찰 부분집합을 만들어냈다. 왜냐하면 ‘미학적 법칙에서’ 체포하는 경찰에게 저항하거나 간섭하는 것은 우주적인 불법이며 절대 생각할 수 없는 것임은 모든 사람에게 명백했기 때문이다. 심리학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하자―비슷한 근거에서 체신 장군이 이용되었다는 것만 빼고. 하위 관료는 경비병들을 통과하지 못할 수도 있었고, 그러면 그 편지는 배달되지 않았을 것이고, 그러면 창조자들은 문자 그대로 머리를 잃었을 것이다. 게다가, 체신 장군 마네킨에게는 경비병들에게 뇌물을 줄 수단도 있었고, 그것은 필요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들은 모든 우발적인 사태를 예상하고 준비했다. 이제 알고리즘 부분 : 그들은 그저 폐쇄되고, 작동상 연합하고 분배되는 여러 가지 법칙들로 유효 제한이 있는 적절한 짐승 범위를 찾아내기만 하면 되었다. 그것을 한두 개의 경찰 상수와 몇 개의 수뢰(收賂) 그래프, 경관 방정식과 범죄 곡선에 대입하자―일단 (종 달린 커튼 뒤에서) 비버 오일 잉크로 쓴 공문서 프로그램 작성 수단으로 작동을 시작하고, 붉은 테이프 생성기로 기능하도록 그것을 삼키기 좋게 충분히 딱딱하게 굳히자 나머지는 그놈이 스스로 알아서 했다. 우리는 아마 여기에다가, 나중에 창조자들이 저명한 과학 잡지에 “회귀 베타(β) ― 동물적 감금-연결에 의해 풀린, 주의를 돌리기 위해 왼쪽에 등유 램프를 단 녹색 이륜마차와 유리 종의 진동 조화계에서의 가짜 다중경찰 변형이라는 특이 경우에서의 메타함수”라는 제목으로 실릴 것이고, 그 결과 타블로이드판 신문에서는 “경찰 국가가 추악한 고개를 들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씌어지게 될 것이다. 물론 대신들이나 고관들, 사냥꾼들 중 아무도 이런 이야기는 단 한 마디도 이해할 수 없었으나, 그것은 별 문제가 아니었다. 크룰 왕의 충실한 신하들은 그들이 이 창조자들을 경멸해야 하는지 아니면 경외하고 존경하며 서서 입을 벌리고 있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제 이륙 준비가 모두 끝났다. 트루를은 협정에 명기된 대로 커다란 부대를 가지고 왕의 개인실을 누비면서 침착하게 그가 좋아하는 물건은 무엇이든 쓸어담았다. 마침내, 마차가 도착해서 두 승리자를 우주 공항으로 모셨고, 그곳에서는 군중이 열렬하게 환호하고 아이들의 합창이 울렸으며, 민속 옷을 차려입은 사랑스러운 어린 소녀가 살짝 절을 하며 리본을 단 꽃다발을 증정했고, 고위 관료들이 그칠 길 없는 감사를 표현할 차례를 기다렸고, 그들 둘 다에게 다정한 작별을 고했으며, 밴드가 음악을 연주하고 몇 명의 숙녀들이 기절하자, 침묵이 군중 위에 덮였다. 클라포셔스는 입에서 이빨을 잡아빼었다. 그것은 보통 이빨이 아니라 송수신기였고, 쌍방향 앞어금니였다. 그가 작은 스위치를 넣자 모래폭풍이 지평선에서 나타나 점점 커지고 점점 빠르게 소용돌이치더니, 우주선과 군중 사이의 공터까지 와서 먼지와 파편을 모든 방향으로 뿌리며 갑자기 멈추었다. 모두 숨을 몰아쉬며 뒤로 물러섰다―그곳에는 레이저 눈을 번쩍거리고 용의 꼬리를 휘두르며 몹시 무섭게 생긴 짐승이 서 있었다!
“괜찮다면 왕을.”
클라포셔스가 말했다. 그러나 짐승은 아주 정상적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절대 안되지. 이제 내가 요구할 차례야…….”
“뭐? 너 미쳤어? 너는 복종해야 해! 매트릭스를 그렇게 만들었단 말이야!”
클라포셔스가 외쳤다. 모두가 멍하니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엉터리 매트릭스 같으니. 이봐 친구. 난 그냥 보통 짐승이 아니고, 알고리즘적이고 발견적이며 새디스틱하고, 완전 자동에 독재적인 데다, 즉 비 민주주의적인 데다, 피드백을 많이 받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말대꾸하지 마. 안 그러면 너희를 인두로 갈겨 주겠다, 말하자면 왕과 함께 가둬 주겠다, 녹색 이륜 마차 속에 죄수로 가두겠단 말이야, 알겠어?”
“내 네놈에게 피드백을 주마!”
클라포셔스가 화가 나서 으르렁거렸다. 그러나 트루를은 그 짐승에게 물었다.
“정확히 네가 원하는 게 뭔데?”
그리고 그는 몰래 짐승이 보지 못하게 클라포셔스 뒤로 돌아가서 자기의 특별 이빨을 뺐다.
“자. 제일 먼저 난 결혼하고 싶고―.”
그러나 트루를이 작은 스위치를 넣고 재빨리 “이니, 미니, 마이니, 모, 입력, 출력, 나가―꺼져라!”라고 읊조렸기 때문에, 그들은 그 짐승이 누구를 마음에 두고 있었는지 결코 알 수 없었다. 짐승의 원자를 제자리에 붙들어주고 있었던 환상적으로 복잡한 전자기파 계통이 그 단어들의 영향으로 흐트러지게 되자, 그 짐승은 눈을 껌벅이고 귀를 뒤틀고, 침을 삼키고, 몸을 추스르려고 했지만, 그 짐승이 이를 갈기도 전에 오존 냄새가 심하게 나는 뜨거운 바람 한 줄기가 불더니, 추스를 것은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그저 약간의 잿더미 가운데에 왕이 서 있을 뿐이었다. 왕은 안전하고 멀쩡했지만 목욕이 너무나 필요했고, 이렇게 된 것에 눈물이 날 정도로 분해하고 있었다.
“분수대로 살아야지.”
트루를이 말했지만, 그게 왕 이야기인지 짐승 이야기인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어느 쪽이었건 간에, 알고리즘은 자기 임무를 충분히 다했다.
“그럼, 여러분. 만약 여러분이 친절하게도 왕실 사냥회장을 우리에 넣는 걸 도와준다면,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가겠는데…….”